장난기가 발동한 전동하는 일부러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직접 가보면 알 거예요. 혼자 가지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요. 위험한 곳은 아니니까 안심하고요.”“그래요.”낯선 주소를 바라보던 소은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말 안 해주니까 더 궁금한데?한편, S시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었다.센터 자리에 앉은 건 이건, 바뀐 게 있다면 무대 아래에서 그의 발언을 지켜보는 사람이 소은정에서 소은호로 바뀌었다는 것뿐이었지만 이건은 극도의 긴장감에 벌써 물을 세 병째 원샷했음에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은정 대표님이 계실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치겠네, 정말.기자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그를 비추는 카메라가 늘어날수록 이건의 긴장감은 점점 더 치솟기 시작했다.한편, 집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이게 뭐야...이건의 전성기는 30대쯤, 이미 50대에 접어든 이건은 결코 능력있는 직원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그룹에 남겨둔 건 그의 자리를 대체할 직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그저 청춘을 SC에 갈아넣은 직원을 이대로 내치는 게 너무 토사구팽이 아닌가 싶어서였다.그런데... 그녀의 기대에 점점 더 못 미치는 행동에 소은정은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이대론 안 되겠어.소은정은 바로 소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소은호는 기자들과 질문 내용을 상의하고 있었다.일방적으로 SC그룹에 유리한 질문이 아닌 날카롭지만 대답 내용에 따라 네티즌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결국 자신의 이익이었으니 이번 기자회견을 잘 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원자재 기준치 문제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주세요.”이때 소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오빠. 이 팀장님 요즘 괜찮으신 거 맞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보이시는데?”소은정의 말에 고개를 돌린 소은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이건을 발견하고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참...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건은 소은정을 상사로서 그룹 대표로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이것은 소은호에 대한 두려움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소은호의 표정을 보면 그의 역량에 맞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다가오면서 왠지 기가 죽곤 했다.뭐, 어디까지나 내가 부족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겠지만...이런 저런 생각에 이건이 시무룩해 할 무렵 소은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팀장님, S시 프로젝트에 큰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 팀장님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오늘 기자회견만 끝내면 본사로 다시 돌아오게 되실 거예요.”소은정의 칭찬에 이건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걸요. 게다가...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해결방법도 대표님이 생각해 내신 거고... 납치에 화재까지... 고초까지 대표님께서 직접 겪으셨으니 담당자로서 제가 면목이 없습니다.”“아니에요. 이 팀장님이 안 계셨으면 이 프로젝트 시작도 못 했어요. 엉망이었던 지성그룹 이 팀장님 덕분에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 거 다 알고 있어요.”소은정의 칭찬은 이건에게 마른 땅의 봄비와도 같은 존재였고 그제야 그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네, 저 같은 직원 아직도 해고하지 않고 안고 가는 것... 대표님들의 자비라는 것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님들 기대 져버리지 않도록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네, 힘든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고요. 그리고 오늘 기자회견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팀장님이 잘 해주셔야 해요. 팀장님이 곧 SC그룹 대표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에요. 우리가 정의고 우리가 맞는 거잖아요? 우물쭈물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가세요. 이제 우리가 반격할 차례잖아요.”소은정의 말에 이건이 바로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역전하는 날 아닙니까. 제가 기 죽어 있을 필요가 없죠.”시간을 확인하던 소은정이 말했다.“네. 그럼 이 팀장님만 믿을게요.”“네, 대표님도 어
당당한 태도로 또박또박 대답하는 이건의 모습에 소은정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잘 해주고 있어.쓸데없는 건 하나도 없는 알짜배기 질문이 이어지고 시청자수는 처음의 만 명에서 어느새 10만 명을 돌파했다.그만큼 대중들이 SC그룹의 기자회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시청자들의 랜덤 질문 시간이 시작되었다.어떤 질문을 뽑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순발력이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했다.뭐든지 확실한 게 좋은 소은호였지만 순전히 재밌을 것 같다라는 소은정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추가된 코너기도 했다.그저 준비된 대본처럼 묻고 대답하는 딱딱한 방식이 아닌 시청자들에게 이 시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코너였다.잠시 후, 랜덤으로 추첨된 시청자, 닉네임 “럭키 777”의 마이크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녕하세요. 이번 기자회견 랜덤 질문자로 추첨되셨습니다. SC그룹 산하 아파트에서 살고 계시는 입주자신가요?” MC는 엉뚱한 질문이 아닌 최대한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입주 예정자입니다.”“그렇다면 이번 지성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겠네요?”MC의 질문에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SC그룹처럼 훌륭한 기업이, 소은정 대표님처럼 훌륭한 리더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전 믿고 있었습니다.”일순간에 적적하던 댓글창이 폭주하고 있다.“뭐야... 대답을 가장한 고백 아닌가?”“헐, 목소리 잘생겼어.”“왠지 훈남일 것 같아...”“자 그럼 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오늘 자리해 주신 이건 팀장님께서 직접 대답해 주실 겁니다. 마음껏 질문하세요.”MC의 질문에 잠깐 망설이던 남자가 뜬금없이 말했다.“질문은 없고 소은정 대표님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완전 열성팬이네...”“이게 질문이야? 귀엽다...”“은정 언니, 저도 언니가 행복했
액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피식 웃던 소은호는 바로 돌아섰다.전동하... 은근 존재감을 드러낸단 말이지.혼자 남겨진 MC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때, 소은호가 뒤를 따라온 비서에게 분부했다.“이 팀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요.”“네.”기자들을 한 명씩 배웅한 뒤에야 이건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호의 사무실로 향했다.소은호 역시 에두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 팀장님, 며칠 뒤면 전 A시 본사로 돌아갈 겁니다. 이 팀장님도 저와 함께 돌아가시죠? 지성 프로젝트는 다른 담당자가 맡게 될 겁니다. 이틀 안에 인수인계 작업 모두 끝내놓으세요.”아, 드디어 올 게 왔구나...이건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오늘 기자회견에서 이건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줄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나쁘지 않았다 정도...?특히 인재가 넘쳐나는 SC그룹에서 아무 직원이나 세워놔도 이 정도 기량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제가... 어디가 부족한 겁니까?”이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솔직히 이건 본인도 자신이 지성그룹을 담당한 뒤로 제대로 해낸 것 하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사고 연발이었다.처음 사고가 났을 때 S시에 내려온 게 소은정이 아니라 소은호였다면 진작 해고당했을지도 모른다.본사로 돌아가라는 건... 아직 기회가 있는 건가?한편 이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은호가 픽 웃었다.“뭐가 부족했는지 지성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이 팀장님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정곡을 찌르는 소은호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건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대표님, 그게...”하지만 소은호는 그와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손을 들어 말을 잘라버렸다.“이 팀장님,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앞으로 큰 사고 없이 지성 프로젝트를 끝낼 자신 있으십니까? 그럴 자신 있다면 여기 남으시고 없다면 저랑 함께 본사로 들어가시죠.”두 가지 선택지를 주는 듯했지만 강압적인 말투와 표정은 이미 이건이 선택
해고는 아니라고 했지만 소은호가 제안한 자리는 행정팀에서도 물품 보급 등을 담당하는 직책으로 그룹의 센터나 다름 없는 기획팀과는 그 지위를 비교할 수도 없었다.좌천이라... 해고당하기 전에 내 발로 나가라는 건가...왠지 울컥하는 기분에 창백하게 질렸던 이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소은호는 그의 초조함 따위는 그와 아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이건이 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 아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이미 100% 확신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거만함에 가까운 그 자신감이 괘씸했지만 이건은 결국 그 예상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네, 제가 먼저 인사 이동 신청서 제출하겠습니다.”“그래요.”드디어 고개를 든 소은호가 경고가 담긴 목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다.“아, 이 일은 제가 직접 은정이한테 얘기할 테니 이 팀장님은 가만히 계세요. 지금 은정이는 건강 회복 중이라 이건 전적으로 제 결정이거든요.”“네, 알겠습니다.”은정 대표님한테 읍소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거네.마지막 희망의 끈까지 끊어지고 이건은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을 나섰다.그제야 소은호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응, 은정아. 이 팀장, 행정팀으로 옮기기로 했어.”“이 팀장님이 그러겠다고 했어?”소은정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싫다고 말할 여지 자체를 안 줬거든. 프로젝트 하나를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네 부탁만 아니었다면 진작 해고했을 거야.”소은호의 냉정한 말투에 소은정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이 팀장님 나이도 있고 행정팀도 나쁘지 않지.”“그래. 끊을게.”말을 마친 소은호는 바로 인사 이동 및 인수 인계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마음이 안 좋긴 했지만 소은정 역시 감성만으로 회사일을 처리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으로 이를 묵인했다.아니, 오히려 힘든 말을 대신 해 준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기자 회견이 끝나고 프로젝트에 관련된 일들도 다시 정도에 들어섰고 소은정도 드디어 한시름
소은정의 집에 그대로 두고 왔던 소은정의 “답례품”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대표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해 드리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도움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이런 방법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시다네요. 더 좋은 방법이 안 떠오르신다고. 그러니까... 받아주세요.”파일을 태워버릴 듯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책상을 노려보던 박수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더 좋은 방법이 안 떠올 리가 없을 텐데. 그냥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우연준은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었다.어쩌면 소은정을 향한 박수혁 대표의 마음은 정말 진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만 뒤로 향하려는 박수혁과 달리 소은정은 앞만 바라보고 있다. 박수혁이 여전히 실패한 결혼 생활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 소은정은 전동하와 이미 달콤한 연애를 시작했다.박수혁 대표님... 안 되긴 했지만 어차피 두 분은 안 될 운명이야.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던 우연준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고 사무실에 잠깐 동안의 정적이 감돌았다.“은정이 몸은 어떻습니까?”“아,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유독 가스 때문에 폐에 조금 무리가 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이거 다시 가지고 가요. 그리고 이런 거 필요없다고 은정이한테 전해요.”윽, 결국 이 말까지 해야 하는 건가.목소리를 가다듬은 우연준이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대표님께서 끝까지 받지 않으신다면 다른 선물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하, 플랜 B가 있는 건가?흥미롭다는 듯 박수혁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우연준은 조심스레 수표 한 장을 꺼냈다.항상 포커페이스던 박수혁의 표정이 드디어 일그러졌다.1초... 2초... 약 10초 뒤,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건지 박수혁은 뒤늦은 헛웃음을 지었다.하여간 소은정... 나 빡치게 만드는 데는 뭐 있다니까.쾅!박수혁이 책상 밑에 있는 서랍장을 힘껏 걷어찼다.그의 발에 채이는 게 자신의 정강이가 아닌 것에 감사하
“하, 가봐요.”그리고 우연준에게 보여주 듯 수표를 들어 바로 찢어버렸다.사람을 뭘로 보고...한편, 행여나 박수혁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우연준은 다급하게 사무실을 나선 뒤 바로 소은정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성공입니다!”수화기 저편에서 소은정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네, 그럼 이만 퇴근하세요.”하늘을 바라보던 우연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제 봄이 오려는 듯 어느덧 따뜻해진 봄바람과 햇살이 그의 마음마저 살랑이게 만들었다.한편, 소은정은 전동하의 성화에 김하늘, 성강희, 한유라와 함께 그가 남긴 주소로 가보기로 했다.성강희의 차가 소은정의 저택 앞에 멈춰 서고 집사가 문을 나서는 소은정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최 팀장이 곁에 있다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한 거 아닐까요?”반면 소찬식은 흔쾌히 허락하곤 손을 저었다.“아니야. 그냥 가. 집에만 있어도 병난다? 가서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하고 와.”캐주얼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소은정은 뻔뻔하게 달라붙는 소은해와 함께 성강희의 차에 탔다.싱글벙글인 소은정을 바라보던 성강희가 피식 웃었다.“지성 프로젝트 때문에 몇십 억 손해봤다면서? 식음이라도 전폐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얼굴이 더 좋아졌다? 볼이 좀 빵빵해진 것 같기도 하고?”성강희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소은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자식... 은정이한테 뚱뚱해졌다는 말을 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만?성강희를 노려보던 소은정이 바로 반격을 시작했다.“주연화 씨라고 했나? 아직도 강희 너 찾고 있는 거 같던데. 내가 도와줄까?”순간, 표정이 싸해진 성강희가 울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은정아, 너 진짜 잔인하다. 나도 그 여자 때문에 진짜 짜증 나 죽겠다고. 그것 때문에 기분전환 하려고 나온 건데 굳이 그 얘기를 꺼내야겠어?”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네가 먼저 까분 거다?”지난 10년간, 말로는 소은정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 하나는 제대로
성강희가 한 바퀴 둘러보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승마장이었네, 여기 말들 다 순종 귀족 말들인가 봐, 너희 아버지가 기르던 말들만큼 케어를 잘해놨네.”소은정이 흠칫 놀랐다. 정말? 소찬식은 말들을 무척이나 사랑했었다. 흥미를 벗어나 승마에 빠져 살아 주위 사람 중 소찬식이 말을 좋아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소찬식이 갖고 있던 말은 모두 비싸고 특이한 말들이었다. 소은정 역시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 말과 함께 자랐었다. 소찬식의 딸 답게 승마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소찬식이 승마에 흥미를 점차 잃어가고 낚시에 재미를 붙여 소은정도 아쉬워했었다. 근데 전동하가 소은정을 위해 승마장을 열었다고? 멍 해있는 소은정 옆으로 승마장 직원이 다가와 소은정에게 인사를 건넸다.“은정 아가씨, 어서 오세요. 여기 말들은 전부 전대표님이 은정 아가씨를 위해 기른 말들입니다. 좋아하시는 말이 있나요? 만약 좋아하시는 말이 없다면 다른 품종을 알아보겠습니다.”소은정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소은해와 성강희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소은해가 소은정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얘를 위해 기른 말이라고요? 다시 말해 소은정을 위해 오픈한 승마장이라고요?”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네. 이 승마장은 오로지 은정 아가씨와 아가씨의 친구들을 위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개방되지 않습니다.”소은해가 놀리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은정 아가씨의 전대표 통이 엄청나게 크시네.”소은정은 그런 소은해를 흘겨보고는 그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개방을 하지않는다고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 들어가는 케어 비용은 모두 전대표님께서 결산하십니다. 은정 아가씨의 완벽한 승마 체험을 위해 다른 사람들은 들여보내지 않습니다.”세상에! 김하늘과 한유라도 벙찐 얼굴을 하고서 있었다. 전동하는 평소에는 내색하지 않더니 한방이 있었다. 소은정은 어이없는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전에 소은정이 소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