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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1화 자존심 박살

소은정의 집에 그대로 두고 왔던 소은정의 “답례품”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대표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해 드리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도움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이런 방법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시다네요. 더 좋은 방법이 안 떠오르신다고.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파일을 태워버릴 듯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책상을 노려보던 박수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더 좋은 방법이 안 떠올 리가 없을 텐데. 그냥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우연준은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었다.

어쩌면 소은정을 향한 박수혁 대표의 마음은 정말 진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만 뒤로 향하려는 박수혁과 달리 소은정은 앞만 바라보고 있다. 박수혁이 여전히 실패한 결혼 생활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 소은정은 전동하와 이미 달콤한 연애를 시작했다.

박수혁 대표님... 안 되긴 했지만 어차피 두 분은 안 될 운명이야.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던 우연준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고 사무실에 잠깐 동안의 정적이 감돌았다.

“은정이 몸은 어떻습니까?”

“아,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유독 가스 때문에 폐에 조금 무리가 가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거 다시 가지고 가요. 그리고 이런 거 필요없다고 은정이한테 전해요.”

윽, 결국 이 말까지 해야 하는 건가.

목소리를 가다듬은 우연준이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대표님께서 끝까지 받지 않으신다면 다른 선물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하, 플랜 B가 있는 건가?

흥미롭다는 듯 박수혁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우연준은 조심스레 수표 한 장을 꺼냈다.

항상 포커페이스던 박수혁의 표정이 드디어 일그러졌다.

1초... 2초... 약 10초 뒤,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건지 박수혁은 뒤늦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소은정... 나 빡치게 만드는 데는 뭐 있다니까.

쾅!

박수혁이 책상 밑에 있는 서랍장을 힘껏 걷어찼다.

그의 발에 채이는 게 자신의 정강이가 아닌 것에 감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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