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강희의 재촉에 세 사람도 말을 고르러 갔다.한 사람씩 각자 마음에 드는 말을 골랐고 모두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소은정은 한눈에 마음에 드는 말을 골랐다. 소은정이 고른 말은 갈색빛의 순수혈통의 말이었다. 옆의 직원이 말을 끌고 그녀의 앞에 다가왔다. 자세히 말을 지켜보던 소은정은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말의 털은 윤기가 흘렀고 목도 길게 뻗어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가씨, 이 말은 전대표님이 특별히 데려온 순수 혈통의 말입니다. 이 말은 3대가 모두 순수혈통입니다. 어릴 때 경기에 나가 우승을 한 적도 있었죠. 모든 사람의 눈에 보기에도 제일 좋은 경마 떡잎이었습니다.”역시! 소은정은 마음속으로 이 말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저 보기에도 고귀하였다.“그럼 이걸로 할게요. 성격은 온순한가요?”“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장난스럽긴 해도 절대 난폭하지는 않습니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먼저 옷부터 갈아입을게요.”승마장에 오기 전에 승마복으로 갈아입지 않았던 소은정은 지금의 옷이 승마를 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옆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네, 피팅룸은 이쪽입니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소은정은 승마장에서 이미 신나게 승마를 하고있는 친구들을 보았다. 소은해가 고른 아라비아 말은 일부러 소은해에게 대드는 것처럼 아래위로 펄쩍펄쩍 뛰었다. 소은해도 화가 났는지 말을 혼내기 시작했다. 성강희와 한유라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깔깔 웃고 있었다. 그들이 고른 두 말 모두 성격이 온순하여 소은해의 말에 의해 다칠까 봐 일부러 소은해와 멀리 떨어져 그를 지켜보았다. 김하늘도 한편에서 그런 소은해를 지켜보면서 걱정되기는 하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소은정도 그런 소은해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순간 옆에서 승마장의 직원이 소은정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은정 아가씨의 휴대 전화인가요?”소은정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동하에게서 걸려 온
소은정이 말했다.“어떻게 이런 좋은 말을 까먹을 수 있어요? 한눈에 봐도 최고의 말이잖아요!”“당시에도 다들 이 얘기를 했었어요. 하지만 정말로 경주마로 키우게 된다면 고난도의 훈련을 받아야 했을 거예요. 제가 데려오면 더 이상 우승을 위해서만 살지 않아도 되잖아요!”소은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이 말은 동하씨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아마도?” 전동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제 승마하러 가 볼게요. 이따 다시 연락할게요. 선물 너무너무 고마워요! 동하씨 최고!”전동하가 웃으면서 말했다.“은정씨 마음에 들면 됐어요.”전동하는 다정한 말투로 대답했고 소은정의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을 생각하면서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억눌렸던 마음이 그나마 나아지는 듯했다.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면서 말했다.“전대표님, 회장님이 대표님을 보자십니다.”멈칫하던 전동하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환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어요.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그 사람은 전동하의 생부였다. 그의 비서도 전동하와 전인국 회장 사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아마 최후의 발악을 하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전동하가 입술을 깨물면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거부하세요.”비서님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이미 두 번째 면담 요청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거절한다면 회장님은 한국 쪽으로 눈길을 돌리거나 마이크 쪽으로 시선을 돌릴 거예요.”비서의 말을 들은 전동하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전동하는 이를 악물었다. 온화하고 겸손한 얼굴이 점차 차가운 얼굴로 바뀌었다. “들어오라고 해요.”비서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나갔다. 전동하는 전인국의 절망하거나 애걸복걸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좋거나 나쁜 것은 상관없었다. 그
전동하는 고개를 들어 비서에게 눈치를 주었다.비서는 꾸벅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전동하는 손을 뻗어 차를 내려주었다. 물이 끓어오르고 향긋한 차향이 사무실에 맴돌았다. 전인국의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전동하는 순간 웃음이 터져 고개를 떨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전인국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말했다.“뭐가 웃겨? 설마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빌길 바랐어?”절대 사생아 앞에 고개를 떨굴 수는 없었다. 심지어 전동하는 그가 포기했던 양자였다. 전동하의 눈이 살짝 반짝이더니 덤덤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국에 가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무수히도 많은 의심을 했어요. 왜 날까?”전인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동하는 덤덤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왜 내가 당신의 아들일까? 왜 또 나는 당신의 사생아일까?”“지금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네가 내 아들이 된 걸 이미 복으로 생각해야지. 네 애미가 죽고 내가 너를 전인그룹에 데려왔어. 너한테 신분과 지위를 주고 굶어 죽지 않게 한 걸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전동하가 시큰둥하게 코웃음을 쳤다. 전인국은 쓸쓸한 어투로 말했다.“아니지. 내가 운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거겠지.”전인국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테이블을 손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전동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덤덤했다. “저는 아무도 부럽다는 감정이 뭔지 몰랐어요. 그저 어쩔 수 없는 일로만 생각했는데 한국에 갔다가 온 후 저는 누군가가 부럽기 시작했어요.”“누군데?”전인국이 차갑게 물었다.“SC그룹 사람들이요.”전동하는 약간 울먹이는 듯했으나 이내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뭐라고?”SC그룹이라는 소리를 들은 전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인국은 SC그룹이 자신한테 한 일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돌아올 때 소은정이 자신의 앞에서 짓던 승자의 웃음을 잊을수 없었다. 전인국의 자존심이 뭉개져 없어지는 듯 했었다. 한낱 여자아이가 자신을 불안하게 하고 또 전기섭이 그녀보다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분위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전인국이 물었다.“그럼, 지금 갈 데까지 가겠다는 거야?”전동하가 말했다.“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이 일이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된 것에는 당신들이 죽어도 욕심을 끊어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돈에 대한 미련만 끊는다면 다 해결되었을텐데... 지금은...”그가 웃었다. 현재 그들의 국면은 뚜렷했다. 전인그룹은 다가오는 한번 또 한 번의 타격에 정치계의 사람을 앞세운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전세를 역전하기에는 불가능했다. 무수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이번 주식시장의 요동에 대해 시위했고 무수한 사람들이 전인그룹에 비판의 손가락을 내밀었다. 전인그룹은 제때 대응하지도 않았거니와 조치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더 오만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회피했다. 전인그룹은 돈방석에 앉아 한 푼도 돌려주려 하지 않았고 주식 투자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다. 현재 전인그룹 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전인그룹 아래에 있는 회사들마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젠 비아냥 밖에 할 말이 없는 게냐?”전인국은 무겁고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전동하가 피식 웃더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전인국의 얼굴을 보았다. 전인국의 긴장한 모습만 보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돈을 뱉어내 그들한테 주세요. 그래야지 당신을 놓아줄 겁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돈일 뿐이에요.”전인국의 얼굴이 변했다. “절대 그렇게는 못 한다. 그 돈이 내 손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 위아래에 많은 사람이 관여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그 돈들은 이미 윗선에 뇌물로 다 바쳤고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어.”전동하가 덤덤하게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 정지하고 상장 폐지하세요.”전인국의 얼굴이 삽시에 변하더니 죽일 듯이 전동하를 노려보았다.“동하야, 너는 아예 나를 도와줄 마음이 없구나?”“제가 당신을 만나준다고 하여 도와줄 것이라는 마음은
전인국이 떠난 사무실은 조용했다. 전동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바닥에 널브러진 찻잔을 들어 올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다행히 찻잔은 깨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대표실에 들어와 전동하와 함께 정리를 해주었다. “대표님, 전인국 회장의 돌아가는 표정이 보기 안 좋던데요.”“보기 안 좋아야 맞는 거겠죠.”전동하는 덤덤하게 말했다. 전동하가 말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전인국에게 다 뱉어냈다. 평생 전인국과 나눴던 대화 중 제일 많이 한 대화일 것이다. 다행히도 그의 선택에는 변함이 없었다. 비서가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말했다.“사실 전인그룹이 상장을 폐지한다면 모든 일은 해결될 텐데요. 아직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면 돈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하지 않나 봐요.”전동하가 차갑게 비웃으면서 일어서며 말했다.“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부사장이 전인그룹을 깔끔하게 팔아넘긴 걸 모르는 것 같던데,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어떤 반응일까요?”“대표님, 은정씨 일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가요?”전동하가 머뭇거리더니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어쩔줄 모르겠다는 웃음을 지었다.“그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요. 어쩌면 갑자기 여기로 올 수도 있고요.”“그럼 여쭤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표님이 은정씨를 위해 해준 게 얼만데... 은정씨가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전동하가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알게 된다면 반드시 저를 막을 거예요.”“막다니요? 왜죠?”비서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녀도 전인그룹을 싫어하지만 제가 복수를 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비서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전동하의 태도를 보고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전동하가 소은정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어떻게 하면 한 여자가 전동하를 이렇게 바뀌게 할 수 있을까? 정말이지 너무 놀랍다!“은정 아가씨는 정말 진심으로 대할 가치가 있는 사람 같
소은찬은 소은해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소은해와 소은정은 서로 마주 보면서 소은찬이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소은해는 옆에서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말했다.“형, 무슨 문젠데 그래.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일 문제야, 아니면 애정 문제야? 연구원에 형보다 더 천재가 나타났어? 아니면 돈이 모잘라?”소은찬은 어이없다는 듯 건방진 태도의 소은해를 노려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절반쯤 계단을 오르던 소은찬이 멈추더니 말했다.“은정아, 올라와.”순간 자기 이름을 들은 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응!”소은해가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는? 나는 무슨 일인지 알 권리도 없어?”소은정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어쩌면 다들 오빠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닐까?”“뭐?”소은해는 소파에 있던 쿠션을 소은정에게 던졌다. 소은정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쿠션을 피하고 웃으면서 소은찬을 따라 올라갔다. 소은찬의 방은 3층에 있었다. 인테리어는 소은찬이 좋아하는 그레이 톤의 깔끔한 분위기였다. 소은정도 오랜만에 올라오는 소은찬의 방에 한 바퀴 빙 둘러보면서 말했다.“대체 무슨 일이야? 나리 언니랑 싸웠어?”소은정의 말에 소은찬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점잖고 조용하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어쩌면... 나 파혼당할지도 몰라.”소은정이 당황하더니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뭐? 왜?”“오늘 웨딩드레스 고르는 날이라 예약도 다 해놨는데 내가 까먹고 연구실에 있었어.휴대 전화도 갖고 가지 않아 연락도 하지 못했어. 나리씨와 장모님이 웨딩드레스 샵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대...”소은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나리씨 부모님들이 화가 엄청 많이 나셨어, 나리씨도 그렇고... 무슨 얘기든지 안들어.”소은찬의 얘기를 들은 소은정도 소찬식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까다
소은찬의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났다.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소은찬은 하늘이 내려준 매력적인 외모 이외에는 정말 일 밖에 할 줄 몰랐다. 소찬식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소은찬이 경영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일에는 모든 것을 바치지만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 했다. “항상 내가 시간이 날 때 그녀에게 연락하는 편이야. 다른 때에는 나한테 연락해도 내가 받지 않는 것을 나리도 알고 있어.”소은찬은 무기력하게 대답했다. 고독한 소은찬의 모습을 본 소은정도 가슴이 아파졌다. 잠시 멈칫하던 소은정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그를 보면서 말했다. “나리 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나리 언니한테 찾아가면 되잖아.”소은찬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찾아간다고 하더라도 나를 만나줄까?”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진심으로 사과해야지!”소은찬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항상 나리한테 진심이었어!”소은정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오빠가 항상 진심이건 아니건 상관없어. 나리 언니한테 그 진심을 전달해 줘야 되는 거야. 오빠의 지위와 명예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위에서 뛰어내려야 해, 아니면 나리 언니한테는 오빠가 올려다보지 못하는 존재가 될 거야! 예를 들면 팬이 덕질하는 아이돌을 바꾸는 건 흔한 일이야. 어느 날 나리 언니가 오빠를 좋아하지 않고 다른 상대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거야!”그저 겁을 주려고 한 소은정의 말에 소은찬의 얼굴이 점점 변했다. 소은정이 하는 말을 소은찬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소은정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내일 소호랑을 팔아 나리 언니를 불러낼 테니 가서 진심으로 사과해. 선물 준비하고!”소은찬이 멀뚱멀뚱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정말 그거면 돼? 하지만 어머님 아버님도 엄청 화나신 것 같은데...”“오빠, 먼저 나리 언니 달래고 나서 다른 사람한테도 사과하면 돼, 만약 나리 언니 화가 풀린다면 어머님
한씨 아주머니가 일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알지. 알지. 그런데 호랑이가 단 건 먹나?”“호랑이는 맹수라서 다른 동물을 사냥하죠. 보통 식물이나 동물에게서 필요한 탄수화물을 섭취한답니다...”소호랑이 잔뜩 신난 얼굴로 한씨 아주머니에게 설명을 해주려 했지만 참다 못한 그녀가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호랑아, 아줌마한테 노래라도 좀 틀어줄래? 아줌마는 노래 들으면서 일하는 게 좋더라.”뭐야. 난 인간이랑 대화하는 게 더 좋단 말이야!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호랑이 입을 삐죽 내밀 무렵, 밖에서 보다 못한 소은정이 웃음을 참으며 문을 두드렸다.“소호랑, 새 취미를 찾은 거야?”소은정의 목소리에 잔뜩 흥분한 소호랑이 의자에서 풀쩍 뛰어내리더니 소은정의 품에 쏙 안겨 애교를 부렸다.“엄마!”소호랑의 폭신한 털을 만지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의 등장에 직원들은 부랴부랴 일어서며 말했다.“아가씨께서 여긴 무슨 일로...”“아, 호랑이 데리러 왔어요. 볼일 보세요...”말을 마친 그녀가 소호랑과 함께 밖으로 나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는 성격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제가 부잣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지만 몇년 째인데 대부분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거나 갑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은정 아가씨는 직접 주방에까지 오시고. 뭔가 다르신 것 같아요!”이에 한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나도 여기서 5년째 일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심한 말씀하시는 건 한번도 못 봤어. 항상 얼굴 찡그리고 있는 집사 양반도 아가씨한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니까.”“아, 그런데요. 그 태한그룹 대표님이랑은 헤어지셨다던데 그게 사실이에요?”신입 직원이 넌지시 던진 질문에 한씨 아주머니가 경고의 눈빛을 날렸다.“집사한테서 못 들었어? 그런 질문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바로 눈치를 살피던 신입이 고개를 숙였다.“그... 그냥 생각나서 물은 거예요. 조심할게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