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21 - 챕터 1330

2631 챕터

제1321화 정신 착란

한씨 아주머니가 일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알지. 알지. 그런데 호랑이가 단 건 먹나?”“호랑이는 맹수라서 다른 동물을 사냥하죠. 보통 식물이나 동물에게서 필요한 탄수화물을 섭취한답니다...”소호랑이 잔뜩 신난 얼굴로 한씨 아주머니에게 설명을 해주려 했지만 참다 못한 그녀가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호랑아, 아줌마한테 노래라도 좀 틀어줄래? 아줌마는 노래 들으면서 일하는 게 좋더라.”뭐야. 난 인간이랑 대화하는 게 더 좋단 말이야!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호랑이 입을 삐죽 내밀 무렵, 밖에서 보다 못한 소은정이 웃음을 참으며 문을 두드렸다.“소호랑, 새 취미를 찾은 거야?”소은정의 목소리에 잔뜩 흥분한 소호랑이 의자에서 풀쩍 뛰어내리더니 소은정의 품에 쏙 안겨 애교를 부렸다.“엄마!”소호랑의 폭신한 털을 만지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의 등장에 직원들은 부랴부랴 일어서며 말했다.“아가씨께서 여긴 무슨 일로...”“아, 호랑이 데리러 왔어요. 볼일 보세요...”말을 마친 그녀가 소호랑과 함께 밖으로 나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는 성격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제가 부잣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지만 몇년 째인데 대부분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거나 갑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은정 아가씨는 직접 주방에까지 오시고. 뭔가 다르신 것 같아요!”이에 한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나도 여기서 5년째 일하고 있는데 아가씨가 심한 말씀하시는 건 한번도 못 봤어. 항상 얼굴 찡그리고 있는 집사 양반도 아가씨한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니까.”“아, 그런데요. 그 태한그룹 대표님이랑은 헤어지셨다던데 그게 사실이에요?”신입 직원이 넌지시 던진 질문에 한씨 아주머니가 경고의 눈빛을 날렸다.“집사한테서 못 들었어? 그런 질문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바로 눈치를 살피던 신입이 고개를 숙였다.“그... 그냥 생각나서 물은 거예요. 조심할게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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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풉... 귀엽긴.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래. 같이 가자. 두 사람 오랜만에 만나는 거지? 나리 씨도 너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야.”하지만 소은정의 타이름에도 고개를 홱 돌린 소호랑은 소찬식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렸다....깊은 밤.가끔씩 들리는 매미소리가 어두운 밤에 운치 한 스푼을 더해 주었다.잠시 후,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소은정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내려왔다.방금 S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소은호가 거실에 앉아있었지만 소은정의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집사 손에 들린 쇼핑백이었다.“설마 특산품이야?”눈동자를 반짝이는 소은정을 보며 픽 웃던 소은호가 대답했다.“응. 너 호두과자 좋아하잖아.”“오, 역시 오빠... 컴백 축하해. 고생 많았지.”별 영혼 없는 아부의 목소리에 소은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책상 위에 파일을 휙 던져두었다.“S시 현황이야. 내 생각엔 처음부터 다 엎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공사도 일단 중단시켰어. 원자재 구매에 특별히 더 신경 쓰라고 했고... 아무튼 파일 한 번 봐봐. 샤워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겨우 호두과자 포장을 뜯은 소은정이 오빠를 노려 보았다.뭐야... 오자마자 나 야근시키는 거야?투닥거리는 남매를 바라보는 집사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도련님이 아가씨 약점을 아주 꽉 잡았네요. 맛있는 거 좋아하시잖아요.”그러게... 먹을 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억울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들은 밥 먹었어요?”“은찬 도련님은... 2층이 계신데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저녁 드시라는 말씀을 못 드렸네요. 은해 도련님은 술 마시러 나가셨습니다.”정직하게 각자의 동향을 보고하던 집사가 한 마디 덧붙였다.“회장님은 서재에 계시고요.”그래요. 소파에 앉은 그녀가 담요로 다리를 덮은 뒤 호두과자를 한입 베어물었다.맛있다...S시에 갈 때마다 먹고 싶었는데 워낙 바쁘게 오고 가느라 호두과자 한 번을 못 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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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양아치

소은해가 혀를 끌끌 찼다.“뭘 하든 너보단 더 재미있었겠지. 그런데... 두 사람이 너무 열심히 사니까 내가 너무 양아치 같네.”그제야 고개를 든 소은호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아치 맞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머쓱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던 소은해가 돌아섰다.“됐어. 나 잘 거야.”계단을 몇 개쯤 올라가던 그가 흠칫하더니 소은정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왜 저래?하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은정은 계속 소은호와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었다.잠시 후, 책상 위에 올려둔 소은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와이프”발신인을 확인한 그가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보세요?”그 뒤로 이어지는 통화에서 소은호는 거의 대답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와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행복감이 소은정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오빠가 저런 표정을 짓게 될 거란 걸 어떻게 알았겠어...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통화를 마친 소은호는 바로 소은정과 회의를 계속하고 약 10분 뒤.시계를 힐끗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새언니가 나더러 밤 새지 말고 일찍 자라더라. 얼른 나가.”서재를 나서던 소은호가 한 마디 덧붙였다.“아, 파일 정리하고 나가라.”묘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서는 소은호의 모습에 소은정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새언니 말은 더럽게 잘 듣네... 워커홀릭인 오빠가 이렇게 쉽게 일을 내려놓는다고? 사랑이 무섭긴 무섭다...소은호의 그림자가 복도를 사라질 때에야 정신을 차린 소은정은 파일을 정리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컨디션으로 서재를 나섰다.방으로 걸어가던 그녀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몇 분 전 소은해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내가 바로 지원군 보내줄게.”그리고 한시연에게 전화를 건 통화기록 캡처까지...오빠가 새언니한테 연락한 거였어? 소은해... 간만에 좋은 일 했네.다음 날.소은정에게서 약속 장소를 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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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맞선

싱긋 웃던 소은정이 가방에서 소호랑을 꺼내며 말했다.“호랑이가 나리 씨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요.”하지만 그녀의 설명과 달리 소호랑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다리를 버둥대고 있었다.“아니거든요! 이거 놔요! 신나리... 잡아먹어버릴 거야!”방금 전까지 시무룩하던 신나리의 눈에 드디어 빛이 들어오고 그녀는 소호랑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하, 얘가 정말 자기가 맹수인 줄 아나 봐? 야, 배신자. 네가 날 잡아먹겠다고? 그러다 배 터진다, 너?”신나리의 손에 잡혔지만 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한참을 또 발버둥치던 소호랑은 잠시 후 결국 “신나리가 가장 예쁘다” 라는 말을 세 번이나 외친 뒤에야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기분이 좋아진 듯한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나리 씨, 우리 나가서 쇼핑 좀 할까요?”소은정의 시선을 따라가던 신나리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그녀가 보고 있는 곳은 고급 웨딩드레스 샵, 심지어 엄격하게 회원제로 운영되어 모든 게 프리미엄으로 운영되는 브랜드 매장이었다.돈만 있다고 입을 수 있는 드레스가 아니었으므로 신나리도 착용해 보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던 차였다.나름 유복하게 컸지만 재벌인 소씨 일가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고... 소은찬은 겉치레에 별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두 사람의 웨딩드레스는 이미 대충 알 만한 브랜드로 정한 뒤였다.하지만 결혼이란 멀쩡한 커플도 미치게 만드는 참 이상한 의식, 사귀며 한 번도 서로 언성을 높인 적 없었던 신나리, 소은찬 커플도 현실속 문제에 싸우고 말았다.신나리의 표정이 또 다시 어두워지자 소은정이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리 씨, 들어가요. 두 사람 결혼하는 데 난 선물도 못 했잖아요.”하지만 망설이며 꿈쩍도 하지 않던 신나리가 결국 입을 열었다.“언니, 저... 오빠랑 결혼 안 할지도 몰라요.”대충 눈치를 채긴 했지만 신나리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느껴졌다.“저번에 웨딩드레스 피팅하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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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다 와이프 거

도망치 듯 돌아서려는 신나리의 손목을 잡은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나리 씨. 나 못 믿어요? 나 SC그룹 소은정 대표예요. 저기 한 번 못 들어갈까 봐요?”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듯 미간을 찌푸리는 신나리의 모습에 소은정은 자존심이 팍 상하는 기분이었다.왠지 타오르는 승부욕에 소은정이 손까지 휘두르며 목소리를 높였다.“이 쇼핑몰이 내 건데...! 내가 못 들어간다고요? 그러기만 해봐... 바로 쫓아내버릴 거니까!”뭐? 이 쇼핑몰 전체가 언니 거라고?신나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소은정이 신나리의 손목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문을 열기도 전에 직원이 공손한 태도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어서오세요...”“와, 안에 직원 있었구나...”항상 문이 꼭 닫혀있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한편,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아주 예의있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는 럭셔리 그 자체였다.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함이 느껴지는 럭셔리함, 조명 하나하나까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깎인 것이 인상적이었다.드레스 자락이 수십 미터인 메인 드레스가 공중에 전시되어 있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물론 비싸겠지만 여자라면 마음을 쏙 빼앗길 정도로 예쁜 드레스에 신나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처음 들어오는 건데... 진짜 색다르다.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아...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드레스를 픽할 수 있도록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된 전광판에서 모델들의 피팅 이미지들이 슬라이딩으로 전시되고 있었다.방금 전 우물쭈물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난 얼굴의 신나리가 소은정의 팔을 꼭 잡았다.“진짜 너무 예뻐요... 잡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것 같아요...”감탄을 이어가던 신나리가 사진이라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려던 그때,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가게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지만 곧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다 바로 말을 바꾸었다.“하지만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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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화 영화 같은 삶

미소를 짓던 직원들은 바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잔뜩 긴장한 표정의 신나리가 물었다.“정말 피팅해 봐도 되는 거예요? 언니는요?”“전문 모델이 피팅한 걸 봐도 되긴 하지만... 직접 입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드레스 같은 건 자기한테 어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피팅하다 지치면 어쩔 수 없지만요.”하지만 신나리는 여전히 의아할 따름이었다.난 그냥 구경이나 하려고 온 건데... 왜 갑자기 웨딩드레스 피팅을 하게 된 거지? 뭔가... 말리는 기분이야.그래도... 진짜 이쁘긴 하다. 세계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건가? 그래. 입어보자! 입어보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생각 끝에 신나리는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쪼르르 피팅룸으로 향했다.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그녀를 맞이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드레스 피팅 도와드릴까요?”와, 비싼 브랜드가 다르긴 하네. 서비스가 아주 완벽한데?하지만 옷 갈아입는 것까지 시중받는 건 왠지 어색하다는 기분에 신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제가 알아서 갈아입을게요.”직원은 여전히 공손한 미소를 얼굴에 띈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직원이 피팅룸을 나서고 그제야 신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이런 서비스도 받던 사람이나 받는 거지... 난 좀 어색하네. 그럼 어디 입어볼까...한편, 소은정은 직원이 내온 디저트를 즐기며 드레스 샘플 사진을 보고 있다.하지만 다음 순간, 잘생긴 남자 한 명이 불쑥 그녀 옆에 다가왔다. 컵케익을 한입 베어물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케이크를 접시 위에 버려버린다.“아주머니가 한 게 훨씬 더 맛있겠다.”이에 소은정이 남자를 흘겨 보았다.“오빠가 여긴 왜 왔어?”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정체는 소은해였다. 회사 일 때문에 도준호와 미팅을 하고 있다던 그가 갑자기 드레스샵에 나타나 묘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의아할 따름이었다.“하,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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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보고 싶지 않아

한편, 벌써 여러벌 째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있는 신나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예약도 힘들다는 그 브랜드 드레스 샵에 내가 있다니... 게다가 드레스 피팅까지 하고 있다니. 그나저나 비싼 게 진짜 좋긴 해? 디테일이며 소재며... 하나하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소은정은 신나리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올 때마다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다.뜬금없는 소은해의 등장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별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게다가 무조건 예쁘다고만 말하는 소은정과 달리 체형과 얼굴형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추천해 주는 건 물론이고 사진 촬영도 열정적으로 해주니 의아함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역시... 연예인이라 뭐가 다르긴 다르구나...1시간 뒤, 리액션만 하다 지친 소은정과 달리 신나리는 여전히 신난 상태였다. 가게 있는 드레스를 모두 입어 볼 기세인 신나리를 바라보자니 어딘가에서 몰래 숨어있을 소은찬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이것만 갈아입고 올게요.”“그래요.”하지만 30분이 흐른 뒤에도 신나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뭔가 잘 안 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 피팅룸 안쪽에서 신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가 어떻게 여기에... 가요! 나 오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정말 나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어?”두 사람의 대화를 대충 들은 소은정과 소은해는 서로 시선을 마주친 뒤 부랴부랴 안쪽으로 달려갔다.역시나 탈의실 앞에서 신나리, 소은찬 커플은 무거운 분위기로 대치 중이었다.아직 출시 전인 최신상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나리는 마치 실수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 요정처럼 아름다웠고 턱시도 차림의 소은찬은 심플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차갑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더 돋보였다.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시울이 어느새 빨개졌다.차마 여자를 놓을 수 없는 남자와 차마 돌아설 수 없는 여자.벽에 기댄 소은해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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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알아서 해

이대로 가면 정말 소은찬이 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옆에서 싸움 구경 중이던 소은정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 신나리의 손을 잡았다.“맞아.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난 이번엔 나리 씨 편이야. 오빠가 너무 한 거 맞고 두 사람 잘 안 맞는 것 같아. 차라리 여기서 그냥 끝내는 게 좋겠어.”당황한 소은찬의 입꼬리가 살짝 떨리고 소은해도, 심지어 신나리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쟤가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모두의 의아한 눈빛속에서 소은정은 말을 이어갔다.“오빠랑 헤어지면 바로 나리 씨한테 소개팅 해주려고. 첫 주자는 강희 어때? 집안도 좋고 자상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고. 이 세상에 널린 게 남자잖아? 하물며 이딴 드레스도 따져보고 더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는데 남자도 이왕이면 나한테 더 잘해주는 남자가 좋지 않겠어?”소은정의 말에 신나리의 눈동자가 감격의 눈물로 반짝였다.이때 이를 악문 소은찬이 겨우 입을 열었다.“소은정, 하지 마...”“나리 씨가 오빠 싫다잖아. 두 사람 헤어지고 나면 누굴 만나든 오빠랑 상관없는 거 아니야? 워커홀릭 좋지. 실험이 그렇게 좋으면 평생 실험하면서 혼자 살아. 괜히 멀쩡한 여자 속 새까맣게 태우지 말고. 아, 나리 씨가 결혼하면 청첩장 정도는 보내줄게.”소은정의 깐족거림에 소은찬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 주위의 공기가 왠지 더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소은찬의 음울한 눈동자가 신나리를 향했다.나리가 정말 그런다면... 난... 난 진짜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것 같아.한편, 소은정의 잔인함에 신나리는 몰래 침을 삼켰고 소은해는 소은정의 의도를 눈치챘음에도 신랄한 독설에 왠지 형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나리 씨, 형 팩폭으로 죽기 전에 어서 용서해 줘요.이때, 말을 마친 소은정이 신나리의 손목을 잡았다.“나리 씨, 가요. 오빠는 신경 쓰지 말아요.”당황하던 소은찬이 손나리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가지 마...”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은찬이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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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후회의 기회

신나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하지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 걸 발견한 소은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오빠 지금이야! 더 몰아붙이라고!소은찬을 향해 소은정이 강렬한 텔레파시를 보냈다.한편 침을 꿀꺽 삼킨 소은찬이 신나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를 꺼내려는 듯 손을 주머니에 넣자 소은정, 소은해 남매가 눈을 반짝였다.‘프러포즈? 화해시키려다 좋은 구경하네. 우리 오빠 이번엔 진짜 마음 제대로 먹었나 봐.’‘역시 우리 형, 똑똑하긴 해... 하나를 배워주니까 열을 아네.’역시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나리는 관심없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대감과 설렘은 감출 수 없었다.그렇게 모두의 주목 하에 소은찬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천히 신나리의 손을 잡은 소은찬이 깊은 숨을 내쉬더니 무언가를 신나리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건넨 물건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소은정, 소은해 남매도, 신나리도 한방 맞은 듯한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이건... 통장이잖아...? 난 당연히 반지인 줄 알았는데. 오빠, 나리 씨가 이걸로 화내도 난 더 이상 안 도와줄 거야. 오빤 진짜... 구제불능이다.“나리야, 널 만나고 나서 받은 모든 인센티브 다 이안에 들어있어. 우리가 하는 연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겠지만 이건 내가 이룬 성과와 명예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워낙 급해서 반지는 못 샀지만 내 모든 명예를 줄게.”남들과 어딘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장면은 바라지도 못했던 신나리의 가슴은 감동으로 달콤하게 물들었다.그녀에게 소은찬은 논문이나 기사로 겨우 접할 수 있는 연예인, 아니 위인전의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거... 지금 현실 맞지? 나 꿈 꾸고 있는 거 아니지?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물었다.“안에 얼마 있는데요? 반지 정도는 살 수 있는 거 맞죠?”엉뚱한 질문에 흠칫하던 소은찬이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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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마마보이

“쳇”삐진 듯 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이글 엔터로 가자. 도준호 대표... 너한테 잘릴 뻔하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어. 네가 가서 뭐라고 좀 해봐.”“싫어.”“진짜? 회사에 신인 잔뜩 들어왔는데 다들 잘생겼더라. 확실히 유전자가 더 좋아지고 있긴 한 것 같아? 안 그래?”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소은해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으음. 오빠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고 그럼 같이 가줄게.”으이그, 내 핑계는.소은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녕히 가십시오.”마지막까지 친절한 직원이 배웅을 받으며 남매는 가게를 나섰다.그리고 소은정은 드레스 브랜드 CEO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신나리 한 사람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했다.드레스 브랜드 CEO는 패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대가였지만 SC그룹과의 협력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초초초 엘리트 계급에게만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구하는 그와 달리 SC그룹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타깃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 일로 소은정이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언젠가 파티에 그의 드레스를 입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샐럽인 그녀가 입어준다면 사교계 재벌 2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터.CEO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한편, 차에 앉은 소은정이 물었다.“언제 돌아가야 해?”“내일 오전 비행기야.”“그렇게 급하게? 하늘이는 알아?”“그럼.”“하늘이가 배웅하는 거야?”아쉬움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소은해가 고개를 저었다.“하늘이는 오늘 독일로 출장가야 해. 하필 시간이 어긋났던 거지 뭐.”그 목소리에 한참을 생각하던 소은정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두 사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보통 연애할 땐 꼭 붙어있어야 정상 아니야? 오빠 이번에 돌아온 뒤로 하늘이랑 몇 번 만나지도 않았잖아. 뭐 벌써 권태기 그런 거야?”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이를 꽉 물었다.“아주 그냥 저주를 퍼부어라.”“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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