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 듯 돌아서려는 신나리의 손목을 잡은 소은정이 미소를 지었다.“나리 씨. 나 못 믿어요? 나 SC그룹 소은정 대표예요. 저기 한 번 못 들어갈까 봐요?”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듯 미간을 찌푸리는 신나리의 모습에 소은정은 자존심이 팍 상하는 기분이었다.왠지 타오르는 승부욕에 소은정이 손까지 휘두르며 목소리를 높였다.“이 쇼핑몰이 내 건데...! 내가 못 들어간다고요? 그러기만 해봐... 바로 쫓아내버릴 거니까!”뭐? 이 쇼핑몰 전체가 언니 거라고?신나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소은정이 신나리의 손목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문을 열기도 전에 직원이 공손한 태도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어서오세요...”“와, 안에 직원 있었구나...”항상 문이 꼭 닫혀있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한편,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아주 예의있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내부 인테리어는 럭셔리 그 자체였다.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함이 느껴지는 럭셔리함, 조명 하나하나까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깎인 것이 인상적이었다.드레스 자락이 수십 미터인 메인 드레스가 공중에 전시되어 있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물론 비싸겠지만 여자라면 마음을 쏙 빼앗길 정도로 예쁜 드레스에 신나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처음 들어오는 건데... 진짜 색다르다.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아...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드레스를 픽할 수 있도록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된 전광판에서 모델들의 피팅 이미지들이 슬라이딩으로 전시되고 있었다.방금 전 우물쭈물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난 얼굴의 신나리가 소은정의 팔을 꼭 잡았다.“진짜 너무 예뻐요... 잡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것 같아요...”감탄을 이어가던 신나리가 사진이라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려던 그때,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가게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지만 곧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다 바로 말을 바꾸었다.“하지만 특별히
미소를 짓던 직원들은 바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잔뜩 긴장한 표정의 신나리가 물었다.“정말 피팅해 봐도 되는 거예요? 언니는요?”“전문 모델이 피팅한 걸 봐도 되긴 하지만... 직접 입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드레스 같은 건 자기한테 어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피팅하다 지치면 어쩔 수 없지만요.”하지만 신나리는 여전히 의아할 따름이었다.난 그냥 구경이나 하려고 온 건데... 왜 갑자기 웨딩드레스 피팅을 하게 된 거지? 뭔가... 말리는 기분이야.그래도... 진짜 이쁘긴 하다. 세계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건가? 그래. 입어보자! 입어보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생각 끝에 신나리는 소은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쪼르르 피팅룸으로 향했다.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그녀를 맞이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드레스 피팅 도와드릴까요?”와, 비싼 브랜드가 다르긴 하네. 서비스가 아주 완벽한데?하지만 옷 갈아입는 것까지 시중받는 건 왠지 어색하다는 기분에 신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제가 알아서 갈아입을게요.”직원은 여전히 공손한 미소를 얼굴에 띈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직원이 피팅룸을 나서고 그제야 신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이런 서비스도 받던 사람이나 받는 거지... 난 좀 어색하네. 그럼 어디 입어볼까...한편, 소은정은 직원이 내온 디저트를 즐기며 드레스 샘플 사진을 보고 있다.하지만 다음 순간, 잘생긴 남자 한 명이 불쑥 그녀 옆에 다가왔다. 컵케익을 한입 베어물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케이크를 접시 위에 버려버린다.“아주머니가 한 게 훨씬 더 맛있겠다.”이에 소은정이 남자를 흘겨 보았다.“오빠가 여긴 왜 왔어?”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정체는 소은해였다. 회사 일 때문에 도준호와 미팅을 하고 있다던 그가 갑자기 드레스샵에 나타나 묘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의아할 따름이었다.“하, 이건
한편, 벌써 여러벌 째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있는 신나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예약도 힘들다는 그 브랜드 드레스 샵에 내가 있다니... 게다가 드레스 피팅까지 하고 있다니. 그나저나 비싼 게 진짜 좋긴 해? 디테일이며 소재며... 하나하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소은정은 신나리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올 때마다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다.뜬금없는 소은해의 등장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별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게다가 무조건 예쁘다고만 말하는 소은정과 달리 체형과 얼굴형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추천해 주는 건 물론이고 사진 촬영도 열정적으로 해주니 의아함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역시... 연예인이라 뭐가 다르긴 다르구나...1시간 뒤, 리액션만 하다 지친 소은정과 달리 신나리는 여전히 신난 상태였다. 가게 있는 드레스를 모두 입어 볼 기세인 신나리를 바라보자니 어딘가에서 몰래 숨어있을 소은찬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이것만 갈아입고 올게요.”“그래요.”하지만 30분이 흐른 뒤에도 신나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뭔가 잘 안 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 피팅룸 안쪽에서 신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가 어떻게 여기에... 가요! 나 오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정말 나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어?”두 사람의 대화를 대충 들은 소은정과 소은해는 서로 시선을 마주친 뒤 부랴부랴 안쪽으로 달려갔다.역시나 탈의실 앞에서 신나리, 소은찬 커플은 무거운 분위기로 대치 중이었다.아직 출시 전인 최신상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나리는 마치 실수로 인간 세상에 내려온 요정처럼 아름다웠고 턱시도 차림의 소은찬은 심플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차갑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더 돋보였다.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시울이 어느새 빨개졌다.차마 여자를 놓을 수 없는 남자와 차마 돌아설 수 없는 여자.벽에 기댄 소은해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소은찬이 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옆에서 싸움 구경 중이던 소은정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 신나리의 손을 잡았다.“맞아.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난 이번엔 나리 씨 편이야. 오빠가 너무 한 거 맞고 두 사람 잘 안 맞는 것 같아. 차라리 여기서 그냥 끝내는 게 좋겠어.”당황한 소은찬의 입꼬리가 살짝 떨리고 소은해도, 심지어 신나리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쟤가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모두의 의아한 눈빛속에서 소은정은 말을 이어갔다.“오빠랑 헤어지면 바로 나리 씨한테 소개팅 해주려고. 첫 주자는 강희 어때? 집안도 좋고 자상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고. 이 세상에 널린 게 남자잖아? 하물며 이딴 드레스도 따져보고 더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는데 남자도 이왕이면 나한테 더 잘해주는 남자가 좋지 않겠어?”소은정의 말에 신나리의 눈동자가 감격의 눈물로 반짝였다.이때 이를 악문 소은찬이 겨우 입을 열었다.“소은정, 하지 마...”“나리 씨가 오빠 싫다잖아. 두 사람 헤어지고 나면 누굴 만나든 오빠랑 상관없는 거 아니야? 워커홀릭 좋지. 실험이 그렇게 좋으면 평생 실험하면서 혼자 살아. 괜히 멀쩡한 여자 속 새까맣게 태우지 말고. 아, 나리 씨가 결혼하면 청첩장 정도는 보내줄게.”소은정의 깐족거림에 소은찬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 주위의 공기가 왠지 더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소은찬의 음울한 눈동자가 신나리를 향했다.나리가 정말 그런다면... 난... 난 진짜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것 같아.한편, 소은정의 잔인함에 신나리는 몰래 침을 삼켰고 소은해는 소은정의 의도를 눈치챘음에도 신랄한 독설에 왠지 형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나리 씨, 형 팩폭으로 죽기 전에 어서 용서해 줘요.이때, 말을 마친 소은정이 신나리의 손목을 잡았다.“나리 씨, 가요. 오빠는 신경 쓰지 말아요.”당황하던 소은찬이 손나리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가지 마...”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은찬이 드디어
신나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하지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 걸 발견한 소은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오빠 지금이야! 더 몰아붙이라고!소은찬을 향해 소은정이 강렬한 텔레파시를 보냈다.한편 침을 꿀꺽 삼킨 소은찬이 신나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를 꺼내려는 듯 손을 주머니에 넣자 소은정, 소은해 남매가 눈을 반짝였다.‘프러포즈? 화해시키려다 좋은 구경하네. 우리 오빠 이번엔 진짜 마음 제대로 먹었나 봐.’‘역시 우리 형, 똑똑하긴 해... 하나를 배워주니까 열을 아네.’역시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나리는 관심없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대감과 설렘은 감출 수 없었다.그렇게 모두의 주목 하에 소은찬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천히 신나리의 손을 잡은 소은찬이 깊은 숨을 내쉬더니 무언가를 신나리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건넨 물건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소은정, 소은해 남매도, 신나리도 한방 맞은 듯한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이건... 통장이잖아...? 난 당연히 반지인 줄 알았는데. 오빠, 나리 씨가 이걸로 화내도 난 더 이상 안 도와줄 거야. 오빤 진짜... 구제불능이다.“나리야, 널 만나고 나서 받은 모든 인센티브 다 이안에 들어있어. 우리가 하는 연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겠지만 이건 내가 이룬 성과와 명예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워낙 급해서 반지는 못 샀지만 내 모든 명예를 줄게.”남들과 어딘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장면은 바라지도 못했던 신나리의 가슴은 감동으로 달콤하게 물들었다.그녀에게 소은찬은 논문이나 기사로 겨우 접할 수 있는 연예인, 아니 위인전의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거... 지금 현실 맞지? 나 꿈 꾸고 있는 거 아니지?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물었다.“안에 얼마 있는데요? 반지 정도는 살 수 있는 거 맞죠?”엉뚱한 질문에 흠칫하던 소은찬이 싱
“쳇”삐진 듯 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이글 엔터로 가자. 도준호 대표... 너한테 잘릴 뻔하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어. 네가 가서 뭐라고 좀 해봐.”“싫어.”“진짜? 회사에 신인 잔뜩 들어왔는데 다들 잘생겼더라. 확실히 유전자가 더 좋아지고 있긴 한 것 같아? 안 그래?”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소은해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으음. 오빠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고 그럼 같이 가줄게.”으이그, 내 핑계는.소은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녕히 가십시오.”마지막까지 친절한 직원이 배웅을 받으며 남매는 가게를 나섰다.그리고 소은정은 드레스 브랜드 CEO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신나리 한 사람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했다.드레스 브랜드 CEO는 패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대가였지만 SC그룹과의 협력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초초초 엘리트 계급에게만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구하는 그와 달리 SC그룹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타깃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 일로 소은정이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언젠가 파티에 그의 드레스를 입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샐럽인 그녀가 입어준다면 사교계 재벌 2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터.CEO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한편, 차에 앉은 소은정이 물었다.“언제 돌아가야 해?”“내일 오전 비행기야.”“그렇게 급하게? 하늘이는 알아?”“그럼.”“하늘이가 배웅하는 거야?”아쉬움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소은해가 고개를 저었다.“하늘이는 오늘 독일로 출장가야 해. 하필 시간이 어긋났던 거지 뭐.”그 목소리에 한참을 생각하던 소은정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두 사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보통 연애할 땐 꼭 붙어있어야 정상 아니야? 오빠 이번에 돌아온 뒤로 하늘이랑 몇 번 만나지도 않았잖아. 뭐 벌써 권태기 그런 거야?”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이를 꽉 물었다.“아주 그냥 저주를 퍼부어라.”“아 맞
점잖은 분위기의 도준호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다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이미 문을 연 소은해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문을 두드렸다.“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지.”당연히 비서라고 생각한 도준호가 짜증스레 고개를 돌린 그때.방금 전 그가 언급한 소은해는 물론이고 요즘 가장 두려운 존재인 소은정의 얼굴까지 보이니 당황한 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아... 은해 씨, 귀국했어요?”부랴부랴 다가온 도준호가 말을 이어갔다.“은정 대표님,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처음 뵙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놀랍네요.”“꺼지세요.”소은호의 뒤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소은정이 자연스레 반박했다.“넵.”까칠한 말이었지만 이렇게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 것만 해도 도준호는 감지덕지였다. 쌍욕을 해도 굽신거릴 판에 꺼지라는 말 정도야 뭐...도준호는 여전히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귀국했으면 미리 말을 하지. 직접 데리러 갔을 텐데요. 아, 지금 준비중인 작품 있는데 은해 씨가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 우정 출연 같은 것도 좋은데...”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소은해가 눈썹을 씰룩였다.“이걸 미안해서 어쩌나... 나 내일 바로 다시 떠나는데?”“하... 일부러 지금 온 거죠? 미리 말하면 내가 귀찮게 굴까 봐?”도준호의 날카로운 지적에 소은해가 어깨를 으쓱했다.“도 대표가 고생이 많아?”“지금 연예인들도 제작자로, 감독으로 전업하는 거 알죠?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런데 도와주질 못할 망정 꿈 찾겠다고 밖으로 나돌고 있으니... 내가 답답하겠어요, 안 답답하겠어요?”“괜찮아. 지금까진 내가 이 바닥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잖아? 나 없는 사이에 잘들 싸우라고 그래.”“이 정도면 진짜 왕자병인 거 알죠?”“우리 도 대표 능력을 믿는 거지.”한편, 휴대폰 게임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은정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저 말투는 꼭... 애교 부리는 여자 친구 같달까?두 사람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회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선 도준호보다 모르는 게 사실이고 뼛속까지 완벽한 사업가인 도준호가 손해 볼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은해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래. 잘생긴 애들 있어? 은정이가 보고 싶다는데...”그의 말에 사무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도준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소은정은 커다래진 눈으로 오빠를 노려 보았다.이런... 그렇게 다 까밝히면 어떡해! 좀 더 돌려서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잠시 후, 어색한 침묵을 깨트린건 도준호였다.“아, 이해합니다.”“뭘 이해한다는 거죠?”소은정의 까칠한 질문에 도준호가 눈을 찡긋했다.“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절대 소문 안 낼 겁니다. 이 바닥에서 이런 일이야 뭐 흔하죠.”“아니, 그게 아니라...”하지만 도준호는 아예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잘생긴 애가 들어오긴 했죠. 그룹 리더도 걔한테 맡기려고요. 키 192cm에 얼굴은...”말끝을 흐리던 도준호가 눈을 반짝였다.“저번에 접대 나갈 일이 있었는데 남자고 여자고 다 걔만 쳐다보더라니까요.”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소은정을 향해 도준호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을 위해 남겨둔 아이입니다.”하, 저 남자를 죽여살려...잔뜩 짜증이 난 소은정과 달리 소은해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그러니까 얼른 보여줘. 우리가 직접 연습실로 내려가야 하나?”“아니요. 올라오라고 하죠.”도준호가 휴대폰을 들려고 하자 소은정이 부랴부랴 손을 저었다.이 상황에서 정말 그 신인이 올라온다면 도준호의 추측이 아예 100% 사실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안 만나도 됩니다.”“에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세요. 여기 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밀 지켜드리겠습니다.”소은해도 옆에서 기름을 부었다.“그러니까.”아, 진짜... 저 두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야?“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리고 한 사람 말고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