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삐진 듯 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이글 엔터로 가자. 도준호 대표... 너한테 잘릴 뻔하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어. 네가 가서 뭐라고 좀 해봐.”“싫어.”“진짜? 회사에 신인 잔뜩 들어왔는데 다들 잘생겼더라. 확실히 유전자가 더 좋아지고 있긴 한 것 같아? 안 그래?”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소은해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으음. 오빠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고 그럼 같이 가줄게.”으이그, 내 핑계는.소은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녕히 가십시오.”마지막까지 친절한 직원이 배웅을 받으며 남매는 가게를 나섰다.그리고 소은정은 드레스 브랜드 CEO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신나리 한 사람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했다.드레스 브랜드 CEO는 패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대가였지만 SC그룹과의 협력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초초초 엘리트 계급에게만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구하는 그와 달리 SC그룹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타깃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 일로 소은정이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언젠가 파티에 그의 드레스를 입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샐럽인 그녀가 입어준다면 사교계 재벌 2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터.CEO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한편, 차에 앉은 소은정이 물었다.“언제 돌아가야 해?”“내일 오전 비행기야.”“그렇게 급하게? 하늘이는 알아?”“그럼.”“하늘이가 배웅하는 거야?”아쉬움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소은해가 고개를 저었다.“하늘이는 오늘 독일로 출장가야 해. 하필 시간이 어긋났던 거지 뭐.”그 목소리에 한참을 생각하던 소은정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두 사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보통 연애할 땐 꼭 붙어있어야 정상 아니야? 오빠 이번에 돌아온 뒤로 하늘이랑 몇 번 만나지도 않았잖아. 뭐 벌써 권태기 그런 거야?”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이를 꽉 물었다.“아주 그냥 저주를 퍼부어라.”“아 맞
점잖은 분위기의 도준호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다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이미 문을 연 소은해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문을 두드렸다.“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지.”당연히 비서라고 생각한 도준호가 짜증스레 고개를 돌린 그때.방금 전 그가 언급한 소은해는 물론이고 요즘 가장 두려운 존재인 소은정의 얼굴까지 보이니 당황한 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아... 은해 씨, 귀국했어요?”부랴부랴 다가온 도준호가 말을 이어갔다.“은정 대표님,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처음 뵙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놀랍네요.”“꺼지세요.”소은호의 뒤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소은정이 자연스레 반박했다.“넵.”까칠한 말이었지만 이렇게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 것만 해도 도준호는 감지덕지였다. 쌍욕을 해도 굽신거릴 판에 꺼지라는 말 정도야 뭐...도준호는 여전히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귀국했으면 미리 말을 하지. 직접 데리러 갔을 텐데요. 아, 지금 준비중인 작품 있는데 은해 씨가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 우정 출연 같은 것도 좋은데...”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소은해가 눈썹을 씰룩였다.“이걸 미안해서 어쩌나... 나 내일 바로 다시 떠나는데?”“하... 일부러 지금 온 거죠? 미리 말하면 내가 귀찮게 굴까 봐?”도준호의 날카로운 지적에 소은해가 어깨를 으쓱했다.“도 대표가 고생이 많아?”“지금 연예인들도 제작자로, 감독으로 전업하는 거 알죠?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런데 도와주질 못할 망정 꿈 찾겠다고 밖으로 나돌고 있으니... 내가 답답하겠어요, 안 답답하겠어요?”“괜찮아. 지금까진 내가 이 바닥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잖아? 나 없는 사이에 잘들 싸우라고 그래.”“이 정도면 진짜 왕자병인 거 알죠?”“우리 도 대표 능력을 믿는 거지.”한편, 휴대폰 게임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은정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저 말투는 꼭... 애교 부리는 여자 친구 같달까?두 사람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회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선 도준호보다 모르는 게 사실이고 뼛속까지 완벽한 사업가인 도준호가 손해 볼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은해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래. 잘생긴 애들 있어? 은정이가 보고 싶다는데...”그의 말에 사무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도준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소은정은 커다래진 눈으로 오빠를 노려 보았다.이런... 그렇게 다 까밝히면 어떡해! 좀 더 돌려서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잠시 후, 어색한 침묵을 깨트린건 도준호였다.“아, 이해합니다.”“뭘 이해한다는 거죠?”소은정의 까칠한 질문에 도준호가 눈을 찡긋했다.“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절대 소문 안 낼 겁니다. 이 바닥에서 이런 일이야 뭐 흔하죠.”“아니, 그게 아니라...”하지만 도준호는 아예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잘생긴 애가 들어오긴 했죠. 그룹 리더도 걔한테 맡기려고요. 키 192cm에 얼굴은...”말끝을 흐리던 도준호가 눈을 반짝였다.“저번에 접대 나갈 일이 있었는데 남자고 여자고 다 걔만 쳐다보더라니까요.”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소은정을 향해 도준호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을 위해 남겨둔 아이입니다.”하, 저 남자를 죽여살려...잔뜩 짜증이 난 소은정과 달리 소은해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그러니까 얼른 보여줘. 우리가 직접 연습실로 내려가야 하나?”“아니요. 올라오라고 하죠.”도준호가 휴대폰을 들려고 하자 소은정이 부랴부랴 손을 저었다.이 상황에서 정말 그 신인이 올라온다면 도준호의 추측이 아예 100% 사실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안 만나도 됩니다.”“에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세요. 여기 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밀 지켜드리겠습니다.”소은해도 옆에서 기름을 부었다.“그러니까.”아, 진짜... 저 두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야?“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리고 한 사람 말고 데
이에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도준호가 해명을 시작했다.“유준열 저희 회사와 계약 해지했습니다. 저희가 손호영한테만 신경을 쓴다고 불만이 굉장히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아예 팬들까지 선동해선 회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고 해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지하는 게 낫겠더라고요.”의심스러운 표정의 소은정이 뭔가 말하려던 그때,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도준호는 바로 선을 그었다.“아, 제가 손 쓴 거 아닙니다. 유준열한테 쓴 돈이 얼만데요. 하지만 유준열은 나름 팬덤이 두터운 연예인에요. 여론전을 벌이면 저희가 불리해질 것 같기도 하고 손호영도 요즘 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회사에서 어느 연예인을 더 띄워주냐로 팬들끼리 싸우기까지 하더라고요... 게다가 저번 화보 촬영에 SC그룹 모델로 발탁된 뒤로 손호영 몸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굳이 한 명을 선택하라면 손호영이 더 나은 것 같아 유준열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겁니다.”흐음, 이글 엔터 연예인이라고 지금까지 밀어준 게 얼만데. 이제 떴다고 홀랑 나가버리는 거야?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은정과 달리 소은해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 이제 날개도 돋았겠다. 스스로 더 높이 날고 싶겠지. 회사가 워낙 많이 떼먹긴 하니까?”소은해의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은정이었다.손호영이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된 뒤로 회사의 관심이 그쪽으로 살짝 더 쏠린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유준열을 깎아내린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그럼 어느 회사 옮긴 거예요?”“아, 본인이 직접 소속사를 설립했습니다. 회사가 본인한테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위약금까지 깔끔하게 지불하더군요.”그래. 이미 떠날 마음이 선 사람을 잡고 있어봐야 괜한 구설수만 생길 뿐이야.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유준열과는 경쟁 사이지만... 지금까지 SC그룹, 이글 엔터 버프로 얻은 CF 모델이나 화보 모델은 계
“가족 엔터 회사를 차렸다는 말씀인가요?”“뭐 그런 셈이죠. 그래서 딱히 걱정은 안 됩니다. 유준열도 평생 지금 이미지로 밀고 나가진 못할 거예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게 될 거예요. 아니, 설령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저희가 손해 볼 건 없죠.”도준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은정이 혀를 찼다.어쩐지 누가 봐도 손해인 거래를 덥석 받아들이더라니. 똑똑한 장사꾼인 도준호가 쉽게 유준열을 놔줄 리가 없는데 말이야...한편, 소은해와 매니저는 그들의 말에 별로 관심도 없다는 듯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이 바닥에서 닳을대로 닳은 소은해는 이 상황을 누구보다 더 이성적인 태도로 들여다 보고 있었다.누가 뭐래도 유준열은 최고의 남자 연예인 중 한 명이었지만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연예인은 앞으로도 끝도 없이 치고 나올 것이다.지금까진 이글 엔터의 자본과 덕분에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지만 엔터 쪽에 대해 아무런 전문적인 지식 하나 없는 가족 기업이 뭘 할 수 있을까?지금의 전성기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칠 것이다.도준호의 설명에 소은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도준호 일행은 연습실 옆에 있는 빈 방으로 향했다. 한쪽 벽 전체가 거울로 된 이 방에서는 옆방의 연습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연습실이 커서 다행이네... 17명, 진짜 많긴 하다.아, 저 센터에서 랩을 하고 있는 애가 리더라고 했던가? 좋네. 키도 크고 마스크도 좋고 분위기도 신비롭고. 확실히 눈에 띄네.17명을 쭉 훑어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센터에게로 시선이 쏠렸다.쟤는 솔로로 데뷔해도 크게 성공하겠는데?기품이 흐르는 이목구비, 차가운 표정, 그리고 미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우울함. 유준열보다 훨씬 더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이었다.“오호, 저런 애는 어디서 찾은 거야?”다른 사람 칭찬에는 유난히 야박한 소은해도 고개를 끄덕였다.“해외 대학에서 얼굴로 유명한 친구였는데 제가 우연히 발견했죠. 그래서 제가 바로 섭외했습니다. 괜찮죠?”소은해
색소폰을 들고 있던 연습생이 얼굴을 붉히더니 뒤로 한 발 물러섰다.멘토 선생까지 고개를 숙인 상황에서도 센터에 서 있는 나일로만큼은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도준호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아,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선생님을 모셔왔습니다. 직접 시범까지 보여드릴 거니까 잘 보세요. 소은정 대표님을 모십니다.”말을 마친 도준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서고...몰래 문을 나서려던 소은정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우뚝 멈춰 섰다.도준호... 이거 지금 나 먹이는 거 맞지? 죽었어...고개를 돌려보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소은해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겁 먹지 마. 오빠가 있잖아. 너 악기 잘하잖아. 프로가 되려면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지.”“안 한 지가 몇 년인데. 손 다 굳었다고!”이를 악문 채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소은정의 등을 떠밀던 소은해가 몰래 속삭였다.“아, 괜찮아. 쟤들은 개인기 하나 키우려고 며칠 전에 겨우 시작한 초보 중의 초보라고.”이딴 걸 오빠라고... 여동생을 불구덩이에 떠밀어?결국 연습실로 떠밀린 소은정은 도도한 척 표정을 가다듬었다.그녀의 등장에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소은정 대표 맞아?”“와, 이글 엔터 뒤에 사실 SC그룹이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었나 봐.”“이거 지금 꿈 아니지?”“진짜 예쁘다...”...아직 어린 소년인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에 방금 전까지 불편하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그래도 좀 귀엽긴 하네...잔뜩 흥분한 연습생들 중 그녀에게 다가오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은정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소은정이라고 합니다. 전문적인 선생님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스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눈을 반짝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일로만큼은 이 상황이 지루한 듯 영혼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하, 재밌는 애네.주위의 악기를 둘러보던 소은정의 시선이 피아노에 멈추었다.“음, 여러분들이
소은정의 긴 손가락이 건반 위에 머무르고 연주가 끝났다. 나일로의 바이올린 마지막 음이 2초간 더 머무르다 연주를 끝냈다. 완벽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합동 공연이었다.사람 모두 그 황홀경에 취해 넋을 잃고 말았다.도준호가 그 옆에서 손뼉을 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열띤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바이올린을 든 나일로를 보았다. 몇 초간 멈추더니 그를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저는 일단 여기까지, 알아서 하던 연습 계속하세요!”말을 마친 소은정은 그 자리를 나왔다.귀찮은 것을 싫어하던 소은해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지만 이미 좋은 구경은 다 했다. 그는 방금 찍은 비디오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돈에 미친 금수저의 일상소은정이 들어와 소은해를 보았다.“멋지다, 소은정! 브라보!”소은정은 그런 소은해를 흘겨보고는 말했다.“그 입에서 한마디라도 더 나온다면 내일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될 거야.”소은해는 입을 꾹 잠그는 제스쳐를 취하였다. 소은정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회사에 더 있다가는 소은정이 남자를 밝힌다고 온 회사에 소문이 날 지경이였다. 회사 아래에 도착한 소은정은 막 차를 타려고 할 때 도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은정씨...”그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의 주먹이 움찔거렸다. 한 대 패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소은해가 소은정을 잡아당겨 뒤돌아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은 뒤를 돌아보았다.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 소은정은 그녀의 눈을 파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도준호가 나일로를 데리고 나온 것이다!“은정씨, 나일로가 은정씨 피아노 실력이 너무 수준급이라 배우고 싶다 하는데 어차피 은정씨 아랫사람인데 가르쳐주지 않을래요?”도준호가 나일로의 팔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나일로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도준호의 말에 부정도 하지 않았다.나일로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소은정과 눈이 마주쳤다. 나일로는 그
최성문이 소은정에게 문을 열어주고 소은정은 차에 올라탔다. 떠난 소은정을 보면서 도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이 여자는 틈만 나면 화를 내네? 은해가 자기 여동생 성격이 제일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어릴 적부터 소은정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소은해가 자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옆에 있던 나일로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대표님, 소대표님이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제 데뷔할 수 있을까요?”도준호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괜찮아, 은정씨가 한 사람이랑만 만나서 아직 남자친구랑 헤어지지 않아 양심의 가책 때문에 너를 멀리하는 거야. 만약 둘이 헤어진다면 너의 기회도 올 거야.”나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도준호에게 한 말이 맞았다. 기억력 나쁜 늙은 포주!차 안. 소은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소은정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방금 피드에 올린 비디오를 삭제하려고 하던 참에 마침 소은정이 인스타그램을 열어 보고 있었다. 소은해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그때 비디오의 연주 소리가 은은히 차 안에 울려 퍼졌다.소은해는 마음속으로 끝났다! 라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도준호를 시원히 욕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소은해가 마침 자신을 건드린 것이다. 게다가 태그에 쓴 글을 본 소은정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소은해는 소은정을 곁눈질해 보았다. 우연준이 운전을 조금만 더 늦게 했으면 차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소은해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그... 나는 그저 내 동생을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야, 이렇게 이쁜 동생을 모든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소은정이 죽일 듯이 소은해를 바라보았다. 소은해가 다시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나 팔로워 몇 명밖에 없어서 어차피 많은 사람은 보지 못했어.”소은정이 아무런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마음이 불안해 났다.“지금 삭제할게.”소은해는 급하게 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