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을 들고 있던 연습생이 얼굴을 붉히더니 뒤로 한 발 물러섰다.멘토 선생까지 고개를 숙인 상황에서도 센터에 서 있는 나일로만큼은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도준호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아,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선생님을 모셔왔습니다. 직접 시범까지 보여드릴 거니까 잘 보세요. 소은정 대표님을 모십니다.”말을 마친 도준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서고...몰래 문을 나서려던 소은정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우뚝 멈춰 섰다.도준호... 이거 지금 나 먹이는 거 맞지? 죽었어...고개를 돌려보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소은해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겁 먹지 마. 오빠가 있잖아. 너 악기 잘하잖아. 프로가 되려면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지.”“안 한 지가 몇 년인데. 손 다 굳었다고!”이를 악문 채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소은정의 등을 떠밀던 소은해가 몰래 속삭였다.“아, 괜찮아. 쟤들은 개인기 하나 키우려고 며칠 전에 겨우 시작한 초보 중의 초보라고.”이딴 걸 오빠라고... 여동생을 불구덩이에 떠밀어?결국 연습실로 떠밀린 소은정은 도도한 척 표정을 가다듬었다.그녀의 등장에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소은정 대표 맞아?”“와, 이글 엔터 뒤에 사실 SC그룹이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었나 봐.”“이거 지금 꿈 아니지?”“진짜 예쁘다...”...아직 어린 소년인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에 방금 전까지 불편하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그래도 좀 귀엽긴 하네...잔뜩 흥분한 연습생들 중 그녀에게 다가오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은정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소은정이라고 합니다. 전문적인 선생님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스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눈을 반짝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일로만큼은 이 상황이 지루한 듯 영혼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하, 재밌는 애네.주위의 악기를 둘러보던 소은정의 시선이 피아노에 멈추었다.“음, 여러분들이
소은정의 긴 손가락이 건반 위에 머무르고 연주가 끝났다. 나일로의 바이올린 마지막 음이 2초간 더 머무르다 연주를 끝냈다. 완벽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합동 공연이었다.사람 모두 그 황홀경에 취해 넋을 잃고 말았다.도준호가 그 옆에서 손뼉을 쳤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열띤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바이올린을 든 나일로를 보았다. 몇 초간 멈추더니 그를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저는 일단 여기까지, 알아서 하던 연습 계속하세요!”말을 마친 소은정은 그 자리를 나왔다.귀찮은 것을 싫어하던 소은해는 얼굴을 비치지 않았지만 이미 좋은 구경은 다 했다. 그는 방금 찍은 비디오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돈에 미친 금수저의 일상소은정이 들어와 소은해를 보았다.“멋지다, 소은정! 브라보!”소은정은 그런 소은해를 흘겨보고는 말했다.“그 입에서 한마디라도 더 나온다면 내일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될 거야.”소은해는 입을 꾹 잠그는 제스쳐를 취하였다. 소은정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회사에 더 있다가는 소은정이 남자를 밝힌다고 온 회사에 소문이 날 지경이였다. 회사 아래에 도착한 소은정은 막 차를 타려고 할 때 도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은정씨...”그 목소리를 들은 소은정의 주먹이 움찔거렸다. 한 대 패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소은해가 소은정을 잡아당겨 뒤돌아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무의식적으로 소은정은 뒤를 돌아보았다.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 소은정은 그녀의 눈을 파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도준호가 나일로를 데리고 나온 것이다!“은정씨, 나일로가 은정씨 피아노 실력이 너무 수준급이라 배우고 싶다 하는데 어차피 은정씨 아랫사람인데 가르쳐주지 않을래요?”도준호가 나일로의 팔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나일로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도준호의 말에 부정도 하지 않았다.나일로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소은정과 눈이 마주쳤다. 나일로는 그
최성문이 소은정에게 문을 열어주고 소은정은 차에 올라탔다. 떠난 소은정을 보면서 도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이 여자는 틈만 나면 화를 내네? 은해가 자기 여동생 성격이 제일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어릴 적부터 소은정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소은해가 자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옆에 있던 나일로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대표님, 소대표님이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제 데뷔할 수 있을까요?”도준호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괜찮아, 은정씨가 한 사람이랑만 만나서 아직 남자친구랑 헤어지지 않아 양심의 가책 때문에 너를 멀리하는 거야. 만약 둘이 헤어진다면 너의 기회도 올 거야.”나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도준호에게 한 말이 맞았다. 기억력 나쁜 늙은 포주!차 안. 소은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소은정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방금 피드에 올린 비디오를 삭제하려고 하던 참에 마침 소은정이 인스타그램을 열어 보고 있었다. 소은해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그때 비디오의 연주 소리가 은은히 차 안에 울려 퍼졌다.소은해는 마음속으로 끝났다! 라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도준호를 시원히 욕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소은해가 마침 자신을 건드린 것이다. 게다가 태그에 쓴 글을 본 소은정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소은해는 소은정을 곁눈질해 보았다. 우연준이 운전을 조금만 더 늦게 했으면 차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소은해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그... 나는 그저 내 동생을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야, 이렇게 이쁜 동생을 모든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소은정이 죽일 듯이 소은해를 바라보았다. 소은해가 다시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나 팔로워 몇 명밖에 없어서 어차피 많은 사람은 보지 못했어.”소은정이 아무런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마음이 불안해 났다.“지금 삭제할게.”소은해는 급하게 비디
소은정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그녀도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비디오일 뿐인데 신경이 곤두선 원인을 모르겠다. 그저 전동하가 그 비디오를 보고 오해할 것이 두려웠다.만약 오해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방에 들어온 소은정은 넋을 잃은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으나 그녀는 여전히 멍하니 있었다. 아직 비디오를 못 본 걸까?미국. 전동하는 소은해가 올린 비디오를 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소은해의 태그에 쓴 말은 장난임이 한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비디오 속 소은정과 바이올린을 키는 남자의 연주 합이 너무 잘 맞아 위기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비디오로 은정씨에게 물어본다면 은정씨가 되레 화를 내지 않을까?속 좁은 놈처럼 보이지 않을까?전동하는 고민에 빠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그저 일들을 빨리 처리하고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소은정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전동하의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전화를 받은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은정 씨?”소은정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음... 밥은 먹었는지 궁금해서요.”전동하의 눈길에 다정함이 묻어났다. 소은정이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은 분명히 그녀가 자기를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아직이요, 은정씨가 곁에 없으니, 아무것도 목에 넘어가지 않아요.”소은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에 발린 말인 것을 알고 있지만 소은정의 가슴이 빨리 뛰고 귀까지 빨개졌다.다시 몇 마디를 나누던 그들은 대화의 흐름이 끊겼다.그녀는 먼저 비디오에 대해 얘기를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다.먼저 물어보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 아닌가?전동하가 침묵을 깨고 헛기침하더니 물었다.“오늘 뭐 했어요?”“나리 언니랑 웨딩드레스 보러 갔다가 은해 오빠랑 이글 엔터에 다녀왔어요.”전동하가 머뭇거리더니 물었
전동하는 소은정의 전화를 끊고 비서를 바라보았다.“임영숙 씨입니다.”전인국의 명성이 자자한 부인 임영숙, 그녀는 출신부터 귀족이고 남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그녀가 전인그룹의 일원이 되었을 때부터 집안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전동하도 그녀와 몇 번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난 후에도 대부분 그녀는 본가에 있었다. 전인국과의 결혼은 그저 비즈니스적인 교환일 뿐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둘 사이에는 일도 얽혀있지 않았다. 그가 전동준을 출생하고 나서 그녀의 임무는 완수하였고 그녀는 전인국의 집에 발을 딛지 않았다. 전동하에 대해서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미워하는 마음도 경멸하는 마음도 없이 그저 쌀쌀하게 대할 뿐이었다. 그녀는 모든 전인국의 가족들에게 냉담했다.일반 명문가의 사생아라 하면 돈을 주고 집에서 멀리 떠나보내거나 다른 곳에서 몰래 키웠을 것이다. 명문가의 사모님들이 다른 여자의 자식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극소수일 것이다. 솔직히 전동하의 신분도 임영숙을 놓고 볼 때는 위기와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임영숙은 그런 전동하의 신분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 둘은 애초에 몇 번 만난 적이 없었다.전동하가 처음 전인국의 집을 들어갈 때 한 번, 전동준이 죽었을 때 한번 총 두 번을 본 것이 전부였다.멍하니 옛 생각에 잠긴 전동하에게 비서가 헛기침하면서 다시 말했다.“대표님, 만나시겠습니까?”전동하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네, 들여보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 브랜드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옷을 걸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전동하가 처음 전인국의 집으로 들어갈 때의 얼굴과 똑같았다. 거의 쉰이 되는 나이지만 그 미모는 여전했고 전혀 오십 대라고는 믿기 힘든 얼굴이었다. 전인국은 이미 할아버지 모습이 보였으나 그녀는 아직 처녀처럼 젊고 아름다웠다.전동하는 일어나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맞은쪽에 가 그녀의 앞에 있던 의자를 빼주었다. 임영숙은 고맙다고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임영숙은 자리
당시 전동준도 임영숙을 몇 번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전동준은 신나서 매일매일을 어머니만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그의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끼고 피지는 않았다.담배가 홀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때 내가 동준이와 그 여자 사이를 반대했어. 그 여자는 전인국이 일부러 그의 주위에 심어 동준이를 자기 집안에서 내보내려고 했던 거야, 전인국이 파놓은 함정이었지.”전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전인국은 자기랑 그 여자가 낳은 아들에게 탄탄대로를 만들어 주려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어, 그러니 동준이의 미움을 사더라도 그 여자를 집에 들이지 않았어.”임영숙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근데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애가 애를 낳다니, 다행히 전기섭이 그 여자를 죽여버렸지.”그녀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전동하는 복잡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네요?”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응, 난 다 알고 있었지.”“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죠.”전동하의 말투에 감출 수 없는 쌀쌀함이 느껴졌다. 여인은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었으나 표정은 덤덤했다.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눈치채기 어려웠다.“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동준이가 받아야 하는 것을 넘겨주는 거야, 그것을 지키는 건 자네 몫이야.”임영숙이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전동하를 보면서 말했다.“나는 원치 않은 혼인을 했고 전인국이 넣은 약 때문에 동준이를 낳았어. 내 인생에 내가 원한 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내가 주동적으로 그들을 바꾸려 해야 하지? 아이를 낳자마자 나는 전인국을 떠났어, 나의 최대의 가치가 그들에게 이용당해 사라져 버렸어, 이혼만 하지 않았지, 나는 전인그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전동하는 눈썹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녀를 보았다.“전인 그룹의
착하던 동생의 마지막 순간은 의외로 반항적이었다. 전동준을 생각한 전동하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나는 당신의 지분을 가질 생각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 주세요.”전동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여자가 멈칫하더니 일어나면서 말했다.“그럼 마이크한테 주는 셈 치고 다른 소리 하지 마.”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말을 끝마친 그녀는 손가락에 낀 담배를 지져 끄고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전동하는 남겨진 문서를 보면서 마음이 가라앉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표실에 들어온 비서가 어두운 표정의 전동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지금에야 찾아온 것에는 분명히 목적이 있을거에요.”말을 마친 비서가 테이블 위에 놓인 문서를 보고 순간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손안에 필살기를 쥐고 있었네요...”전동하의 코에는 아직도 시큰함이 남아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덤덤해 보였다. “네, 마이크한테 줄 거예요. 마이크가 성인이 되면 명의 이전을 할 거예요.”전동하가 눈을 감은 채 손으로 그의 눈썹뼈를 만지작거렸다. 그 소년은 어머니의 진실한 모습을 평생 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소년이 생각하기에는 어머니가 자신을 매우 사랑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어둠이 찾아오고.그린 클럽.룸안에서 웃음소리와 술 게임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는 상류층의 도련님들이 있었고 박수혁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강서진이 불러 모은 자리였고 강서진은 진작에 도착해 그들과 놀고 있었다.이태성이 들어오더니 한번 스캔하고 강서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수혁인 아직 안 왔어? 우리 모임에 안 온 지 꽤 된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 곧 올 거야!”강서진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전에는 소은정과 전동하의 사귀는 얘기가 이들 사이의 좋은 안주로 되었는데 박수혁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레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더 박수혁을 화나게 하였다. 그리하여 아예 모이는 횟수를 줄였다. 다들 이 모임으로 하여
전동하와 소은정이 헤어지기만 하더라도 박수혁 주변의 사람들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소은정이 전동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줄 알았으나 비디오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알았던 것과 달라 보였다. 소은정의 주위에는 널린 게 남잔데 분명히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매달지 않을 것이다. 박수혁의 얼굴이 복잡미묘했다. “소은정은 그저 노는 것뿐이라 해도 , 전동하랑 헤어지기만 해도 형한테 좋은 기회잖아!”강서진은 끊임없이 박수혁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지만, 박수혁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박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두운 밤. 그의 눈썹은 날카롭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전인그룹에 일이 터졌던데 전동하가 한 짓이야?”강서진이 순간 멈칫하였다.“설마? 아무리 관계가 좋지 못하더라고 전인그룹을 몰락하게 할 만큼은 아니지 않아?아무리 그래도 전인그룹은 전동하의 빽이었는데, 전인그룹이 없다면 SC그룹과 이어지기에는 내세울 게 없잖아.”강서진은 해외의 일에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전인그룹이 이번 이슈에 대해 한 조치는 이 업계에서의 반면교사와 비웃음거리로 되었다. 박수혁은 덤덤하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전해 들은 바로는 뒤에서 전인그룹의 주식을 전동하가 조종하고 있다고 했다. 소은정을 위해 전인그룹을 망하게 할 셈인가? 전동하는 박수혁의 생각보다 더 독했다.전인그룹의 대처 방법은 많은 사람의 비웃음거리로 되었다. 하지만 전인국도 현재 국면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인국은 애초에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전기섭에게 권리를 넘겨주었다. 전기섭이 겉으로 보기에는 권력이 안정해 보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주위의 사람들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인국은 알지 못했다.그가 전인그룹에 며칠간 있던 새에 머리마저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들은 모두 주주들에 의해 거절당하고 그가 명령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없었다. 빌딩앞에서 시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