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문이 소은정에게 문을 열어주고 소은정은 차에 올라탔다. 떠난 소은정을 보면서 도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이 여자는 틈만 나면 화를 내네? 은해가 자기 여동생 성격이 제일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어릴 적부터 소은정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소은해가 자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옆에 있던 나일로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대표님, 소대표님이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제 데뷔할 수 있을까요?”도준호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말했다. “괜찮아, 은정씨가 한 사람이랑만 만나서 아직 남자친구랑 헤어지지 않아 양심의 가책 때문에 너를 멀리하는 거야. 만약 둘이 헤어진다면 너의 기회도 올 거야.”나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도준호에게 한 말이 맞았다. 기억력 나쁜 늙은 포주!차 안. 소은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소은정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방금 피드에 올린 비디오를 삭제하려고 하던 참에 마침 소은정이 인스타그램을 열어 보고 있었다. 소은해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그때 비디오의 연주 소리가 은은히 차 안에 울려 퍼졌다.소은해는 마음속으로 끝났다! 라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도준호를 시원히 욕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소은해가 마침 자신을 건드린 것이다. 게다가 태그에 쓴 글을 본 소은정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소은해는 소은정을 곁눈질해 보았다. 우연준이 운전을 조금만 더 늦게 했으면 차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소은해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그... 나는 그저 내 동생을 자랑하고 싶었을 뿐이야, 이렇게 이쁜 동생을 모든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소은정이 죽일 듯이 소은해를 바라보았다. 소은해가 다시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나 팔로워 몇 명밖에 없어서 어차피 많은 사람은 보지 못했어.”소은정이 아무런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하자 마음이 불안해 났다.“지금 삭제할게.”소은해는 급하게 비디
소은정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그녀도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비디오일 뿐인데 신경이 곤두선 원인을 모르겠다. 그저 전동하가 그 비디오를 보고 오해할 것이 두려웠다.만약 오해한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방에 들어온 소은정은 넋을 잃은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으나 그녀는 여전히 멍하니 있었다. 아직 비디오를 못 본 걸까?미국. 전동하는 소은해가 올린 비디오를 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소은해의 태그에 쓴 말은 장난임이 한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비디오 속 소은정과 바이올린을 키는 남자의 연주 합이 너무 잘 맞아 위기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비디오로 은정씨에게 물어본다면 은정씨가 되레 화를 내지 않을까?속 좁은 놈처럼 보이지 않을까?전동하는 고민에 빠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그저 일들을 빨리 처리하고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소은정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전동하의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전화를 받은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은정 씨?”소은정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음... 밥은 먹었는지 궁금해서요.”전동하의 눈길에 다정함이 묻어났다. 소은정이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은 분명히 그녀가 자기를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아직이요, 은정씨가 곁에 없으니, 아무것도 목에 넘어가지 않아요.”소은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에 발린 말인 것을 알고 있지만 소은정의 가슴이 빨리 뛰고 귀까지 빨개졌다.다시 몇 마디를 나누던 그들은 대화의 흐름이 끊겼다.그녀는 먼저 비디오에 대해 얘기를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다.먼저 물어보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 아닌가?전동하가 침묵을 깨고 헛기침하더니 물었다.“오늘 뭐 했어요?”“나리 언니랑 웨딩드레스 보러 갔다가 은해 오빠랑 이글 엔터에 다녀왔어요.”전동하가 머뭇거리더니 물었
전동하는 소은정의 전화를 끊고 비서를 바라보았다.“임영숙 씨입니다.”전인국의 명성이 자자한 부인 임영숙, 그녀는 출신부터 귀족이고 남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그녀가 전인그룹의 일원이 되었을 때부터 집안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전동하도 그녀와 몇 번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난 후에도 대부분 그녀는 본가에 있었다. 전인국과의 결혼은 그저 비즈니스적인 교환일 뿐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둘 사이에는 일도 얽혀있지 않았다. 그가 전동준을 출생하고 나서 그녀의 임무는 완수하였고 그녀는 전인국의 집에 발을 딛지 않았다. 전동하에 대해서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미워하는 마음도 경멸하는 마음도 없이 그저 쌀쌀하게 대할 뿐이었다. 그녀는 모든 전인국의 가족들에게 냉담했다.일반 명문가의 사생아라 하면 돈을 주고 집에서 멀리 떠나보내거나 다른 곳에서 몰래 키웠을 것이다. 명문가의 사모님들이 다른 여자의 자식을 집에서 키우는 것은 극소수일 것이다. 솔직히 전동하의 신분도 임영숙을 놓고 볼 때는 위기와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임영숙은 그런 전동하의 신분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 둘은 애초에 몇 번 만난 적이 없었다.전동하가 처음 전인국의 집을 들어갈 때 한 번, 전동준이 죽었을 때 한번 총 두 번을 본 것이 전부였다.멍하니 옛 생각에 잠긴 전동하에게 비서가 헛기침하면서 다시 말했다.“대표님, 만나시겠습니까?”전동하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네, 들여보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 브랜드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옷을 걸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전동하가 처음 전인국의 집으로 들어갈 때의 얼굴과 똑같았다. 거의 쉰이 되는 나이지만 그 미모는 여전했고 전혀 오십 대라고는 믿기 힘든 얼굴이었다. 전인국은 이미 할아버지 모습이 보였으나 그녀는 아직 처녀처럼 젊고 아름다웠다.전동하는 일어나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맞은쪽에 가 그녀의 앞에 있던 의자를 빼주었다. 임영숙은 고맙다고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임영숙은 자리
당시 전동준도 임영숙을 몇 번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전동준은 신나서 매일매일을 어머니만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그의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끼고 피지는 않았다.담배가 홀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때 내가 동준이와 그 여자 사이를 반대했어. 그 여자는 전인국이 일부러 그의 주위에 심어 동준이를 자기 집안에서 내보내려고 했던 거야, 전인국이 파놓은 함정이었지.”전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쓸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전인국은 자기랑 그 여자가 낳은 아들에게 탄탄대로를 만들어 주려고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어, 그러니 동준이의 미움을 사더라도 그 여자를 집에 들이지 않았어.”임영숙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근데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애가 애를 낳다니, 다행히 전기섭이 그 여자를 죽여버렸지.”그녀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전동하는 복잡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네요?”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응, 난 다 알고 있었지.”“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죠.”전동하의 말투에 감출 수 없는 쌀쌀함이 느껴졌다. 여인은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었으나 표정은 덤덤했다.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눈치채기 어려웠다.“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동준이가 받아야 하는 것을 넘겨주는 거야, 그것을 지키는 건 자네 몫이야.”임영숙이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전동하를 보면서 말했다.“나는 원치 않은 혼인을 했고 전인국이 넣은 약 때문에 동준이를 낳았어. 내 인생에 내가 원한 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내가 주동적으로 그들을 바꾸려 해야 하지? 아이를 낳자마자 나는 전인국을 떠났어, 나의 최대의 가치가 그들에게 이용당해 사라져 버렸어, 이혼만 하지 않았지, 나는 전인그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전동하는 눈썹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녀를 보았다.“전인 그룹의
착하던 동생의 마지막 순간은 의외로 반항적이었다. 전동준을 생각한 전동하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나는 당신의 지분을 가질 생각이 없으니 그만 돌아가 주세요.”전동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여자가 멈칫하더니 일어나면서 말했다.“그럼 마이크한테 주는 셈 치고 다른 소리 하지 마.”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말을 끝마친 그녀는 손가락에 낀 담배를 지져 끄고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전동하는 남겨진 문서를 보면서 마음이 가라앉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표실에 들어온 비서가 어두운 표정의 전동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지금에야 찾아온 것에는 분명히 목적이 있을거에요.”말을 마친 비서가 테이블 위에 놓인 문서를 보고 순간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손안에 필살기를 쥐고 있었네요...”전동하의 코에는 아직도 시큰함이 남아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덤덤해 보였다. “네, 마이크한테 줄 거예요. 마이크가 성인이 되면 명의 이전을 할 거예요.”전동하가 눈을 감은 채 손으로 그의 눈썹뼈를 만지작거렸다. 그 소년은 어머니의 진실한 모습을 평생 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소년이 생각하기에는 어머니가 자신을 매우 사랑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어둠이 찾아오고.그린 클럽.룸안에서 웃음소리와 술 게임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는 상류층의 도련님들이 있었고 박수혁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강서진이 불러 모은 자리였고 강서진은 진작에 도착해 그들과 놀고 있었다.이태성이 들어오더니 한번 스캔하고 강서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수혁인 아직 안 왔어? 우리 모임에 안 온 지 꽤 된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 곧 올 거야!”강서진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전에는 소은정과 전동하의 사귀는 얘기가 이들 사이의 좋은 안주로 되었는데 박수혁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레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더 박수혁을 화나게 하였다. 그리하여 아예 모이는 횟수를 줄였다. 다들 이 모임으로 하여
전동하와 소은정이 헤어지기만 하더라도 박수혁 주변의 사람들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소은정이 전동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줄 알았으나 비디오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알았던 것과 달라 보였다. 소은정의 주위에는 널린 게 남잔데 분명히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매달지 않을 것이다. 박수혁의 얼굴이 복잡미묘했다. “소은정은 그저 노는 것뿐이라 해도 , 전동하랑 헤어지기만 해도 형한테 좋은 기회잖아!”강서진은 끊임없이 박수혁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지만, 박수혁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박수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두운 밤. 그의 눈썹은 날카롭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전인그룹에 일이 터졌던데 전동하가 한 짓이야?”강서진이 순간 멈칫하였다.“설마? 아무리 관계가 좋지 못하더라고 전인그룹을 몰락하게 할 만큼은 아니지 않아?아무리 그래도 전인그룹은 전동하의 빽이었는데, 전인그룹이 없다면 SC그룹과 이어지기에는 내세울 게 없잖아.”강서진은 해외의 일에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전인그룹이 이번 이슈에 대해 한 조치는 이 업계에서의 반면교사와 비웃음거리로 되었다. 박수혁은 덤덤하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전해 들은 바로는 뒤에서 전인그룹의 주식을 전동하가 조종하고 있다고 했다. 소은정을 위해 전인그룹을 망하게 할 셈인가? 전동하는 박수혁의 생각보다 더 독했다.전인그룹의 대처 방법은 많은 사람의 비웃음거리로 되었다. 하지만 전인국도 현재 국면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인국은 애초에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전기섭에게 권리를 넘겨주었다. 전기섭이 겉으로 보기에는 권력이 안정해 보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주위의 사람들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인국은 알지 못했다.그가 전인그룹에 며칠간 있던 새에 머리마저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들은 모두 주주들에 의해 거절당하고 그가 명령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없었다. 빌딩앞에서 시위하
상황은 갈수록 조잡해지고 정치권에서도 전인그룹에 서둘러 해결해야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폭격에 전인그룹은 상장폐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장폐지를 결정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내부의 자금 유실도 막대하여 수습하기 어려웠다. 일부 주주들은 인수될 것을 제안했다. 그 소식을 들은 전인국은 그 자리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였다. 꿈에서조차 전인 그룹에 이런 시련이 닥칠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전기섭이 회사 경영을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인수라는 해결 방법이 제시된다면 분명히 누군가는 여기에 희망을 걸 것이다.전인 그룹이 다시 재기할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매도로써 잠시 자금 유실을 막아보려는 것이다. 주주들은 전인국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레 인수에 관한 얘기를 하자고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큰 파동이 일으켰다. 휘황찬란하던 전인 그룹이 이렇게 몰락하는 것인가? 많은 동종 업계 기업들이 어떻게든 이번 인수에 참여하려고 애를 썼지만, 부르는 가격이 높지는 않았다.그들도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미국에 온 소은정은 공항에서 나와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숨을 깊게 한 모금 마셨다. 아무도 그녀가 미국에 왔다는 소식을 몰랐다. 전동하에게 마저도 알리지 않았다. 우연준과 최성문이 소은정의 양옆에 서서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분위기는 차갑고 고귀하여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소은정은 그들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호텔에 도착한 후. 소은정은 소은호와 영상통화로 다시 한번 그들의 계획을 확인하였다. 다음날. 전인그룹의 주주 회의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하지 않고 시위대가 모르게 하기 위하여 다른 호텔의 미팅룸에서 진행되었다.이날만을 기다려 온 소은정은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최성문이 덤덤하게 다가와 보고했다.“어젯밤 대표님이 룸서비스로 시킨 와인에 세 명이 약을 탄 것을 발견해 와인은 이미 없앴고 그
회의실의 사람들을 한번 스캔한 소은정은 전인그룹의 부회장 옆에 앉았다. 많은 기업들의 대표들이 초대를 받고 왔고 그들 모두 전인 그룹에 관심이 있었다. 대기업을 손쉽게 집어삼키는 것 자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회의실에는 전인그룹의 주주와 대표가 있었다.구석진 자리에서 휠체어를 탄 전인국이 어두운 얼굴로 들어오는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이 미국에 오자마자 전인국은 이 소식을 들었다. 소은정을 처리하라고 보낸 사람들은 모두 오히려 당해서 돌아왔고 범죄조직들도 다시는 소은정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소은정은 이미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범죄조직들과 신변 보호 계약을 맺었다. 미국에 있을 때 안전하게 보호한다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엄청난 금액을 범죄조직들에 지불하기로 했다. 전인그룹의 세력은 이미 두려워할 것이 못 되었고, 범죄조직들은 돈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하는 사람들이다.전인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 SC그룹은 초대 리스트에 없었어.”소은정은 그의 아래쪽에 서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단상 위에 있는 전인국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의 눈코입은 여전히 아름답고 빛났다. 그녀는 신상 흰색셔츠에 머메이드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다.예를 갖추는 자리에 어울리는 옷이었지만 작은 디테일이 숨겨져 있어 그녀의 고귀한 자태를 더욱더 뽐내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자태 뒤에 차가운 한기가 숨어져 있었다. 그녀가 서 있는 모습은 막연한 소외감이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청량한 목소리로 말했다.“곧 인수될 마당에 아직도 누구한테 인수당하는지 신경 쓰세요? 전회장님은 죽어도 체면을 차리느라 살아서 고생이네요?”소은정은 많은 사람 앞에서 전인국에게 핀잔을 주었다. 전인국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주주들과 많은 기업 대표 앞에서 깔아뭉개지고 있었다.순간 전인국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소은정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소은정, 내가 당신한테 질 거라는 생각하지 마. 전인 그룹은 절대 당신한테 매입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