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정말 소은찬이 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옆에서 싸움 구경 중이던 소은정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 신나리의 손을 잡았다.“맞아.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난 이번엔 나리 씨 편이야. 오빠가 너무 한 거 맞고 두 사람 잘 안 맞는 것 같아. 차라리 여기서 그냥 끝내는 게 좋겠어.”당황한 소은찬의 입꼬리가 살짝 떨리고 소은해도, 심지어 신나리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쟤가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모두의 의아한 눈빛속에서 소은정은 말을 이어갔다.“오빠랑 헤어지면 바로 나리 씨한테 소개팅 해주려고. 첫 주자는 강희 어때? 집안도 좋고 자상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고. 이 세상에 널린 게 남자잖아? 하물며 이딴 드레스도 따져보고 더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는데 남자도 이왕이면 나한테 더 잘해주는 남자가 좋지 않겠어?”소은정의 말에 신나리의 눈동자가 감격의 눈물로 반짝였다.이때 이를 악문 소은찬이 겨우 입을 열었다.“소은정, 하지 마...”“나리 씨가 오빠 싫다잖아. 두 사람 헤어지고 나면 누굴 만나든 오빠랑 상관없는 거 아니야? 워커홀릭 좋지. 실험이 그렇게 좋으면 평생 실험하면서 혼자 살아. 괜히 멀쩡한 여자 속 새까맣게 태우지 말고. 아, 나리 씨가 결혼하면 청첩장 정도는 보내줄게.”소은정의 깐족거림에 소은찬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 주위의 공기가 왠지 더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소은찬의 음울한 눈동자가 신나리를 향했다.나리가 정말 그런다면... 난... 난 진짜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것 같아.한편, 소은정의 잔인함에 신나리는 몰래 침을 삼켰고 소은해는 소은정의 의도를 눈치챘음에도 신랄한 독설에 왠지 형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나리 씨, 형 팩폭으로 죽기 전에 어서 용서해 줘요.이때, 말을 마친 소은정이 신나리의 손목을 잡았다.“나리 씨, 가요. 오빠는 신경 쓰지 말아요.”당황하던 소은찬이 손나리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가지 마...”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은찬이 드디어
신나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하지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 걸 발견한 소은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오빠 지금이야! 더 몰아붙이라고!소은찬을 향해 소은정이 강렬한 텔레파시를 보냈다.한편 침을 꿀꺽 삼킨 소은찬이 신나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를 꺼내려는 듯 손을 주머니에 넣자 소은정, 소은해 남매가 눈을 반짝였다.‘프러포즈? 화해시키려다 좋은 구경하네. 우리 오빠 이번엔 진짜 마음 제대로 먹었나 봐.’‘역시 우리 형, 똑똑하긴 해... 하나를 배워주니까 열을 아네.’역시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나리는 관심없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대감과 설렘은 감출 수 없었다.그렇게 모두의 주목 하에 소은찬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천히 신나리의 손을 잡은 소은찬이 깊은 숨을 내쉬더니 무언가를 신나리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건넨 물건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소은정, 소은해 남매도, 신나리도 한방 맞은 듯한 벙찐 표정을 지어보였다.이건... 통장이잖아...? 난 당연히 반지인 줄 알았는데. 오빠, 나리 씨가 이걸로 화내도 난 더 이상 안 도와줄 거야. 오빤 진짜... 구제불능이다.“나리야, 널 만나고 나서 받은 모든 인센티브 다 이안에 들어있어. 우리가 하는 연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겠지만 이건 내가 이룬 성과와 명예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 워낙 급해서 반지는 못 샀지만 내 모든 명예를 줄게.”남들과 어딘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장면은 바라지도 못했던 신나리의 가슴은 감동으로 달콤하게 물들었다.그녀에게 소은찬은 논문이나 기사로 겨우 접할 수 있는 연예인, 아니 위인전의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거... 지금 현실 맞지? 나 꿈 꾸고 있는 거 아니지?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물었다.“안에 얼마 있는데요? 반지 정도는 살 수 있는 거 맞죠?”엉뚱한 질문에 흠칫하던 소은찬이 싱
“쳇”삐진 듯 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이글 엔터로 가자. 도준호 대표... 너한테 잘릴 뻔하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어. 네가 가서 뭐라고 좀 해봐.”“싫어.”“진짜? 회사에 신인 잔뜩 들어왔는데 다들 잘생겼더라. 확실히 유전자가 더 좋아지고 있긴 한 것 같아? 안 그래?”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소은해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으음. 오빠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고 그럼 같이 가줄게.”으이그, 내 핑계는.소은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녕히 가십시오.”마지막까지 친절한 직원이 배웅을 받으며 남매는 가게를 나섰다.그리고 소은정은 드레스 브랜드 CEO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신나리 한 사람만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했다.드레스 브랜드 CEO는 패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대가였지만 SC그룹과의 협력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초초초 엘리트 계급에게만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구하는 그와 달리 SC그룹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타깃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 일로 소은정이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언젠가 파티에 그의 드레스를 입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못지 않은 샐럽인 그녀가 입어준다면 사교계 재벌 2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터.CEO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한편, 차에 앉은 소은정이 물었다.“언제 돌아가야 해?”“내일 오전 비행기야.”“그렇게 급하게? 하늘이는 알아?”“그럼.”“하늘이가 배웅하는 거야?”아쉬움 가득한 미소와 함께 소은해가 고개를 저었다.“하늘이는 오늘 독일로 출장가야 해. 하필 시간이 어긋났던 거지 뭐.”그 목소리에 한참을 생각하던 소은정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두 사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보통 연애할 땐 꼭 붙어있어야 정상 아니야? 오빠 이번에 돌아온 뒤로 하늘이랑 몇 번 만나지도 않았잖아. 뭐 벌써 권태기 그런 거야?”고개를 돌린 소은해가 이를 꽉 물었다.“아주 그냥 저주를 퍼부어라.”“아 맞
점잖은 분위기의 도준호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다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이미 문을 연 소은해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문을 두드렸다.“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지.”당연히 비서라고 생각한 도준호가 짜증스레 고개를 돌린 그때.방금 전 그가 언급한 소은해는 물론이고 요즘 가장 두려운 존재인 소은정의 얼굴까지 보이니 당황한 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아... 은해 씨, 귀국했어요?”부랴부랴 다가온 도준호가 말을 이어갔다.“은정 대표님,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처음 뵙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놀랍네요.”“꺼지세요.”소은호의 뒤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소은정이 자연스레 반박했다.“넵.”까칠한 말이었지만 이렇게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 것만 해도 도준호는 감지덕지였다. 쌍욕을 해도 굽신거릴 판에 꺼지라는 말 정도야 뭐...도준호는 여전히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귀국했으면 미리 말을 하지. 직접 데리러 갔을 텐데요. 아, 지금 준비중인 작품 있는데 은해 씨가 좀 도와주면 안 될까요? 우정 출연 같은 것도 좋은데...”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소은해가 눈썹을 씰룩였다.“이걸 미안해서 어쩌나... 나 내일 바로 다시 떠나는데?”“하... 일부러 지금 온 거죠? 미리 말하면 내가 귀찮게 굴까 봐?”도준호의 날카로운 지적에 소은해가 어깨를 으쓱했다.“도 대표가 고생이 많아?”“지금 연예인들도 제작자로, 감독으로 전업하는 거 알죠?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런데 도와주질 못할 망정 꿈 찾겠다고 밖으로 나돌고 있으니... 내가 답답하겠어요, 안 답답하겠어요?”“괜찮아. 지금까진 내가 이 바닥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잖아? 나 없는 사이에 잘들 싸우라고 그래.”“이 정도면 진짜 왕자병인 거 알죠?”“우리 도 대표 능력을 믿는 거지.”한편, 휴대폰 게임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은정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저 말투는 꼭... 애교 부리는 여자 친구 같달까?두 사람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회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선 도준호보다 모르는 게 사실이고 뼛속까지 완벽한 사업가인 도준호가 손해 볼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은해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래. 잘생긴 애들 있어? 은정이가 보고 싶다는데...”그의 말에 사무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도준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소은정은 커다래진 눈으로 오빠를 노려 보았다.이런... 그렇게 다 까밝히면 어떡해! 좀 더 돌려서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잠시 후, 어색한 침묵을 깨트린건 도준호였다.“아, 이해합니다.”“뭘 이해한다는 거죠?”소은정의 까칠한 질문에 도준호가 눈을 찡긋했다.“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절대 소문 안 낼 겁니다. 이 바닥에서 이런 일이야 뭐 흔하죠.”“아니, 그게 아니라...”하지만 도준호는 아예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잘생긴 애가 들어오긴 했죠. 그룹 리더도 걔한테 맡기려고요. 키 192cm에 얼굴은...”말끝을 흐리던 도준호가 눈을 반짝였다.“저번에 접대 나갈 일이 있었는데 남자고 여자고 다 걔만 쳐다보더라니까요.”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소은정을 향해 도준호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을 위해 남겨둔 아이입니다.”하, 저 남자를 죽여살려...잔뜩 짜증이 난 소은정과 달리 소은해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그러니까 얼른 보여줘. 우리가 직접 연습실로 내려가야 하나?”“아니요. 올라오라고 하죠.”도준호가 휴대폰을 들려고 하자 소은정이 부랴부랴 손을 저었다.이 상황에서 정말 그 신인이 올라온다면 도준호의 추측이 아예 100% 사실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안 만나도 됩니다.”“에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세요. 여기 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밀 지켜드리겠습니다.”소은해도 옆에서 기름을 부었다.“그러니까.”아, 진짜... 저 두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야?“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리고 한 사람 말고 데
이에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도준호가 해명을 시작했다.“유준열 저희 회사와 계약 해지했습니다. 저희가 손호영한테만 신경을 쓴다고 불만이 굉장히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아예 팬들까지 선동해선 회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고 해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지하는 게 낫겠더라고요.”의심스러운 표정의 소은정이 뭔가 말하려던 그때,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도준호는 바로 선을 그었다.“아, 제가 손 쓴 거 아닙니다. 유준열한테 쓴 돈이 얼만데요. 하지만 유준열은 나름 팬덤이 두터운 연예인에요. 여론전을 벌이면 저희가 불리해질 것 같기도 하고 손호영도 요즘 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회사에서 어느 연예인을 더 띄워주냐로 팬들끼리 싸우기까지 하더라고요... 게다가 저번 화보 촬영에 SC그룹 모델로 발탁된 뒤로 손호영 몸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굳이 한 명을 선택하라면 손호영이 더 나은 것 같아 유준열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겁니다.”흐음, 이글 엔터 연예인이라고 지금까지 밀어준 게 얼만데. 이제 떴다고 홀랑 나가버리는 거야?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은정과 달리 소은해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 이제 날개도 돋았겠다. 스스로 더 높이 날고 싶겠지. 회사가 워낙 많이 떼먹긴 하니까?”소은해의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은정이었다.손호영이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된 뒤로 회사의 관심이 그쪽으로 살짝 더 쏠린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유준열을 깎아내린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그럼 어느 회사 옮긴 거예요?”“아, 본인이 직접 소속사를 설립했습니다. 회사가 본인한테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위약금까지 깔끔하게 지불하더군요.”그래. 이미 떠날 마음이 선 사람을 잡고 있어봐야 괜한 구설수만 생길 뿐이야.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유준열과는 경쟁 사이지만... 지금까지 SC그룹, 이글 엔터 버프로 얻은 CF 모델이나 화보 모델은 계
“가족 엔터 회사를 차렸다는 말씀인가요?”“뭐 그런 셈이죠. 그래서 딱히 걱정은 안 됩니다. 유준열도 평생 지금 이미지로 밀고 나가진 못할 거예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게 될 거예요. 아니, 설령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저희가 손해 볼 건 없죠.”도준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은정이 혀를 찼다.어쩐지 누가 봐도 손해인 거래를 덥석 받아들이더라니. 똑똑한 장사꾼인 도준호가 쉽게 유준열을 놔줄 리가 없는데 말이야...한편, 소은해와 매니저는 그들의 말에 별로 관심도 없다는 듯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이 바닥에서 닳을대로 닳은 소은해는 이 상황을 누구보다 더 이성적인 태도로 들여다 보고 있었다.누가 뭐래도 유준열은 최고의 남자 연예인 중 한 명이었지만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연예인은 앞으로도 끝도 없이 치고 나올 것이다.지금까진 이글 엔터의 자본과 덕분에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지만 엔터 쪽에 대해 아무런 전문적인 지식 하나 없는 가족 기업이 뭘 할 수 있을까?지금의 전성기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칠 것이다.도준호의 설명에 소은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도준호 일행은 연습실 옆에 있는 빈 방으로 향했다. 한쪽 벽 전체가 거울로 된 이 방에서는 옆방의 연습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연습실이 커서 다행이네... 17명, 진짜 많긴 하다.아, 저 센터에서 랩을 하고 있는 애가 리더라고 했던가? 좋네. 키도 크고 마스크도 좋고 분위기도 신비롭고. 확실히 눈에 띄네.17명을 쭉 훑어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센터에게로 시선이 쏠렸다.쟤는 솔로로 데뷔해도 크게 성공하겠는데?기품이 흐르는 이목구비, 차가운 표정, 그리고 미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우울함. 유준열보다 훨씬 더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이었다.“오호, 저런 애는 어디서 찾은 거야?”다른 사람 칭찬에는 유난히 야박한 소은해도 고개를 끄덕였다.“해외 대학에서 얼굴로 유명한 친구였는데 제가 우연히 발견했죠. 그래서 제가 바로 섭외했습니다. 괜찮죠?”소은해
색소폰을 들고 있던 연습생이 얼굴을 붉히더니 뒤로 한 발 물러섰다.멘토 선생까지 고개를 숙인 상황에서도 센터에 서 있는 나일로만큼은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도준호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아,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선생님을 모셔왔습니다. 직접 시범까지 보여드릴 거니까 잘 보세요. 소은정 대표님을 모십니다.”말을 마친 도준호가 한 발 뒤로 물러서고...몰래 문을 나서려던 소은정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우뚝 멈춰 섰다.도준호... 이거 지금 나 먹이는 거 맞지? 죽었어...고개를 돌려보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소은해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겁 먹지 마. 오빠가 있잖아. 너 악기 잘하잖아. 프로가 되려면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지.”“안 한 지가 몇 년인데. 손 다 굳었다고!”이를 악문 채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소은정의 등을 떠밀던 소은해가 몰래 속삭였다.“아, 괜찮아. 쟤들은 개인기 하나 키우려고 며칠 전에 겨우 시작한 초보 중의 초보라고.”이딴 걸 오빠라고... 여동생을 불구덩이에 떠밀어?결국 연습실로 떠밀린 소은정은 도도한 척 표정을 가다듬었다.그녀의 등장에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소은정 대표 맞아?”“와, 이글 엔터 뒤에 사실 SC그룹이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었나 봐.”“이거 지금 꿈 아니지?”“진짜 예쁘다...”...아직 어린 소년인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에 방금 전까지 불편하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그래도 좀 귀엽긴 하네...잔뜩 흥분한 연습생들 중 그녀에게 다가오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은정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소은정이라고 합니다. 전문적인 선생님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스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눈을 반짝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일로만큼은 이 상황이 지루한 듯 영혼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하, 재밌는 애네.주위의 악기를 둘러보던 소은정의 시선이 피아노에 멈추었다.“음, 여러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