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2631 챕터

제1271화 문전박대

“회장님한테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게 낫다는 걸 배웠어요. 그날 밤 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런 부탁을 어떻게... 됐네요.”“우리끼리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해요. 솔직히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가 후회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아니, 오히려 초조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 자존심에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가시는 거 진짜 드문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은정 씨도 모르는 척 받아주지 그래요?”“강서진 씨. 말 전하는 김에 내 말도 전해 드리세요. 나도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려울 것 같네요.”“그게 무슨 소리예요?”소은정의 아리송한 말에 강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아는 은정 씨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지...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가는 말이 강서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오늘 낮에 양 회장님이 그렇게 아끼신다는 박수아 씨가 직접 날 찾아와서 폭로 영상을 업로드한 기자를 내줄 테니 거래를 하자더군요. 뭐 다른 이유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박수아 씨가 이렇게 나오니 이번 일... 애초에 박수아 씨, 아니 양 회장님이 일부러 꾸민 일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강서진 씨. 내 말 잘 전해요. 지금 후회하고 계시는 건 잘 알겠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건 불가능하니 꿈 깨라고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전동하가 이번에는 씻은 딸기를 소은정의 입에 넣어주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문 소은정이 전동하의 손가락까지 씹어버리고...“스읍...”전동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머,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소은정의 질문에도 전동하는 손가락만 꼭 부여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디 봐봐요.”피가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파하는 거지? 설마... 신경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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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쓸모없는

다음 날.재점검을 위해 관련 부서 직원들이 지성그룹을 방문했다.건축자재에 전부 검사용 테이프를 붙이고 거래처들 중에서도 랜덤으로 질량 점검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소은정은 이 모든 걸 영상과 수치 등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대중들에게 공유했고 그녀의 행보에 네티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SC그룹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대중들의 의심도 점점 사라져갔다.당일, 소은정과 전동하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비록 급하게 잡은 일정이지만 워낙 큰 이슈라 꽤 많은 언론사들이 현장에 모였고 이건 팀장이 이번 원자재에 재점검에 대한 사항을 브리핑했다.소은정이 직접 나서는 것이 더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지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이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대답하는 건 이건 팀장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어찌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김재한 역시 기자들 앞에서 폭로 영상에서 그가 했던 말은 술에 취해 한 말실수였음을 솔직하게 밝혔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재점검을 나온 공무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은정은 이번 재점검 소동을 공권력의 힘을 이용해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자재 문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린 재점검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면 국가 기관에서 SC그룹이 사용하는 원자재는 안전합니다라고 인정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 이보다 더 좋은 광고가 있을까?한편, 이건을 잡던 카메라에 소은정의 옆얼굴이 살짝 잡히고...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에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소은정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간 거야? 역시 은정 누나!”“믿고 있었어요. 은정 언니!”“SC그룹이 억울하게 당한 게 맞는 것 같아. 솔직히 은정 언니가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기준 미달인 건축자재를 사용할 리가 없잖아.”“그런데 은정 언니 옆에 있는 저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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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무서워

왠지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에 당황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그럼요. 편한 신발로 가지고 오라고 부탁하면 되니까?”우 비서님이라면 뭐 다른 방법이 있겠지? 보너스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은 인재니까...남자친구인 그보다 우 비서를 더 신뢰하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안쓰러운 눈빛으로 다친 발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주머니에서 푸른색 손수건을 꺼냈다.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실크 손수건이었지만 전동하는 망설임없이 손수건을 절반으로 찢은 뒤 각각 소은정의 양쪽 발목에 묶어주었다.전동하의 따뜻한 손가락이 소은정의 발목에 닿는 순간, 괜히 쑥스러워진 소은정은 온몸을 움찔거렸지만 딱히 그를 막진 않았다.손수건으로 발목을 이쁘게 묶은 전동하가 다시 신발을 신겨주었다. 신발 뒷부분과 닿는 부분을 잘 감싸줌과 동시에 은은한 빛깔의 손수건이 왠지 패션의 일부처럼 보여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마워요.”“응급처치”가 끝나고 싱긋 미소를 지은 소은정이 시험삼아 한 발 내디뎠다.시원한 소재이기도 했고 실크가 발과 신발 사이를 막아주어 고통은 덜 했지만 여전히 욱신거리는 건 마찬가지였다.“더 까지진 않겠지만... 상처는 약 발라야 나을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전동하의 말에 신발을 살펴보던 소은정 역시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도... 이쁘네요?”그제야 일어선 전동하가 그녀에게 팔을 내주었다.“내 팔 잡고 걸어요.”무게를 힘껏 실었지만 전동하의 탄탄한 팔이 그녀의 몸을 꽉 잡아주어 마음이 든든해지는 소은정이었다.“그럼 계속 가볼까요?”어느새 저 멀리 앞서간 직원들을 따라가려던 그때, 전동하가 소은정의 손목을 확 낚아채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따라갈 거예요?”“그럼요.”“발 아프다면서요!”다시 고개를 숙여 발목을 확인한 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견딜만 해요. 이 브랜드 운동화는 다시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 어우, 쓰라려라.”그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괜히 더 가벼운 말투로 장난을 치는 소은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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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수면 위로 떠오른 진실

속 깊은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해 줘서 고마워요.”동하 씨가 이해해 줘서 다행이야. 다른 건 몰라도 삐진 남자친구 달래는 방법은 안 배웠단 말이야... 솔직히... 이제 동하 씨와의 관계를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소문내고 싶지도 않아.마음의 응어리를 푼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예쁜 미소를 짓던 그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눈치없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우연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우 비서님?”곧이어 우연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어디 계세요.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아까 사람이 갑자기 몰려서 놓친 건가.“아까 우리가 봤던 창고 뒤편에 있어요... 네...”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여전히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를 향해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우 비서님... 공적인 일 말고 사적인 일까지 도맡는 겁니까?”지나치게 진지한 전동하의 표정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하죠. 보통 비서 연봉 3배에 보너스까지 빵빵하게 받아가는데요.”어쩐지... 보통 비서랑 다르게 일상적인 것까지 다 챙겨준다 싶었어. 이건 비서라기보다... 집사에 더 가까운 걸?우연준이 오길 기다리며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소은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저 사람... 왜 저렇게 두리번대는 거지? 오늘 기자회견 때문에 온 기자처럼은 안 보이는데... 수상해.소은정이 경계심을 잔뜩 곤두세우고 역시 수상함을 느낀 전동하가 안심하라는 듯 소은정의 손을 토닥였다.“내가 가볼게요.”이쯤 되면 우 비서님도 곧 도착할 테니까...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지.“네, 조심해요.”자리에서 일어선 전동하는 마지막으로 소은정을 향해 미소를 지은 뒤 구석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5분쯤 지났을까?이상하게 가슴이 콩닥거리고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던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윽...”여전히 마찰로 인해 발뒤꿈치의 상처가 욱신거리고 아예 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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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다쳤어

우연준의 외침에 경비원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그 덕에 인질로 잡힌 소은정의 모습이 바로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하, 소은정 대표를 인질로 삼아? 저 남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기자처럼 보이는데?”“지금 저게 무슨 짓이야? 소은정 대표를 인질로 잡아? 미친 거 아니야?”“거기요. 일단 진정하고 그 칼부터 내려놔요.”“세상에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가장 앞에 선 우연준도 어느새 이성을 되찾고 기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지금 인질로 잡은 사람이 누군지 알긴 합니까? 원하는 게 뭐예요? 당신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줄 수 있는 분입니다. 그러니끼 진정하고 그 칼 내려놔요.”하지만 기자는 차가운 미소와 함께 잡고 있는 비수에 더 힘을 주었다.소은정의 눈치를 살피던 우연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침착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신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저지른 거잖아요. 우리가 찾고 있는 건 배후의 범인입니다. 당신이 아니라요.”“내가 올린 영상 때문에... SC그룹이 입은 손해만 몇백 억이라며? 그래서? 나한테 복수라도 할 거야? 날 감옥에라도 처넣을 건가?”흥분한 기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지만 소은정은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우리 쪽 조사에 협조만 해주면 법적 책임은 묻지 않을게요.”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에 조금 멈칫하던 기자는 예상외로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거짓말. 지금 그딴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저쪽에서 이미 꼬리 자르기를 시작했는데?”지금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대는 카메라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SC그룹을 모함한 게 맞다는 거네요?”소은정이 날카롭게 허점을 짚어내고 당황하던 기자가 입을 벙긋거렸다.“아... 아니야... 내... 내가 혼자 한 거야.”“누가 사주한 겁니까? 솔직하게 말해요. 지금 우리 모습 찍고 있는 기자들 보이죠? 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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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사라졌어

소은정이 뭔가 말하려던 그때, 우연준이 그녀를 엄호하며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가만히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한편 최성문은 기자의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무자비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차에 타자마자 우연준은 소독약을 꺼냈다.“대표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끝납니다.”소독약이 상처에 닿고 짜릿한 느낌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그 기자 도망치지 않게 제대로 지켜봐요.”이에 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몇 대 때리고요. 이대로 경찰한테 바로 넘기는 건 너무 쉽잖아요.”하긴, 이곳은 S시, 그녀의 힘으로 직접 알아내지 못하는 일들을 기회를 잡은 김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다행히 상처는 별로 깊지 않아 피도 곧 멈추었지만 여전히 욱신거렸다.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 소은정은 좌석에 기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뭔가 허전한 것 같은데...뭔가 생각난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동하 씨는요?”그녀의 질문에 우연준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전 대표님은... 계속 대표님과 함께 계신 거 아니었나요?”“그랬죠. 그런데...”의아한 듯 눈을 깜박이던 소은정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아까 무슨 일인지 보고 오겠다고 하고는 감쪽같이 사라졌지. 그리고 다음 순간 기자가 갑자기 나타났고.동하 씨가 계속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최 팀장이 방심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다행히 난 무사한데... 그럼 동하 씨는...?방금 전 상황을 돌이켜보던 소은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지금 당장 사람들 풀어서 주위를 샅샅이 둘러봐요. 분명 근처에 있을 거예요.”소은정의 다급한 표정에 뭔가 눈치챈 우연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 대표님이 위험하신데도 나타나지 않으신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걸 겁니다.”초조한 마음에 소은정은 병원이 아닌 호텔로 향했다.의사가 도착해 상처를 다시 드레싱하는 동안 소은정은 계속 전동하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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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방화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한 목소리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쪽이 꾸민 짓인가요?”“에이, 설마요. 제가 무슨 수로 이렇게 큰 판을 짜겠어요. 전 그냥 구경꾼일 뿐이에요. 은정 씨가 너무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 힌트를 주려는 것뿐이라고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박수아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소은정이 이미 어두워진 액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우연준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대표님, 기자가 폭로 영상의 진실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말했답니다.”“대중들 앞에 설 기회를 주면 안 돼요. 기자가 인정한 사실 전부 경찰한테 알려주고 경찰이 직접 입장 발표를 하게 해요. 그리고 오늘 일...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에 숨은 범인까지 알아내야겠어요.”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우연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대놓고 협박을 당하신데다 다치시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거지.“대표님, 최 팀장 혼자서 경찰 측과 소통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제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렇게 해요. 그 기자도 최 팀장이 옆에 있으면 거짓말을 못 할 테고... 두 사람이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대표님, 오늘 많이 놀라셨을 텐데 일찍 쉬십시오. 전 대표님은... 새로운 소식 들어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바로 침실로 향했다.한편, 호텔방을 나서려던 우연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뭔가 이상한데...하지만 소은정이 침대에 눕는 모습까지 확인한 그는 그저 너무 예민한 거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결국 방문을 나섰다.어차피 호텔 주위는 경호원들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으니 파리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역시... 불안한 예감이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우연준이 나가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소은정은 차키와 휴대폰을 챙기고 호텔방을 나섰다.경호원들의 경비가 삼엄하긴 했지만 그 정도 감시를 따돌리는 건 소은정에겐 식은 죽 먹기, 은밀하게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소은정은 창고를 향해 엑셀을 밟았다.잠시 후. 창고의 창문을 통해 미약한 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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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통구이

창고에는 불에 취약한 건축자재들이 가득 쌓여있다. 지금 성급하게 문을 열었다간 창틈에 뿌려진 휘발유를 타고 불꽃이 흘러들어와 순식간에 창고 전체가 타버릴 게 분명했다.여기서 통구이가 될 순 없어.소은정은 불길을 피해 창문과 최대한 먼 곳으로 도망쳤지만 창고 내부의 온도는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유독연기와 점점 희박해지는 산소...창고가 찜통처럼 느껴지며 소은정은 천천히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한편, 전동하 시점.깨질 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눈을 뜬 전동하는 낯선 주위의 풍경에 당황하기 시작했다.은정 씨가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 있는 곳인 것 같은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천천히 기억을 더듬던 전동하의 머릿속에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수상한 남자를 따라가던 그때 갑자기 다른 누군가의 기습으로 정신을 잃었었다.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게 틀림없는 깔끔하고 잔인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지... 그럼 은정 씨는...!겨우 정신을 차린 전동하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연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그를 맞이했다.소파에 앉아있던 박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훑어보았다.“깼어요? 배 안 고파요? 음식 준비해 줄까요?”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확연히 야윈 전인국이 앉아있었다.미국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왜 여기에...! 입국했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는데.불안한 예감이 밀려오고 전동하는 얼굴을 들이미는 박수아를 힘껏 밀어냈다.“그쪽이 꾸민 짓입니까?”박수아와 전인국을 번갈아 바라보던 전동하는 S시 프로젝트와 관련된 루머 뒤에 뭔가 더 큰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챘다.내가 너무 안일했어. 전기섭이 다친 걸 알면 아버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은정 씨는 지금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있을 거 아니야.한편,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던 전인국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잔뜩 굳은 얼굴로 그를 훑어보던 전인국이 입을 열었다.“그쪽?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는 거냐? 네가 내 아들로 태어난 걸 고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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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뭘 얻으려고

하지만 전동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버지의 표정을 살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집으로 다시 돌아와 그룹 경영을 맡으라고...?복권 1등 100장보다 더 갚진 기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게다가 정말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온 거라면 이렇게 납치하 듯 불러들이지도 않았을 터...“그건 아버지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제 인생 어떻게 살지는 제가 알아서 결정합니다. 제 일에 신경 끄세요.”말을 마친 전동하는 미련없이 돌아섰다.그에겐 소은정이 전인그룹 경영권보다 훨씬 더 소중했으니까.지금쯤이면 그가 사라졌다는 걸 눈치챘을 텐데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하지만 총총 달려온 박수아가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전 대표님. 아직 좀 더 쉬셔야 해요. 그리고 아버님이랑 오랜만에 만나는 걸 텐데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그래요?”그녀의 목소리에 전동하가 발걸음을 멈추었다.“도대체 아버지한테서 뭘 받기로 했길래 여기서 이짓거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시선에 박수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 자리에 굳어버린 박수아가 전인국의 눈치를 살폈다.“수아양은 기섭이 학교 후배야. 명문대 출신이기도 하고 전인그룹 경영팀 팀장으로 스카우트 할 생각이다. 두 사람 같이 미국으로 들어와.”역시... 아버님, 믿고 있었다고요!박수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를 맞이하는 건 전동하의 차가운 미소뿐이었다.“경영팀 팀장? 하, 두 사람 꽤 큰 거래를 하신 모양이에요? 그런 자리에 이제 학교를 졸업한 초짜를 덜컥 앉힐 정도면.”속셈을 들킨 박수아가 발끈했다.“동하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나 나름 아이비리그 대학교 출신에 능력있는 여자예요. 내가 은정 씨랑 사이가 안 좋은 건 맞지만 동하 씨랑은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내 능력까지 비하하지 말아줘요.”“은정 씨랑 사이가 안 좋은 게 어떻게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죠?”박수아를 훑어보던 전동하가 픽 헛웃음을 흘렸다.매정한 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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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아들이잖아

지나친 정보량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박수아의 눈이 동그래졌다.전기섭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아? 그리고 동하 씨가 전인그룹 후계자가 될 거라고? 게다가... 전기섭을 그렇게 만든 게 진짜 소은정이란 말이야?무지막지한 비밀을 알게 되었단 생각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박수아는 다시 전동하의 모습을 살펴보았다.평소에 봤던 전동하는 태양신의 가호를 받기라도 하듯 항상 밝고 따뜻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비록 전인그룹과의 연결고리는 끊어졌지만 혼자 힘으로 훌륭한 사업체를 키워낸 그는 항상 당당하고 멋진 모습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 앞에 서 있는 전동하는 전에 보았던 따뜻한 미소가 전부 거짓이었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고 매서웠다.한편, 이 상황이 마땅치 않은 건 전인국도 마찬가지였다.기섭이만 멀쩡했었어도 전인그룹을 저 사생아 자식한테 물려줄 일은 없었을 텐데... 전동하, 너한테도 절호의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 개가 돼. 널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겠지.하지만 전동하는 그의 가식적인 호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큭큭큭...”한참을 고개 숙여 웃던 전동하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하, 이제 와서 아들 취급이라도 해주시려는 겁니까? 그냥 하던대로 삼촌 뒷바라지나 하세요. 아니, 삼촌이 아니라... 형인가?”담담한 목소리로 내뱉은 충격적인 말에 전인국의 흐릿한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충격이 컸는지 살짝 휘청이던 그는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잡아 겨우 중심을 잡았다.“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전동하의 말에 충격을 받은 건 박수아도 마찬가지였다.내가 지금... 도대체 뭘 듣고 있는 거야? 막장인 걸로 치자면 우리 집안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인데... 이 집안은 진짜 콩가루잖아?한편, 전인국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아들이 이 순간만큼은 악마처럼 느껴졌다.당혹스러움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전인국의 눈동자가 천천히 붉게 물들였다.“왜요? 평생 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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