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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문전박대

“회장님한테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게 낫다는 걸 배웠어요. 그날 밤 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런 부탁을 어떻게... 됐네요.”

“우리끼리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해요. 솔직히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가 후회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아니, 오히려 초조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 자존심에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가시는 거 진짜 드문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은정 씨도 모르는 척 받아주지 그래요?”

“강서진 씨. 말 전하는 김에 내 말도 전해 드리세요. 나도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려울 것 같네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소은정의 아리송한 말에 강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아는 은정 씨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지...

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가는 말이 강서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오늘 낮에 양 회장님이 그렇게 아끼신다는 박수아 씨가 직접 날 찾아와서 폭로 영상을 업로드한 기자를 내줄 테니 거래를 하자더군요. 뭐 다른 이유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박수아 씨가 이렇게 나오니 이번 일... 애초에 박수아 씨, 아니 양 회장님이 일부러 꾸민 일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강서진 씨. 내 말 잘 전해요. 지금 후회하고 계시는 건 잘 알겠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건 불가능하니 꿈 깨라고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전동하가 이번에는 씻은 딸기를 소은정의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문 소은정이 전동하의 손가락까지 씹어버리고...

“스읍...”

전동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소은정의 질문에도 전동하는 손가락만 꼭 부여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 봐봐요.”

피가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파하는 거지? 설마... 신경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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