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집스레 입술을 다문 박수아의 모습에 양 회장의 인내심도 바닥나기 시작했다.“에휴, 내 말이 무슨 무슨 뜻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 어쨌든 그 기자더러 내일 바로 자수하라고 해. 그리고 괜한 소리 못하게 입 단속 단단히 시키고. 알겠지?”양 회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박수아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이대로 물러나는 건 죽기보다 싫은데...억울했지만 양 회장의 뜻을 더 거슬렀다간 막강한 한 편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니 한 발 물러설 순 없었다.“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다음 날, 소은정은 눈을 뜨자마자 기사부터 확인했다.입주자들 농성에 관한 기사가 없는 걸 보니 어제 공식 성명이 제대로 작용을 발휘한 모양이네...오랜만에 입맛이 돌아 마음 편히 아침식사를 즐기던 그때.“똑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당연히 우연준이라 생각한 소은정은 별 고민없이 문을 열었다.헝클어진 머리로 문을 연 소은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우 비서가 아니잖아...?깜짝 놀란 소은정을 향해 남자가 싱긋 웃었다.아침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에 며칠 동안의 초조함이 먹구름처럼 사라졌다.캐주얼한 의상임에도 전동하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히 돋보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비스듬히 서 있던 전동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굿모닝.”입에 가득 머금고 있던 샌드위치를 억지로 넘긴 소은정이 더듬거리며 물었다.“여...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그것도 아무 말도 없이...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전동하의 완벽한 얼굴 라인에 소은정의 가슴이 주책없이 콩닥였다.“은정 씨 생각에 잠이 와야 말이죠.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했어요.”하, 미쳤구만...전동하가 여전히 멍한 표정인 소은정의 이마를 살짝 건드렸다.“들어오라고 말 안 해줄 거예요? 설마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건 아니죠?”다른 남자라니... 그럴 시간이나 있었으면 좋겠다...“풉, 아니에요. 들어와요...”방에 들어간 전동하가 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가리키며 물었다.“나도 아침 식사 전인데 조금 먹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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