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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좋아하니까

소은정과 우연준이 워낙 낮은 목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들리는 말들이 왠지 신경 쓰였다.

그의 질문에 소은정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번 일 동하 씨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여자가 꾸민 거예요. 반전이죠?”

장난스러운 소은정의 표정과 달리 전동하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뭐라고요?”

“동하 씨한테 흑심을 품고 있는 여자라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요.”

한국에 온 뒤로 전동하가 사적으로 친하게 지낸 여자라곤 소은정뿐인데 여자라니...

“박수아요.”

소은정의 대답에 전동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방긋 웃더니 얼굴 찌푸린 것 좀 봐...

그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소은정은 왠지 더 장난을 치고 싶었다.

“설마 모른다고야 하진 않겠죠?”

“그건 아니죠... 하지만 맹세코 얼굴 몇 번 마주친 게 다예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미친 거 아니에요?”

항상 젠틀하던 전동하에게서 처음 듣는 거친 단어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 화를 내긴 커녕 웃기만 하는 소은정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말을 이어갔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난 억울해 죽겠구만.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은정 씨,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말을 끝내자마자 전동하는 바로 휴대폰을 꺼냈지만 소은정이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뭘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

“완벽하게 포기하게 만들어야죠. 욕도 한 바가지 해주려고요! 그딴 여자 때문에 은정 씨가...”

풉, 그냥 자기 화풀이 하려는 것 같은데? 나도 멀쩡한데 자기가 더 난리잖아? 귀엽게...

“욕 시원하게 한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소은정이 싱긋 웃었다.

“그럼 어떡해요. 욕으로 안 되면 때리기라도 해야 할까요? 그것도 안 되는 건 아닌데... 우리가 직접 나서는 건 안 되고... 내가 친구한테 물어볼까요?”

점점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소은정이 다급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잠, 잠깐만요. 때리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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