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좀 쉬었어요? 시끄러웠죠?”소은정을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빛은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했다. “괜찮아요.”전동하는 소은정의 의자 쪽에 다가가 몸을 기대어서 차가운 눈빛으로 박수아를 바라보았다. “수아씨, 여기까지 찾아와서 저와 저의 여자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다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저희 둘이 친한가요? 제가 당신을 알고 있나요? 다른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는 게 아주 대단한 일인가 봐요?”전동하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수아는 한 번도 먼저 나서서 그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었고 다가가려고 했을 때는 이미 소은정과 사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안이 조용해졌다. 박수아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하얗게 질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수가 생각 났는지 박수아가 입을 열었다.박수아는 주먹을 꽉 쥐더니 온몸을 떨면서 말했다.“동하씨가 소은정과 사귀고 있다고 해도 끝까지 갈 것 같아요? 소은정이 당신과 사귀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오빠를 화내게 하려고 일부러 사귀는 거예요. 그때 소은정이 오빠와 결혼하기 위해서 어떤 대가까지 바쳤는지 알아요? 근데 동하씨를 위해 바친 대가가 있나요?”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전동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성문도 어이없다는 듯 하던 게임을 내려놓고 박수아를 바라보았다. 소은정이 입을 열려 할 때 전동하는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면서 그녀를 진정시켰다.“수아씨, 여태 연애가 뜻대로 안 됬었죠?”박수아가 멈칫했다. “그래서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예요?”박수아의 얼굴이 점점 안 좋게 변해갔다.전동하는 그녀에게 반박의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박대표와 은정씨 사이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인데 굳이 왜 그 얘기를 다른 사람이 꺼내는 거죠? 저와 은정씨 사이를 굳이 대가로 값어치를 매기는 것 자체가 멍청한 일 아닌가요
소은정은 전동하를 보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였다.“너무 심하게 말한 것 아니에요?”전동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정말요?”“심하긴 했지만 저는 좋았어요.” 전동하는 웃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귀를 어루만졌다.“그녀를 의심하고 있어요?”박수아가 찾아온 것부터 그녀가 얼마나 급한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급한 거지?소은정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진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박수아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당연하죠.”소은정의 회사를 나온 박수아는 양동재가 그녀에게 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조급해하였다. 하루라는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양동재가 그녀를 의심할 것이다. 거리에서 곰곰이 생각하던 박수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품질 검사 하기 전에 사람을 심어서 합격품을 불량품으로 바꾸면 소은정이 현장에 있어도 어쩔 수 없잖아요!”수화기 저편에서 웃으면서 말했다.“늦었어요. 소은정이 이미 사용하지 않은 건축자재들을 봉하여 보관했어요. 게다가 직원들이 창고를 꼼꼼히 살피고 있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요.”박수아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다.“그러면 이미 납품된 자재들을 받은 사장님들을 매수할 수는 없나요?”“아가씨, 이미 오래전부터 실처럼 엮여 있는 사람들이라 저희가 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매수를 못 하는 게 아니라 한두 명을 매수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어요. SC그룹에서의 성명서에 똑똑히 적어놨어요. 만약 부동산 계약을 취소하고 싶으면 취소할 수 있지만 다시 계약하려고 할 때 더 많은 돈을 주고 계약해야 하고 심지어는 다시 계약할 수 없게 돼요. 이 프로젝트가 이 도시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요?”박수아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말을 끊어버렸다.“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이제 소은정이 다 알게 된 후 우리한테 비용을 청구하기만 기다리라는 거예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소은정은 할 말이 없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동하가 자신에 대한 요구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 192센티의 키에 약간 마른 몸매와 배우같은 얼굴. 모든 면에서 다 완벽했다. 만약 연예계에 데뷔한다면 분명히 톱스타들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소은정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동하씨, 외모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잘생겼기만 한걸요.”전동하의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정말요?”소은정은 확신에 찬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몸매에 헬스도 꾸준히 하고 있고 얼굴은 또 얼마나 잘생겼어 키도 커 돈도 많아. 대체 뭐가 불만이에요? 대체 멋있는 기준이 뭐예요?”그녀의 말에 전동하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들어보니 은정씨는 저의 외모에 대해 만족스러운가 봐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완전히 제 스타일이에요.”전동하의 가슴이 뛰고 행복해 났다. 소은정의 입에서 자신에 대한 칭찬이라니 세상을 다 산 기분이었다. 그의 얼굴이 살짝 발그스레 해졌다.“다행이네요.”소은정은 그의 눈치를 살폈다. 마치 무슨 고민이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자기 외모에 대해 불만인 건가? 소은정은 짧은 한숨을 쉬더니 빨리 화제전환을 하려 할 때 전동하가 입을 열었다.“같이 사진이나 찍을까요?”소은정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같이 사진이요?”생각해보니 꽤 오랜 시간동안 사귀고 있음에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않았다. 애초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소은정은 예전에도 한유라와 성강희 때문에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는 것이 다였다. 전동하가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하자 순간 놀라 멈칫했다. 그녀의 당황한 모습에 전동하가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싫은가요?”소은정이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아니요. 좋죠.”전동하는 웃으면서 옆에 있는 최성문과 우연준을 바라보았다.“저 사람들 보고 찍어달라고 부탁하죠. 뒷모습 좋아하잖아요. 저
우연준의 사진에 놀란 소은정은 감탄하며 그가 찍은 사진을 감상했다. 넉 장 정도 찍은 사진은 사진마다 각도가 달랐고 자연스러운 각도로 제일 이쁘고 멋지게 찍어주었다. 그중 한 장은 옆모습이 거의 가려진 소은정과 그녀를 대려다 보면서 고개를 숙인 전동하의 눈썹뼈가 잘 보였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다른 몇 장도 너무 아름답고 멋졌다. 프로페셔널한 사진작가와 견주어 보아도 잘 찍었다고 할 수 있을 듯했다. 전동하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연준씨 사진 실력이 대단하신데요!”우연준은 웃으면서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실력은 없지만 예전에 저희 집이 사진관을 운영했었습니다.”정동하가 말했다.“사진 좀 전송해주세요. 저도 저장하게.”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고마워요, 비서님.”우연준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를 실 있으면 불러주세요.”우연준이 나가고 소은정은 계속해서 금방 찍어준 사진을 보고 있었다.전동하도 웃으면서 전송받은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였다. 지난번 성명을 발표하고 난 후 여론의 물타기가 제어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이 일에 대해 관심도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성적으로 이 이슈를 관찰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건이 이 정도로 발전한 것에 대해 소은정은 기자를 내세워 총받이로 쓸 생각이 없었다. 그 기자를 찾든 말든 품질 검사는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품질 검사는 다른 사람들이 손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폐쇄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저녁이 되자 인터넷은 쥐 죽은 듯 잠잠했다. 양동재는 집에서 소은정의 감사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집의 전화기가 고장이 났나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아홉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참지 못한 양동재는 화난 어투로 말했다.“빨리 수아에게 전화를 해서 집으로 오라고 해!”집사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아가씨께서 오늘은 일이 있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합
양 회장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소찬식 회장이 나한테 연락오기 전에 어떻게든 은정이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양 회장의 분부에 고개를 끄덕인 집사는 바로 우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우 비서의 대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죄송합니다. 지금 저희 대표님께서 내일 재점검에 관한 일로 많이 바쁘셔서요. 시간 나면 직접 회장님 찾아뵈시겠다네요.”스피커 폰으로 진행된 통화라 우연준의 말을 필터없이 듣게 된 양 회장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분명 저번 파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화가 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른이니 한 번은 더 찾아올 법도 하잖아? 성질머리하곤... 아주 그 아비랑 판박이라니까...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물론 우연준의 말과 달리 미리 재점검 준비를 해둔 덕에 소은정은 아주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오랜만에 전동하와 함께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마음이 가벼운 소은정과 달리 양 회장의 속은 점점 타들어가고 있었다.이걸 어쩐다... 아!순간 양 회장은 저번 식사 자리에서 강서진과 소은정이 꽤 친해 보였던 걸 기억해 냈다.그래. 서진이라면...“집사, 얼른 서진이한테 전화걸어 봐.”잠시 후.“작은 할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너 지금 아직 S시에 있어?”“에이, 진작 다시 돌아왔죠. 왜요?”어색한 말투로 헛기침을 하던 양 회장이 한참을 뜸을 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너... 은정이랑 사이 좋아 보이던데? 어때?”“글쎄요.”양 회장의 질문에 강서진이 헛웃음을 지었다.강서진 본인이야 소은정과 꽤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소은정은...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았으니까.“은정이한테 전해. 재점검 굳이 안 진행해도 잘 해결될 수 있게 내가 잘 말해 놓겠다고. 응?”“하, 작은 할아버지, 은정 씨가 부탁할 땐 들은 척도 안 하시더니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셨어요?”강서진의 비아냥거림에 가뜩이나 짜증 난 상태던 양 회장이 책상을 쾅 내
“회장님한테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게 낫다는 걸 배웠어요. 그날 밤 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런 부탁을 어떻게... 됐네요.”“우리끼리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해요. 솔직히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가 후회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아니, 오히려 초조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 자존심에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가시는 거 진짜 드문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은정 씨도 모르는 척 받아주지 그래요?”“강서진 씨. 말 전하는 김에 내 말도 전해 드리세요. 나도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려울 것 같네요.”“그게 무슨 소리예요?”소은정의 아리송한 말에 강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아는 은정 씨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지...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가는 말이 강서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오늘 낮에 양 회장님이 그렇게 아끼신다는 박수아 씨가 직접 날 찾아와서 폭로 영상을 업로드한 기자를 내줄 테니 거래를 하자더군요. 뭐 다른 이유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박수아 씨가 이렇게 나오니 이번 일... 애초에 박수아 씨, 아니 양 회장님이 일부러 꾸민 일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강서진 씨. 내 말 잘 전해요. 지금 후회하고 계시는 건 잘 알겠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건 불가능하니 꿈 깨라고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전동하가 이번에는 씻은 딸기를 소은정의 입에 넣어주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문 소은정이 전동하의 손가락까지 씹어버리고...“스읍...”전동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머,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소은정의 질문에도 전동하는 손가락만 꼭 부여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디 봐봐요.”피가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파하는 거지? 설마... 신경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마음
다음 날.재점검을 위해 관련 부서 직원들이 지성그룹을 방문했다.건축자재에 전부 검사용 테이프를 붙이고 거래처들 중에서도 랜덤으로 질량 점검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소은정은 이 모든 걸 영상과 수치 등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대중들에게 공유했고 그녀의 행보에 네티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SC그룹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대중들의 의심도 점점 사라져갔다.당일, 소은정과 전동하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비록 급하게 잡은 일정이지만 워낙 큰 이슈라 꽤 많은 언론사들이 현장에 모였고 이건 팀장이 이번 원자재에 재점검에 대한 사항을 브리핑했다.소은정이 직접 나서는 것이 더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지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이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대답하는 건 이건 팀장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어찌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김재한 역시 기자들 앞에서 폭로 영상에서 그가 했던 말은 술에 취해 한 말실수였음을 솔직하게 밝혔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재점검을 나온 공무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은정은 이번 재점검 소동을 공권력의 힘을 이용해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자재 문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린 재점검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면 국가 기관에서 SC그룹이 사용하는 원자재는 안전합니다라고 인정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 이보다 더 좋은 광고가 있을까?한편, 이건을 잡던 카메라에 소은정의 옆얼굴이 살짝 잡히고...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에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소은정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간 거야? 역시 은정 누나!”“믿고 있었어요. 은정 언니!”“SC그룹이 억울하게 당한 게 맞는 것 같아. 솔직히 은정 언니가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기준 미달인 건축자재를 사용할 리가 없잖아.”“그런데 은정 언니 옆에 있는 저 남자는
왠지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에 당황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그럼요. 편한 신발로 가지고 오라고 부탁하면 되니까?”우 비서님이라면 뭐 다른 방법이 있겠지? 보너스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은 인재니까...남자친구인 그보다 우 비서를 더 신뢰하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안쓰러운 눈빛으로 다친 발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주머니에서 푸른색 손수건을 꺼냈다.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실크 손수건이었지만 전동하는 망설임없이 손수건을 절반으로 찢은 뒤 각각 소은정의 양쪽 발목에 묶어주었다.전동하의 따뜻한 손가락이 소은정의 발목에 닿는 순간, 괜히 쑥스러워진 소은정은 온몸을 움찔거렸지만 딱히 그를 막진 않았다.손수건으로 발목을 이쁘게 묶은 전동하가 다시 신발을 신겨주었다. 신발 뒷부분과 닿는 부분을 잘 감싸줌과 동시에 은은한 빛깔의 손수건이 왠지 패션의 일부처럼 보여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마워요.”“응급처치”가 끝나고 싱긋 미소를 지은 소은정이 시험삼아 한 발 내디뎠다.시원한 소재이기도 했고 실크가 발과 신발 사이를 막아주어 고통은 덜 했지만 여전히 욱신거리는 건 마찬가지였다.“더 까지진 않겠지만... 상처는 약 발라야 나을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전동하의 말에 신발을 살펴보던 소은정 역시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도... 이쁘네요?”그제야 일어선 전동하가 그녀에게 팔을 내주었다.“내 팔 잡고 걸어요.”무게를 힘껏 실었지만 전동하의 탄탄한 팔이 그녀의 몸을 꽉 잡아주어 마음이 든든해지는 소은정이었다.“그럼 계속 가볼까요?”어느새 저 멀리 앞서간 직원들을 따라가려던 그때, 전동하가 소은정의 손목을 확 낚아채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따라갈 거예요?”“그럼요.”“발 아프다면서요!”다시 고개를 숙여 발목을 확인한 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견딜만 해요. 이 브랜드 운동화는 다시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 어우, 쓰라려라.”그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괜히 더 가벼운 말투로 장난을 치는 소은정을 가만히 바라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