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회장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소찬식 회장이 나한테 연락오기 전에 어떻게든 은정이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양 회장의 분부에 고개를 끄덕인 집사는 바로 우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우 비서의 대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죄송합니다. 지금 저희 대표님께서 내일 재점검에 관한 일로 많이 바쁘셔서요. 시간 나면 직접 회장님 찾아뵈시겠다네요.”스피커 폰으로 진행된 통화라 우연준의 말을 필터없이 듣게 된 양 회장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분명 저번 파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화가 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른이니 한 번은 더 찾아올 법도 하잖아? 성질머리하곤... 아주 그 아비랑 판박이라니까...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물론 우연준의 말과 달리 미리 재점검 준비를 해둔 덕에 소은정은 아주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오랜만에 전동하와 함께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마음이 가벼운 소은정과 달리 양 회장의 속은 점점 타들어가고 있었다.이걸 어쩐다... 아!순간 양 회장은 저번 식사 자리에서 강서진과 소은정이 꽤 친해 보였던 걸 기억해 냈다.그래. 서진이라면...“집사, 얼른 서진이한테 전화걸어 봐.”잠시 후.“작은 할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너 지금 아직 S시에 있어?”“에이, 진작 다시 돌아왔죠. 왜요?”어색한 말투로 헛기침을 하던 양 회장이 한참을 뜸을 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너... 은정이랑 사이 좋아 보이던데? 어때?”“글쎄요.”양 회장의 질문에 강서진이 헛웃음을 지었다.강서진 본인이야 소은정과 꽤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소은정은...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았으니까.“은정이한테 전해. 재점검 굳이 안 진행해도 잘 해결될 수 있게 내가 잘 말해 놓겠다고. 응?”“하, 작은 할아버지, 은정 씨가 부탁할 땐 들은 척도 안 하시더니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셨어요?”강서진의 비아냥거림에 가뜩이나 짜증 난 상태던 양 회장이 책상을 쾅 내
“회장님한테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게 낫다는 걸 배웠어요. 그날 밤 회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런 부탁을 어떻게... 됐네요.”“우리끼리 뭘 그렇게 돌려서 말해요. 솔직히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할아버지가 후회하고 계시는 거 같아요. 아니, 오히려 초조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 자존심에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가시는 거 진짜 드문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은정 씨도 모르는 척 받아주지 그래요?”“강서진 씨. 말 전하는 김에 내 말도 전해 드리세요. 나도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려울 것 같네요.”“그게 무슨 소리예요?”소은정의 아리송한 말에 강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아는 은정 씨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지...그리고 다음 순간,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가는 말이 강서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오늘 낮에 양 회장님이 그렇게 아끼신다는 박수아 씨가 직접 날 찾아와서 폭로 영상을 업로드한 기자를 내줄 테니 거래를 하자더군요. 뭐 다른 이유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박수아 씨가 이렇게 나오니 이번 일... 애초에 박수아 씨, 아니 양 회장님이 일부러 꾸민 일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강서진 씨. 내 말 잘 전해요. 지금 후회하고 계시는 건 잘 알겠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건 불가능하니 꿈 깨라고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전동하가 이번에는 씻은 딸기를 소은정의 입에 넣어주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문 소은정이 전동하의 손가락까지 씹어버리고...“스읍...”전동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머,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소은정의 질문에도 전동하는 손가락만 꼭 부여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디 봐봐요.”피가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파하는 거지? 설마... 신경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마음
다음 날.재점검을 위해 관련 부서 직원들이 지성그룹을 방문했다.건축자재에 전부 검사용 테이프를 붙이고 거래처들 중에서도 랜덤으로 질량 점검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소은정은 이 모든 걸 영상과 수치 등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대중들에게 공유했고 그녀의 행보에 네티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SC그룹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대중들의 의심도 점점 사라져갔다.당일, 소은정과 전동하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비록 급하게 잡은 일정이지만 워낙 큰 이슈라 꽤 많은 언론사들이 현장에 모였고 이건 팀장이 이번 원자재에 재점검에 대한 사항을 브리핑했다.소은정이 직접 나서는 것이 더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지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이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대답하는 건 이건 팀장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어찌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김재한 역시 기자들 앞에서 폭로 영상에서 그가 했던 말은 술에 취해 한 말실수였음을 솔직하게 밝혔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재점검을 나온 공무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은정은 이번 재점검 소동을 공권력의 힘을 이용해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자재 문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린 재점검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면 국가 기관에서 SC그룹이 사용하는 원자재는 안전합니다라고 인정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 이보다 더 좋은 광고가 있을까?한편, 이건을 잡던 카메라에 소은정의 옆얼굴이 살짝 잡히고...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에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소은정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간 거야? 역시 은정 누나!”“믿고 있었어요. 은정 언니!”“SC그룹이 억울하게 당한 게 맞는 것 같아. 솔직히 은정 언니가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기준 미달인 건축자재를 사용할 리가 없잖아.”“그런데 은정 언니 옆에 있는 저 남자는
왠지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에 당황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그럼요. 편한 신발로 가지고 오라고 부탁하면 되니까?”우 비서님이라면 뭐 다른 방법이 있겠지? 보너스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은 인재니까...남자친구인 그보다 우 비서를 더 신뢰하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안쓰러운 눈빛으로 다친 발을 바라보던 전동하가 주머니에서 푸른색 손수건을 꺼냈다.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실크 손수건이었지만 전동하는 망설임없이 손수건을 절반으로 찢은 뒤 각각 소은정의 양쪽 발목에 묶어주었다.전동하의 따뜻한 손가락이 소은정의 발목에 닿는 순간, 괜히 쑥스러워진 소은정은 온몸을 움찔거렸지만 딱히 그를 막진 않았다.손수건으로 발목을 이쁘게 묶은 전동하가 다시 신발을 신겨주었다. 신발 뒷부분과 닿는 부분을 잘 감싸줌과 동시에 은은한 빛깔의 손수건이 왠지 패션의 일부처럼 보여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마워요.”“응급처치”가 끝나고 싱긋 미소를 지은 소은정이 시험삼아 한 발 내디뎠다.시원한 소재이기도 했고 실크가 발과 신발 사이를 막아주어 고통은 덜 했지만 여전히 욱신거리는 건 마찬가지였다.“더 까지진 않겠지만... 상처는 약 발라야 나을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전동하의 말에 신발을 살펴보던 소은정 역시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도... 이쁘네요?”그제야 일어선 전동하가 그녀에게 팔을 내주었다.“내 팔 잡고 걸어요.”무게를 힘껏 실었지만 전동하의 탄탄한 팔이 그녀의 몸을 꽉 잡아주어 마음이 든든해지는 소은정이었다.“그럼 계속 가볼까요?”어느새 저 멀리 앞서간 직원들을 따라가려던 그때, 전동하가 소은정의 손목을 확 낚아채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따라갈 거예요?”“그럼요.”“발 아프다면서요!”다시 고개를 숙여 발목을 확인한 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견딜만 해요. 이 브랜드 운동화는 다시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 어우, 쓰라려라.”그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괜히 더 가벼운 말투로 장난을 치는 소은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속 깊은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해 줘서 고마워요.”동하 씨가 이해해 줘서 다행이야. 다른 건 몰라도 삐진 남자친구 달래는 방법은 안 배웠단 말이야... 솔직히... 이제 동하 씨와의 관계를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소문내고 싶지도 않아.마음의 응어리를 푼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예쁜 미소를 짓던 그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눈치없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우연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우 비서님?”곧이어 우연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어디 계세요.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아까 사람이 갑자기 몰려서 놓친 건가.“아까 우리가 봤던 창고 뒤편에 있어요... 네...”통화를 마친 소은정은 여전히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를 향해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우 비서님... 공적인 일 말고 사적인 일까지 도맡는 겁니까?”지나치게 진지한 전동하의 표정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하죠. 보통 비서 연봉 3배에 보너스까지 빵빵하게 받아가는데요.”어쩐지... 보통 비서랑 다르게 일상적인 것까지 다 챙겨준다 싶었어. 이건 비서라기보다... 집사에 더 가까운 걸?우연준이 오길 기다리며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소은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저 사람... 왜 저렇게 두리번대는 거지? 오늘 기자회견 때문에 온 기자처럼은 안 보이는데... 수상해.소은정이 경계심을 잔뜩 곤두세우고 역시 수상함을 느낀 전동하가 안심하라는 듯 소은정의 손을 토닥였다.“내가 가볼게요.”이쯤 되면 우 비서님도 곧 도착할 테니까...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지.“네, 조심해요.”자리에서 일어선 전동하는 마지막으로 소은정을 향해 미소를 지은 뒤 구석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5분쯤 지났을까?이상하게 가슴이 콩닥거리고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던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윽...”여전히 마찰로 인해 발뒤꿈치의 상처가 욱신거리고 아예 신발을
우연준의 외침에 경비원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그 덕에 인질로 잡힌 소은정의 모습이 바로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하, 소은정 대표를 인질로 삼아? 저 남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기자처럼 보이는데?”“지금 저게 무슨 짓이야? 소은정 대표를 인질로 잡아? 미친 거 아니야?”“거기요. 일단 진정하고 그 칼부터 내려놔요.”“세상에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가장 앞에 선 우연준도 어느새 이성을 되찾고 기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지금 인질로 잡은 사람이 누군지 알긴 합니까? 원하는 게 뭐예요? 당신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줄 수 있는 분입니다. 그러니끼 진정하고 그 칼 내려놔요.”하지만 기자는 차가운 미소와 함께 잡고 있는 비수에 더 힘을 주었다.소은정의 눈치를 살피던 우연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침착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신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저지른 거잖아요. 우리가 찾고 있는 건 배후의 범인입니다. 당신이 아니라요.”“내가 올린 영상 때문에... SC그룹이 입은 손해만 몇백 억이라며? 그래서? 나한테 복수라도 할 거야? 날 감옥에라도 처넣을 건가?”흥분한 기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지만 소은정은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우리 쪽 조사에 협조만 해주면 법적 책임은 묻지 않을게요.”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에 조금 멈칫하던 기자는 예상외로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거짓말. 지금 그딴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저쪽에서 이미 꼬리 자르기를 시작했는데?”지금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대는 카메라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SC그룹을 모함한 게 맞다는 거네요?”소은정이 날카롭게 허점을 짚어내고 당황하던 기자가 입을 벙긋거렸다.“아... 아니야... 내... 내가 혼자 한 거야.”“누가 사주한 겁니까? 솔직하게 말해요. 지금 우리 모습 찍고 있는 기자들 보이죠? 저 카
소은정이 뭔가 말하려던 그때, 우연준이 그녀를 엄호하며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가만히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한편 최성문은 기자의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무자비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차에 타자마자 우연준은 소독약을 꺼냈다.“대표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끝납니다.”소독약이 상처에 닿고 짜릿한 느낌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그 기자 도망치지 않게 제대로 지켜봐요.”이에 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몇 대 때리고요. 이대로 경찰한테 바로 넘기는 건 너무 쉽잖아요.”하긴, 이곳은 S시, 그녀의 힘으로 직접 알아내지 못하는 일들을 기회를 잡은 김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다행히 상처는 별로 깊지 않아 피도 곧 멈추었지만 여전히 욱신거렸다.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 소은정은 좌석에 기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뭔가 허전한 것 같은데...뭔가 생각난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동하 씨는요?”그녀의 질문에 우연준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전 대표님은... 계속 대표님과 함께 계신 거 아니었나요?”“그랬죠. 그런데...”의아한 듯 눈을 깜박이던 소은정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아까 무슨 일인지 보고 오겠다고 하고는 감쪽같이 사라졌지. 그리고 다음 순간 기자가 갑자기 나타났고.동하 씨가 계속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최 팀장이 방심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다행히 난 무사한데... 그럼 동하 씨는...?방금 전 상황을 돌이켜보던 소은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지금 당장 사람들 풀어서 주위를 샅샅이 둘러봐요. 분명 근처에 있을 거예요.”소은정의 다급한 표정에 뭔가 눈치챈 우연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 대표님이 위험하신데도 나타나지 않으신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걸 겁니다.”초조한 마음에 소은정은 병원이 아닌 호텔로 향했다.의사가 도착해 상처를 다시 드레싱하는 동안 소은정은 계속 전동하에게 전화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한 목소리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쪽이 꾸민 짓인가요?”“에이, 설마요. 제가 무슨 수로 이렇게 큰 판을 짜겠어요. 전 그냥 구경꾼일 뿐이에요. 은정 씨가 너무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 힌트를 주려는 것뿐이라고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박수아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소은정이 이미 어두워진 액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우연준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대표님, 기자가 폭로 영상의 진실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말했답니다.”“대중들 앞에 설 기회를 주면 안 돼요. 기자가 인정한 사실 전부 경찰한테 알려주고 경찰이 직접 입장 발표를 하게 해요. 그리고 오늘 일... 무슨 일이 있어도 배후에 숨은 범인까지 알아내야겠어요.”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우연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대놓고 협박을 당하신데다 다치시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거지.“대표님, 최 팀장 혼자서 경찰 측과 소통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제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그렇게 해요. 그 기자도 최 팀장이 옆에 있으면 거짓말을 못 할 테고... 두 사람이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대표님, 오늘 많이 놀라셨을 텐데 일찍 쉬십시오. 전 대표님은... 새로운 소식 들어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바로 침실로 향했다.한편, 호텔방을 나서려던 우연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뭔가 이상한데...하지만 소은정이 침대에 눕는 모습까지 확인한 그는 그저 너무 예민한 거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결국 방문을 나섰다.어차피 호텔 주위는 경호원들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으니 파리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역시... 불안한 예감이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우연준이 나가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소은정은 차키와 휴대폰을 챙기고 호텔방을 나섰다.경호원들의 경비가 삼엄하긴 했지만 그 정도 감시를 따돌리는 건 소은정에겐 식은 죽 먹기, 은밀하게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소은정은 창고를 향해 엑셀을 밟았다.잠시 후. 창고의 창문을 통해 미약한 불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