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로비에 드레스와 샴페인이 불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으며 한결 다른 분위기를 이루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담화 분위기 속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새하얀 작은 손이 커다란 남자의 손바닥에 놓여 있었으며 그 순간... 이유영과 여진우 두 사람은 높은 곳에 서 있었다.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두 사람...”어떤 사람은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다. 아담한 이유영은 커다란 여진우의 옆에 서 있었다.두 사람은 한 발짝 한 발짝 위에서 내려왔으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무대의 중앙에 도착했다.음악이 휙 변하더니 두 사람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힐을 신은 여자는 아주 우아하고 숙련하게 남자의 보폭에 맞추었으며 똑같이 생긴, 심지어 완벽한 두 얼굴은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켰다.이유영의 댄스 기초는 아주 좋았으며 여진우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케미에 취해 같이 춤추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한 쌍의 인물 같았다.사람들은 연신 감탄을 보냈다.“너의 춤 스텝은 정말 나쁘지 않은데.”여진우는 이유영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상체를 뒤로 굽히는 순간, 이유영의 유연함을 한껏 자아냈다.얼굴이 서로 가깝게 맞붙은 순간, 사람들은 더욱 냉기를 한껏 들이마셨다.애매하고 몽롱한 분위기였다.“너도 나쁘지 않네.”이유영이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혈연이 아니라고 하면 그들도 안 믿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사전에 리허설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지금 이렇게 서로 합이 잘 맞는 것은 마치 마음이 서로 연결된 것만 같았다.소은지도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전에는 그저 가볍게 언뜻 보았을 뿐이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지금은 도대체 무슨 소식인지 알아보겠어요?”남자는 소은지의 옆에 서서 그윽한 말투로 말하고는 가볍게 웃었다.“알, 알겠어요...”세상에! 눈앞의 두 사람이 쌍둥이가 아니라고 하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정국진은 박연준과 서재욱이 같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전에 이유영과 박연준 사이에서 생긴 소문들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소곤소곤하기 시작했다.“유영아...”강이한이 입을 열었다. 이 순간 그는 이유영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정국진은 박연준과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었다.하지만 서재욱은 이유영을 향해 걸어왔다.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서재욱이 온몸에서 내뿜는 기운은 사람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유영아.”서재욱은 이유영에게 손을 내밀었다.“...”원래 아파 나는 두피는 지금 서재욱이 자기에게 내민 손을 본 순간, 더욱 미치게 느껴졌다.이건 아수라장일 뿐만 아니라 정말 사람을 피 말라 죽게 했다.이유영은 당장 그 자리에 선 채 사라지고 싶었다!정국진은 이유영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오늘 밤의 중요한 결정을 선포하기로 했다.정국진이 높은 곳에 나타났을 때, 그는 오늘 밤의 가장 중요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얘기했다.장면은 그제야 조용해졌으며 다들 일제히 정국진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정씨 가문에서 이번 연회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은 정씨 가문에서 중요 소식 발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전해 들었다.“먼저 오늘 밤의 중요한 소식을 발표하기 전, 저는 제 딸과 아들을 먼저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이 말을 내뱉자마자, 현장은 떠들썩해졌다!‘딸? 아들?’다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정씨 가문에는 줄곧 외동딸 정유라만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 정 회장님이 말하기를 딸과 아들을 함께 무대 위로 모신다니?’‘그럼, 그 말인즉 오늘 밤의 소식은 사실...?’강이한의 미간은 한데 찌푸려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여진우가 이유영의 손을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정국진이 있는 무대 위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순간 가슴이... 멎는 것만 같았다.‘설마 두 사람이? 아니, 불가능해! 이건 절대
정씨 가문의 거대한 연회는 온 파리를 떠들썩하게 했다. 각 언론사는 서로 앞다투어 기사를 보도했으며 기사 사진은 모두 이유영과 여진우가 손을 잡고 있는 사진으로 기재했다.거의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의 얼굴은 누가 봐도 한배에서 태어난 것이었으면 친형제가 아니라고 말하면 누구도 안 믿을 정도였다.가족사진 한 장으로 파리 사람들은 이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된 사이인지를 철저하게 인식하였다.발표가 끝난 뒤,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의 코트를 걸친 채 우아하게 고귀한 옷차림을 한 엔데스 현우의 팔짱을 끼면서 연회장에서 걸어 나왔다.이런 화면은 또 한바탕 기삿거리가 되었다.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의 종적은... 그야말로 신비하고 알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하지만 이렇게 공식 자리에 덜컥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아내까지 달고 나왔다.차에 오르기 전, 줄줄이 이어진 차 문 앞에 쌀쌀맞은 엔데스 명우가 서 있었으며 그의 옆에는 또 못 보던 여자 파트너가 있었다. 전에 이유영 때문에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여전히 이 꼬락서니였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 순간, 소은지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냉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은 그윽하면서도 오만했으며 위험한 기운들로 가득했다.엔데스 명우를 한 눈만 본 뒤, 소은지는 곧바로 눈길을 거두었으며 엔데스 현우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엔데스 명우는 두 손에 주먹을 꼭 쥐었다!그의 이마에는 핏줄이 팍팍 돋았다!이렇게 사람이 많은 장소가 아니었다면 엔데스 명우가 아미 정신을 잃고 어떻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도 이 자리에서 소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었다.엔데스 현우도 마저 차에 오르려는 순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현우!”내내 침묵을 지키던 여섯째 도련님이 결국 입을 열었다.엔데스 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외부 사람들은 줄곧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과 일곱째 도련님이 엔데스 가문에서 제일 화목한 사이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지의 일이 있고 나니, 전에 얼마나 많은 소문이
하지만 지금 엔데스 현우가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다니 소은지는 믿어지지 않았다.“일곱째 도련님, 어찌 됐든 저는 너무 감사드려요!”소은지가 말한 건 자기와 결혼해 준 일이었다.탁탁 소리와 함께 라이터의 소리가 들렸다. 엔데스 현우는 시가 한 대에 불을 붙이고는 두 모금 들이켰다. 그는 조금 짜증이나 보였다.사실 오늘 저녁에 이유영을 본 뒤로, 엔데스 현우의 기운은 줄곧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설마, 이 사람 사실은...’소은지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는 말을 계속해 나가지 않았다.엔데스 가문의 모든 것이 정착되면, 모든 것이 엔데스 현우의 손에 들어가면, 그때가 되면 소은지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그럴 수 있었다...소은지는 그저 엔데스 현우에게 힘을 보태주어 그가 최종적으로 엔데스 가문을 손에 넣게 하면 되었다.그때가 되면 엔데스 현우의 형제들은 다 스스로 파리를 떠나서 각자 발전하게 된다. 이 가족은 여태껏 그랬다!마지막에 가문을 손에 쥔 사람만이 진정으로 파리에 남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엔데스 가문의 백 년 안정을 위해서 그랬다.가문을 장악한 뒤, 엔데스 가문의 다른 형제들은 떠나야만 했다.엔데스 명우는 줄곧 엔데스 가문을 철저하게 통제하려고 했다. 이 몇 년 사이에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으며 소은지는 그걸 똑똑히 지켜보았다.그는 소은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짓밟아버렸다.그래서 소은지도... 그가 제일 원하는 제일 중요한 것들을 철저하게 망가뜨릴 생각이었다....다른 한편, 정씨 가문 쪽... 하객들은 전부 다 떠났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매섭게 쳐다보며 그 순간 무슨 심정으로 그녀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유영아...”순간, 강이한은 숨결마저 긴장해졌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이유영은 강이한을 한 눈 쳐다보았으며 그녀의 눈에는 아주 비꼬는 감정이 역력했다.오늘 저녁은 파리 전체를 충격시켰지만, 그중에서 마음의 충격이 제일 큰 사람은 아마도 눈앞의 강이한이 분명할 것이었다.
“넌 정말 돼지 새끼보다 못해. 홍문동에서 길렀던 뭉치도 너보다는 사랑스러웠지!"정말 돼지 새끼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돼지처럼 귀엽지는 않았다!만약 일반농장에서 기르는 돼지에 비한다면 아마 강이한은 사람을 제일 열받게 하는 그런 돼지였을 것이었다.하지만 뭉치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눈동자는 순간 풀렸다... 생각은 멀리멀리 날아올라 갔으며 마치 청하시에 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뭉치는... 어느 해 생일 때,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선물해 준 애완 돼지였다. 그때는 엄청나게 작은 미니 돼지였다.이유영이 제일 신났던 거를 하나 꼽는다면 아마도 그 선물을 꼽을 것이었다.게다가 이유영은 강이한의 곁에 있을 때 줄곧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았었다...강이한은 언제 어떻게 뒤뜰에서 걸어 나왔는지 모른 채 로비에서 마지막 하객을 마중하는 정국진과 마주쳤다!강이한을 보더니 정국진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정국진은 강이한을 향해 걸어왔다. 두 사람의 상태는 다 별로 좋지 않았다. 오늘 저녁의 일은 강이한에게 있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그는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정국진은 강이한을 보면서 그윽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영에 대한 너의 그 마음을 이해해. 하지만 네가 너무 과격해!”그동안 모든 사람이 본 것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혹독하게 대하는 것이었으며 너무 과격했다.하지만 유독 정국진은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사실 이 방법 외에는 이유영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차가웠다.마치 은하수를 둔 것만 같은 거리감, 도무지 건너갈 수 없을 정도였다.다른 한편, 박연준과 이유영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어두운 귤색 불빛 아래, 잔디에서는 이따금 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당신이 다시는 파리에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아주 돌려서 참으며 말했다.필경 그동안 서주의 일에 대해서 박연준이 이유영을 속인 것도 사실이었고 그녀를 이용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이유영의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박연준의 눈빛은 그윽하기를 밑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다.“있어요?”대답이 없는 박연준을 보며 이유영은 이를 꽉 깨물며 재차 물었다.하지만 박연준은 웃었다.“당신은 이미 마음속으로 나랑 연관되어있다고 단정 지었잖아요?”“한지음 배후에 있던 그 사람도 줄곧 당신이었죠?” “...”박연준이 말한 것처럼, 이유영은 거의 단정 지었다.박연준이 자기를 이용한다는 것을 안 뒤, 이유영은 자기와 강이한 사이를 파괴하는 모든 것, 그것이 한지음이든 아니면 이온유든, 이유영은 마음속으로 반드시 박연준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하지만 박연준은 그저 말없이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유영은 가슴이 쿵쾅거렸으며 머릿속의 폭풍우도 더욱 세차게 휘몰아쳤다. 결국 그녀는 쿵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박연준, 오늘부터 우리 두 사람은 이제 친구 사이도 아니에요!” 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세요.”말을 마친 뒤, 이유영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발을 두 발짝 내디뎠을 때, 뒤에서 박연준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생각지도 못했어요.”이유영은 멈칫 발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돌리지 않고 제자리에 선 채 박연준의 뒷얘기를 기다렸다.“당신이 바로 정 회장의 친 딸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박연준, 모든 사람이 다 바보인 것은 아니에요!”아무리 예전에 박연준이 그녀에게 말 못 할 정도로 상냥했다지만 그때 이유영은 한 시도 경계심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왜냐?그건 이유영이... 사랑 앞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당신은 모든 사람을 경계했지만 유독 그 사람한테는 이상하게 너그러웠어요.”‘여기서 그 사람은 강이한을 말하는 건가!?’“...”이 말에 이유영의 눈 밑에는 위험한 기운이 역력했다.‘너그러웠다고? 아니. 그런 다 내려놓아서야!’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당신은 강이한에게 얻을 목적을 다 이뤘잖아요. 이젠 앞으로 더 이상 나한테 찾아오지 마세요.”이 말만 남긴
그러니 박연준이 강이한의 곁에 한지음을 보낸 것은 그저 강이한과 이유영의 혼인에 금이 가는 것을 가속했을 뿐이었다. 정국진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비록 이유영이 받은 고통의 근원에 박연준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박연준의 한 말들은 사실이었다.그 당시 강이한이 한지음을 대하는 태도를 봐서, 한지음이 아니었더라도 신변 관계가 복잡한 강이한이라면... 그 뒤에 다른 사람이 생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연회가 끝난 뒤, 백산 별장의 사람들은 전부 정리를 하느라 바삐 돌아쳤다. 이유영은 자기를 반산월로 보내달라고 말했다.월이가 아직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유영을 보더니 월이는 까르르 웃으며 두 팔을 치켜들면서 그녀에게 달려왔다. 온몸에는 옷 한 벌과 기저귀만 차고 있었다.꼬맹이의 포동포동한 다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녹게 했다.“엄마. 엄마.”월이는 이유영의 두 다리를 안으며 그녀의 몸으로 바라 올라가려고 했다.다들 여자아이는 얌전하다고 말하는데 월이랑 같이 지낸 후 이유영이 느낀 것은 이 아이는 사지가 유달리 발달하였다는 것이었다.특히 지금 걸음마도 엄청나게 안정적이었으며 낮에는 두 눈을 뜨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무엇이든 다 놀아보고 싶어 했다.“아가씨.”도우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다가왔다.“왜요?”“아가씨 방에 있던 액세서리를 월이 아가씨가 깨트렸습니다!”“...”이런 소식에 대해 이유영은 정말 놀랍지도 않았다.하지만 도우미가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봐서 아마도 깨뜨린 물건이 너무 비싼 것일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고 해도 자기 친 딸이 깨뜨린 것인데 아이를 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다음부터 주의 좀 해주시면 돼요.”“네, 명심하겠습니다.”도우미는 이유영의 말을 듣고 그제야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찌 됐든 그 물건은 딱 봐도 가격이 상당해 보였다.이유영은 품속에 있는 월이를 보며 말했다.“우리 월이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요!?”“않았습니다.”도우미는
정말 가능하다면, 이유영은 지금 당장 강이한을 바다에다 내다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전화 반대편의 강이한은 그녀가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듣더니 호흡마저 거칠어졌다.“당신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그의 말투는 질의로 가득 찼다. 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보태서 물었다.“서재욱이랑 같이 있어?”이유영은 혈압이 밀쳐 올랐다.‘이 남자는 진우의 일이 지난 지 얼마 되었다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또 이런 일을 벌여?’“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당신이 상관할 바야? 당신은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돼?”이유영은 정말 화가 나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누구든 이 정도로 집착을 받으면 다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이한은 성공적으로 그녀의 미움을 받았다.“...”강이한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그를 상관 안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참다못한 이유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시간에 강이한은 도원산에서 좋은 아빠 행세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전화 와서 보채는 건데?’정말 골치가 아팠다.그 뒤로 전화가 다시 걸려 오진 않았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이 정도에서 물러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반산월로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우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문 앞에서 이유영에게 말을 건넸다.“강 도련님께서 오늘 아가씨가 안 만나주면 나중에 꼭 후회하실 거랍니다.”이 순간 이유영은 자신의 뇌가 톡톡 쏘는 것만 같았다.‘난 도대체 어떻게 이런 놈이랑 엮이게 된 거지!? 그 당시,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했어...!’시작을 한 뒤 그 사람을 떨쳐내려고 보니 정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었다.결국, 이유영은 몸을 일으켜 섰다.침대에서 잠든 월이를 보면서, 침대를 두른 난간이 없는 것을 생각해 옷장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갈아놓았다.비록 러그가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월이가 뒹굴어 내려오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박연준은 어둠 속 이유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꼭 괜찮아져야 해...”그 말은 깊고 아픈 감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말이었다.이유영은 비 내리는 소리에 집중하며 박연준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떠난 이후,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이렇게 차가웠다.“탁탁탁!”하이힐 소리와 바퀴 소리가 뜰에서 울려 퍼지자 이유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섰다.“소은지 씨입니다.”이유영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자 우지는 급히 이유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누구도 알지 못했다.하이힐 소리가 들렸을 때, 이유영의 마음속에 느껴진 감정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괴로웠다.홍문동이 불타던 그날도 이유영은 그 하이힐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어둠 속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그것은 차가움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이유영에게 공포로 다가왔다.우지가 소은지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이유영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소은지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의문이었다.“유영아.”소은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지야.”이유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 나야.”“왜 갑자기...”소은지의 예고 없는 방문에 이유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이유영에게 가장 답답한 일이 바로 소은지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소은지를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한 마음이 이유영을 괴롭게 했다.“현우 씨가 너한테 가라고 해서 왔어.”소은지가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손을 반대로 잡으며, 현우가 소은지를 보낸 것이라면, 아마 엔데스 명우는 이 시점에서 매우 바쁜 상황일 것임을 짐작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안쓰러웠다.소은지 역시 이유영의 텅 빈 눈을 보며 가슴 속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퍼졌다. 현우가 이유영의 시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때는 그저 듣기만 했지만, 이유영이 정말로 보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은 이런 기분이 싫었다.“오늘은 어때?”한 남자가 그녀의 옆에 나타나 덩굴 의자에 앉았다.이유영은 이미 이 의자의 냄새에 익숙해졌다.익숙함, 그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의자나 의자에 앉을 때마다 딱딱한 느낌만 들곤 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덩굴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쿠션을 깔아 주었다. 이유영은 덩굴 의자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화려한 소파는 아니지만 그 자리는 이유영에게 편안함을 주었다.그러나 박연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녀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아니.”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그는 매일 아침 마치 일과처럼 그녀에게 묻곤 했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만 했다.이유영은 남자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염 선생은 의술이 뛰어난 분이시니 걱정하지 마.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박연준은 사람을 위로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유영이 이렇게 오랜 시간 약을 복용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남자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이제 바로 네가 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왔다.“유영아, 내가 너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너도 알잖아. 왜 이렇게 날 비꼬는 거야?”맞다, 이유영은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강이한과의 관계가 그렇게 엉망이 되어 버린 사람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한 편에 서 있었다.그들이 이유영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우리 이러지 말자, 응?”박연준의 목소리는 씁쓸했다.박연준은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오고 있었다.이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괴롭다면 떠나도 좋아.”이유영의 분위기와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날카롭고 잔인했고 다른 한쪽은 두려움 없는 조롱을 던졌다.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소은지가 딱 그랬다.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인물이라 해도 소은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소은지의 눈빛에 비친 두려움 없는 모습이 그의 마음을 더욱 자극했다. 차라리 그녀의 눈을 빼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여섯째 도련님!”여섯째 도련님이라니.엔데스 명우는 처음으로 이런 모욕감을 느꼈다. 그전에는 감히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특히 여자들은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지, 감히 이렇게 대들지 못했다. 소은지는 정말 대단했다.남자는 소은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더니, 돌아서며 말했다.“소은지, 기다리고 있겠어.”“...”“현우가 너를 버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남자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마치 그 일이 눈앞에서 곧 벌어질 것처럼.남자가 더 말하지 않아도 소은지는 알 수 있었다. 일단 현우가 그녀를 버리면,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무자비한 복수뿐이었다.그들의 앙숙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오히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이 사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마치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남자가 문까지 가다가 발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엔데스 가문 남자들을 너무 쉽게 생각해!”심지어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늑대들이었다...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남자들. 소은지는 그들 사이에 갇혀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소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떠나고 소은지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만 남아 있었다......파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엔데스 현우는 사람을 보내 소은지를 전용기를 태웠다.비행기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소은지는 파리
“가고 싶어?”“가면 안 돼?”소은지는 차갑고 비꼬는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목이 부서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소은지의 등이 차가운 벽에 밀쳐졌고 집사와 하인들이 다가가려 하자 남자가 고함쳤다.“다 꺼져!”집사와 하인들은 그 자리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얼어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나가세요.”이 남자가 미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소은지의 눈빛에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다.집사와 하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렸다.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소은지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다들 나가세요!”“...”사모님의 엄한 명령에 마음이 조여왔지만 결국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다.엔데스 명우와 소은지만 남았을 때, 소은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증인들은 다 나갔어. 네 마음대로 해.”소은지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표정은 예전에 그와 함께 있을 때와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고문해도 그녀는 항상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명우가 소은지를 가장 아프게 해도,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마치 그녀의 세계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소은지에게는 약점이 없었다.한때 엔데스 명우는 이런 여자가 길들여지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교만한 뼈 구조마저 너무 미워서 하나하나 뜯어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의 오만함은 뼈와 피에서부터 자라 세포로 뻗어 나온 듯했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라 아무리 짓밟고 억눌러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두 눈을 직접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눈빛이 싫었다.그녀는 항상 무관심하고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기 때문이다.“왜? 안 때릴 거야?”“그렇게 쉽게 내 손에 죽고 싶어?”“흥!”하긴, 이렇게 쉽게 그녀를 보내줄 순 없었
소은지는 누군가를 한 번도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연미의 눈 속에서 마치 그런 깊은 사랑을 보는 것 같았다.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었다.송연미의 눈에 담긴 감정은 차분하고 억제된 것이었으며 심지어 극단적이고 날카롭게 느껴졌다.모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감정이었다.처음 송연미를 봤을 때, 엔데스 가문의 여자들 사이에서 송연미는 유난히 고독하고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돋보였다.엔데스 가문에 변화가 생기자 송연미는 반산월에서 그녀는 네 번째 사모님과 송씨 가문의 아가씨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아버지가 사촌 여동생을 양녀로 삼으려는 얘기를 했을 때, 송연미는 절망적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이유영에게서 보았던 것, 즉 결혼의 끝을 생각하면 소은지는 감정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랑이 송연미에게서 보인 것이다. '그가 좋다면 나는 뭐든지 괜찮다'는 그런 사랑을.그 사랑은 소은지가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송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소은지는 이제 송연미가 불쌍하고 애석하게 느껴졌다.엔데스 운빈과 송씨 가문과의 관계를 깨면서까지 현우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송연미를 파리에서 떠나게 한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 아버지가 사촌을 입양한 사실을 참고 있는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이런 여자가 감정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난 오늘 밤 떠나.”잠시 후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송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 속에 기쁨이 스쳤다.“진짜로 떠날 거야?”“응.”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진심이었다.송연미가 한숨을 돌린 듯했다. 마치 그 전까지의 모든 계획이 소은지에게 걸려 있었던 것처럼.이제 소은지가 입을 열었으니 그들도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송연미의 눈 속에서 깊고 날카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큰 압박감을 주었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무겁고 답답했다.송연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왜냐하면 현우는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이기 때문이야.”그 말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왜?”송연미의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일은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가문의 회장은 현우에게 무언가를 남겼을 거야. 그분이 가장 아끼던 사람은 바로 현우였으니까.”가장 아끼던 사람이 현우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남겨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 회장이 정말로 자신의 사람을 아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리가 없었다.“내 아버지가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파리에서의 권력이었어. 네 좋은 친구인 이유영에게 물어보면, 내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송연미도 소은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소은지는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부드러운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써왔던 여러 방법이 소은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결국,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너무 복잡하고 방대하기도 했고 현우가 이 사건에 소은지를 전혀 끌어들이지 않아서 이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정씨 가문은 이 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야?”소은지는 문득 그렇게 물었다.정씨 가문은 매우 큰 상업 제국이었다. 정국진은 언제나 무사히 지나갔고 그만큼 이 사람이 능숙하다는 뜻일 것이다.정씨 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송연미는 이렇게 말했다.“만약 이유영 옆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없었더라면, 엔데스 가문이 정국진을 그냥 놔뒀을 리가 없어.”하지만 아쉽게도 정씨 가문의 유일한 딸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과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따라서 이유영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사실 송연미가 가장 부러워한 사람은 바로 이유영이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이 이 파리에서 보았던
송연미는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께서 아직 현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으셨어.”그 말을 하면서 송연미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그 무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소은지가 송연미를 바라보는 눈빛은 침묵 속에서 날카로움을 띠고 있었다.“네가 아직 여기 있기 때문이야.”송연미의 말은 직설적이었고 어느 정도 압박감이 배어 있었다.소은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송연미는 오늘 밤 소은지가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소은지는 품에서 잠든 고양이를 조용히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송연미가 그 고양이를 보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왜냐하면, 송연미도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아마 현우는 그것을 잊었을 것이다. 송연미와 현우의 사이가 좋았을 때, 송연미는 현우에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좋아, 예쁜 고양이 한 마리 찾아 줄게.”그의 말은 여전히 소은지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그때 그들은 정말 행복했다. 그 누구도 그때가 마지막 평화로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후,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갔고 서로 다른 인생의 궤도로 나아갔다.송연미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기다린 것은 현우가 약속한 예쁜 고양이가 아니라 아버지가 그녀를 엔데스 운빈에게 시집보내려는 계획이었다.송연미는 강하게 반항했다. 미친 듯이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가문 내의 압박과 협박에 못 이겨 결국 무너지게 되었다.송연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하루를 겪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모든 것이 단번에 깨져버렸고 그녀는 고통과 분노 속에서 절망했다.그래서 그녀는 그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미워하게 된 것이다.“너랑 엔데스 운빈의 관계 때문에 네 아버지가...”소은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연미를 바라보았다.도대체 이 가문은 어떤 집안인 걸까?소은지가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송연미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하지만 소은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어딘가 고독한 기운이 스며드는 걸 느끼며,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넌 어떻게 생각해? 나와 현우 씨, 나름 함께 고난을 겪어온 사이 아닌가?”소은지는 송연미에게 시선을 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소은지의 말에 송연미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송연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고 눈 속에는 질투의 불씨가 번뜩였다.하지만 송연미는 엔데스 가문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인 만큼 그런 감정들은 금세 억누를 수 있었다.“엔데스 가문이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어.”중대하다?소은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우가 자신을 이렇게 급하게 파리에서 떠나게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섯째 도련님이 큰형수를 데려갔어.”“...”그 말을 듣고 소은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송연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송연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이 알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소은지, 너 모르지?”“뭘 말하는 거야?”“예전에 회장님 세대 때, 집안 권력을 둘러싼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소은지는 조용히 송연미의 말을 들었다.송연미가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송연미 말대로 소은지는 그들의 권력 다툼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아버지가 그러셨어. 그 당시 엔데스 회장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었다고. 지금의 여섯째 도련님보다 훨씬 더 무서웠대.”“...”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온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졌다.소은지는 가족 모임 때 한 번 마주쳤던 차가운 눈빛의 백발 회장님을 떠올렸다.단 한 번의 시선으로도 그녀를 얼어붙게 할 만큼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분이었다.엔데스 명우조차 이미 충분히 무서운 존재였는데, 회장님은 그보다 더했다니. 엔데스 가문이란 현우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끝없는 심연이었다.“다섯째 도련님이 큰형수를 데리고 간 이유는 미도로 여행을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큰형이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기 때문이야.”단서 하나로
한때 청하시에 머물던 시절.소은지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아온 탓에 결혼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본 적이 없었다.남자를 광적으로 사랑한다는 것 역시 그녀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불같이 뜨거운 사랑이 결국 아픔으로 끝난다면, 그런 사랑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특히 현우의 내면을 어느 정도 들여다본 지금, 그녀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하지만 여자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감정 문제에 있어서는 순진하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과거에 소은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그래, 여자가 순진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마지막에 우는 건 그 여자가 아닐 수도 있어.”소은지의 말은 냉소적이었고 태도는 언제나 가벼워 보였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소은지는 여자가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야 더 행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왜 굳이 목숨까지 걸어야 할지 모를 그런 감정에 휘말려야 할까?사랑은 진심을 다한 사람이 결국 패배자가 되는 잔인한 게임 같았다.소은지는 너무 많은 상처받은 여자들을 보아왔다.그리고, 너무나 많은 상처받은 남자들도 보아왔다.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던 소은지는, 현우를 마주하는 순간 이미 마음이 깊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걸릴까요?”소은지는 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우천시로 떠나는 것에 관한 질문이었다.현우가 소은지를 우천시로 보내려 한다는 건, 현재 파리의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었다.시간은 얼마나 필요한 걸까?“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한 달 정도 걸릴 거예요.”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소은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엔데스 가문이 정말로 벼랑 끝에 다다른 걸까?소은지는 깊은숨을 내쉬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억눌렀다.“네.”짧은 한마디.그러나 그 짧은 대답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은 오직 소은지만이 느낄 수 있었다....소은지에게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