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능하다면, 이유영은 지금 당장 강이한을 바다에다 내다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전화 반대편의 강이한은 그녀가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듣더니 호흡마저 거칠어졌다.“당신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그의 말투는 질의로 가득 찼다. 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보태서 물었다.“서재욱이랑 같이 있어?”이유영은 혈압이 밀쳐 올랐다.‘이 남자는 진우의 일이 지난 지 얼마 되었다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또 이런 일을 벌여?’“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당신이 상관할 바야? 당신은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돼?”이유영은 정말 화가 나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누구든 이 정도로 집착을 받으면 다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이한은 성공적으로 그녀의 미움을 받았다.“...”강이한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그를 상관 안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참다못한 이유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시간에 강이한은 도원산에서 좋은 아빠 행세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전화 와서 보채는 건데?’정말 골치가 아팠다.그 뒤로 전화가 다시 걸려 오진 않았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이 정도에서 물러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반산월로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우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문 앞에서 이유영에게 말을 건넸다.“강 도련님께서 오늘 아가씨가 안 만나주면 나중에 꼭 후회하실 거랍니다.”이 순간 이유영은 자신의 뇌가 톡톡 쏘는 것만 같았다.‘난 도대체 어떻게 이런 놈이랑 엮이게 된 거지!? 그 당시,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했어...!’시작을 한 뒤 그 사람을 떨쳐내려고 보니 정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었다.결국, 이유영은 몸을 일으켜 섰다.침대에서 잠든 월이를 보면서, 침대를 두른 난간이 없는 것을 생각해 옷장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갈아놓았다.비록 러그가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월이가 뒹굴어 내려오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서류봉투 안에는 한 묶음의 사진들이었다!엄청나게 흐릿했다... 사진은 연대가 좀 오래되어 보였다. 한눈에 이유영은 안색이 확 변했으며 강이한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강이한!”이유영은 거의 이를 꽉 깨물며 이 세글자를 내뱉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앞에 있는 재떨이를 들어 강이한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러니 이유영이 지금 어느 정도로 분노가 찼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손을 위로 치켜든 순간, 강이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이유영은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었으며 가슴은 전혀 말을 안 듣고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었다.쾅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맥이 풀렸으며 손에 들었던 재떨이는 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 순간 강이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싸늘함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이게...”‘이게 다 뭐야?’이유영은 차마 입 밖으로 물을 수 없었지만, 심장은 말을 안 듣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순간,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이 모든 것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여진우가 왕년에, 서주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많은 것을 혼자 짊어진 줄은 전혀 몰랐다.“이것들은 다 진짜야!”“당신 뭐 하려고?”“내가 뭘 원하는지 물어봐야지.”이유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이한은 말을 이었다.“...”이유영은 입술을 꾹 오므린 채 강이한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독기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강이한이 원하는 것? 무슨 염치로...!?’그랬다. 강이한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뻔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염치와 연결하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는 염치를 버린 사람이었다.“유영아.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넌 잘 알 거야. 이것들이 일단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 여진우 그 아이는 더 이상 정씨 가문의 자랑이 될 수 없어. 네 어머니도 이것 때문에 고통 속으로 깊이 빠져들겠지.”강이한은 한 구절 한 마디 가볍게 이유영을 일깨워주었다
뒤돌아선 순간, 강이한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더니 이유영은 그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아이를 안고 있던 그녀의 손도 바짝 긴장해졌다.하지만 월이는 이유영이 멈춘 것을 느끼고는 몸을 비틀비틀하며 2번 울부짖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바로 월이를 눌러버렸다.“꼭 오늘 밤에 얘기해야 해?”월이가 점점 더 세게 움직이는 것 때문에 이유영은 가슴이 쪼여 들었다.그 순간, 월이가 고개를 정말 살짝만 돌리면 강이한은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엄수현도 알아본 이상 강이한이... 눈멀지 않고서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이유영은 월이를 안은 채 움직여보았지만, 여전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월이가 울기 시작하면 무조건 이유영이 안고 방에서 왔다 갔다 걸어 다녀야만 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이때 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이유영은 지금, 강이한과 길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는 강이한은 마치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 한 발짝도 떼지 않을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이유영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아무도 몰랐다....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은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는 서로 남남처럼 떨어졌다.반산월로 돌아온 후 엔데스 현우는 바로 떠났다!그동안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은 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엔데스 현우는 심지어 온밤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침대에 누운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유영이가 정씨 가문의 친 딸이라니. 그 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건 당연히 짚고 넘어갈 사람이 있겠지.’소은지는 이유영 대신에 기뻤다!이렇게 되면 소은지 주변의 유일한 약점도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지잉지잉 핸드폰이 울렸다. 소은지는 핸드폰을 들고 보니 엔데스 명우의 전화였다.외부 사람들은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의 사이를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요 며칠 사이에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전화 안 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엔데스 명우의 숨결이 점점 통제를 잃어가는 것을 들으며, 소은지는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사랑을 하든 안 하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무조건 서로를 잘 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지금 보면 소은지도 엔데스 명우를... 알게 모르게 요해하게 되었다.“만약 여섯째 도련님께서 별 중요한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끊겠습니다!”여섯째 도련님, 소은지는 아주 정식적인 호칭을 붙였으며 이 두 단어를 특별히 세게 강조했다.동시에 전화 반대편의 사람을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이제 소은지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있던 번호가 아니라 그의 제수라는 것을.촌수와 예의에 따르면 소은지는 지금 그를 여섯째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했다.게다가 엔데스 명우는... 용건이 있어야만 소은지를 찾을 수 있었다....다른 한편, 소은지가 전화를 끊은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는 화가 잔뜩 났다. 원래 정씨 가문 연회에서 이미 화가 차올랐지만, 지금은 더 말할 것 없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소은지가 연회에서 엔데스 현우랑 능숙하게 춤을 우는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오늘 밤 제일 사람의 눈길을 끈 것이 이유영과 여진우였다면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이 아내를 데리고 나와 함께 비밀의 베일을 벗은 것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작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반산월의 불빛이 점점 어둡게 변하는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의 눈 밑은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배천명은 차에서 내리는 엔데스 명우를 보더니 대경실색하였다.“도련님!배천명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는데 엔데스 명우가 쌀쌀한 기운을 풀풀 뿜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지금... 이게 뭐 하시려는 거지!?’여긴 아무래도 일곱째 도련님의 구역이고 게다가 시간도 늦었고 소은지 지금의 신분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정말 소은지 이 여자에 대해 전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 그녀는 오기가 한가득한 데다가 계획
엔데스 명우는 차가운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가 안 내려오면 내가 그 여자 방으로 쳐들어갈 건데. 어때?”이 말을 들은 집사는 안색이 순간 변했다.“제가 당장 가서 일곱째 사모님을 모셔 오겠습니다.”‘방으로 쳐들어간다고? 그건...’엔데스 가문의 사람이라면 엔데스 명우가 줄곧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가 말을 이렇게 한 이상, 오늘 저녁에 그는 반드시 소은지를 만나야 하는 것이었다. 소은지의 얼굴을 못 보면 단언컨대 그는 절대 떠날 리가 없었다.‘참... 까다롭기도 하네.’집사는 그저 머리가 아팠다.방안에서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마주할 것이 어떤 상황일 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잘 알았다.소은지가 생각하기를 엔데스 명우가 이미 갔다고 생각했을 때, 집사가 올라왔다.“일곱째 사모님, 주무십니까?”집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소은지는 마음이 바로 덜컹 내려앉았다.집사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 시간에 집사가 그녀를 부른다는 것은 특별히 중요한 일밖에 없을 것이었다.“어쩐 일이세요?”소은지는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집사는 소은지의 대답을 듣더니 한숨을 한번 내쉰 것만 같았다.어찌 됐든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방까지 찾아올까 봐 정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정말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집사의 말소리가 들렸다.“여섯째 도련님께서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꼭 사모님을 만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태도가 아주 굳건했죠!?’소은지의 눈 밑에는 일말의 어두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이건 정말 엔데스 명우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만 직성에 풀렸다. 바로 전에 전화에서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에게 극도로 경고했었건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처럼 끝내 찾아오기까지 했다.‘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인데 이 정도가... 뭐라고!?’“네. 알겠어요.”소은지는 침대 등을 켜고 일어나서 외투를 집어 들어
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마치 소리를 못 들은 것처럼 반응이 없었다.엔데스 명우 손의 힘은 점점 더 세졌다. 결국 짝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엔데스 명우는 분노가 차오른 동시에 이성도 되찾았다.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원래 분위기가 위험한 데다가 소은지가 여섯째 도련님의 뺨을 내리치는 것을 보더니 더욱 숨소리조차 내기 두려웠다.‘여섯째 도련님이... 맞았어!?’자유를 되찾은 소은지는 음험한 눈길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며 비꼬았다.“무능한 남자 같은 게!”“...”‘정말 돌았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소은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배천명은 그나마 정신이 말짱했다. 왜냐하면 그는 예전의 소은지를 봤었던 사람으로서 그녀가 예전에도 엔데스 명우를 이렇게 대했다는 것을 알았다.아무리 그녀를 짓눌러도 그녀는 온몸에 오기가 가득한 채 항상 야성을 띄고 있었으며 정말 그녀를 이해할 수 없게 했다!소은지는 매섭게 엔데스 명우를 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엔데스 명우를 팍 돌게 했다.그는 다시 한번 소은지의 목을 덥석 졸랐다.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남달리 독했다!그녀는 전혀 연약함이 없이 엔데스 명우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소은지, 경고하는데 너의 그런 하찮은 꿍꿍이들을 다 집어치워!”“여섯째 아주버님, 어떤 꿍꿍이를 말하시는 거예요?” “네가 더 잘 알 거야!”“저는 아주버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소은지는 얼굴이 빨갛게 되었는데도 눈빛은 예전과 똑같았다.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용서를 비는 뜻한 느낌이 털끝만치도 없었다.소은지는 고사리같이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으로 가볍게 엔데스 명우의 손목을 잡고는 조금씩 조금씩 그의 손바닥을 목에서 떨구었다.“당신은 지금 날 죽이고 싶어 미칠 것 같죠?”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며 씩 웃었다.이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
소은지를 안고 있던 엔데스 현우는 엔데스 명우가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에 바로 그녀를 놔주었다.“앞으로 저 사람을 작작 건드려.”엔데스 현우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누가 두 사람보고 형제가 아니랄까 봐 이럴 때 쌀쌀맞은 것도 아주 비슷했다.“우리 두 사람 사이는 거래로 엮어있어요! 잊으신 거 아니시죠?”‘엔데스 명우를 건드리지 말라고? 우리의 원한은 이제 시작인데 이까짓 게 뭐라고!?’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더니 그의 눈 밑은... 더욱 심각해졌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순간 알아차렸으며 덧붙여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언젠가는 끝을 볼 일이니 급하진 않아요.”적어도 엔데스 현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 소은지가 함부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엔데스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당신이 분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 형이 너무나도 분수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거 걱정될 뿐이에요.”이 말은 결국 소은지더러 엔데스 명우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었다.소은지는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알겠어요.”“당신도 일찍이 휴식을 취하세요.”말을 마친 뒤 엔데스 현우는 뒤돌아서 밖으로 나갔다. 밖의 일이 아직 안 끝났는데 집사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모양인 것 같았다.‘차가워 보이는 현우 씨한테 뜻밖으로... 이런 모습도 있었네.’...반산월의 다른 한편, 소은지의 세계도 그렇거니와 이유영의 세계도 폭발하기 전의 상황이었다.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이 월이의 얼굴을 못 보게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아이를 잘 달래주고는 방에서 나왔다.강이한이 밖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이유영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당신은 그 아이를 참 사랑하네요.”강이한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적어도 나는 어떤 것이 내 것이고 어떤 것이 남의 것인지는 잘 구분해!”이 말은 똑같이 풍자적이었다.강이한이 이유영더러 한지음의 아이를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또 그녀가 자신의 아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이유영 때문이 아니었다.그는 이온유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한, 이온유에 대한 편애였다.이런 편애는 정말 사람의 질투심을 유발했다.그의 편애 대상이 예전에 한지음이었던 것이 지금은 이온유로 변했다.“온몸에, 불에 타들어 가는 것은 어떤 느낌이야?”강이한은 갑자기 이유영을 쳐다보았으며 마치 투시 능력을 갖춘 것처럼 눈 밑에는...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얼굴색이 새하얘졌다.“감옥에서 있었던 그 불은 정말 무척이나 아팠지!”이유영은 감옥 이 두 글자를 심하게 씹으며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강이한 눈 밑의 날카로움은 더욱 짙어졌다.“그럼, 눈이 안 보이는 건 어떤 느낌이야?”매 한 글자에 다 무겁게 이를 갈며 말했다.전에 한동안 강이한은 너무 정신없이 지냈고 또 엮인 일이 너무 많아 바빴지만, 이유영이 했던 말들을 다 까먹은 것은 아니었다.아마도... 그녀를 떠보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의 눈 밑이 흐트러지면서 몸이 저도 모르게 풀리는 것을 본 순간... 강이한은 자신의 마음속 추측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 밑에는 더욱 풍운이 용솟음쳤다.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속에는 어떤 폭풍우가 휘몰아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전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때, 그는... 이유영이 차라리 전생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이유영은 전생의 수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어보진 않았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이유영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순간 강이한은... 그녀가 전부 다 겪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영아.”다시 입을 열었을 때, 강이한의 말투는 조금 떨렸다.“...”이유영은 말없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잠깐의 변화가 있었던 뒤, 지금은 그저 끝없는 막연함만 남았다. 이유영은 아주 쌀쌀맞았으며 태도가 엄청 싸늘했다.강이한은 앞으로 다가가서 이유영의 어깨를 와락 잡았다.두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