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선 순간, 강이한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더니 이유영은 그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아이를 안고 있던 그녀의 손도 바짝 긴장해졌다.하지만 월이는 이유영이 멈춘 것을 느끼고는 몸을 비틀비틀하며 2번 울부짖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바로 월이를 눌러버렸다.“꼭 오늘 밤에 얘기해야 해?”월이가 점점 더 세게 움직이는 것 때문에 이유영은 가슴이 쪼여 들었다.그 순간, 월이가 고개를 정말 살짝만 돌리면 강이한은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엄수현도 알아본 이상 강이한이... 눈멀지 않고서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이유영은 월이를 안은 채 움직여보았지만, 여전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월이가 울기 시작하면 무조건 이유영이 안고 방에서 왔다 갔다 걸어 다녀야만 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이때 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이유영은 지금, 강이한과 길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는 강이한은 마치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 한 발짝도 떼지 않을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이유영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아무도 몰랐다....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은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는 서로 남남처럼 떨어졌다.반산월로 돌아온 후 엔데스 현우는 바로 떠났다!그동안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은 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엔데스 현우는 심지어 온밤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침대에 누운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유영이가 정씨 가문의 친 딸이라니. 그 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건 당연히 짚고 넘어갈 사람이 있겠지.’소은지는 이유영 대신에 기뻤다!이렇게 되면 소은지 주변의 유일한 약점도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지잉지잉 핸드폰이 울렸다. 소은지는 핸드폰을 들고 보니 엔데스 명우의 전화였다.외부 사람들은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의 사이를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요 며칠 사이에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전화 안 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엔데스 명우의 숨결이 점점 통제를 잃어가는 것을 들으며, 소은지는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사랑을 하든 안 하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무조건 서로를 잘 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지금 보면 소은지도 엔데스 명우를... 알게 모르게 요해하게 되었다.“만약 여섯째 도련님께서 별 중요한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끊겠습니다!”여섯째 도련님, 소은지는 아주 정식적인 호칭을 붙였으며 이 두 단어를 특별히 세게 강조했다.동시에 전화 반대편의 사람을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이제 소은지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있던 번호가 아니라 그의 제수라는 것을.촌수와 예의에 따르면 소은지는 지금 그를 여섯째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했다.게다가 엔데스 명우는... 용건이 있어야만 소은지를 찾을 수 있었다....다른 한편, 소은지가 전화를 끊은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는 화가 잔뜩 났다. 원래 정씨 가문 연회에서 이미 화가 차올랐지만, 지금은 더 말할 것 없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소은지가 연회에서 엔데스 현우랑 능숙하게 춤을 우는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오늘 밤 제일 사람의 눈길을 끈 것이 이유영과 여진우였다면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이 아내를 데리고 나와 함께 비밀의 베일을 벗은 것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작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반산월의 불빛이 점점 어둡게 변하는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의 눈 밑은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배천명은 차에서 내리는 엔데스 명우를 보더니 대경실색하였다.“도련님!배천명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는데 엔데스 명우가 쌀쌀한 기운을 풀풀 뿜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지금... 이게 뭐 하시려는 거지!?’여긴 아무래도 일곱째 도련님의 구역이고 게다가 시간도 늦었고 소은지 지금의 신분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정말 소은지 이 여자에 대해 전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 그녀는 오기가 한가득한 데다가 계획
엔데스 명우는 차가운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가 안 내려오면 내가 그 여자 방으로 쳐들어갈 건데. 어때?”이 말을 들은 집사는 안색이 순간 변했다.“제가 당장 가서 일곱째 사모님을 모셔 오겠습니다.”‘방으로 쳐들어간다고? 그건...’엔데스 가문의 사람이라면 엔데스 명우가 줄곧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가 말을 이렇게 한 이상, 오늘 저녁에 그는 반드시 소은지를 만나야 하는 것이었다. 소은지의 얼굴을 못 보면 단언컨대 그는 절대 떠날 리가 없었다.‘참... 까다롭기도 하네.’집사는 그저 머리가 아팠다.방안에서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마주할 것이 어떤 상황일 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잘 알았다.소은지가 생각하기를 엔데스 명우가 이미 갔다고 생각했을 때, 집사가 올라왔다.“일곱째 사모님, 주무십니까?”집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소은지는 마음이 바로 덜컹 내려앉았다.집사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 시간에 집사가 그녀를 부른다는 것은 특별히 중요한 일밖에 없을 것이었다.“어쩐 일이세요?”소은지는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집사는 소은지의 대답을 듣더니 한숨을 한번 내쉰 것만 같았다.어찌 됐든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방까지 찾아올까 봐 정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정말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집사의 말소리가 들렸다.“여섯째 도련님께서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꼭 사모님을 만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태도가 아주 굳건했죠!?’소은지의 눈 밑에는 일말의 어두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이건 정말 엔데스 명우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만 직성에 풀렸다. 바로 전에 전화에서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에게 극도로 경고했었건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처럼 끝내 찾아오기까지 했다.‘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인데 이 정도가... 뭐라고!?’“네. 알겠어요.”소은지는 침대 등을 켜고 일어나서 외투를 집어 들어
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마치 소리를 못 들은 것처럼 반응이 없었다.엔데스 명우 손의 힘은 점점 더 세졌다. 결국 짝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엔데스 명우는 분노가 차오른 동시에 이성도 되찾았다.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원래 분위기가 위험한 데다가 소은지가 여섯째 도련님의 뺨을 내리치는 것을 보더니 더욱 숨소리조차 내기 두려웠다.‘여섯째 도련님이... 맞았어!?’자유를 되찾은 소은지는 음험한 눈길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며 비꼬았다.“무능한 남자 같은 게!”“...”‘정말 돌았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소은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배천명은 그나마 정신이 말짱했다. 왜냐하면 그는 예전의 소은지를 봤었던 사람으로서 그녀가 예전에도 엔데스 명우를 이렇게 대했다는 것을 알았다.아무리 그녀를 짓눌러도 그녀는 온몸에 오기가 가득한 채 항상 야성을 띄고 있었으며 정말 그녀를 이해할 수 없게 했다!소은지는 매섭게 엔데스 명우를 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엔데스 명우를 팍 돌게 했다.그는 다시 한번 소은지의 목을 덥석 졸랐다.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남달리 독했다!그녀는 전혀 연약함이 없이 엔데스 명우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소은지, 경고하는데 너의 그런 하찮은 꿍꿍이들을 다 집어치워!”“여섯째 아주버님, 어떤 꿍꿍이를 말하시는 거예요?” “네가 더 잘 알 거야!”“저는 아주버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소은지는 얼굴이 빨갛게 되었는데도 눈빛은 예전과 똑같았다.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용서를 비는 뜻한 느낌이 털끝만치도 없었다.소은지는 고사리같이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으로 가볍게 엔데스 명우의 손목을 잡고는 조금씩 조금씩 그의 손바닥을 목에서 떨구었다.“당신은 지금 날 죽이고 싶어 미칠 것 같죠?”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며 씩 웃었다.이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
소은지를 안고 있던 엔데스 현우는 엔데스 명우가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에 바로 그녀를 놔주었다.“앞으로 저 사람을 작작 건드려.”엔데스 현우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누가 두 사람보고 형제가 아니랄까 봐 이럴 때 쌀쌀맞은 것도 아주 비슷했다.“우리 두 사람 사이는 거래로 엮어있어요! 잊으신 거 아니시죠?”‘엔데스 명우를 건드리지 말라고? 우리의 원한은 이제 시작인데 이까짓 게 뭐라고!?’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더니 그의 눈 밑은... 더욱 심각해졌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순간 알아차렸으며 덧붙여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언젠가는 끝을 볼 일이니 급하진 않아요.”적어도 엔데스 현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 소은지가 함부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엔데스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당신이 분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 형이 너무나도 분수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거 걱정될 뿐이에요.”이 말은 결국 소은지더러 엔데스 명우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었다.소은지는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알겠어요.”“당신도 일찍이 휴식을 취하세요.”말을 마친 뒤 엔데스 현우는 뒤돌아서 밖으로 나갔다. 밖의 일이 아직 안 끝났는데 집사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모양인 것 같았다.‘차가워 보이는 현우 씨한테 뜻밖으로... 이런 모습도 있었네.’...반산월의 다른 한편, 소은지의 세계도 그렇거니와 이유영의 세계도 폭발하기 전의 상황이었다.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이 월이의 얼굴을 못 보게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아이를 잘 달래주고는 방에서 나왔다.강이한이 밖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이유영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당신은 그 아이를 참 사랑하네요.”강이한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적어도 나는 어떤 것이 내 것이고 어떤 것이 남의 것인지는 잘 구분해!”이 말은 똑같이 풍자적이었다.강이한이 이유영더러 한지음의 아이를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또 그녀가 자신의 아이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이유영 때문이 아니었다.그는 이온유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한, 이온유에 대한 편애였다.이런 편애는 정말 사람의 질투심을 유발했다.그의 편애 대상이 예전에 한지음이었던 것이 지금은 이온유로 변했다.“온몸에, 불에 타들어 가는 것은 어떤 느낌이야?”강이한은 갑자기 이유영을 쳐다보았으며 마치 투시 능력을 갖춘 것처럼 눈 밑에는... 날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얼굴색이 새하얘졌다.“감옥에서 있었던 그 불은 정말 무척이나 아팠지!”이유영은 감옥 이 두 글자를 심하게 씹으며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강이한 눈 밑의 날카로움은 더욱 짙어졌다.“그럼, 눈이 안 보이는 건 어떤 느낌이야?”매 한 글자에 다 무겁게 이를 갈며 말했다.전에 한동안 강이한은 너무 정신없이 지냈고 또 엮인 일이 너무 많아 바빴지만, 이유영이 했던 말들을 다 까먹은 것은 아니었다.아마도... 그녀를 떠보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의 눈 밑이 흐트러지면서 몸이 저도 모르게 풀리는 것을 본 순간... 강이한은 자신의 마음속 추측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 밑에는 더욱 풍운이 용솟음쳤다.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속에는 어떤 폭풍우가 휘몰아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전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때, 그는... 이유영이 차라리 전생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이유영은 전생의 수많은 상처와 고통을 겪어보진 않았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이유영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순간 강이한은... 그녀가 전부 다 겪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영아.”다시 입을 열었을 때, 강이한의 말투는 조금 떨렸다.“...”이유영은 말없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잠깐의 변화가 있었던 뒤, 지금은 그저 끝없는 막연함만 남았다. 이유영은 아주 쌀쌀맞았으며 태도가 엄청 싸늘했다.강이한은 앞으로 다가가서 이유영의 어깨를 와락 잡았다.두 사람의
‘유영이가 언제 이번 생으로 건너온 거지? 이혼... 그래, 이혼한다고 난리를 피웠을 때, 그 후 유영이가 언론을 처리하던 수법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이런 것들에 대해 강이한은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전생의 이유영은 그때 언론들을 보면서 혼자 홍문동에 숨어서 울기만 했었다!하지만 이번 생의 이유영은 매번 아주 날카롭게 반격하였으며 강이한을 떠나려는 그녀의 태도도 엄청나게 굳건했다.‘그때의 유영이가 전생에서 온 것이 아니면 뭐가 있었어?’“도련님이 말씀하신 게 혹시 사모님이십니까?”이정은 알면서도 괜히 물었다.강이한 주변의 사람들은 다 이유영이 강이한을 무척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증오는 이미 도천의 지경에 이르렀다.그런 것이 아니면 아이를 숨길 이유도 없었다. 서주 핑계를 대긴 했지만... 사실 다 그녀 마음속의 원한 때문이었다.“사실 사모님 마음속에서 지음 아가씨는... 사모님의 금기입니다!”강이한이 말이 없는 것을 보더니 이정은 결국 숨을 한 모금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맞았다. 금기였다.예전에는 한지음이었고 지금은 이온유였다.강이한은 머리가 띵해 나는 것 같았고 눈동자도... 순간 축소되었다. 이정의 말이 맞았다.만약 이유영이 정말로 전생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그럼, 한지음은 정말 그녀의 마음속에서 금기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한지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최종적으로 한지음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몰라서였다.‘만약 알게 된다면 유영이는 아마도...’여기까지 생각한 강이한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차 돌려!”“도련님.”“반산월로 가.”한지음이 바로 이유영 마음속의 금기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강이한은 그녀가 왜 이온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다른 한편, 강이한이 반산월을 떠난 뒤 이유영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올라와서 강이한이 또 왔다고 말했다.그 순간 이유영은 그저 두피가 톡톡
하지만 다음 순간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난 듣고 싶지 않아!”“유영아, 이번 일은 너와 지음이...’“그만. 강이한 당신 진짜 그만 해!”‘한지음. 이 사람은 지금까지도 한지음 소리를 하고 있네. 도대체 이 남자를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아니면 한지음이 정말 강이한의 세상에서 넘어갈 수 없는 존재인 건가?’이 순간, 한지음의 이름을 들은 후 이유영의 반응은 더욱 이정의 말을 증명하였다. 한지음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금기된 존재가 분명했다.그녀는 그게 누구든지 한지음 얘기를 꺼내는 것을 싫어했다.“유영아, 나도 알아. 너의 아픔을 나도 알아...”“아픔?”이유영은 강이한의 말을 다시금 끊어버리고는 풍자적으로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당신 자신을 너무 높게 보는 거 아니야?”‘아픔이라고? 어디 봐서 내가 아파하는 것처럼 보여?’“유영아!”이유영이 전혀 해명을 듣지 않는 것을 보더니 강이한은 가슴이 답답하였다. 마치 솜사탕이 속을 막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나 진짜 피곤해!”이유영은 온밤 강이한에게 괴롭힘을 받았으며 이렇게 서로 대치하다가는 날이 밝을 정도였다.이유영은 이제 정말 강이한이 미치도록 짜증이 났다.결국 이유영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는 이유영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당신 뭐 하는 거야?”강이한의 행동을 보며 이유영은 다시 미칠 것만 같았다. 강이한은 정말 또라이가 분명했다. 밑도 끝도 없이 미친 짓만 했다.“나 따라가.”“내 딸이 아직 방에서 자고 있어. 이거 놔...”짝 소리와 함께 또 따귀가 강이한의 얼굴에 내리쳐졌다.“당신 제발 이렇게 역겨울 정도로 날 괴롭히지 마? 응?”이유영은 강이한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랬다. 정말 역겨웠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온유는 네 딸이야'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너무나도 역겨웠다.‘이 사람은 정말 아무 말이나 막 하네.’“...”강이한은 가슴이 아팠다.“유영아. 넌 반드시 온유를 받아들여야 해.”강이한은 정말 이 말을 한두 번
오늘 저녁, 박연준과 이유영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소은지는 과감하게 도망치듯 외출했다.“그러면 안 돼요?”“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조심해야 해요.”“...”이유영을 자극하지 말라는 뜻이겠지? 누가 말 안 해도 조심할 거였다.하지만 현우가 그런 말을 하니, 소은지는 마음이 답답해 났다.현우가 소은지에게 손을 내밀었다.“뭐 하는 거예요?”“같이 가요. 오늘 여기서 자지 말고.”“무슨 뜻이에요?”또 이유영에게 보여주려는 건가?“제가 말했잖아요, 굳이...”“읍!”말을 마치기도 전에 현우는 소은지를 끌어안았고 소은지는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현우의 차에 태워졌다.그리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화려한 스위트룸을 보고도 소은지는 어리둥절했다.“설마, 본가에서 사람 시켜서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반산월에 있을 때부터 소은지와 현우는 한방을 썼다. 하지만 여긴 우천시다.현우가 소은지의 가는 허리를 감싸안았다.소은지는 현우에게서 느껴지는 무거운 기운을 감지했고 저항하던 몸짓도 멈췄다.“요즘 많이 힘들었죠?”회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엔데스 가문은 난리가 났다.여섯째 도련님뿐만 아니라 다섯째 도련님, 넷째 도련님, 셋째 도련님, 그리고 큰 도련님까지 모두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엔데스 가문은 파리에서 100년 된 명문가인 만큼 모두가 파리로 모이고 있었다.가문은 잔인한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현우는 아무 말 없이 조명을 껐고 그렇게 두 사람은 밤을 보냈다.그날 밤, 두 사람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고 결국 소은지는 깊은 잠에 빠졌다.눈을 떴을 때, 현우는 방에 없었다. 그리고 어젯밤...소은지는 침대에 앉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소은지와 현우는 부부 관계지만, 그 관계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파트너일 뿐이었다.소은지는 현우와 그렇게까지 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그들은 다른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았다. 이게 대체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선 이유영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소은지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틀림없이 이유영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강이한에 대한 결론이 나 있었다.이유영뿐만 아니라, 강이한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강이한에게 있어 이유영은 절대 한지음보다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파리에서.현우와 송연정의 일은 점점 더 커졌고 소은지는 처음에는 그저 지켜보았지만, 며칠 후부터는 아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볼수록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그날 저녁.소은지는 우천시의 야경을 보러 갔다. 정말 멋졌다. 청하시에 있을 때는, 우천시의 야경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이곳만의 특징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밤 직접 보고 나서 그 말이 정말 사실임을 알았다.돌아왔을 때, 마당 앞에 서 있는 차갑고 외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현우였다!현우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파리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그런 데다 그와 송연정의 관계까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마당에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이유영 때문일까?혹시 이유영이 걱정돼서...그런 생각을 하자, 며칠 동안 겨우 진정되었던 소은지의 마음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답답하고 불안한 기분이었다.소은지는 현우의 뒤에 서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박연준이 계속 이유영 곁에 지키고 있어요.”현우가 예전에 말했듯이 박연준과 강이한은 지금 이유영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강이한이 지금 여기에 없더라도 박연준이 이유영 곁에 있으니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이유영 곁은 가장 평화로운 곳일 거였다.소은지의 목소리를 들은 현우가 뒤로 돌아섰다. 현우의 눈은 깊고 어두웠다. 현우가 많이 야윈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소은지가 반응하기도 전에, 현우는 소은지의 목을 잡아끌어 품에 안았다.“으...”아팠다!곧이어 현우의 키스가 쏟아졌다.마치 폭풍처럼 억눌렸던 감정을 터뜨렸다.현우의 감정이 소은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겁고 마치 갇힌 짐승처럼 세
강이한이......소은지는 어떻게 이유영 앞에 나타났는지 몰랐다. 이유영은 은은한 달빛처럼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우아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유영아, 네가 이런 드레스를 입은 건 처음 보네!"소은지의 말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과거 강이한 곁에 있던 이유영은 경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강씨 가문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강이한은 경제적으로 이유영에게 아낌없이 후했다.이유영이 입고 쓰는 대부분은 명품이었고 그녀는 체구가 작아 강이한은 원피스를 입히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런 전통적인 드레스는 거의 입지 않았다."우지 씨가 사준 건데, 예쁘지?""응, 우지 씨 눈썰미가 정말 좋네."키가 작은 사람이라 해서 전통 드레스를 못 입을 리가 없다. 이유영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전통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렸다. 그 드레스를 입은 이유영은 더욱 빛났고 정말 예뻤다.소은지는 복잡한 표정으로 의자를 끌어다 이유영 옆에 앉고는 이유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유영아.""응?""최근 신씨 가문이랑 강이한이 엄청 얽히던데... 정말 네가 한 거야?""맞아."이유영은 덤덤하게 인정했다."..."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의 갈등은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있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이에게까지 손을 댄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이온유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월이가 강이한의 딸인 걸 몰랐다고 해도 그러면 안 됐다.월이는 이유영의 딸이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이미 많은 상처를 주고도 아이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다.하지만 소은지는 서재에서 수술 동의서를 보고 경악했다.예전에 이유영과 소은지는 강이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한지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영이 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한지음도 오랫동안 시력을 잃었지만 강이한은 자신의 각막을 한지음에게 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유영한테는 달랐다.“왜 그래?”이유영은 소은지가 말이 없자 눈살을 찌푸렸다.이유영은
이유영은 염 선생의 약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수면 시간만큼은 확실히 바뀌었다. 점심 먹은 지 30분 후면 반드시 잠들어야 했다.하지만 소은지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파리 쪽 상황이 소은지를 숨 막히게 했다. 특히 오늘, 파리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떴다.기사에는 현우와 송연미의 사촌 동생인 송연정이 공개적으로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이 기사 때문에 소은지까지 휘말리게 되었는데 파리에서는 소은지와 현우가 이미 이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송연미의 말대로, 현우는 송연미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파리의 상황은 짐작조차 불가능했다.서재에서.“웅...”휴대전화가 진동했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소은지가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여보세요.”“나야.”송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송연미는 자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전화 너머로 송연미의 슬픔이 느껴졌다.송연정은 송연미의 사촌 동생이었다. 예전에 사이가 좋았던 현우와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였고 지금은 현우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송연정 입양에 협조하고 있었다.현우와 송연정의 모습으로 보아 송연미가 지금 파리에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소은지, 고마워!”송연미의 목소리는 여전히 슬펐지만, 소은지에게 감사하는 듯한 말투였다.소은지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송연미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지만 소은지는 여전히 쏘아붙이는 말투로 말했다.“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 없어.”“...”“송연미, 잊지 마. 넌 이미 현우와 끝난 사이야!”소은지의 날카로운 말투와 차가운 태도는 송연미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송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소은지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송연미가 감사를 표하다니?송연미는 현우가 보낸 사람이고 소은지와 현우의 관계에 송연미가 간섭할 일은 아니었다.소은지는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예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대체 왜 이러는
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이유영이 자존심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아무리 지금 익숙해졌다고 해도 소은지는 이유영이 여전히 안쓰러웠다.“괜한 생각하지 마.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야.”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강이한 곁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소은지는 그랬다.이유영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소은지는 이유영 곁에서 함께 극복했다.소은지의 조심스러운 말투를 이유영은 알아채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넌 참...”이유영의 미소에 소은지는 안도했다.“네가 날 특별하게 생각해 주는 거 알아. 나도 이미 익숙해졌어.”특별한 상황이니만큼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거였다.소은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난 그저...”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먹여줘.”“응.”소은지의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졌다.소은지는 이유영 앞의 작은 그릇을 들고 조심스럽게 이유영에게 음식을 먹였다.“유영아, 괜히 적응하려고 애쓰지 마... 분명 좋아질 거야!”예전 일은 잊어도 좋았다. 이제 이유영 뒤에는 정씨 가문이 있고 정씨 가문은 이유영이 평생 어둠 속에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세상일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소은지의 긴장된 말투와 달리 이유영은 차분했다.그 차분함에 소은지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이유영은... 이미 지금의 어둠을 받아들인 걸까? 가슴이 더욱 아파져 왔다.“그래, 세상일이란 게 다 그렇지 뭐.”하지만 지금 이유영의 모습은 많이 안심되었다. 특별히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소은지는 조심스레 이유영에게 음식을 먹였다. 소은지는 이유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유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소은지는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약 먹고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어?”소은지는 염 선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유명한 사람이기에 그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없어.”이유영은 솔직하게 말했다. 박연준에게 거짓말을 하
“벌받을까 봐 무서우면,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박연준은 할 말을 잃었다.여자의 마음을 건드린 잘못은 돌이킬 수 없었다.여자 마음속 가장 중요한 선을 넘어선 것이었다. 박연준과 강이한은 이유영의 마음속 금단의 선을 넘어섰다.“무슨 의미야?”“...”“그러면서 평생 빚졌다고 생각해?”이유영은 비웃었다.박연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이유영의 말에 답답함이 밀려왔다.염 선생님의 약이 효과 없다면 평생 빚 이상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강이한은 이미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서 박연준에게 보냈다.강이한의 결정은 확고했다.만약 석 달 안에 약이 전혀 효과가 없다면... 그는 이유영을 데리고 강이한과 미리 약속한 병원으로 갈 것이다.그 병원에서 이유영은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정씨 가문으로 돌아갈 것이다.그리고 강이한은...그날 서재에서 말했듯, 강이한은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것이 그의 벌이라면 기꺼이 받겠다고 했다.이유영은 고집이 센 여자였다. 각막 이식 대기자 명단이 길다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었다.정씨 가문 누구도 부정한 수단을 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 대기자는 너무 많았다.특별한 수단이 없다면 수술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그러니 지금 상황은 단순히 평생 빚을 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평생 빚보다 훨씬 더 잔혹한 일이었다.“유영아, 너는 아무것도 몰라...”박연준의 목소리가 낮고 무거웠다.맞다. 이유영은 아무것도 몰랐다.“그래, 아무것도 몰라! 예전에 연서가 너희에게 무슨 의미였는지 몰랐어.”“...”“너희 마음속에서 내가 연서의 대타일 뿐이었다는 것도 몰랐어!”단지 대타일 뿐이었으니, 어떻게 이용하든 상관없지 않았을까? 심지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그것이 바로 박연준이었다.박연준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머리가 쿵쿵 울렸다. 그는 이유영이 고의로 그를 자극하여 곁에 있지 못하게 하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데, 박연준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은지가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보호를 해주었는지와 상관없이 이유영은 그 둘에게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다.그 이유는 그들이 이유영에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이유영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자존심 강한 이유영은 진영숙의 억압 속에서도 강이한을 위해 참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의 현재 모습이 바로 그 고통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소은지가 부엌으로 간 사이, 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이유영은 손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더욱 힘을 주었다.“박연준!”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답답한 듯 말했다.“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박연준의 질문은 이유영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미 다 설명했는데, 왜 이유영은 서로 힘들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이유영의 차가운 대답은 박연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요즘 이유영은 박연준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항상 차가웠다. 마치 높은 벽을 쌓아놓은 듯, 넘어설 수 없을 만큼 차가운 태도였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했다.이유영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의 차가운 말에 박연준의 끈기와 노력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약 먹고 어땠어?”박연준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대답하기 전에 박연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아, 진심으로 대답해 줘. 네 건강과 관련된 문제야.”박연준은 이유영이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아무런 느
현우에 대한 생각은 소은지와는 달랐다.그들 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바꿀 수는 없었다.또한 그녀와 엔데스 명우의 관계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치욕이었다.온몸이 더럽혀진 자신이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남자, 현우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고,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 자격도 없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갔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유영에게는 그것이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정확히 일주일이 지났고 소은지는 우천시의 날씨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는 정말 비가 자주 오네.”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는 비 오는 느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답답해지곤 해.”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밤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이런 곳에서 자면 꽤 편안함을 느꼈었다.하지만 밤이 되자, 소은지는 바로 이유영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여기 밤에 정말 추워!”소은지는 이불을 두 겹 덮어도 여전히 추웠다.사람들은 우천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지만, 소은지는 이곳이 춥기만 했다. 여름밤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니. 겨울이 오면 이곳 날씨는 정말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은지는 이곳이 벌써 싫어졌다.이유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넌 정말!”그 목소리에는 살짝 애정 어린 톤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요즘 너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아.”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상이 정말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그렇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박연준과 강이한 덕분에, 그녀는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서주나 파리 어디에서도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었다.이유영은 대답했다.“네가 왔으니까, 당연히 행복하지.”“그렇구나.”소은지
소은지는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그릇을 들고 숟가락을 집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더 깊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꼈다.“그 사람은... 떠났어?”그는 강이한을 말한 거였다.박연준은 아침에 이유영과 불편한 대화를 나눈 후, 일 보러 밖으로 나갔다.게다가 엔데스 회장의 별세는 서주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를 둘러싼 일이 정말 많았다.“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더욱 깊어져 갔다.여기에 오고 나서, 현우의 사람들은 이곳 주변이 아주 평온하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아무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말을 떠올렸다. 송연미는 그 이유를 말하길, 이유영 뒤에 있는 박연준과 강이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들이 엔데스 가문이 원하는 중요한 것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이유영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와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거야?”소은지가 이유영에게 물었다.“응.”이유영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마치 그들 사이에 깊은 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그녀의 한마디는 그렇게 단호했다. 그 말은 마치 그들 사이에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는 듯이, 끝났다는 말조차 아무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했다.소은지는 웃었다.“예전부터 난 네가 행복하기만 바랐어, 강이한과 멀리해.”“맞아, 그때 넌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지.”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유영은 그 가운데서 무엇도 보지 못했다.소은지는 여러 번 말했었다. 여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이 사라진다고.그러나 그때의 이유영은 소은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강이한에게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만약 그때 소은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운 결말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은지야.”“응?”“엔데스 가문의 남자들, 조심해.”이유영은 소은지를 향해 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