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말 돼지 새끼보다 못해. 홍문동에서 길렀던 뭉치도 너보다는 사랑스러웠지!"정말 돼지 새끼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돼지처럼 귀엽지는 않았다!만약 일반농장에서 기르는 돼지에 비한다면 아마 강이한은 사람을 제일 열받게 하는 그런 돼지였을 것이었다.하지만 뭉치 얘기가 나오자 강이한의 눈동자는 순간 풀렸다... 생각은 멀리멀리 날아올라 갔으며 마치 청하시에 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뭉치는... 어느 해 생일 때,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선물해 준 애완 돼지였다. 그때는 엄청나게 작은 미니 돼지였다.이유영이 제일 신났던 거를 하나 꼽는다면 아마도 그 선물을 꼽을 것이었다.게다가 이유영은 강이한의 곁에 있을 때 줄곧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았었다...강이한은 언제 어떻게 뒤뜰에서 걸어 나왔는지 모른 채 로비에서 마지막 하객을 마중하는 정국진과 마주쳤다!강이한을 보더니 정국진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정국진은 강이한을 향해 걸어왔다. 두 사람의 상태는 다 별로 좋지 않았다. 오늘 저녁의 일은 강이한에게 있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그는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정국진은 강이한을 보면서 그윽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영에 대한 너의 그 마음을 이해해. 하지만 네가 너무 과격해!”그동안 모든 사람이 본 것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혹독하게 대하는 것이었으며 너무 과격했다.하지만 유독 정국진은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사실 이 방법 외에는 이유영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너무나도 차가웠다.마치 은하수를 둔 것만 같은 거리감, 도무지 건너갈 수 없을 정도였다.다른 한편, 박연준과 이유영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어두운 귤색 불빛 아래, 잔디에서는 이따금 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당신이 다시는 파리에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아주 돌려서 참으며 말했다.필경 그동안 서주의 일에 대해서 박연준이 이유영을 속인 것도 사실이었고 그녀를 이용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이유영의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박연준의 눈빛은 그윽하기를 밑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다.“있어요?”대답이 없는 박연준을 보며 이유영은 이를 꽉 깨물며 재차 물었다.하지만 박연준은 웃었다.“당신은 이미 마음속으로 나랑 연관되어있다고 단정 지었잖아요?”“한지음 배후에 있던 그 사람도 줄곧 당신이었죠?” “...”박연준이 말한 것처럼, 이유영은 거의 단정 지었다.박연준이 자기를 이용한다는 것을 안 뒤, 이유영은 자기와 강이한 사이를 파괴하는 모든 것, 그것이 한지음이든 아니면 이온유든, 이유영은 마음속으로 반드시 박연준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하지만 박연준은 그저 말없이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유영은 가슴이 쿵쾅거렸으며 머릿속의 폭풍우도 더욱 세차게 휘몰아쳤다. 결국 그녀는 쿵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박연준, 오늘부터 우리 두 사람은 이제 친구 사이도 아니에요!” 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세요.”말을 마친 뒤, 이유영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발을 두 발짝 내디뎠을 때, 뒤에서 박연준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생각지도 못했어요.”이유영은 멈칫 발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돌리지 않고 제자리에 선 채 박연준의 뒷얘기를 기다렸다.“당신이 바로 정 회장의 친 딸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박연준, 모든 사람이 다 바보인 것은 아니에요!”아무리 예전에 박연준이 그녀에게 말 못 할 정도로 상냥했다지만 그때 이유영은 한 시도 경계심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왜냐?그건 이유영이... 사랑 앞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당신은 모든 사람을 경계했지만 유독 그 사람한테는 이상하게 너그러웠어요.”‘여기서 그 사람은 강이한을 말하는 건가!?’“...”이 말에 이유영의 눈 밑에는 위험한 기운이 역력했다.‘너그러웠다고? 아니. 그런 다 내려놓아서야!’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당신은 강이한에게 얻을 목적을 다 이뤘잖아요. 이젠 앞으로 더 이상 나한테 찾아오지 마세요.”이 말만 남긴
그러니 박연준이 강이한의 곁에 한지음을 보낸 것은 그저 강이한과 이유영의 혼인에 금이 가는 것을 가속했을 뿐이었다. 정국진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비록 이유영이 받은 고통의 근원에 박연준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박연준의 한 말들은 사실이었다.그 당시 강이한이 한지음을 대하는 태도를 봐서, 한지음이 아니었더라도 신변 관계가 복잡한 강이한이라면... 그 뒤에 다른 사람이 생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연회가 끝난 뒤, 백산 별장의 사람들은 전부 정리를 하느라 바삐 돌아쳤다. 이유영은 자기를 반산월로 보내달라고 말했다.월이가 아직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유영을 보더니 월이는 까르르 웃으며 두 팔을 치켜들면서 그녀에게 달려왔다. 온몸에는 옷 한 벌과 기저귀만 차고 있었다.꼬맹이의 포동포동한 다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녹게 했다.“엄마. 엄마.”월이는 이유영의 두 다리를 안으며 그녀의 몸으로 바라 올라가려고 했다.다들 여자아이는 얌전하다고 말하는데 월이랑 같이 지낸 후 이유영이 느낀 것은 이 아이는 사지가 유달리 발달하였다는 것이었다.특히 지금 걸음마도 엄청나게 안정적이었으며 낮에는 두 눈을 뜨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무엇이든 다 놀아보고 싶어 했다.“아가씨.”도우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다가왔다.“왜요?”“아가씨 방에 있던 액세서리를 월이 아가씨가 깨트렸습니다!”“...”이런 소식에 대해 이유영은 정말 놀랍지도 않았다.하지만 도우미가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봐서 아마도 깨뜨린 물건이 너무 비싼 것일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고 해도 자기 친 딸이 깨뜨린 것인데 아이를 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다음부터 주의 좀 해주시면 돼요.”“네, 명심하겠습니다.”도우미는 이유영의 말을 듣고 그제야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찌 됐든 그 물건은 딱 봐도 가격이 상당해 보였다.이유영은 품속에 있는 월이를 보며 말했다.“우리 월이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요!?”“않았습니다.”도우미는
정말 가능하다면, 이유영은 지금 당장 강이한을 바다에다 내다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전화 반대편의 강이한은 그녀가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듣더니 호흡마저 거칠어졌다.“당신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그의 말투는 질의로 가득 찼다. 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보태서 물었다.“서재욱이랑 같이 있어?”이유영은 혈압이 밀쳐 올랐다.‘이 남자는 진우의 일이 지난 지 얼마 되었다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또 이런 일을 벌여?’“내가 누구랑 같이 있든 당신이 상관할 바야? 당신은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돼?”이유영은 정말 화가 나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누구든 이 정도로 집착을 받으면 다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이한은 성공적으로 그녀의 미움을 받았다.“...”강이한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그를 상관 안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참다못한 이유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시간에 강이한은 도원산에서 좋은 아빠 행세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전화 와서 보채는 건데?’정말 골치가 아팠다.그 뒤로 전화가 다시 걸려 오진 않았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이 정도에서 물러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반산월로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우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문 앞에서 이유영에게 말을 건넸다.“강 도련님께서 오늘 아가씨가 안 만나주면 나중에 꼭 후회하실 거랍니다.”이 순간 이유영은 자신의 뇌가 톡톡 쏘는 것만 같았다.‘난 도대체 어떻게 이런 놈이랑 엮이게 된 거지!? 그 당시,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했어...!’시작을 한 뒤 그 사람을 떨쳐내려고 보니 정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었다.결국, 이유영은 몸을 일으켜 섰다.침대에서 잠든 월이를 보면서, 침대를 두른 난간이 없는 것을 생각해 옷장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갈아놓았다.비록 러그가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월이가 뒹굴어 내려오면 아플까 봐 걱정되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서류봉투 안에는 한 묶음의 사진들이었다!엄청나게 흐릿했다... 사진은 연대가 좀 오래되어 보였다. 한눈에 이유영은 안색이 확 변했으며 강이한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강이한!”이유영은 거의 이를 꽉 깨물며 이 세글자를 내뱉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앞에 있는 재떨이를 들어 강이한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러니 이유영이 지금 어느 정도로 분노가 찼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손을 위로 치켜든 순간, 강이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이유영은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었으며 가슴은 전혀 말을 안 듣고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었다.쾅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맥이 풀렸으며 손에 들었던 재떨이는 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 순간 강이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싸늘함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이게...”‘이게 다 뭐야?’이유영은 차마 입 밖으로 물을 수 없었지만, 심장은 말을 안 듣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순간,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이 모든 것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여진우가 왕년에, 서주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많은 것을 혼자 짊어진 줄은 전혀 몰랐다.“이것들은 다 진짜야!”“당신 뭐 하려고?”“내가 뭘 원하는지 물어봐야지.”이유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이한은 말을 이었다.“...”이유영은 입술을 꾹 오므린 채 강이한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독기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강이한이 원하는 것? 무슨 염치로...!?’그랬다. 강이한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뻔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염치와 연결하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는 염치를 버린 사람이었다.“유영아.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넌 잘 알 거야. 이것들이 일단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 여진우 그 아이는 더 이상 정씨 가문의 자랑이 될 수 없어. 네 어머니도 이것 때문에 고통 속으로 깊이 빠져들겠지.”강이한은 한 구절 한 마디 가볍게 이유영을 일깨워주었다
뒤돌아선 순간, 강이한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더니 이유영은 그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아이를 안고 있던 그녀의 손도 바짝 긴장해졌다.하지만 월이는 이유영이 멈춘 것을 느끼고는 몸을 비틀비틀하며 2번 울부짖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바로 월이를 눌러버렸다.“꼭 오늘 밤에 얘기해야 해?”월이가 점점 더 세게 움직이는 것 때문에 이유영은 가슴이 쪼여 들었다.그 순간, 월이가 고개를 정말 살짝만 돌리면 강이한은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엄수현도 알아본 이상 강이한이... 눈멀지 않고서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이유영은 월이를 안은 채 움직여보았지만, 여전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월이가 울기 시작하면 무조건 이유영이 안고 방에서 왔다 갔다 걸어 다녀야만 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이때 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이유영은 지금, 강이한과 길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는 강이한은 마치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 한 발짝도 떼지 않을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이유영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아무도 몰랐다....이유영과 강이한 두 사람은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는 서로 남남처럼 떨어졌다.반산월로 돌아온 후 엔데스 현우는 바로 떠났다!그동안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은 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엔데스 현우는 심지어 온밤 돌아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침대에 누운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유영이가 정씨 가문의 친 딸이라니. 그 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건 당연히 짚고 넘어갈 사람이 있겠지.’소은지는 이유영 대신에 기뻤다!이렇게 되면 소은지 주변의 유일한 약점도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지잉지잉 핸드폰이 울렸다. 소은지는 핸드폰을 들고 보니 엔데스 명우의 전화였다.외부 사람들은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의 사이를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요 며칠 사이에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전화 안 두 사람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엔데스 명우의 숨결이 점점 통제를 잃어가는 것을 들으며, 소은지는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사랑을 하든 안 하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무조건 서로를 잘 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지금 보면 소은지도 엔데스 명우를... 알게 모르게 요해하게 되었다.“만약 여섯째 도련님께서 별 중요한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끊겠습니다!”여섯째 도련님, 소은지는 아주 정식적인 호칭을 붙였으며 이 두 단어를 특별히 세게 강조했다.동시에 전화 반대편의 사람을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이제 소은지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있던 번호가 아니라 그의 제수라는 것을.촌수와 예의에 따르면 소은지는 지금 그를 여섯째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했다.게다가 엔데스 명우는... 용건이 있어야만 소은지를 찾을 수 있었다....다른 한편, 소은지가 전화를 끊은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는 화가 잔뜩 났다. 원래 정씨 가문 연회에서 이미 화가 차올랐지만, 지금은 더 말할 것 없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소은지가 연회에서 엔데스 현우랑 능숙하게 춤을 우는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오늘 밤 제일 사람의 눈길을 끈 것이 이유영과 여진우였다면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이 아내를 데리고 나와 함께 비밀의 베일을 벗은 것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작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반산월의 불빛이 점점 어둡게 변하는 것을 보며 엔데스 명우의 눈 밑은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배천명은 차에서 내리는 엔데스 명우를 보더니 대경실색하였다.“도련님!배천명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는데 엔데스 명우가 쌀쌀한 기운을 풀풀 뿜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지금... 이게 뭐 하시려는 거지!?’여긴 아무래도 일곱째 도련님의 구역이고 게다가 시간도 늦었고 소은지 지금의 신분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정말 소은지 이 여자에 대해 전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 그녀는 오기가 한가득한 데다가 계획
엔데스 명우는 차가운 얼굴로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가 안 내려오면 내가 그 여자 방으로 쳐들어갈 건데. 어때?”이 말을 들은 집사는 안색이 순간 변했다.“제가 당장 가서 일곱째 사모님을 모셔 오겠습니다.”‘방으로 쳐들어간다고? 그건...’엔데스 가문의 사람이라면 엔데스 명우가 줄곧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가 말을 이렇게 한 이상, 오늘 저녁에 그는 반드시 소은지를 만나야 하는 것이었다. 소은지의 얼굴을 못 보면 단언컨대 그는 절대 떠날 리가 없었다.‘참... 까다롭기도 하네.’집사는 그저 머리가 아팠다.방안에서 소은지는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마주할 것이 어떤 상황일 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잘 알았다.소은지가 생각하기를 엔데스 명우가 이미 갔다고 생각했을 때, 집사가 올라왔다.“일곱째 사모님, 주무십니까?”집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소은지는 마음이 바로 덜컹 내려앉았다.집사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 시간에 집사가 그녀를 부른다는 것은 특별히 중요한 일밖에 없을 것이었다.“어쩐 일이세요?”소은지는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집사는 소은지의 대답을 듣더니 한숨을 한번 내쉰 것만 같았다.어찌 됐든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방까지 찾아올까 봐 정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정말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집사의 말소리가 들렸다.“여섯째 도련님께서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꼭 사모님을 만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태도가 아주 굳건했죠!?’소은지의 눈 밑에는 일말의 어두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이건 정말 엔데스 명우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만 직성에 풀렸다. 바로 전에 전화에서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에게 극도로 경고했었건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처럼 끝내 찾아오기까지 했다.‘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인데 이 정도가... 뭐라고!?’“네. 알겠어요.”소은지는 침대 등을 켜고 일어나서 외투를 집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