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3일간, 이유영은 거의 일에만 매진했다. 그리고 기적같이, 전에 매일 아침 시간 맞춰서 전화해 반 시간 넘게 강이한의 욕설을 퍼붓던 임소미는 3일 동안 기적처럼 잠잠했다.이에 이유영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필경 자기도 너무 바빴으니까...이 3일 동안, 강이한과 한지음의 딸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아서 이유영은 업무 외에 다른 것들은 그나마 조용했다.내일이면 퀘벡으로 떠난다.퇴근한 후, 이유영은 먼저 최익준더러 로열 글로벌 산하의 백화점으로 가달라고 했다.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유아용품 구역으로 갔다.“아가씨, 안경을 쓰십시오.”최익준은 이유영에게 그녀의 특제안경을 건네주었다.“네!”백화점 안의 불빛은 너무 눈부셨다.이유영은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평소에 그녀는 이런 곳에 별로 오지 않았지만, 내일에 퀘벡으로 가니까 아이에게 물건 좀 사주고 싶어서 들른 것이었다.유명한 아동복 가게를 지날 때, 이유영의 눈빛은 순간 가게에 휘말려 들었다. 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유영은 이쁜 공주 치마를 입어보며 강이한에게 보여주고 있는 이온유를 보았다.강이한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넘쳐날 것만 같았다.최익준도 이유영의 눈길 따라 고개를 돌리고는 바로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참 정말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최익준 씨.”“네.”“한 남자가 여자를 엄청나게 사랑해야 그 여자가 낳은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거죠?”“이론적으로 따지면 맞습니다!”이건 아주 골치 아픈 질문이었다. 필경 최익준도 자식이 있는 아버지가 아니라서 좋은 아버지라는 것이 어떤 걸 말하는지 몰랐다.이유영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렇긴 하지. 한 여자를 극치에 이르도록 사랑해야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거지.’이유영은... 처음부터 너무 자신을 높이 봤다.‘서주! 만약 박연준은 강이한 때문에 나를 접근한 거라면 그럼 강이한은... 서주 때문에 나를 접근한 거겠지?’일이 이미 다 끝난
하지만 그런 강이한이...진짜 지금의 그는 좋은 아버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한지음의 아이를 정말 지극히 부드럽게 대했다.“엄마.”이온유는 강이한의 곁에 서 있었으며 예전처럼 바로 이유영의 품속으로 달려들지 않고 그저 가볍게 그녀를 불렀다.그 소리는 아주 작으면서 조심스러웠다.마치 꼬맹이도 이유영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것처럼, 비록 앞으로 다가오긴 두려워했지만, 눈빛 속에는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갈망이 보였다.이유영은 꼬맹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로 최익준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유영.”강이한이 그녀를 불러서 이유영은 관자놀이가 도르르 뛰었다.이유영은 대꾸하지 않고 바로 발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그녀의 손목에는 힘이 느껴지더니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이시욱!”“네, 도련님.”“작은 아가씨를 데리고 가.”“네.”이시욱은 앞으로 나와 이온유를 품속에 끌어안았다.이유영이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강이한에게 끌려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최익준은 앞으로 나서서 막으려고 했지만, 순간 오후에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당부한 말이 떠올라 그저 안절부절못하며 이유영 쪽을 향해 보면서 바짝 긴장했다.“최익준 씨, 이놈을 죽도록 때려요!”이유영은 화가 나서 노호했다.“...”‘죽도록 때리라고요?’이 말을 들은 최익준은 더욱 골치가 아팠다.결국 최익준은 이유영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자마자 강이한의 매서운 눈빛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만 같은 위험한 기운에 최익준은 크게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강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우리 아가씨가 같이 가길 원하지 않습니다.”:“잔말 말고 때려요!”이유영은 화가나 폭발할 지경이었다.“...”이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결국 강이한 몸의 기운은 더욱 쌀쌀해졌고 그는 손에 있는 이유영을 매섭게 째려보고는 덥석 그녀를 등에 메가 가려고 했다.“... 강이한 이 뻔뻔한 놈!”장면은 폭발하기 일보 직
우지는 이렇게 많은 유아용품을 산 이유영을 보고, 게다가 얼굴색이 안 좋은 걸 보고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하였다.“아가씨, 사모님께서 끓이라고 시킨 약입니다. 얼른 드십시오.”“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어쨌든 임소미가 안배한 것이었으면 이유영은 종래로 거절하지 않았다.그제야 이유영은 자기가 강이한 때문에 화가 나서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금도 별로 배고프지는 않았다.이유영은 정말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이때 이유영은 정말 외삼촌에게 가짜 얘기를 진짜로 만들고 싶었다. 그녀는 정말 로열 글로벌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왜냐하면 강이한이 파리에 있는 한, 두 사람 앙숙의 인연에 의하면 이유영은 하루하루가 숨 막히게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이것들은 다 작은 아가씨를 위해 구매하신 겁니까?”우지는 이유영 손에 든 것들을 보며 물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조금 있다가 최익준이 올 겁니다. 그 사람이 갖고 온 것들까지 전부 잘 정리해 주세요. 제가 내일 다 갖고 갈 거예요.”“네.”우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우지도 이미 이런 상황에 습관 되었다. 왜냐하면 이유영은 매번 퀘벡으로 갈 때마다 아이에게 물건을 한 무더기 사서 가져가기 때문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최익준이 왔다.이유영의 안색은 별로 안 좋았다...최익준은 이유영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앞으로 공공장소에서는 최대한 그 사람이랑 충돌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특히 오늘 저녁같이 큰 난리는 더욱 피해야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유영과 엔데스 명우의 일로 온 파리가 들끓었었다.하지만 그 후 그 일은 흐지부지되었다.지금 또 강이한과의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또 뜨거운 열의를 불러일으킬 게 뻔했다. 비록 로열 글로벌에 엄청나게 훌륭한 홍보팀이 있다지만 입은 결국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달렸다.이유영은 최익준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찍혔나요?”“네. 근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익준이 간 후, 이유영은 오랫동안 정신을 가다듬지 못했다.틀림없는 건... 강이한은 당분간 파리를 떠나진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유영이 전에 생각해 두었던 계획들은 다 틀어지게 되었다.이튿날 아침, 강이한은 이온유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꼬맹이는 차에서 내릴 때 가방을 챙기는 것을 까먹어서 강이한이 가방을 들어줄 때, 좌석 아래에 널브러진 유아용 젖병을 보았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젖병을 들고 보니 다 아주 작은 아이들, 1살쯤 되는 어린아이에게 쓰는 규격이었다. 그리고 장난감들도 아주 유치해 보였다.‘이것들은 다 어제 유영이가 차에 두고 내린 것들인가? 정씨 가문에는 어린애가 없는데 얘는 이것들을 사서 뭐에 쓰려는 거지?’순간, 강이한의 머릿속에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강이한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다른 한편, 반산월에서 이유영은 아이를 만날 생각에 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우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이유영에게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제대로 자지 못하면 아가씨 몸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답니다.”“네. 저도 알아요.”이유영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를 잠들지 못하게 만든 요인들은 정말 예방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았다. 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이후에는 저녁에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들을 좀 준비해 주세요.”“네.”하지만 그것도 이유영이 돌아온 뒤의 얘기였다.이번에 이유영은 적어도 일주일 뒤에야 다시 돌아올 것이었다. 그쪽에서 아이의 학교도 알아봐야 하고 일도 좀 보고 해야 했다.왜냐하면 이유영이 퀘벡으로 시간은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매번 갈 때면 조금씩 일을 잘 처리해 두어야 했다.학교 문제는 큰일이었다!그래도 비교를 빼놓을 수 없었다....이유영은 바로 퀘벡으로 갔다. 그녀의 행적은 자연스럽게 비밀로 했고 안민 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안민은 사무실에 나타난 강이한을 보았을 때, 순간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강
한 박스 모두 아이를 위해 산 용품들을 갖고 온 이유영을 보며, 임소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작은 아이가 언제 이리 많은 옷을 입는다고 또 사 왔어. 아직 입어보지 못한 새 옷들도 많은데.”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임소미도 매번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옷을 왕창 사주곤 하였다.꼬맹이는 이제 1살이 조금 넘어서 마구 뛰어다닐 수 있었다. 비록 이유영과 같이 지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시간을 내서 영상통화를 하곤 하였다.그래서 지금 꼬맹이는 전혀 이유영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피가 섞인 사이라서 꼬맹이는 이유영에게 안겨서 깔깔 웃고 있었다.“외숙모, 난 진짜 온 세상의 제일 좋은 것들을 다 얘한테 가져다 바치고 싶어.”이유영은 아이를 안은 채, 다정하게 말했다.아이의 몸에서 나는 향은 그토록 향긋하고 포근하게 맡기 좋은 향이었다.그리고 아무리 안고있어도 부족했다.이유영의 말에 임소는 온몸이 굳어졌다.‘온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들이라.’임소미도 예전에 그토록 한 아이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다 아이의 몸에 쏟아부었었다.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유영아, 네가 어릴 적에 네 어머니는 널 사랑했어?”“네, 사랑했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또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제일 좋은 것들을 다 저에게 주셨어요.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나를 지켜주었어요.”여기까지 들은 임소미는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이유영에 대해 임소미는 항상 빚진 것 같았고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유영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들으니, 그제야 아픈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그럼, 네 아버지는, 정말로?”“아니에요. 사실 아버지도 좋은 분이셨어요.”적어도 이유영의 인상 속에는 그랬다.하지만 뒤에 한지음이 나타난 후, 이유영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종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유영의 말에 임소미는 침묵했다.따지고 봐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영의 한탄이 담긴 말투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훌륭한 어머니와 아버지, 이유영은... 그나마 행운아였다.“하지만 강이한 그놈에 대해선, 넌 여전히 조심해야 해!”며칠 동안 강이한의 흉을 안 봤더니 임소미는 속이 조금 불편했다.아무튼, 그 일에 있어서 임소미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았다!상대하는 건 되는데, 반드시 관계를 끝내는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임소미가 예전에 이유영 앞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처럼, 예전에 한지음은 이유영의 인생을 엉망으로 휘저어놓았고, 지금 한지음이 죽으니 또 그녀의 딸이 계속하게 할 수는 없었다.“걱정 마세요!”이유영이 말했다.그녀는 지금 외숙모가 한창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무리 혈연 간의 엮임이 있더라도, 이유영은 강이한 더 이상 관계를 계속해 나갈 생각은 없었다.그러니까 지금 강이한은 강이한대로, 이유영은 이유영대로! 서로 엮이지 않길 원했다.“어, 엄마!”“응.”품속의 작은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잡으면서 말랑말랑한 엄마 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니, 이유영의 눈빛은 꿀이 떨어질 것처럼 부드러웠다.임소미는 아이를 이렇게 아끼는 이유영을 보며 조금 마음 아픈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이 꼬맹이는 말을 늦게 튼 편이야.”지금 이미 18개월 되었지만, 여전히 웅얼웅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하지만 급할 건 없었다!비록 아이들은 길을 걷고 말하는데 다 빠르고 늦음이 있기 마련이었다.“괜찮아요. 천천히 하겠죠.”이유영은 아이를 안고 한쪽에 있는 소파로 와서 아이를 소파에 놔두었다.그러고는 아이의 장난감을 찾았다.이번에 유아용품 가게에서 이유영은 아이의 나이 때에 딱 맞는 장난감들을 여러 개 샀다. 그리고 귀여운 물컵 한 개도 샀다.하지만 캐리어에 있는 물건들을 다 뒤집어 봤지만 결국 아이의 옷과 신발밖에 찾아내지 못했다.장난감이 몇 개 있었지만, 그 물
이유영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결국 그녀는 안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반대편에서 안민은 오늘 오전 강이한이 확실히 사무실에 다녀갔다고 말했다.예전에 쓰던 방법대로 안민은 이유영이 체코로 출장을 갔다고 말하자 강이한은 돌아갔다.안만의 말을 들은 이유영은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강이한은 출장을 갔다는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슨 화를 참으며 이유영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안민과 통화를 끝낸 뒤 이유영은 최익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강이한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당장 가서 알아보세요. ““네.”최익준은 알아보러 갔다.이유영은 온몸에서 긴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임소미는 아이를 안고 이유영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 생겼어?”‘제일 싫어하는 강이한의 행방을 왜 찾는 거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임소미는 도통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유영을 바라보는 임소미의 눈에는 걱정이 더해졌다.이유영은 임소미를 바라보고 또 임소미 품속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더니 덥석 아이를 자기의 품속으로 넘겨받아 안았다.이 순간 이유영의 가슴은 꽉 쪼여있었다!“외숙모.”“응?”“난 그 사람한테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돼요.”이유영은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그래 절대 강이한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돼. 누가 뭐래도 그에게 알려서는 안 돼!’“당연히 모르게 해야지. 필경 그놈은 지금 한지음 아이의 아버지 행세를 하느라고 바쁘잖아!”‘지금 그놈 한지음 딸의 아버지 행세를 열심히, 그럴듯하게 하고 있잖아.’이 말에 이유영은 침묵했으며 안색은 몇 푼 더 안 좋아졌다!외숙모는 그저 흘러 다니는 소문을 조금 들었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데 이유영은 오죽하겠어? 그녀는 파리에서 두 눈으로 직접 강이한이 어떻게 좋은 아버지를 하고 있는지 보았다.“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거야?”“어젯밤에 제가 아이 물건을 살 때 백화점에서 강이한이랑 그 애를 만났어요. 그리고 다툼이 좀 있었는데
이유영은 지금 당장 체코로 가서 안민이 한 거짓말을 반드시 수습해야 했다!“외숙모, 저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아요.”아이를 안고 있는 이유영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이런 빌어먹을 강이한 자식,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할 수 있지? 좋게 만났으면 좋게 헤어져 줄 줄도 알아야지!’지금 이유영의 제일 큰 소원은 바로 아이랑 함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정말 화가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래. 너 얼른 가서 그쪽 일부터 잘 처리해.”임소미는 이유영의 품에서 아이를 넘겨받았다.분명한 건 임소미도 절대로 강이한에게 아이의 존재를 들키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다.예전에 강이한은 한지음과의 관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한지음 아이와의 관계를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도대체 우리 유영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번 생에 강이한 이놈과 이렇게 사이가 얼기설기 엉켜있는 거야?’“엄... 마, 엄... 마!”꼬맹이는 임소미의 품에서 발버둥 치며 이유영 쪽으로 팔을 내뻗으면서 이유영에게 안기려고 했다.꼬맹이는 다리를 툭 치고는 임소미의 품에서 내려서 쪼르르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와락 이유영의 다리를 안았다.똘망똘망한 두 눈을 데구루루 구르면서 이유영을 보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은 마음이 아파 얼른 아이를 들어서 안았다.“먼저 이모할머니랑 놀고 있어. 엄마가 얼른 다시 돌아올게. 응?”“엄마. 엄마.”꼬맹이는 와락 이유영의 목을 안고는 뭐라고 해도 이유영을 놓아주지 않았다.아이가 이렇게 나올수록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때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결국, 이유영은 애석하고 슬펐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다.만약 강이한이 아니었다면 이유영은 지금 딸과 오손도손 잘 지낼 수 있었다. 다 이 빌어먹을 남자 때문에 그녀가 딸이랑 떨어져야 했다.생각할수록 이유영은 더욱 억울해졌다.강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데, 박연준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은지가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보호를 해주었는지와 상관없이 이유영은 그 둘에게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다.그 이유는 그들이 이유영에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이유영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자존심 강한 이유영은 진영숙의 억압 속에서도 강이한을 위해 참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의 현재 모습이 바로 그 고통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소은지가 부엌으로 간 사이, 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이유영은 손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더욱 힘을 주었다.“박연준!”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답답한 듯 말했다.“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박연준의 질문은 이유영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미 다 설명했는데, 왜 이유영은 서로 힘들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이유영의 차가운 대답은 박연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요즘 이유영은 박연준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항상 차가웠다. 마치 높은 벽을 쌓아놓은 듯, 넘어설 수 없을 만큼 차가운 태도였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했다.이유영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의 차가운 말에 박연준의 끈기와 노력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약 먹고 어땠어?”박연준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대답하기 전에 박연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아, 진심으로 대답해 줘. 네 건강과 관련된 문제야.”박연준은 이유영이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아무런 느
현우에 대한 생각은 소은지와는 달랐다.그들 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바꿀 수는 없었다.또한 그녀와 엔데스 명우의 관계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치욕이었다.온몸이 더럽혀진 자신이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남자, 현우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고,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 자격도 없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갔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유영에게는 그것이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정확히 일주일이 지났고 소은지는 우천시의 날씨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는 정말 비가 자주 오네.”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는 비 오는 느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답답해지곤 해.”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밤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이런 곳에서 자면 꽤 편안함을 느꼈었다.하지만 밤이 되자, 소은지는 바로 이유영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여기 밤에 정말 추워!”소은지는 이불을 두 겹 덮어도 여전히 추웠다.사람들은 우천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지만, 소은지는 이곳이 춥기만 했다. 여름밤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니. 겨울이 오면 이곳 날씨는 정말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은지는 이곳이 벌써 싫어졌다.이유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넌 정말!”그 목소리에는 살짝 애정 어린 톤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요즘 너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아.”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상이 정말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그렇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박연준과 강이한 덕분에, 그녀는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서주나 파리 어디에서도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었다.이유영은 대답했다.“네가 왔으니까, 당연히 행복하지.”“그렇구나.”소은지
소은지는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그릇을 들고 숟가락을 집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더 깊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꼈다.“그 사람은... 떠났어?”그는 강이한을 말한 거였다.박연준은 아침에 이유영과 불편한 대화를 나눈 후, 일 보러 밖으로 나갔다.게다가 엔데스 회장의 별세는 서주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를 둘러싼 일이 정말 많았다.“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더욱 깊어져 갔다.여기에 오고 나서, 현우의 사람들은 이곳 주변이 아주 평온하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아무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말을 떠올렸다. 송연미는 그 이유를 말하길, 이유영 뒤에 있는 박연준과 강이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들이 엔데스 가문이 원하는 중요한 것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이유영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와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거야?”소은지가 이유영에게 물었다.“응.”이유영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마치 그들 사이에 깊은 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그녀의 한마디는 그렇게 단호했다. 그 말은 마치 그들 사이에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는 듯이, 끝났다는 말조차 아무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했다.소은지는 웃었다.“예전부터 난 네가 행복하기만 바랐어, 강이한과 멀리해.”“맞아, 그때 넌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지.”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유영은 그 가운데서 무엇도 보지 못했다.소은지는 여러 번 말했었다. 여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이 사라진다고.그러나 그때의 이유영은 소은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강이한에게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만약 그때 소은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운 결말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은지야.”“응?”“엔데스 가문의 남자들, 조심해.”이유영은 소은지를 향해 깊고
박연준은 어둠 속 이유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꼭 괜찮아져야 해...”그 말은 깊고 아픈 감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말이었다.이유영은 비 내리는 소리에 집중하며 박연준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떠난 이후,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이렇게 차가웠다.“탁탁탁!”하이힐 소리와 바퀴 소리가 뜰에서 울려 퍼지자 이유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섰다.“소은지 씨입니다.”이유영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자 우지는 급히 이유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누구도 알지 못했다.하이힐 소리가 들렸을 때, 이유영의 마음속에 느껴진 감정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괴로웠다.홍문동이 불타던 그날도 이유영은 그 하이힐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어둠 속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그것은 차가움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이유영에게 공포로 다가왔다.우지가 소은지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이유영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소은지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의문이었다.“유영아.”소은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지야.”이유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 나야.”“왜 갑자기...”소은지의 예고 없는 방문에 이유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이유영에게 가장 답답한 일이 바로 소은지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소은지를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한 마음이 이유영을 괴롭게 했다.“현우 씨가 너한테 가라고 해서 왔어.”소은지가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손을 반대로 잡으며, 현우가 소은지를 보낸 것이라면, 아마 엔데스 명우는 이 시점에서 매우 바쁜 상황일 것임을 짐작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안쓰러웠다.소은지 역시 이유영의 텅 빈 눈을 보며 가슴 속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퍼졌다. 현우가 이유영의 시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때는 그저 듣기만 했지만, 이유영이 정말로 보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은 이런 기분이 싫었다.“오늘은 어때?”한 남자가 그녀의 옆에 나타나 덩굴 의자에 앉았다.이유영은 이미 이 의자의 냄새에 익숙해졌다.익숙함, 그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의자나 의자에 앉을 때마다 딱딱한 느낌만 들곤 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덩굴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쿠션을 깔아 주었다. 이유영은 덩굴 의자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화려한 소파는 아니지만 그 자리는 이유영에게 편안함을 주었다.그러나 박연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녀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아니.”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그는 매일 아침 마치 일과처럼 그녀에게 묻곤 했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만 했다.이유영은 남자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염 선생은 의술이 뛰어난 분이시니 걱정하지 마.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박연준은 사람을 위로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유영이 이렇게 오랜 시간 약을 복용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남자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이제 바로 네가 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왔다.“유영아, 내가 너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너도 알잖아. 왜 이렇게 날 비꼬는 거야?”맞다, 이유영은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강이한과의 관계가 그렇게 엉망이 되어 버린 사람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한 편에 서 있었다.그들이 이유영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우리 이러지 말자, 응?”박연준의 목소리는 씁쓸했다.박연준은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오고 있었다.이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괴롭다면 떠나도 좋아.”이유영의 분위기와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날카롭고 잔인했고 다른 한쪽은 두려움 없는 조롱을 던졌다.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소은지가 딱 그랬다.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인물이라 해도 소은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소은지의 눈빛에 비친 두려움 없는 모습이 그의 마음을 더욱 자극했다. 차라리 그녀의 눈을 빼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여섯째 도련님!”여섯째 도련님이라니.엔데스 명우는 처음으로 이런 모욕감을 느꼈다. 그전에는 감히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특히 여자들은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지, 감히 이렇게 대들지 못했다. 소은지는 정말 대단했다.남자는 소은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더니, 돌아서며 말했다.“소은지, 기다리고 있겠어.”“...”“현우가 너를 버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남자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마치 그 일이 눈앞에서 곧 벌어질 것처럼.남자가 더 말하지 않아도 소은지는 알 수 있었다. 일단 현우가 그녀를 버리면,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무자비한 복수뿐이었다.그들의 앙숙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오히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이 사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마치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남자가 문까지 가다가 발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엔데스 가문 남자들을 너무 쉽게 생각해!”심지어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늑대들이었다...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남자들. 소은지는 그들 사이에 갇혀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소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떠나고 소은지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만 남아 있었다......파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엔데스 현우는 사람을 보내 소은지를 전용기를 태웠다.비행기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소은지는 파리
“가고 싶어?”“가면 안 돼?”소은지는 차갑고 비꼬는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목이 부서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소은지의 등이 차가운 벽에 밀쳐졌고 집사와 하인들이 다가가려 하자 남자가 고함쳤다.“다 꺼져!”집사와 하인들은 그 자리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얼어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나가세요.”이 남자가 미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소은지의 눈빛에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다.집사와 하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렸다.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소은지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다들 나가세요!”“...”사모님의 엄한 명령에 마음이 조여왔지만 결국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다.엔데스 명우와 소은지만 남았을 때, 소은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증인들은 다 나갔어. 네 마음대로 해.”소은지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표정은 예전에 그와 함께 있을 때와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고문해도 그녀는 항상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명우가 소은지를 가장 아프게 해도,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마치 그녀의 세계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소은지에게는 약점이 없었다.한때 엔데스 명우는 이런 여자가 길들여지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교만한 뼈 구조마저 너무 미워서 하나하나 뜯어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의 오만함은 뼈와 피에서부터 자라 세포로 뻗어 나온 듯했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라 아무리 짓밟고 억눌러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두 눈을 직접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눈빛이 싫었다.그녀는 항상 무관심하고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기 때문이다.“왜? 안 때릴 거야?”“그렇게 쉽게 내 손에 죽고 싶어?”“흥!”하긴, 이렇게 쉽게 그녀를 보내줄 순 없었
소은지는 누군가를 한 번도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연미의 눈 속에서 마치 그런 깊은 사랑을 보는 것 같았다.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었다.송연미의 눈에 담긴 감정은 차분하고 억제된 것이었으며 심지어 극단적이고 날카롭게 느껴졌다.모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감정이었다.처음 송연미를 봤을 때, 엔데스 가문의 여자들 사이에서 송연미는 유난히 고독하고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돋보였다.엔데스 가문에 변화가 생기자 송연미는 반산월에서 그녀는 네 번째 사모님과 송씨 가문의 아가씨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아버지가 사촌 여동생을 양녀로 삼으려는 얘기를 했을 때, 송연미는 절망적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이유영에게서 보았던 것, 즉 결혼의 끝을 생각하면 소은지는 감정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랑이 송연미에게서 보인 것이다. '그가 좋다면 나는 뭐든지 괜찮다'는 그런 사랑을.그 사랑은 소은지가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송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소은지는 이제 송연미가 불쌍하고 애석하게 느껴졌다.엔데스 운빈과 송씨 가문과의 관계를 깨면서까지 현우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송연미를 파리에서 떠나게 한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 아버지가 사촌을 입양한 사실을 참고 있는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이런 여자가 감정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난 오늘 밤 떠나.”잠시 후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송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 속에 기쁨이 스쳤다.“진짜로 떠날 거야?”“응.”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진심이었다.송연미가 한숨을 돌린 듯했다. 마치 그 전까지의 모든 계획이 소은지에게 걸려 있었던 것처럼.이제 소은지가 입을 열었으니 그들도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송연미의 눈 속에서 깊고 날카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큰 압박감을 주었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무겁고 답답했다.송연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왜냐하면 현우는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이기 때문이야.”그 말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왜?”송연미의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일은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가문의 회장은 현우에게 무언가를 남겼을 거야. 그분이 가장 아끼던 사람은 바로 현우였으니까.”가장 아끼던 사람이 현우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남겨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 회장이 정말로 자신의 사람을 아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리가 없었다.“내 아버지가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파리에서의 권력이었어. 네 좋은 친구인 이유영에게 물어보면, 내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송연미도 소은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소은지는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부드러운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써왔던 여러 방법이 소은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결국,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너무 복잡하고 방대하기도 했고 현우가 이 사건에 소은지를 전혀 끌어들이지 않아서 이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정씨 가문은 이 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야?”소은지는 문득 그렇게 물었다.정씨 가문은 매우 큰 상업 제국이었다. 정국진은 언제나 무사히 지나갔고 그만큼 이 사람이 능숙하다는 뜻일 것이다.정씨 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송연미는 이렇게 말했다.“만약 이유영 옆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없었더라면, 엔데스 가문이 정국진을 그냥 놔뒀을 리가 없어.”하지만 아쉽게도 정씨 가문의 유일한 딸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과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따라서 이유영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사실 송연미가 가장 부러워한 사람은 바로 이유영이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이 이 파리에서 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