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스 모두 아이를 위해 산 용품들을 갖고 온 이유영을 보며, 임소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꾸짖는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작은 아이가 언제 이리 많은 옷을 입는다고 또 사 왔어. 아직 입어보지 못한 새 옷들도 많은데.”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임소미도 매번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옷을 왕창 사주곤 하였다.꼬맹이는 이제 1살이 조금 넘어서 마구 뛰어다닐 수 있었다. 비록 이유영과 같이 지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시간을 내서 영상통화를 하곤 하였다.그래서 지금 꼬맹이는 전혀 이유영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피가 섞인 사이라서 꼬맹이는 이유영에게 안겨서 깔깔 웃고 있었다.“외숙모, 난 진짜 온 세상의 제일 좋은 것들을 다 얘한테 가져다 바치고 싶어.”이유영은 아이를 안은 채, 다정하게 말했다.아이의 몸에서 나는 향은 그토록 향긋하고 포근하게 맡기 좋은 향이었다.그리고 아무리 안고있어도 부족했다.이유영의 말에 임소는 온몸이 굳어졌다.‘온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들이라.’임소미도 예전에 그토록 한 아이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다 아이의 몸에 쏟아부었었다.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유영아, 네가 어릴 적에 네 어머니는 널 사랑했어?”“네, 사랑했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또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제일 좋은 것들을 다 저에게 주셨어요.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나를 지켜주었어요.”여기까지 들은 임소미는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이유영에 대해 임소미는 항상 빚진 것 같았고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유영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들으니, 그제야 아픈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그럼, 네 아버지는, 정말로?”“아니에요. 사실 아버지도 좋은 분이셨어요.”적어도 이유영의 인상 속에는 그랬다.하지만 뒤에 한지음이 나타난 후, 이유영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종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유영의 말에 임소미는 침묵했다.따지고 봐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영의 한탄이 담긴 말투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훌륭한 어머니와 아버지, 이유영은... 그나마 행운아였다.“하지만 강이한 그놈에 대해선, 넌 여전히 조심해야 해!”며칠 동안 강이한의 흉을 안 봤더니 임소미는 속이 조금 불편했다.아무튼, 그 일에 있어서 임소미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았다!상대하는 건 되는데, 반드시 관계를 끝내는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임소미가 예전에 이유영 앞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처럼, 예전에 한지음은 이유영의 인생을 엉망으로 휘저어놓았고, 지금 한지음이 죽으니 또 그녀의 딸이 계속하게 할 수는 없었다.“걱정 마세요!”이유영이 말했다.그녀는 지금 외숙모가 한창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무리 혈연 간의 엮임이 있더라도, 이유영은 강이한 더 이상 관계를 계속해 나갈 생각은 없었다.그러니까 지금 강이한은 강이한대로, 이유영은 이유영대로! 서로 엮이지 않길 원했다.“어, 엄마!”“응.”품속의 작은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잡으면서 말랑말랑한 엄마 소리를 내는 것을 들으니, 이유영의 눈빛은 꿀이 떨어질 것처럼 부드러웠다.임소미는 아이를 이렇게 아끼는 이유영을 보며 조금 마음 아픈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이 꼬맹이는 말을 늦게 튼 편이야.”지금 이미 18개월 되었지만, 여전히 웅얼웅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하지만 급할 건 없었다!비록 아이들은 길을 걷고 말하는데 다 빠르고 늦음이 있기 마련이었다.“괜찮아요. 천천히 하겠죠.”이유영은 아이를 안고 한쪽에 있는 소파로 와서 아이를 소파에 놔두었다.그러고는 아이의 장난감을 찾았다.이번에 유아용품 가게에서 이유영은 아이의 나이 때에 딱 맞는 장난감들을 여러 개 샀다. 그리고 귀여운 물컵 한 개도 샀다.하지만 캐리어에 있는 물건들을 다 뒤집어 봤지만 결국 아이의 옷과 신발밖에 찾아내지 못했다.장난감이 몇 개 있었지만, 그 물
이유영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결국 그녀는 안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반대편에서 안민은 오늘 오전 강이한이 확실히 사무실에 다녀갔다고 말했다.예전에 쓰던 방법대로 안민은 이유영이 체코로 출장을 갔다고 말하자 강이한은 돌아갔다.안만의 말을 들은 이유영은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강이한은 출장을 갔다는 말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슨 화를 참으며 이유영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안민과 통화를 끝낸 뒤 이유영은 최익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강이한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당장 가서 알아보세요. ““네.”최익준은 알아보러 갔다.이유영은 온몸에서 긴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임소미는 아이를 안고 이유영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 생겼어?”‘제일 싫어하는 강이한의 행방을 왜 찾는 거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임소미는 도통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유영을 바라보는 임소미의 눈에는 걱정이 더해졌다.이유영은 임소미를 바라보고 또 임소미 품속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더니 덥석 아이를 자기의 품속으로 넘겨받아 안았다.이 순간 이유영의 가슴은 꽉 쪼여있었다!“외숙모.”“응?”“난 그 사람한테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돼요.”이유영은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그래 절대 강이한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해서는 안 돼. 누가 뭐래도 그에게 알려서는 안 돼!’“당연히 모르게 해야지. 필경 그놈은 지금 한지음 아이의 아버지 행세를 하느라고 바쁘잖아!”‘지금 그놈 한지음 딸의 아버지 행세를 열심히, 그럴듯하게 하고 있잖아.’이 말에 이유영은 침묵했으며 안색은 몇 푼 더 안 좋아졌다!외숙모는 그저 흘러 다니는 소문을 조금 들었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데 이유영은 오죽하겠어? 그녀는 파리에서 두 눈으로 직접 강이한이 어떻게 좋은 아버지를 하고 있는지 보았다.“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거야?”“어젯밤에 제가 아이 물건을 살 때 백화점에서 강이한이랑 그 애를 만났어요. 그리고 다툼이 좀 있었는데
이유영은 지금 당장 체코로 가서 안민이 한 거짓말을 반드시 수습해야 했다!“외숙모, 저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아요.”아이를 안고 있는 이유영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이런 빌어먹을 강이한 자식,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할 수 있지? 좋게 만났으면 좋게 헤어져 줄 줄도 알아야지!’지금 이유영의 제일 큰 소원은 바로 아이랑 함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정말 화가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래. 너 얼른 가서 그쪽 일부터 잘 처리해.”임소미는 이유영의 품에서 아이를 넘겨받았다.분명한 건 임소미도 절대로 강이한에게 아이의 존재를 들키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다.예전에 강이한은 한지음과의 관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한지음 아이와의 관계를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도대체 우리 유영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번 생에 강이한 이놈과 이렇게 사이가 얼기설기 엉켜있는 거야?’“엄... 마, 엄... 마!”꼬맹이는 임소미의 품에서 발버둥 치며 이유영 쪽으로 팔을 내뻗으면서 이유영에게 안기려고 했다.꼬맹이는 다리를 툭 치고는 임소미의 품에서 내려서 쪼르르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와락 이유영의 다리를 안았다.똘망똘망한 두 눈을 데구루루 구르면서 이유영을 보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은 마음이 아파 얼른 아이를 들어서 안았다.“먼저 이모할머니랑 놀고 있어. 엄마가 얼른 다시 돌아올게. 응?”“엄마. 엄마.”꼬맹이는 와락 이유영의 목을 안고는 뭐라고 해도 이유영을 놓아주지 않았다.아이가 이렇게 나올수록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때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결국, 이유영은 애석하고 슬펐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다.만약 강이한이 아니었다면 이유영은 지금 딸과 오손도손 잘 지낼 수 있었다. 다 이 빌어먹을 남자 때문에 그녀가 딸이랑 떨어져야 했다.생각할수록 이유영은 더욱 억울해졌다.강
이유영은 어색하게 문 옆에 선 채 손에는 머리의 물기를 닦아내던 수건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왜 남편한테 조사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거지? 관건은... 이 사람,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무슨 자격이 있다고?’“강이한, 너 ㅅㅂ 그만 좀 해!”강이한이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유영은 정말 터져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사납게 강이한을 바라보며 마치 그를 때려죽이고 싶은 눈빛이었다!‘젠장, 이 사람은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무슨 자격이 있다고 왜 여기서 이런 난장판을 벌이고 지랄인데!?’강이한은 마치 그녀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곳곳이 가서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뒤이어 안에서 또 우당탕 소리가 흘러나왔다.이유영은 머리가 아파서 이마를 짚었다.일 분 뒤, 강이한은 안에서 걸어 나왔다.“사람은 어딨어?”차가운 질문의 말투였다.이유영은 지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어서 매우 분노하면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당신은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지?”“...”“나한테 질문할 자격이 있기나 해?”로열 글로벌을 경영한 이 몇 년간, 이유영이 봤던 뻔뻔한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하지만 강이한처럼 이렇게 실제로 뻔뻔한 사람은 정말 이유영도 처음이었다!‘그리고 강이한... 이 사람은 도대체 왜 내 세상에서 이렇게 제멋대로일까?’“이유영, 다시 한번 묻는데 사람을 어디다 숨겼어?”“내가 지금 남자를 10명 두었다고 해도 다 당신이랑 상관없잖아. 왜 여기 와서 뒤지고 난리야?”이유영은 바락바락하며 강이한에게 노호했다.정말 가능하다면 이유영은 지금 눈앞의 이 남자를 때려죽이고 싶었다.말이 끝나자, 강이한의 차갑던 눈매는 더욱 싸늘해졌다. 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 밑은 마치 그녀를 태워죽일 것 같았다.이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와 눈길이 마주쳤다.순간... 서로 대치하던 두 사람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것 같았다.이유영은 강이한을 쳐다보면서
‘진짜 가능한 거냐고?’이유영의 말 속에 담긴 비꼬는 말투와 거리감 때문에 강이한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얘졌다. 그리고 매번 그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을 되새길 때, 그의 가슴은 마치 바늘에 콕콕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안 좋은 기억들이 쏟아져나오자, 강이한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그때 당시 이유영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강이한의 아이일 경우... 그 아이는 태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이유영이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그럼 누구 아인데?”한참 동안 마음을 다잡은 후 강이한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강이한의 마음속에 도대체 어떤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특히 이유영의 입가에 걸린 풍자를 보고 있으면, 그 풍자함은 마치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그 아이는 강이한의 아이일 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제야 강이한은 자기가 생각해 봐도... 이유영이 자신의 아이를 낳았을 리 없다고 생각되었다.예전의 이유영은 비록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면서 무슨 일이든 다 강이한에게 의지했지만... 사실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자부심이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제일 고되고 힘들 때, 제일 깊고 절망적인 심연에 빠졌을 때, 강이한에게 이혼을 제기할 리가 없었다.이유영은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진 강이한 때문에 멈칫했다.‘누구 아이냐고?’이유영이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성큼 다가와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이유영이 발버둥을 치려는 순간, 강이한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아랫배 흉터에 떨어졌다.“아이, 누구 아이냐고...”강이한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숨겨져 있었다.그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가 이런 상처를 내면서 이유영의 배에서 나왔는지 알아야 했다!이유영의 머릿속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강이한이 그쪽으로 질문할 줄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하지만 지금, 이유영이 아이를 낳았었다는 일은 더는 숨길 수 없었다.그렇게 된 이상 이유영은 강이한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방안에서는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비록 이유영도 지금 담배를 피우지만, 이런 간접흡연 냄새를 싫어했다.강이한이 연속 담배를 몇 대 피웠기에 지금 온 방 안에는 다 담배 냄새였다. 이유영은 정말 짜증이 났다...하지만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강이한의 모습은 정말 고문을 받는 것 보다 사람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박연준의 아이일 수가 없어!”이유영이 어떤 말로 입을 열지 생각한 순간,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유영은 눈썹을 치켜들었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줄곧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것이 바로 이유영이 왜 처음부터 강이한에게 아이의 존재를 모르게 하려는 이유였다. 일단 강이한이 알게 되면 그 뒤에는 번거로운 일들이 생길 게 뻔했다.하지만 오는 길 내내, 이유영은 그나마 생각을 거의 다 정리했다.그녀는 지금... 이 일을 설명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이유영은 모른 체 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 말이 없어!”“만약 아이가 진짜 박연준의 아이였다면, 서주에 있을 때, 당신 외삼촌은 그 사람의 편을 들었어야 맞아. 근데 그러지 않았어!”강이한도 보아 낼 수 있었지만, 그때 정국진과 박연준 사이에는 갈등이 아주 커 보였다,이유영은 찬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서주에서뿐만 아니라 사실 파리에 있을 때부터 그 두 사람의 사이는 이미 그랬다.“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강이한은 갑자기 되물었다.“당신이랑 무관하다고!”“나 아이랑 친자 검사를 해 봐야겠어!”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매섭게 강이한을 쳐다보았다!아이를 낳았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아이의 정체는... 더욱 숨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강이한에게 아이의 행방을 숨기면 그가 의심을 더 할 게 분명했다.이렇게 된 이상...“퀘벡에 있어.”이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이한은 슉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에 있어서 더 이상 이유영과
“아니, 몰라!”“모른다고?”“사고였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과 박연준의 사이가 있는데 내가 알려줄 수 있었겠어?”“그럼, 박연준은? 아이의 존재를 알아?”“알아!”‘박연준은 알고 있다니! 박연준은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강이한이 더 묻어보기 전에 이유영은 계속해서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박연준은 당신의 아이인 줄 알아!”“...”이 말에 강이한의 안색은 확 변했다.비록 조금 혼란스럽지만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것도 타당하다고 해도 되었다.아이가 서재욱의 아이이니 당연히 박연준에게 알리면 안 되었다. 안 그러면 두 사람은 친구 사이고 뭐가 계속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강이한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친자 검사를 하지 말아 줘. 세상에는 안 새는 비밀이 없어. 아이가 당신의 것이 아닌 것이 일단 들통나면 그때는...”뒤의 말은 이유영이 계속해 나갈 필요가 없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의 말귀를 알아들었다.일단 사람들에게 이유영이 낳은 아이가 강의한의 것이 아닌 것을 알게 하면 안 되었다!지금 이유영의 신분대로라면 달게 아이의 아버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하, 그 사람이 당신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가 보네!”여기서 말한 그 사람은 박연준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박연준을 위해 아이의 일까지 비밀로 한다고 생각했다.이유영은 침묵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침묵하는 건 강이한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말에 묵인하는 것이었다.강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앞까지 걸어간 순간, 뒤에서 이유영의 말소리가 들렸다.“제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아줘. 어?”‘비밀을 지켜달라고!?’이 말은 아이의 신분이 불명예스럽다는 것을 설명했다.쿵 소리와 함께 이유영의 말에 대답하는 건 강이한이 문을 박차고 나고는 소리였다.이유영은 싸늘하게 떠나는 강이한의 뒷모습을 보며 그나마 한시름을 놓았다.‘정말이지, 남자는 믿어야 할 때는 시종 안 믿다가 안 믿어도 될 때는 도리어 빠르게 받아들이네. 오히려 잘 됐어!’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