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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기성은이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가자 소민아는 서류를 안고 짧은 걸음으로 총총 따라나섰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처음이었다.

소민아는 비서팀 직원으로서 한때 송시아의 직속 아래 유일한 인턴이었다. 하지만 이후 송시아가 사라졌고, 그녀는 기성은의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기성은의 부하직원으로 들어간 뒤, 소민아는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3개월 동안 일해왔다.

3배의 연말 보너스가 아니었다면 죽어도 그의 곁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팽이처럼 바삐 돌아치던 그 나날들이 그리워졌다.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소민아는 겁을 먹고 기성은의 뒤에 숨어 이따금 고개를 들어 기자들의 질문에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성세 그룹 자산 총액이 세계 5위 올랐고, 성세 그룹 또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자리에 올랐습니다. 성세 그룹의 미래 계획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성세 그룹 대표님께서 해외로 이민을 할 생각이 있으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성세 그룹과 인하 그룹의 혼사가 있은 뒤로 사모님께서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완전히 주부로 지내실 생각이신가요?”

“...”

수많은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소민아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만약 그녀였다면 절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성은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기자님들이 하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공식 기사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님의 사적인 문제에 관해선 죄송하지만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가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기성은이 옆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하자 그는 재빨리 모든 기자들을 회사 문밖으로 밀어냈다.

소민아는 기성은이 멀리 떠나간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소민아가 서류를 품에 안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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