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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이렇듯 악랄한 날씨에 두 다리까지 잃어 기어갔다면 길에서 요절했을지도 모른다. 인적 드문 외딴곳에 있는 이 별장 구역을 벗어나려면 어두운 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그러다 혹시 들짐승이라도 만나면 뼈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수 있다.

전연우는 정말 극악무도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도 다리 뒤편이 욱신거렸다. 경호원이 얼마나 힘주어 눌렀는지 알 수 있었다.

전연우는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우고 냄새를 모두 없앤 뒤에야 위로 올라갔다.

3층 복도 끝, 장소월의 얇은 몸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람을 맞고 있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장소월이 물었다.

“대체 언제면 사람을 해치지 않을래?”

“분명 다른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꼭 손을 잘라야만 했어?”

장소월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가득 담긴 냉기 그리고 실망감이 그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그가 설명했다.

“처음이 있으면 두 번째도 있는 법이야. 이런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한테도 경고한 거야. 무사히 돌려보냈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여길 기웃거렸을 거야.”

전연우가 이곳의 경계를 강화한 이유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기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너랑 장해진은 똑같아. 죽을 때까지 손에 묻은 그 피 씻어내지 못할 거야. 넌 항상 그랬어. 절대 바뀌지 않아.”

장소월이 차갑게 그를 쳐다보고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 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갔다.

전연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듯 이마를 꾹꾹 눌렀다.

새벽 3시, 하늘에서 조용히 눈송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전연우는 창가에 서서 소복이 내려앉고 있는 하얀 눈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또 1년이 지났다.

그날 밤, 전연우는 서재에서 이불을 깔고 눈을 붙였다.

남원 별장에 돌아와 그녀와 함께 자지 않은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장소월 역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방에 돌아간 뒤 반지를 빼내려 갖은 방법을 사용했다. 가는 손가락 주위는 발갛게 부어올라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바디 워시, 샴푸 등 미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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