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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운 것 같은 새빨간 그녀의 눈을 본 서철용은 곧바로 마음이 녹아내렸다.

“소월 씨가 아프대. 수술받은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내가 가봐야 해.”

배은란이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이번엔 나도 같이 데려가면 안 돼?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 난 철용 씨 곁에만 있으면 되거든. 그러니까 할 수 있는 한 나랑 아기 곁에 있어 줘. 응?”

아파트 주차장 안, 서철용이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주고 있었다.

“나한테 꼭 붙어있어야 해. 사람들을 봐도 긴장하거나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한테 아무 짓 안 해.”

“알겠어. 걱정하지 마. 사고 안 칠게.”

배은란은 드디어 그와 함께 간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뻤다.

어젯밤 폭설이 내렸던지라 서철용은 그녀가 추워할까 봐 차에 히터를 따뜻하게 틀어주고는 목수건을 정리해주었다.

“불편하면 바로 나한테 말해.”

“응.”

서철용은 그녀의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를 본 순간, 잠시 마음이 저릿해졌다.

차가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어젯밤 내렸던 도로 위 눈은 이미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남원 별장에서 차가 멈춰서자 배은란이 먼저 서철용의 손을 잡았다. 서철용이 힐끗 쳐다보니 그녀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했다.

“미끄러울까 봐.”

도우미가 의료 상자를 받아들었다.

서철용은 배은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넘어지면 안 돼.”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진찰을 마치자 배은란이 그의 청진기를 의료 상자에 넣었다.

서철용이 그리 밝지 않은 얼굴로 전연우에게 입을 열었다.

“심각한 건 아니고 열이 좀 높아. 해열제를 놓았으니까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서철용은 조금 전 그녀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보았다. 이렇게나 빨리 손에 넣었다니.

전연우와 같은 사람은 낭만이라는 걸 몰라 절대 장소월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철용이 배은란에게 말했다.

“아래로 내려가서 잠깐 나 기다려줄래. 심심하면 마당에서 산책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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