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0화

전연우는 이마를 찌푸리고 조수석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러고는 송시아의 질문엔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은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잠그지 않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

현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밥상에 앉아 졸고 있던 은경애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

“어머나... 대표님?”

전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정장을 대충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소월이는요?”

“아가씨께선 급한 작업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다. 야식을 만들어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깜빡 잠들어버렸네요.”

불현듯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돌아섰다.

“아이고, 내 갈비탕.”

은경애가 갈비탕을 들고 고개를 돌렸을 땐, 거실은 텅 비어버린 상태였다.

장소월은 하품을 하며 별이의 방에서 나오던 순간, 계단을 오르고 있는 남자와 마주쳤다.

장소월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그를 몇 초간 쳐다보다가 차분히 시선을 피하고 몸을 돌렸다. 마침 불어온 바람이 그의 몸에 깃든 익숙한 향기를 그녀에게 보내왔다.

송시아가 자주 사용하는 샤넬 향수였다.

장소월이 그를 쳐다본 순간, 그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이 그의 마음을 찢어발겼다.

전연우는 장사꾼이다. 이 세상에 욕심이 없는 장사꾼은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장소월의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거리는 낯선 사이와 다름없다.

은경애가 갈비탕을 갖고 올라오자 전연우는 직접 받아들고 장소월의 옆에 놓아주었다. 하여 그녀가 그림판을 내려놓으려던 자리가 점령당했다.

전연우가 자연스럽게 그림판을 받으며 말했다.

“그림은 천천히 그려도 돼. 일단 먹어. 먹고 좀 쉬어.”

장소월은 그와 말조차 섞지 않았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전연우는 그림판을 내려놓고 창가에 가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조용히 갈비탕을 먹고 있는 그녀를 지긋이 지켜보았다.

입에서 뱉어낸 연기는 바람을 타고 창밖으로 사라졌다.

본래 가장 익숙하고, 침대에서도 최고의 속궁합을 맞추던 그들 사이에 숨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