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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강영수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내려놓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냥 잠시 약혼을 취소한 것뿐이에요. 초대장 날짜 정도는 쉽게 수정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는 시선을 돌려 장소월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마치 그녀의 속내를 캐내려는 듯이.

박순옥이 강영수에게 크게 호통쳤다.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해? 내가 너한테 물었니? 잊지 마, 이 혼사는 네가 먼저 원한 거다. 지금 서울시의 모두가 알고 있는 이슈야. 지금 와서 취소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취소해버리면 밖에서 뭐라고 수군대겠니? 너, 소월이 기분은 생각해 봤니?”

박순옥은 강영수에게 이런 말투로 얘기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장소월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목구멍에 목화솜 한 뭉치를 쑤셔 넣은 기분이었다. 여러 번의 심사숙고 끝에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엔 영수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약혼 일정을 잠시 취소한 영수만의 생각이 있을 거예요. 어찌 됐든 저희의 평생이 걸린 일이니까요."

“저도 이 의견에 찬성해요. 아버지랑은 제가 잘 얘기해볼게요. 아버지도 별다른 의견 없으실 거예요.”

“제가 지금 시험을 보러 가야 해서요. 다른 일에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요. 할머님, 혹시 무슨 일 생기시면 저 시험 끝나고 나서 말씀해주실래요?”

박순옥은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 소월이 억지로 꾸며낸 괜찮은 듯한 표정을 알아챘기 때문이겠지.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분명 말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 장소월을 보는 박순옥의 눈빛에는 안타까움만이 가득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박순옥은 강영수더러 장소월을 학교에까지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

그는 굳이 거절의 답변을 내놓는 대신 가볍게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장소월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띠를 맸다. 강영수가 천천히 악셀을 밟자 부드럽게 차가 출발했다.

빨간 불이 되자 차가 멈춰 섰다.

강영수가 창문을 내리더니 담뱃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는 쪽 팔을 창가에 걸친 채로 입을 열었다.

“약혼을 잠시 취소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직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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