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43화

전생.

그녀와 송시아가 처음 만났던 건 송시아가 먼저 전연우의 커피숍에서 만남을 청했던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당시 서울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 주위 모두 빽빽한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중 절반 가까이 되는 회사들이 성세 그룹 소유였다.

뜨거운 무더위에 연기가 나도록 펄펄 끓고 있는 도로, 그리고 저절로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악취, 그야말로 꿉꿉하고 께름칙한 찜통 같은 여름이었다.

성세 그룹 로비에 위치하고 있는 커피숍 안, 송시아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질근 묶은 채 도도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누가 봐도 능력 있고 똑똑한 여장부의 모습이었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마주할 때면, 장소월은 늘 열등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장소월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바로 남편의 믿음직스러운 비서 송시아다.

송시아의 가소로운 듯한 눈빛에 장소월은 움찔하며 가방을 꽉 움켜쥐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왜 날 보자고 했어요?”

송시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빨간 입술을 움직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무나도 우아하고 매혹적인 이 사람을 거부할만한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0분 뒤 대표님과 함께 유럽으로 출장 가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 짧게 얘기할게요.”

그들이 유럽으로 갈 거라는 걸 전연우는 장소월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송시아가 귀 옆 잔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전 대표님께서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알고 있어요. 사모님의 장씨 가문에 입양되셨더라고요. 비록... 장씨 집안엔 이제 사모님 한 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표님을 대신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아버님께선 아들을 잘 키우셨어요. 제가 존경할 수 있을 정도로요.”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들어와 10년이 지나도록 줄곧 대표님의 옆에 있었어요. 그건 사모님께서도 익히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남천 그룹에서 시작해 지금의 대기업 성세 그룹이 되기까지, 분명 제힘도 적잖은 보탬이 되었을 거예요. 저야말로 대표님의 곁에 있어야 마땅한 사람이에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