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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장소월은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컵에 들어있던 물이 찼다. 그의 말은 장소월로 하여금 잠을 깨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거실에 있던 시계 초침 소리만 틱탁틱탁 요란하게 들려왔다. 정확히 5초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의 덤덤한 눈빛이 강영수를 바라보았다. 입술을 한참이나 깨물던 장소월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놀란 기색은 전혀 없었다.

“알겠어, 그럼 그동안 나도 나가 있어야 할까?”

장소월은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했고 냉정했다. 강영수 또한 정소월의 말 속에서 기분 나쁜 기색이나 삐딱한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실 그녀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강영수의 눈빛에는 예전과 같은 따스함이 아예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지금 강영수의 눈빛은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느낌도 자주 받았다.

갑자기 180도로 달라져 버린 그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러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최근 며칠 동안,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극히 드물었다. 돌아온다고 해도 새벽 시간대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소월도 정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도 경험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한때 그토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 맹세해놓고 어떻게 그걸 바로 쉽게 잊을 수가 있을까.

심지어 김남주도 딱히 잘못한 게 없었다.

강영수가 그림자처럼 검은 눈동자로 장소월을 응시했지만, 그녀의 말에 대한 대답을 따로 해주지는 않았다.

장소월은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입술로 호선을 그렸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 안 해도 돼. 네 의견 존중하고 따를게. 그럼 난 먼저 들어가서 쉴게. 너도 일찍 자.”

위층으로 돌아온 장소월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 맡에 걸터앉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컵에 담겨있던 물을 한꺼번에 마셔버렸다.

장소월은 화장대 쪽을 쳐다보더니 어둠 속에서 화장대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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