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8화

작가: 차라
그녀의 출신은 별로 좋지 않았다. 1년 전,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카지노에 사채를 빌렸다.

아버지는 빚을 갚지 못해 딸을 돈을 갚는 도구로 삼아 천하일성 지하회소에 팔아 술 시중을 들게 했다.

그녀는 술은 대접하지만 몸은 팔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손님이 미쳐 그녀를 룸으로 끌고 가서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그녀는 도망치는 과정에 전연우를 만났다.

전연우는 나청하를 도왔고, 그녀의 처지를 알게 된 후, 그녀를 학교에 보내주었다. 당시 나청하는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 상태였다. 만약 전연우가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것이고, 맘 편히 학교도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

장소월은 방에서 짐을 싸고 호텔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체크아웃하려는데 프런트 직원이, 어젯밤 눈이 와서, 지금 산꼭대기에 눈사태가 일어나 유일한 도로가 막혔다고 알려주었다.

케이블카도 정전되고, 점점 범위가 커지고 있어 이미 여러 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지금 호텔은 비상전력을 쓰고 있지만, 8시간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올 수 있는 구급대원들이 모두 출동하여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었고, 케이블카에 갇힌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정말 운수가 없는 날이다.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난 이후로 불운한 일이 속출했다.

도로가 언제 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옷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다.

그녀가 호텔 방으로 돌아가 막 문을 여는데, 갑자기 문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등으로 힘차게 문을 닫았다. 장소월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장소월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며 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지금 다른 사람도 없으니 남매의 정을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

“여자친구 놔두고 왜 여기 왔어? 화내면 어떡해?”

방금 전연우가 장소월을 살짝 만지기만 했을 뿐인데, 나청하의 눈에는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장소월은 그녀의 연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연우는 어떻게 그녀가 여기 묵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59화

    장소월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는 아는 남성분이 없어요. 그분이 착각하셨나 보네요.”“바로 오늘 손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계셨던 그 남성분이세요.”장소월은 단호하게 말했다.“모르는 사람이에요. 죄송하지만 이건 도로 가져가세요.”웨이터는 장소월의 단호한 모습에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았다.장소월은 문을 닫고 방해하지 말라는 버튼을 눌렀다.12층에 있는 바 전망대.“나와서 눈 구경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라고 데려왔는데 왜 돈을 뜯긴 구린 얼굴을 하고 있어?”서철용은 옆에 있는 여자를 껴안고, 주전자에 있는 차를 마주 앉은 사람에게 따라주었다.서철용은 잔을 들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향기가 은은하고 맛은 진했다.입을 오므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같이 온 여자는 어디 갔어? 싸웠어?”바로 이때, 웨이터가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손님.”전연우는 차갑게 말했다.“뭐죠?”웨이터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남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그의 몸에는 사람을 두렵게 하는 기운이 감돌았다.“그분께 주라고 하신 디저트를 갖다 드렸더니, 손님과 모르는 사이라고 하시네요.”가뜩이나 어둡던 남자의 얼굴은 서리가 내린 것 같았다.서철용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두고 가세요. 이따가 저희가 직접 갖다 주죠.”“네, 알겠습니다.”웨이터는 카트를 밀고 왔다. 차를 마시던 테이블에는 디저트로 가득했고, 남은 것은 한쪽에 놓았다.전연우의 호의를 거절한 여자는 장소월이 처음이었다.서철용은 조롱하듯 말했다.“꽤 똑똑한데?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잖아. 장해진이 죽기 전까지만 버틸 줄 알았는데, 왜 지금은 그 여자한테 마음이 약해진 거야? 작작 해. 네가 한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장소월한테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고!”전연우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네 일이나 신경 써!”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짜증스럽게 걸어 나갔다.장소월은 확실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을 두려워했다. 똑같은 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0화

    두피의 통증이 가시기도 전에 장소월은 심하게 소파에 내동댕이쳐졌다.그녀는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전연우에 의해 눌리고 말았다.“오빠를 보고 왜 도망가? 아직도 도망가고 싶어?”전연우는 웃고 있었다. 마치 목숨을 앗아가는 악마의 웃음과도 같았다.“뭐 하는 짓이야?”장소월은 소파 구석에 움츠러든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전연우는 흰색 케이스의 아주 예쁜 케이크 하나를 집어 들고, 그녀 옆에 앉아 포장을 뜯었다.“너 케이크 좋아하잖아? 오빠가 직접 먹여줄까?”전연우는 숟가락을 들고 그녀의 입가에 건네주었다.장소월은 눈을 붉히며 말했다.“이번엔 또 무슨 약을 탄 거야?”장소월은 전연우의 반응을 살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장소월은 손을 들어 케이크를 내팽개쳤다.“죽을까 봐 못 먹겠어! 꺼지라고!”장소월은 전연우를 밀어냈고,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막 일어나려는데 전연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 단단하고 뜨거운 몸이 장소월에게 다가오자 그녀는 몸부림쳤다.“전연우, 이거 놔!”“죽을까 봐 무서워? 전에는 안 무서웠나? 아직 나쁜 마음을 먹기 전이니까 순순히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전연우가 손을 내밀자 장소월은 무의식적으로 공포에 질려 피했다.전연우는 목 주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고, 그곳은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다.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 장소월은 심장을 조이며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머리카락에서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지만, 마음은 한없이 차가웠다.병 주고 약 주는 것은 전연우의 특기였다.아직도 장소월을 예전의 그 어린 소녀로 생각하는 것일까?한 시간 후.남자가 또 케이크를 먹여주자 장소월은 혐오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못 먹겠어.”앞으로 그녀는 케이크를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다.그녀의 순종에 전연우는 확실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이미 5개의 케이크를 먹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양이라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고 싶어졌다.전연우는 그제야 손을 놓았고, 장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1화

    전연우는 장소월의 말을 못 들은 듯 슬리퍼를 신은 채 화장대 앞에 그대로 앉아 눈을 감더니 명령했다.“머리 좀 말려봐.”장소월은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전연우는 짜증스러운 듯 눈을 뜨고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내 말 못 들었어?”익숙한 그의 말투는 여전히 강력했다.전생에 전연우는 항상 옷을 사서 장소월에게 억지로 입혔다. 그녀가 꾸물대면 전연우는 인내심을 잃은 후, 늘 이런 말투였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으면, 장소월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이 같은 방에 있으니 장소월은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휴대폰에 신호까지 없으니 만약 진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장소월은 터벅터벅 다가가 헤어드라이기를 찾아 화장대 앞 콘센트에 꽂고 따뜻한 바람을 켰다.전연우의 머리카락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이마 앞쪽의 잔머리는 눈을 가렸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얕은 숨을 쉬며 이미 잠든 듯했다.부드러운 손길로 30분도 안 되어 말렸다.“다... 말렸어.”장소월은 헤어드라이기를 접고, 전연우는 일어나 당연하다는 듯이 침대에 누웠다.“불 꺼!”“...”장소월은 소파에 누워 이불을 움켜쥐고 불쌍하게 말했다.“나는... 불 끄고 못 자.”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불을 껐고, 벽 구석에 있는 작은 불만 남겼다.그녀는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새벽 4시 반.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이미 한 시간 동안 씻었다. 대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장소월은 물을 맞으며, 온몸이 점점 가려워 났고, 목의 구석구석에도 혈흔이 잡혔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팅팅 부어올라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똑똑!”욕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언제까지 씻을 거야? 대체 안에서 뭐 해?”장소월은 흐느끼며 말했다.“다 너 때문이야! 분명 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2화

    또 다른 방.갑자기 펑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모두 화들짝 놀랐고, 여자는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 감히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이불을 꼭 껴안았다.서철용은 벌거벗은 몸으로 노기를 띠며 홱 돌아보았다.“대체 어느 자식이야?”전연우는 성큼성큼 걸어 장소월을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당장 옷 입고 나와.”“나 너무 간지러워, 이거 놔!”장소월의 손은 넥타이에 의해 묶였고, 손을 목까지 뻗었다가 다시 전연우에 의해 내려졌다.“참기 힘들어도 참아!”그는 사나운 말투로 말했다.묶여있어도 함부로 움직이니 전연우는 아예 그녀를 붙잡았다.서철용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서 바지를 줍고, 이를 악물고 욕을 하면서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서철용의 머리는 헝클어졌고, 붉고 얇은 입술은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셔츠 단 추는 몇 개만 채우고 천천히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서철용이 장소월의 가슴 쪽으로 손을 뻗자 전연우는 매서운 눈으로 그의 손을 잡았고, 장소월도 몸을 피했다.“뭐 하는 거야!”장소월은 방에서 장미오일 냄새를 맡았다. 이 냄새는... 발정용이었다.서철용은 짜증스럽게 말했다.“상처를 봐야 할 것 아니야?”전연우는 그제야 서철용의 손을 놓았다. 서철용은 장소월의 소매를 걷어 올렸고, 손톱에 긁힌 붉은 자국 외에도 붉은 점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보았다.“이까짓 일로 찾아와서 내 일을 방해하는 거야? 전연우!”서철용은 살기를 띤 눈빛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고작 알러지 때문에 이 지랄이야? 이 정도 상식도 없어? 둘 다 당장 꺼져!”전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장소월을 바라보았다.“너 뭐 먹었어? 알러지가 있는 줄도 몰라?”그는 지금 무슨 자격으로 장소월에게 화를 내고 있을까?장소월은 코를 훌쩍이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어느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날 해치려고 한 사람은 당신이잖아!”전연우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서철용에게 물었다.“약 있어?”“한밤중에 내가 어디 가서 약을 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3화

    장소월은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연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풀어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호텔 지배인이 얼음이 가득한 물 한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손님, 얼음물로 닦으면 이분의 상황이 좀 호전될 수 있어요.”“감사합니다. 이리 주세요.”전연우는 얼음물을 받았다.장소월은 두 손이 해방되었지만 감히 지금의 얼굴로 사람을 만날 용기가 없었다.너무 못생겼다! 마치 한 마리의 돼지 같았다!호텔 지배인이 나가지 않자 전연우가 물었다.“다른 볼 일이 남았나요?”호텔 지배인은 미소를 지으며 매우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1606 룸의 고장 난 방문은 서 선생님께서 이쪽으로 비용을 청구하라고 하셔서요. 그래서...”전연우의 범상치 않은 고귀한 분위기를 보고, 어느 재벌가의 도련님일지도 모르니, 호텔 지배인은 감히 미움을 사지 못하고, 좋은 태도로 말했다.전연우는 외투에서 검은색 지갑을 꺼내 카드를 한 장 꺼냈다.호텔 지배인은 웃으며 카드를 받았다.“이건 호텔의 구매서입니다. 방문의 가격을 확인하시죠.”“괜찮아요.”“네, 그럼 바로 처리하겠습니다.”호텔 지배인은 바로 방을 나갔다.호텔 문은 모두 방범 문이었는데 한방에 걷어차였으니, 대체 얼마나 큰 힘을 썼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전연우의 깊은 눈은 이불 속에 숨어서 나오려 하지 않는 장소월에게 향했다.“그러다 질식해서 죽겠어. 손 내밀어.”“나가, 내가 직접 닦으면 돼.”전연우의 눈이 어두워졌다.“내가 강제로 끄집어낼까? 그때 가서 아프다고 울면 난 상관 안 해.”장소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비로소 자신의 손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다.순간, 장소월은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그의 부드러운 손길.전생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전연우의 부드러운 손길이었다.전연우는 분명 자신을 싫어했는데, 왜 갑자기 변했는지 장소월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아마도 그녀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전연우에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장소월이 갑자기 죽으면 전연우는 장해진을 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4화

    1시간도 안 되어 헬기는 서울 개인병원에 도착했다.그녀가 가장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나 여기 싫어하는 거 잘 알잖아?”“지금 네 처지에 병원을 가리고 있어? 죽고 싶어?”장소월은 여전히 반박했다.“다 너랑 한 패거리잖아. 날 해치려고 작당을 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어떻게 여기에 가?”병원 계단을 오르던 전연우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기성은도 있었다.장소월은 기성은이 듣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전연우에게 충성했고, 전생에도 전연우를 위해 장가를 배반한 사람이었다.전생에 기성은과 송시아는 전연우의 왼팔과 오른팔이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전연우가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전연우는 몸을 돌려 신비로운 흑요석 같은 눈으로 여자를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성은은 조금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아가씨, 병원에 도착한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치료를 받으세요. 더 심각해지면 어떡해요”“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내가 직접 택시 타고 갈 거예요.”장소월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전연우는 기성은을 보며 말했다.“가서 차 가져오세요. 서울인민병원으로 가죠.”“대표님!”“어서 가세요.”장소월은 그들의 대화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길거리 버스 정류장 앞에서 아무 택시나 잡아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다. 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쾅 닫아버렸다. 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들어 업었다. 장소월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나쁜 놈, 내려 줘!”전연우는 그녀를 뒷좌석에 집어 던졌다.“기 비서. 문 잠그세요!”‘덜컥’차 문이 잠겼다.장소월은 또 차창을 열려고 했다. 전연우는 말 안 듣는 여자의 멱살을 잡아당겨 한 손으로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뺨을 꼬집고, 음산한 눈빛으로 위협했다.“계속 떠들면 상어 낚시 미끼로 쓰일 줄 알아.”장소월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그녀가 가만히 있자 전연우도 손을 놓았다. 손가락에 연고를 덜어서 귀찮은 듯 그녀에게 발라주었다.장소월은 그가 바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5화

    오 아주머니가 왔을 때는 이미 점심 12시였다. 직접 만두를 빚어 삶은 후 서둘러 달려왔다.장소월이 아직 자는 것을 보고 방해하지 않았다.기성은은 오 아주머니와 교대하고 잠시도 머무르기 싫어 자리를 떠났다.엘리베이터에서 기성은은 마침 강씨 집안 사람들을 만났다.강영수는 이상했다. 기성은이 왜 병원에 있을까?장소월 때문에 온 것일까?기성은은 신경 쓰지 않고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복도에서 진봉은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강영수의 뒤를 따랐다.“소월 아가씨는 설산에서 이틀 동안 갇혔고, 지금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앞으로 소월이에 관한 일은 제일 먼저 보고해.”“네, 대표님.”강영수는 장소월의 병실을 알게 된 후, 조용히 들어갔다.진봉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 아주머니는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을 보고 물었다.“누구시죠?”그리고 강영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연회색 양복을 입은 그의 팔목과 목에는 문신이 있었다. 오 아주머니는 문신을 보고 건달인 줄 알고 경각심을 세웠다.장소월은 종래로 이런 사람과 왕래하지 않았다.강영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월이 친구예요. 소월이... 괜찮나요?”오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잠들었어요. 어쩐 일로 오셨죠?”“별다른 일은 없고, 그저 보고 싶어서 왔어요.”‘혹시 이분이 아가씨가 말한 그 친구일까?”“혹시 아가씨가 직접 밤 떡을 만들어준 그 친구인가요?”강영수는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소월이가... 저에 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나요?”오 아주머니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전 아가씨를 어릴 때부터 돌봤어요. 늘 곁에 친구가 없었는데 도련님이 처음이었어요. 직접 부엌에 가서 요리까지 하셨죠... 도련님일 줄은 몰랐네요!”‘내가 처음이라고?’강영수는 아직 잠들어 있는 장소월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아가씨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할 말이 있으면 저한테 전달해주세요.”“괜찮아요. 소월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죠.”“네.”오 아주머니는 눈치 있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6화

    누구도 자신의 가장 못생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강영수가 찾아올 줄 생각도 못 했다.“나 배도 안 고프고, 먹고 싶지도 않아.”말이 끝나자마자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장소월의 배가 철없이 소리를 냈다.오 아주머니는 피식 웃었다.“아가씨는 못생겨서 도련님을 보기 민망한 거예요.”“소월이 얼굴이 왜요? 전혀 이상하지 않던데요?”강영수는 일부러 속였다.오 아주머니는 강영수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그러게요. 아가씨 얼굴 괜찮아졌어요. 붓기가 다 가라앉았다고요.”장소월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확실히 전만큼 아프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서야 얼굴을 내밀었다. 확실히 얼굴이 부어있었지만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목에 있던 붉은 반점도 옅어졌다.장소월은 진작 배가 고팠다.“내가 먹을게.”“아직 링거를 맞고 있잖아. 내가 먹여줄게.”강영수는 숟가락을 들어 장소월에게 건넸다.장소월은 계속 거절하기 민망했다.“그럼 신세 좀 질게.”강영수는 덤덤하게 웃었다.“괜찮아.”만약 가능하다면, 강영수는 매일 장소월에게 먹여 줄 수 있었다.장소월은 이 인정을 앞으로 꼭 갚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장소월은 호호 불더니 반쯤 깨물고 물었다.“이모, 맛이 좀 변한 것 같아요.”“윤서 씨가 안에 후추를 넣으면 더 고소하다고 해서 넣었는데, 아가씨 입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왜요, 맛없어요?”장소월은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원래의 맛을 더 좋아했다.강영수는 장소월의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명쾌하게 말했다.“너 만둣국 좋아해? 다음에 갖다 줄게. 후추가 싫으면 빼서 준비할게.”“진짜?”장소월이 만둣국에 집착하는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오 아주머니가 장소월의 어머니는 기차역 옆의 노점상이 파는 만둣국을 좋아해, 오 아주머니가 특별히 가서 가르침을 청했다고 했다.하지만 맛은 기차역에서 먹었던 만둣국만큼 맛있지 않았다. 오 아주머니가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뭔가 빠진듯했다.“당연하지.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92화

    장소월은 월이를 집으로 데려와 의료 상자를 꺼내 바늘로 물집을 터뜨리고 물을 짜냈다. “아파?”월이는 침까지 흘리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아파, 엄마... 호호.”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월이를 보며, 장소월은 머리를 다친 아이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휴지로 아이 입에서 흘러나온 침을 닦아내며 말했다. “우리 월이 정말 용감하구나.”“하지만 다시는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 마. 머리카락이 타서 하나도 안 예쁘잖아.” 장소월은 월이가 입고 있는 원피스에서도 불에 타서 생긴 커다란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이봐, 여기도 탔네. 벗어봐, 이모가 꿰매줄게.”약을 다 바른 후, 장소월은 월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벗기고 자신의 옷을 입혀주었다. 그러고는 바늘과 실을 가져와 옷을 꿰매기 시작했다.바느질 솜씨도 훌륭한 장소월이었다. 전생에 한가할 때면 수공업을 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옷을 다 꿰매고 아이에게 입혀주었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손이준에게 또 신세를 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이미 충분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너 정말 사람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어야겠어? 조금만 먹으라고 했잖아.”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장소월은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눈앞에 뜻밖의 화목한 장면이 펼쳐졌다. 강용이 어깨에 크고 작은 짐을 걸친 채 소현아를 부축해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현아야, 무슨 일이야?”강용은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병이 나았다고 금세 또 돼지가 되어버렸어. 먹을 것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목을 접질렸어. 그건 그렇고, 어제 저녁 우리한테 밥 가져다주기로 했잖아. 왜 안 왔어?”장소월이 대답했다. “너무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어.”“혹시 저혈당 아니야? 병원에 같이 가볼까?”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돼. 현아는 괜찮은 거야?”강용은 이마를 짚었다. “저 얼굴 좀 봐. 어디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91화

    장소월은 그릇을 들고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그릇을 깨끗이 씻었다. “오늘은 빨래도 해야 해서요. 그냥 집에서 기다릴 거예요.”손이준이 짧게 말했다.“마음대로 해요.”부엌을 다 사용한 후, 손이준은 깨끗하게 치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소월은 위층으로 돌아가 소현아의 방을 정리했다. 소현아에겐 이불 속에 간식을 숨겨두고 밤중에 몰래 먹는 버릇이 있었다. 임신 중인 그녀를 위해 과자 섭취를 금지했지만, 이불을 들춰보니 아직 다 먹지 않은 과자 봉지가 놓여 있었다. 장소월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침대 시트와 이불, 그리고 베갯잇까지 모두 새것으로 갈아 놓았다. 이곳은 경제 발전이 더딘 곳이라 세탁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물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장소월은 세숫대야를 들고 공동 세탁실로 향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그곳이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수돗물을 틀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아이가 끌어안는 바람에 그녀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월아? 머리카락 왜 이렇게 됐어?”“불에 탔어요.”“뭐라고?”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 옆에 손이준이 물통을 들고 서 있었다. “이준 오빠? 빨래하러 오신 거예요?”“네.”장소월은 월이의 머리카락에서 불에 그을린 탄 냄새를 맡았다. “월아, 너 머리 왜 탄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쁜... 나쁜 거 잡으려고... 몰래... 먹었어.”“무슨 뜻이야?”손이준은 물통에 물을 반쯤 채우고 그녀에게 설명했다. “쥐가 나타나서 월이의 과자를 먹어치웠어요.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쥐를 잡겠다고 아궁이에 들어갔더라고요. 그 바람에 머리카락이 탄 거예요.”장소월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 날 뻔했네요. 다른 곳은 안 다쳤어요?”“아파! 엄마... 호호.”월이는 조심하지 않아 뜨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90화

    송시아를 처리했으니, 다음은 서철용 차례다.두 번의 삶의 기억을 가진 전연우는 잠시 그를 남겨두는 것에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전화가 끊어졌다.장소월은 마치 물에 빠진 듯,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 그녀는 늘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기를 수십 번 반복했었다. 오늘처럼 깊이 잠든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다.평소에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깨어나기가 일쑤였는데...사실 전연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연히 옷장 속에 숨겨둔 약병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 약이 우울증 치료제라는 것을 전연우가 모를 리 없었다.과거 장소월이 죽은 후, 전연우는 그녀가 쓰던 옷방에서 엄청난 양의 이런 약을 발견했었다.장소월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몸이 묘하게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시간을 확인하니, 겨우 아침 9시였다.옷을 갈아입던 중, 그녀는 침대 옆에 놓인 두 개의 약병을 발견했다. 혹시 어젯밤 실수로 수면제를 먹은 걸까? 하지만 옷장에서 약을 꺼냈던 기억은 꽤나 선명했다.어젯밤 어떻게 기절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방에서 나온 순간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지?’음식 냄새를 맡은 장소월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음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이준이였다.“이준 오빠? 왜 여기에...?”손이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프라이팬 속 음식을 저으며 말했다. “어젯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쓰러지더라고요.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거예요?”장소월이 하려던 질문을 그가 쏟아내자 이상하게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장소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저혈당 때문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그럼... 이건...”손이준이 말했다. “가게에 손님이 왔는데 가스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잠시 여기 주방을 빌렸어요. 그 보답으로 점심은 내가 만들어줄게요.”장소월은 기억이 나지 않아 미간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9화

    그녀는 분명 아직 꽃다운 젊은 나이다. 하지만 스스로 쌓아 놓은 마음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장소월은 약병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몇 알을 쏟았다. 살펴보니 약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는 수밖에 없다.“뭘 먹고 있는 거예요?”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요리 도구를 든 채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왠지 아까보다 얼굴빛이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장소월은 재빨리 약을 삼키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고질병이 도져서 진통제 좀 먹었어요. 선... 아니, 오빠...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손이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소금이 없어서요.”그제야 장소월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사 오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어요.”“지금 사 올게요.”몇 걸음 내디뎠을 때, 약을 먹어서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장소월은 비틀거리며 벽을 붙잡았다. 순간 손이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몇 분 뒤,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손이준으로 위장한 전연우는 쓰러지는 장소월을 품에 안았다.더 이상 차갑지도, 냉담하지도 않은 전연우의 눈빛이었다. 그는 가면을 내려놓고 예전 같은 탐욕스럽고 강렬한 눈빛으로 품 안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월아, 내 아내...”“정말... 보고 싶었어!”그 한마디에 장소월은 억지로 눈을 떴지만, 그저 단 한 순간이었을 뿐 곧바로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전연우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팔을 괴고 엎드려 그녀를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보스, 식사는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가져다드릴까요?”전연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 “병원에 있는 놈들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해. 오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8화

    장소월이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거실은 손이준의 손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손님으로 오셨잖아요.”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장소월은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선생님, 차 드세요.”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에 손이준은 손에 들고 있던 먼지떨이를 내려놓고 말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부엌에 가서 장소월이 뭘 사 왔는지 살펴보았다.“왜 그러세요?”손이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요. 쌀 씻어 놔요. 물은 손가락 두 마디 높이로 붓고요.”장소월이 난처한 듯 만류했다.“이... 이러시면 안 되죠. 그냥 제가 할게요.”손이준은 냉정한 목소리로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요리 나보다 잘해요?”장소월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생님.”손이준은 고개를 숙여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 “호칭이 너무 듣기 거북하네요. 그냥 이준이라고 이름을 부르던가, 아니면 오빠라고 불러요.”장소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뭇거렸다.“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으니... 그럼... 이준 오빠라고 부를까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손이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요.”손이준은 누구에게나 차갑고 냉담하게 대하며 거리감을 유지하는 감정 없는 로봇 같은 사람인 듯했지만, 또 그렇게만 보기도 어려웠다.솔직히 오빠라는 호칭은 너무 친밀한 느낌이라 그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정말 그 사람이 아닌 건가?“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그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바로 고개를 들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부탁드릴게요.”장소월은 위층 방으로 올라가 닫혀 있는 옷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나갈 때 분명 문이 열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7화

    “나한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잘해줘... 어린아이 챙겨주는 것처럼 해도 돼, 응?”세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소 장소월은 소현아를 좀 더 챙기려고 노력했었다.하지만 강용은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장소월 앞에서는 소현아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만, 뒤돌아서면 감히 3미터 안으로 접근하지도 못하게 했다. 소현아는 그의 차가운 눈빛만 봐도 두려움에 떨곤 했었다.소현아가 강용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걸 알지만, 장소월은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강용이 소현아를 어린아이 대하듯 조금만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었다.“현아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일 뿐이야. 강용, 현아는... 우리 친구잖아.”강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앞으로는... 좀 더 잘해주도록 할게.”“그러니까 나 밀어내지 마.”장소월이 말했다.“꼭 약속 지켜줘.”“병원에 가서 현아 좀 보살펴줘. 강용, 내가 한 말 잊지 말고.”장소월이 핏자국을 지우려 위층에 올라가 보니 이미 누군가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바닥은 물기 때문에 축축해져 있었다.장소월은 방에 가서 마른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엎드려 물기를 닦아냈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피비린내가 사라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그러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계단을 내려갔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손이준은 빨간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바구니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가 과일까지 들고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까 많이 놀라셨죠?”“앉으세요.” 장소월이 소파에 앉자, 손이준도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장소월이 대답했다.“조금요. 그래도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선생님 따님은요?”“자고 있습니다.”길 건너편 국수 가게에서 별이는 재갈처럼 물린 고무젖꼭지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칭얼거리고 있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6화

    “강용은...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 현아야, 강용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몸을 추스르는 데에만 집중해. 알았지?”강용이 보이지 않으니, 소현아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소월아, 강용 밥은 제대로 먹었어? 정말 강용과는 아무 상관없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덜렁대는 바람에... 강용이 가라고 했는데도 내가 계속 기다렸어... 소월아, 강용한테 화내지 마, 응?”장소월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현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강용은 그토록 무관심하게 그녀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소현아는 강용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에 자연히 마음속 저울도 그에게 더욱 기울어져 있었다.강용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소현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모질게 대할 필요는 없다.소현아 뱃속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했다면, 강용이 얼마나 큰 곤경에 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북경 감옥이 어떤 곳인가?그곳에 갇힌 사람들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강용이 강지훈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화 안 났어.” 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푹 쉬어. 난 강용 좀 만나고 올게.”소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소월아, 나랑 약속해. 강용한테 화 안 내겠다고.”“알았어.”병실을 나선 뒤, 누군가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 있던 여자아이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웃어...”장소월은 그제야 손이준이 아직 병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평범한 얼굴에 어딘가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병원에서 집까지는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월이는 지쳤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힘들어요. 엄마... 안아 줘...”“미안해, 월아. 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5화

    “현아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앞으로 걸어가 강용의 뺨을 후려쳤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현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손이준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 마을에 있는 병원은 시설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갖춰져 있었다.병원에선 출혈이 있는 임산부를 보자마자 수술실로 옮겼다. 장소월은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강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와 물었다.“현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그건 내가 너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그렇게 현아한테 모질게 대하는 거야? 현아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단지 현아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강용, 내가 말 했잖아, 현아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나한테 화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걸 왜 현아한테 풀어?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강용은 유구무언이었다. “미안해.”“가 버려.” 장소월은 괴로움에 이마를 짚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강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용서 구할게.”장소월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아꼈다. “현아가 괜찮아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오늘 일 감사했습니다.”손이준이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별말씀을요.”“여긴 저희가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바쁘실 텐데 먼저 가셔도 돼요.”손이준이 떠나고 30분 뒤, 소현아가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아이는 괜찮습니다. 다만 유산기가 조금 있었는데, 다행히 빨리 병원에 오셔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일반 병실로 옮겨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겁니다.”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수고하셨습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일반 병실, 소현아는 한동안 링거를 맞은 끝에 서서히 깨어났다. “소... 소월아.”“내 아기 괜찮아?”장소월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4화

    소현아는 위층 강용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방 안 소파에 앉아 분노를 쏟아내듯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소현아는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손에는 음식을 가득 담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 “강용, 나 들어갈게.”강용은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꺼져! 들어오기만 해봐!”소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를 쳐다보았다. “밥 갖다 주러 왔어. 네가 싫다면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 먹고 싶어지면 말해, 그때 갖다 줄 테니까.”그녀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꼼짝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강용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짜증스러움까지 느껴졌다.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햇볕 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소현아를 쏘아보고는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리고 외면해 버렸다.하지만 오랫동안 참아내지는 못했다.강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쾅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강...”소현아는 눈앞에서 매몰차게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월이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줄곧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장소월은 물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손이준이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다.장소월이 말했다.“그릇들은 그냥 놔두세요. 설거지 안 하셔도 돼요.”손이준은 냉담하게 대꾸했다.“전 남에게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장소월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깨끗이 설거지를 마친 손이준이 물었다. “그릇은 어디에 두면 되죠?”“오른쪽 찬장 아래에 놓으면 돼요.”장소월이 그에게 휴지 몇 장을 뽑아 건넸다. “닦으세요.”손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오늘 신세 많았습니다.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장소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네.”“안... 안 가. 엄마...”월이는 장소월의 다리를 꼭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