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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손 밑에 깔린 또 다른 책은, 그가 베껴 쓴 노트였다. 장소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글씨체를 보았다. 네모반듯하고 필봉이 모두 적당했다. 그의 글씨가 주인처럼 야만적일 줄 알았는데, 그녀의 글씨보다 더 예쁠 줄은 몰랐다.

사실 이 노트는 원래 강용에게 주려던 것이다. 강용이 베껴 쓰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아예 장소월이 적어서 준 것이다.

기억이 더 잘 남을 수 있으니, 그가 한 번 베껴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곧 있으면 학교는 문을 잠글 것이니 장소월은 강용을 깨울 생각이었다.

잠시 후에야, 강용이 아프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강용의 책상 오른쪽 위에 분홍색 텀블러와 약이 있었지만, 그는 먹지 않은 듯했다.

장소월은 몇 번 강용을 불렀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 장소월은 손을 뻗어 그의 이마 앞의 잔 머리를 헤쳐 온도를 확인했다.

너무 뜨거웠다!

순간, 자고 있던 강용은 갑자기 눈을 떴고, 장소월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이상해졌고, 장소월은 손을 거두고 먼저 입을 열었다.

“마침 가는 길인데, 병원에 데려다줄까?”

“왜 그렇게 오지랖이 넓어?”

강용은 낮고 쉰 목소리로 인정 없이 말했다.

장소월도 자신의 행동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용의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 장소월은 화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곧 문 닫아. 일찍 돌아가.”

장소월은 고개를 돌리고 교실을 떠났다...

“젠장. 말썽이야.”

강용도 장소월을 말하는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말하는지 몰랐다.

몇 분 후.

강용은 가방끈을 잡고, 가방을 등 뒤로 메고, 교복은 단추 세 개를 풀었고 안에는 검은 반팔을 입었다. 예전의 의기양양함은 사라지고 전쟁에 패한 물개처럼 귀를 늘어뜨린 채 장소월의 뒤를 따랐다.

지금 길가의 모든 학교 건물에는 불이 꺼지고 가로등만 켜져 있었다. 사람이 거의 없고 가게도 모두 문을 닫아 늦은 밤의 학원로는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나 따라오지 말고 택시 타고 가!”

“같이 병원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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