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거지?최서준은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면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지유를 몸 뒤로 숨겼다. “너무 놀라지 말아.”나이 들어 보이는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이 자식아, 경거망동하지 마. 이 사람은 무왕급이야.”금무명이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그 말에 최서준은 이성을 붙잡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만약 내가 정말 진심으로 널 대했다면 넌 날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말을 마친 노인은 소리소문없이 김지유 옆에 등장했다.최서준은 그제야 김지유가 두 눈을 꼭 감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눈앞의 금침독벌레는 김지유 체내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버둥대면서 도망가려고 했다.‘무슨 일이지?’최서준이 어리둥절해서 하고 있을 때, 노인이 허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금침독벌레가 흠칫 굳어버렸다.“지금이다, 체내로 흡수시켜!”노인이 말하지 김지유는 바로 그의 말대로 움직여 금침독벌레를 천천히 몸 안으로 들여보냈다.김지유가 금침독벌레를 몸 안으로 흡수시키자 혼란스러운 기운이 김지유 몸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안 돼!’이건 독벌레의 반격이다. 김지유가 전혀 당해낼 수 없는 정도다!최서준이 나서려고 할 때, 노인이 갑자기 손을 저었다. 그러자 환한 빛이 나타나 김지유를 감싸주었다. 이윽고 김지유는 겨우 기운을 가라앉히고 진정할 수 있었다.“금침독벌레의 힘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저쪽으로 가서 얘기하지.”노인은 순식간에 최서준을 데리고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이 노인이 김지유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최서준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그의 힘을 따라 같이 갔다.눈을 떠보니 어느새 싱그러운 풀과 꽃과 새가 가득한 곳에 와 있었다. 영기가 가득한 것이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여긴 어디죠?”최서준은 주변의 환경이 갑자기 바뀐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여기는 바로 내 무독교의 비경이다.”노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최서준은 그제야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아까 우리 누나를 구해주
내공을 거의 다 써서 허약해진 최서준은 그의 위압감에 약간 휘청였다. 다행인 것은 노인이 재빨리 기운을 거두어들였다는 것이다.하지만 그 순간에도 최서준은 이미 땀으로 옷을 흠뻑 적셨다.얼마나 무서운 실력인가.“됐다. 난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신성교에 어울릴 교주를 하나 찾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성녀가 이곳에 머무르게 해라. 앞으로 이곳을 떠날지 말지는 성녀가 알아서 선택하게 하고. 걱정하지 마. 성녀가 금침독벌레를 잘 다룰 줄 알게 된 이후에는 성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둘 테니까. 게다가 신성교에서 감히 성녀를 모욕하는 사람을 없을 거다. 내가 보장하지.”노인은 김지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노인이 솔직하게 얘기하자 최서준은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어쨌든 김지유는 지금 최서준의 곁에 있는 것보다 무강에 있는 것이 더욱 안전했다. 최서준은 아무리 노력해도 김지유의 기운을 안정시켜줄 수 없으니까 말이다.눈앞의 태상장로는 최서준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이런 사람한테서 도움을 받다니, 전생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아야 이런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무강현 님, 왜 저한테 이런 것들을 알려주시는 겁니까.”“네 몸에서 옛 친구의 기운을 느꼈거든.”“그게 무슨 뜻이죠?”“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있어.”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하지만...”최서준은 또 뭔가를 물으려고 했다.하지만 노인이 말을 이었다.“됐어. 넌 여기서 더 수련하다가 그만 떠나. 난 성녀를 데리고 내공을 진정시키러 갈 거니까.”말을 마치 노인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오직 최서준만이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옛 친구라는 것은 금무명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금무명이 말하는 최운신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아버지를 말하는 것인지...최서준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 앉았다.순식간에 영기가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다.몇 시간이 지난 후,
무강을 떠난 후, 최서준은 그제야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이었고 문자도 가득 와있었다. 아마 무강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최서준은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누나들도 연락이 왔고 최우빈도 연락을 했으며 주씨 가문 어르신도 연락을 해왔다. 심지어 천사부의 장천사도 연락을 해왔다.메시지를 확인한 최서준은 그제야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어제, 이름 모를 남자가 용호산 천사부 입구에 나타나 최 대가와 싸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천사부의 제자가 나와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 남자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천사부의 제자를 때려버리고 안으로 쳐들어갔다고 한다.장천사는 최서준의 독보를 막고 싶은 사람이 쳐들어온 것인가 싶어 대충 얘기하고 그를 쫓아내려고 했다.“최 대가님은 이제 천사부에 계시지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찾아보십쇼.”“당신이 바로 장천사인가? 천사부의 천사가 이런 쓸데없는 녀석이라니.”남자가 비웃으면서 얘기했다.“감히 내 앞에서 천사부를 모욕해?”아무리 장영화라고 해도 코앞에서 자기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창영화가 움직이려고 할 때,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장영화를 때려눕히고 얘기했다.“10일 후, 최서준이 이곳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난 천사부를 피로 물들일 거다. 그리고 남쪽으로 가면서 최서준과 연줄이 있는 사람을 모조리 죽일 거야.”“최 대가님과 싸울 거라면서, 왜 천사부까지 이 일에 휘말려야 하는 거야!”“왜냐하면 무혼전의 사람이 여기서 죽었으니까. 만약 10일 후 최서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너희가 다 죽어야 할 거야.”“너... 도대체 누구야.”장영화는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울컥울컥 토했다.“무혼전의 석중식이라고 한다.”남자는 이름을 알려준 후 사라졌다.석중식?!“선배님, 석중식이 누구입니까.”장평녕은 선배님을 부축하면서 그를 치료하면서 물었다.“무혼전의 주인 중 한 명이다.”장영화의 말투에서 진중함이 느껴졌다.많은 사람들이 천사부에서 일어난
“무슨 일이요?”최서준이 다시 물었다.금무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많이 없어. 그 해, 무술계에서는 거의 천재지변 급의 전쟁이 일어났어. 그때부터 지구가 쇠약해지기 시작하고 무왕도 점점 사라지고 비경을 찾아서 살 수밖에 없었지. 하여튼 그래서 지금처럼 나약해지기 시작한 거야. 너희처럼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 대단한 척하고 다니는 시대가 온 거지. 그리고 나도 그때부터 용문비경에 갇힌 거고.”“그게 무혼전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무혼전에는 무왕이 없지만 무후는 많아. 무군도 있을 수 있어.”“그럼 석중식은 무군인가요?”“그건 아니야. 아무리 네가 석중식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상대할 수 있을까? 네가 한 명 한 명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시간을 준다면 가능합니다!”최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용분비경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다.“왜 굳이 무혼전과 싸우려고 해?”금무명은 호기심에 물었다.“그들이 보육원에 손을 댔으니까요. 저는 한성 보육원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복수해야 해요!”최서준의 그 말에 금무명은 더 묻지 않고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앞으로의 수련은 지금보다 더욱 혹독해질 거야. 며칠 만에 네 실력을 올려줄 거니까.”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반대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장영화의 전화를 걸었다.“장 천사님, 나 대신 싸움에 응해줘요. 그냥 9일 후에 용호산에서 만나겠다고 전해요.”“최 대가님, 석중식은 무혼전 분회의 주인입니다. 어마무시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요. 들어보니 무후 다섯 번째의 고수라고 합니다! 절대로 경거망동하셔서는 안 돼요!”장영화는 그를 말리려고 얼른 얘기했다.“장 천사님, 전 이미 결정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절대로 다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최서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장영화는 그런 최서준의 태도를 보고 그저 최서준이 싸움에 응한다고 대답했다.그러자 무술계가 발칵 뒤
며칠이 빠르게 지났다. 강주에는 무술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거의 무술인들의 파티가 이루어졌다.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은 용호산에서 장사를 시작했다.이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 상인 앞에서, 두 남녀가 멈춰 섰다. 여자는 매대에 있는 단약 한 병을 집어 들고 보았다.“이 친구, 눈썰미가 참 좋네. 이 단약은 내가 10여 가지 영약으로 제련한 단약이야. 귀혈단이라고. 이름 그대로 치명상을 다 치료해줄 수 있는 약이야.”상인이 얘기했다.하지만 여자는 그저 보기만 하고 약병을 내려놓은 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두 사람은 바로 최서준과 윤청아였다. 최서준은 싸움에 응한 후, 바로 남양으로 왔다. 윤청아는 최서준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최서준이 걱정되어서였지만 그녀의 도도한 성격 때문에 그걸 티 내지 않았다.강주에 오자마자 윤청아는 최서준을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좋은 물건을 찾아 나섰다. 그래야 최서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누나, 여기 사람은 많지만 좋은 물건은 거의 없어.”최서준은 윤청아 뒤에서 천천히 얘기했다.윤청아의 걱정에 최서준은 몇 번이고 이길 자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윤청아의 걱정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윤청아를 따라 시장으로 온 것이다.“도담아, 운이라는 건 확정 짓기 어려운 거야.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마.”윤청아는 최서준을 데리고 다음 곳으로 넘어갔다.“어? 정말 좋은 물건이 있을 줄이야.”갑자기 금무명이 얘기했다.“지금의 너한테는 소용이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단약 제조서야.”금무명이 말하자 최서준도 발견했다.눈앞의 매대에 놓인 몇 개의 단약 제조서 중, 하나가 최서준의 눈에 띄었다.배원단 단약 제조서였다.최서준은 예전에 스승님한테서 배원단이라는 단약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런 배원단은 오직 대단한 세력의 종문에서만 제련이 가능했다. 이런 시장에서 배원단 단약 제조서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눈썰미가 좋네. 이게 가장 비싼 단약 제조서인 걸 알아본 모양이지?”
그 말에 결국 최서준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바람이 불어오자 단약 제조서가 눈 깜빡할 사이에 최서준 손에 떨어졌다.“이 자식이 감히 내 물건을 빼앗아? 그 아무도 나, 한종수의 물건에 손을 댈 수는 없어! 죽어!”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가 갑자기 화를 냈다.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듣더니 놀라서 까무러쳤다.“저 사람이 한종수야? 경성 한씨 가문의 아들이잖아. 저 사람도 강주에 오다니!”“최 대가와 무혼전 주인의 싸움에 경성 사람들까지 움직이다니, 생각도 못 했어!”“네가 뭘 알아. 무혼전 본부가 바로 경성에 있어. 한씨 가문은 무혼전이랑 사이도 좋다고 하던데, 게다가 무혼전의 주인 중 한 사람이 바로 한씨 가문 사람이래!”“그럼 이 사람한테 밉보이면 잘못되는 거 아니야?”“그러게 말이야. 이 자식 끝장이네.”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말했다.이때, 한 그림자가 날아올라 갑자기 나타났다.종사 급의 고수가 나타나 그들의 질서를 정리했다.“여기에서 싸우면 안 됩니다.”그 사람은 허공에 서서 두 사람을 노려보면서 경고했다.“유효민 씨였군요. 아는 얼굴이 왔으니 체면은 차려드리죠. 이 자식이 단약 제조서를 나한테 넘기기로 하면 이 자의 목숨은 살려둘게요.”한종수는 공중에 떠오른 사람을 보면서 얘기했다.“한종수 도련님이셨군요. 너 이 자식, 얼른 물건을 돌려드리지 못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널 도와줄 수는 없어!”유효민이 최서준을 생각해주는 것처럼 얘기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유효민과 한종수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봐, 그저 단약 제조서를 넘겨줘. 한종수 님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러게 말이야. 단약 제조서 한 장 때문에 목숨을 걸 필요 없잖아.”옆의 사람들이 얼른 나서서 최서준을 말렸다.“빨리 단약 제조서를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옆의 점주도 얘기했다.“다들 왜 이렇게 막무가내예요? 이 단약 제조서는 우리가 먼저 보고 있었던 거라고요.”윤청아는 지켜보다가 화가 터질 것만 같아서 용기를 내서
“이건 너무 과하잖아!”점주가 차갑게 얘기했다.“당연하죠. 제가 지금 당장 한씨 가문 도련님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찾아가서 이 단약 제조서가 가짜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최서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에 점주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가식적인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아니야, 그만해. 이번에는 내가 졌어. 솔직하게 말해줄게. 진정한 배원단은 일반인이 전혀 만들어낼 수 없어. 사실 들어가는 약재 중 하나가 실력이 강한 무술 가문에만 있는 것이거든.”점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무슨 약재길래 강한 무술 가문에만 있어요?”“무왕 급 선배들이 기운을 불어넣은 영초, 바로 청낭초야.”점주가 바로 이유를 얘기했다.“점주님은 어느 가문이시죠? 이런 단약 제조서는 일반인이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최서준이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이 점주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최서준이 단번에 단약 제조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내고, 또 최서준이 단약 전문가라는 것을 안 점주는 감추지 않고 진짜 자기 신분을 얘기했다.“나는 현천약종의 제자 하이현이라고 한다.”점주가 자기 신분을 밝혔다. 하지만 최서준의 무덤덤한 반응에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되물었다.“당신은...”“저는 최서준입니다.”최서준도 숨기지 않고 얘기했다.“뭐라고? 네 이름도 최서준이야? 네가 설마 무혼전의 주인과 싸운다는 그 최 대가? 내가 성심성의껏 대답해줬는데 겨우 이런 거짓말이라니. 됐어. 내가 운이 나쁜가 보지.”하이현은 최서준의 이름을 듣더니 그저 이곳을 정리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아까 이미 한종수에게서 돈을 받아냈으니, 만약 한종수가 가문 사람들을 만나 단약 제조서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니까 말이다.최서준은 도망가는 하이현의 뒷모습을 보면서 약간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진짜 이름을 얘기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으니 말이다.하지만 하이현을 탓할 수도 없었다. 고작 통맥경 수준이니 사람 보는 눈이 아직은 없었다.
한종수가 바로 손을 쓰려고 할 때, 최서준이 얘기했다.“내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아?”한종수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네가 누군데.”“난 최서준이야.”“하하하.”그 말에 한종수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유효민과 뒤에 있던 사람들까지 다 웃음을 터뜨렸다.한종수는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다.“유효민 씨, 들었어요? 저 사람이 최서준이라고 합니다.”“하하하, 저 사람이 최서준이면 나는 무혼전 주인이라고 하겠어요.”묶여있는 하이현도 웃으면서 말했다.“도망치고 싶으면 얼른 도망가. 이런 쓸데없는 농담은 그만두고.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안 그래?”최서준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전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그들을 지켜보았다.몇 분 후, 사람들은 웃음을 그쳤다.“재미있는 놈이었네. 이렇게 하자. 널 괴롭히지 않을게. 하지만 옆에 있는 그 여자는 두고 가. 내 시중을 들어주면 없던 일로 해줄게. 어때.”한종수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아까 시장에서 윤청아를 봤을 때부터, 한종수는 그녀의 미모에 놀랐다.강주 같은 작은 곳에 경성의 여자들보다 더욱 아름다운 미녀가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심지어 우아한 기품은 먼 곳에서부터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한종수는 이런 차갑고 도도한 여자를 좋아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이었다.그래서 한종수는 유효민과 다른 부하들을 불러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린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최서준은 경성에서 온 도련님이 이런 곳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할 뻔했다.진정한 목표는 최서준이 아니었다.“죽고 싶어?”최서준이 바로 기운을 내뿜었다.그러자 무후의 기운이 공간을 뒤덮었다.한종수, 유효민 등 사람들은 이런 압도적인 기운 아래 그저 개미와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하지만 더욱 무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들은 바닥에 고꾸라져 거의 온몸으로 이 기운을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최서준이 온 힘을 다하지 않아서 죽지 않은 정도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