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얘기해 주지 않아도 세 사람이 내뿜은 독 기운에서 최서준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독 기운이 가득 차자 무독교의 사람들도 멀리 떨어졌다. 그들도 이런 상황은 두려웠다.여러 색깔의 독사가 그들을 향해 혀를 날름거렸고 검은색의 전갈이 꼬리를 높게 들어 올려 금방이라도 침을 쏠 기세였으며 신기한 빛깔의 개구리들이 옆에서 독을 뿜어냈다.“무후 세 명이 동시에 나서다니. 너 잘못 건드렸네.”금무명이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얘기했다.금무명은 눈앞의 상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3대 독 왕이 동시에 나서는 건 오랜만이야. 정말 무서운 장면인걸.”“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서 바지가 축축해지는데.”“바지 좀 그만 적셔.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그렇지. 교주님도 얘기하셨어. 3대 독 왕이 동시에 나선다면 무강을 다 휩쓸어버릴 수 있다고.”“저 자식은 이제 끝장이야. 무강에서 신성교와 척을 지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무독교의 사람들은 3대 독 왕에게 기대가 가득했다.이때, 성충의 기운이 퍼지자 3대 독 왕의 기운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저 약간일 뿐이었다.최서준이 고개를 돌려보자 김지유가 억지로 금침독벌레의 힘을 꺼내 쓰고 있었다. 순식간이었지만 김지유의 입가에는 어느새 피가 고였다. 세 무후를 상대로 억지로 금침독벌레의 힘을 이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성녀님, 아무리 그대로 성충을 깨우지 않는 게 좋을 텐데요. 성녀님의 힘으로는 성충한테 오히려 잡아먹힐 수 있으니까.”전갈 독 왕이 천천히 얘기했다.“성녀님, 최서준을 돕고 싶다면 항복하게 만들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싸울 때 독에 당해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시체도 남지 않을 거예요.”붉은 옷의 노인이 옆에서 거들었다. 세 사람은 최대한 평화로운 방법으로 진행하려고 했다.“누나, 그럴 필요 없어. 이 세 명은 내가 상대하면 돼.”최서준은 김지유가 휘청이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김지유 옆으로 나타나 기운을 내뿜어 김지유를 도우려고 했다.그 말을 들은
“난 이미 쓸데없지만 목숨은 남았으니... 이따가 내가 시선을 끌 테니 그 기회를 잡고 도망가.”뱀 할멈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김지유가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왔으니, 자기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손녀 같은 김지유가 호랑이 굴에 빠졌는데,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난 이제 내 진짜 손녀를 찾으러 갈게.”뱀 할멈이 중얼거렸다.어지러운 기운 속에서 뱀 할멈은 거의 모든 기력을 쏟아냈다.“할머님, 안돼요!”종사인 김지유는 그 기운을 느끼고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고 소리를 내질렀다.최서준은 빠르게 뱀 할멈의 목을 내리쳐 기절시켰다. 뱀 할멈은 순식간에 쓰러졌다.“왜 다들 날 안 믿는 거야.”최서준은 중얼거리더니 얘기했다.“누나, 할머님 잘 보고 있어요. 남은 건 내게 맡겨요.”최서준은 몸을 돌려 바로 3대 독 왕에게로 걸어갔다.최서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3대 독 왕은 참지 않고 동시에 달려들었다.순식간에 눈앞에 여러 가지 빛깔의 향연이 펼쳐졌다.붉은색, 초록색, 검은색 기운들이 넘실거렸고 세 독 왕은 그사이를 누비고 있었다.최서준은 그 기운이 김지유에게까지 닿으려는 것을 보고 얼른 허공에 나타나 세 독 왕을 김지유에게서 떨어뜨리려고 했다.하지만 그 행동에 3대 독 왕이 바로 눈치를 챘다.세 사람은 동시에 달려와 최서준을 따라잡았다. 최서준은 두 사람의 주먹을 피했으나 뱀독 왕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맞았다.최서준은 마치 운석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져 사람들 눈에서 사라졌다.“흥, 뱀독 왕의 공격 한 번에 쓰러지다니. 넌 이제 죽었어.”“그러게 말이야. 뱀독 왕이 이미 무시무시한 뱀독과 기운을 몸에 넣었으니 조금만 닿아도 죽게 될 거야. 아무리 독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뱀독 왕의 독에 당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해. 끝이 없음에 처음 들어온 최서준은 더욱 모를 거야.”무독교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미 마음을 굳혔다.다른 두 독 왕은 뱀독 왕이 최서준을 공격한 것을 보고 몰래 한숨을 돌렸다.
“이거 설마... 여래 신장?”멀리서 이 장면을 본 무독교 성원들은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장면을 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이런!’뱀독 왕과 전갈 독 왕 두 사람은 최서준이 독개구리 왕한테로 돌진하는 것을 보고 그의 목표가 독개구리 왕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를 돕고 싶었지만 위압감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이윽고 굉음이 터졌다.독개구리 왕이 서 있던 자리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이 생겼다. 독개구리 왕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셋째야!”뱀독 왕과 전갈 독 왕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은 절벽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최서준이 천천히 날아올랐다. 이윽고 최서준이 진기를 이용해서 붉은 옷 노인의 시체를 건져냈다.바로 독개구리 왕이었다.최서준은 시체를 두 독 왕에게 던져버렸다.“셋째야!”전갈 독 왕은 시체를 받아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흔들며 깨워보려고 했다.하지만 이미 숨이 끊어졌기에 아무 소용도 없었다.“감히 우리 막내를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이야!”전갈 독 왕은 빠르게 최서준을 향해 달려갔다.“안돼!”뱀독 왕이 뒤에서 소리쳤다. 이윽고 전갈 독 왕은 빠른 속도로 다시 날라왔다.최서준이 전갈 독 왕의 복부를 가격하자 전갈 독 왕의 단전이 그대로 부서졌다. 내공은 사라지고 오직 목숨만이 겨우 붙어있었다.“널 죽여버릴...”그는 말을 다 맺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3대 독 왕은 어느새 한 명만 남았다. 무독교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도망치는 것도 까먹었다.“얼른, 얼른 가서 교주님한테 얘기해!”지켜보고 있던 무독교 중 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최서준은 그런 사람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뱀독 왕 앞으로 왔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뱀독 왕은 최서준 앞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꿇어버렸다.최근 최서준은 매일 밤 용문 비경 속에서 금무명과 싸우며 무후 세 번째 단계가 되었다. 금무명도 놀랄만한 성장 속도였다.역
뱀독 왕이 자기 뱀을 꺼낸 것을 본 김지유는 최서준의 말뜻을 이해했다.그녀는 최서준을 쳐다보았다. 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바로 금침독벌레를 천천히 꺼냈다. 금침독벌레가 김지유 몸에서 나오자 초록색 뱀은 허공에서 발악했다. 같은 독벌레로서, 초록색 뱀은 자기의 처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금침독벌레가 다가오자 초록색 뱀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이윽고 금침독벌레가 초록색 뱀의 몸을 작게 물었다. 그러자 초록색 뱀은 축 늘어져 버렸다. 뱀독 왕은 그제야 어두운 표정으로 뱀을 거두었다.금침독벌레가 다시 김지유의 몸으로 들어온 순간, 김지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 느껴보는 떨림과 함께 온몸으로 기운을 내뿜었다.“너, 무슨 짓을 한 거야!”그 상황을 본 최서준은 빠르게 뱀독 왕의 옆에 나타나 손으로 뱀독 왕의 목을 쥐었다.뱀독 왕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최서준은 당장 힘을 줘서 뱀독 왕을 죽일 것이다.“최 대가님, 이건 제 탓이 아닙니다. 성녀님의 금침독벌레와 제 뱀은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지금 힘을 얻어 금침독벌레가 각성한 것이죠. 그러니 숙주인 성녀님도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겁니다.”뱀독 왕이 해명했다.뱀독 왕의 뱀이 물렸을 때, 뱀독 왕은 겨우 종사 첫 단계의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김지유는 순식간에 힘을 되찾았다. 이윽고 종사 첫 단계에서 종사 세 번째 단계가 되었다.뱀독 왕을 오해했다는 생각에 최서준은 얼른 손을 놓았다.그는 김지유 옆에 가서 김지유가 숨을 고르는 것을 기다리다가 물었다.“누나, 지금 몸 상태는 어때?”기운은 가다듬은 김지유는 뱀독 왕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웃으면서 대답했다.“서준아, 생각보다 매우 좋은 것 같아. 아까 그 한입으로 금침독벌레가 3단계나 강해졌어. 앞으로 내가 따라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종사 네 번째 단계가 될 거야.”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고개를 돌려 뱀독 왕에게 질문했다.“뱀독 왕, 너희 무독교는 이렇게 동류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힘을 쌓은 거야? 다른
돌아가는 길. 뱀독 왕이 길을 텄다. 길에서 마주친 생물들은 모두 그들을 피해 돌아서 갔다.“여기를 뜨는 게 나을걸? 나 때는 말이야, 무독교는 이미 악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어. 그 교주는 쉬운 사람이 아닐 거야. 갔다가 영영 못 돌아오는 수도 있다고.”금무명이 머릿속에서 얘기했다.“안돼요. 지금은 직접 찾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 교주는 결국 우리 누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결국은 싸워야 해요. 피할 수 없으니 지금 쳐들어가야죠.”최서준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김지유와 함께 이런 불안정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지금 가서 싸우는 게 나았다.그러자 금무명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산에 으리으리한 궁전이 나타났다. 궁전은 거대한 바위 앞에 있었는데 꼭대기에서 빛이 반짝였고 금빛이 쏟아져 내렸다. 이런 산골짜기에 이런 궁전이 있을 거로 생각하기 어려웠다.“뱀독 왕님, 성녀를 데리고 오셨군요. 다른 두 독 왕님은요?”무독교의 경비원은 뱀독 왕을 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다른 사람들 눈에, 무독교의 독 왕이 성녀를 데려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뱀독 왕 뒤에 서 있던 최서준은 그대로 무시를 당했다.“응. 두 사람은 다른 일이 있어서, 일단은 내가 성녀님을 데리고 교주님을 만나러 간다.”뱀독 왕은 담담한 태도로 말하고 경비원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뱀독 왕님, 이 자는 누구입니까?”경비원은 뱀독 왕과 성녀를 보내고 최서준을 막으면서 물었다.최서준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을 쓰려고 할 때.“성녀님의 친구다. 우리 신성교를 아주 존경한다고 하길래 같이 데리고 가서 교주님을 만나러 가려고 한다.”뱀독 왕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진짜인지는 몰라도 독 왕의 말이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경비원은 바로 막지 않고 최서준을 보냈다.궁전에 들어간 최서준은 내부가 이루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롭다는 것을 발견했다. 궁전 안에는 보석과 크리스털이 가득했고 높은 천장 가운데는 야명주도 있었다.여기의 보물 중 하나라
“얼른 도망쳐! 저 자식은 무후 네 번째 단계야! 넌 저 자를 이길 수 없어!”금무명이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소리쳤다.“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최서준은 무독교의 교주가 최서준이 올 것을 미리 아는 것처럼 궁전 앞에서 기다릴 줄은 전혀 몰랐다. 원래는 몰래 습격하려고 했는데 그 계획마저 실패해버린 것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김지유를 버리고 도망갈 수는 없다.‘방심했어.’아까 탐식충이 시체를 먹을 때부터 교주는 눈치챘을 것이다.최서준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당신이 무독교의 교주야?”노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천천히 최서준을 보면서 대답했다.“내 이름은 무운성, 바로 신성교 교주다. 네가 만약 굴복하고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3대 독 왕과 같은 지위, 아니, 그들보다 더욱 높은 지위를 줄게. 어떠냐.”노인은 모든 것을 예측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3대 독 왕? 지금은 한 명만 남았는데 어떡하지?”최서준이 비웃으면서 말했다.“음?”무운성은 고개를 꺾어 뱀독 왕을 쳐다보았다. 뱀독 왕이 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자 그제야 최서준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신성교에서 벌레에 당하지 않은 사람은 3대 독 왕뿐이야. 하지만 그중에서 두 사람이나 죽이다니. 왜 뱀독 왕은 살려둔 거지?”무운성에게 있어서 3대 독 왕은 그저 일반인들과 비슷했다.두 독 왕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무운성은 그저 웃어넘길 정도였다.“이미 다른 주인을 섬겼으니, 살려줄 수 있지.”최서준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대책을 강구했다.“다른 주인? 성녀를 말하는 거야? 하하, 웃기지 마. 종사 급의 여자 하나한테 쩔쩔맬 것 같아? 금침독벌레를 길들이지 못했다면 성녀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성녀를 주인으로 섬기다니, 머리가 잘못된 게 틀림없군!”무운성이 소리 내 웃었다.“네 앞에 서 있는 나를 섬겨야지. 마지막 기회를 주마. 항복하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다!”무운성은 최서준을 위해 몇 걸음이나 양보했지만
최서준은 제자리에 서서 무운성을 찾았다.최서준이 공격을 멈추자 무운성은 김지유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주먹은 꽤 쓸만하네.”무운성은 여유롭게 대답했다.“쓸만하다고? 내 앞에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볼까? 쓰레기 같은 것들이 어디...!”자기의 기술을 평가하는 사람을 본 금무명은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네가 지금 저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저자가 무혼전의 킬러처럼 마도계의 수행자라서 그래.”마도계!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바로 방법을 떠올렸다.“뇌야, 쳐라!”최서준의 말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번개가 내려쳤다.“뇌 법을 알아?”그 모습을 본 무운성은 그제야 약간 조급해했다. 그는 무후 네 번째 단계의 힘을 내뿜었다. 이윽고 무운성의 주변으로 혼의 모습을 한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이내 입을 쩍 벌리고 최서준을 공격해왔다.무운성은 손으로 진을 그리면서 주문을 읊고 있었다.최서준은 얼른 번개를 내렸다. 벼락에 맞은 혼은 고막을 긁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최서준이 바로 그 그림자를 해치웠을 때, 무운성이 갑자기 소리쳤다.“지금이다!”그러자 갑자기 궁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궁전의 깊은 곳에서부터 환한 빛을 띠는 물체가 떠올라왔다. 그리고 어느새 무독교 본부 전체를 환한 빛으로 비추었다. 무운성은 다시 소리 내 웃었다.“하하하, 네가 번개를 다룬다고 해서 내가 놀랄 줄 알았어? 그냥 그뿐이야. 내가 신성교의 진법을 불러내는 데 실패했다면 네게도 희망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너는 이제 끝난 목숨이야!”이윽고 무운성은 진법을 가동했다.최서준은 더는 번개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하늘을 뒤덮던 먹구름도 천천히 사라졌다.아까 무운성 주변을 감쌌던 검은 그림자도 다시 나타났다.“또 어떤 방법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 거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 내가 널 공격하게 되면 너는 기회가 없을 테니까.”무운성은 다시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그럼 잘 지켜봐.”최서준은 용문 비경에서 칠성용연검을 꺼내 다
김지유를 지키기 위해서, 최서준은 그림자들에 의해 몸이 찢기고 피가 나도, 심지어 살이 찢기고 기운을 빼앗겨도 가만히 있었다. 그림자들은 거의 최서준의 내공을 반 정도 빼앗아 갔다. “왜 그랬어, 멍청하게.”최서준은 자기의 상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편으로 내공을 빼앗기며, 한편으로는 김지유의 얼굴을 쓰다듬을 뿐이었다.부드러운 기운이 김지유의 몸으로 들어갔다. 김지유는 그제야 살아났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최서준이 자기한테 기운을 불어넣지 못하게 막았다.흰옷에는 피가 튀어있었다.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의 모습은 이 궁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무운성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짜증 난 듯 물었다.“성녀, 고작 이 자식을 위해서 몸을 내던지는 겁니까?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죠?”김지유는 최서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상대가 무운성이라고 해도, 두 사람의 눈에는 서로밖에 없었다.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우리는 그저 평범한 남매일 뿐이야.”그 말을 들은 무운성은 순간 화가 치솟았다.“아니, 성녀는 내 것이야!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해!”그렇게 소리를 지른 무운성은 검은 연기로 변해 공기에 흩어졌다. 그 검은 기운이 닿는 곳마다 모든 생물이 생기를 잃어갔다.궁전의 돌과 강철도 검은 기운에 닿기만 하면 몇십 년째 방치된 물건처럼 녹이 슬었다.“안 돼. 이 자식의 기술은 위험해. 얼른 도망쳐!”금무명이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외쳤다.하지만 지금 도망치는 것은 이미 늦었다. 밖에는 진법이 둘려 있었고 앞에서는 검은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최서준은 급속도로 퍼지는 검은 기운을 보고 김지유를 쳐다보면서 부드럽게 물었다.“누나, 무서워?”김지유는 꿀이 떨어지는 시선으로 최서준을 보면서 대답했다.“너랑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두렵지 않아.”최서준은 약간 힘들어 보였다. 내공이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더는 반항할 힘도 없었다.“좋아,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두 사람은 어느새 검은 기운에 잠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