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피를 보는 건 안 되지. 이 골목이 얼마나 좋은가. 걱정은 붙들어 매게. 골목 뒤편은 술집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기서 두 사람 정도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를걸세.”노인네가 이렇게 협박했다.“어디서 감히! 나 누군지 알아요?”임지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연예인 신분과 임씨 집안 출신이라는 것도 같이 털어놓았다.“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지 말고.”“어이구.”노인네는 세상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아가씨, 내가 유명 연예인 못 만나본 것처럼 보이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 술집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그... 그게...”순간 말문이 막힌 임지아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걱정하지 말게나. 임씨 집안 사람이라니 건드리지는 않겠네. 하지만 말이야.”노인네가 시선을 최서준에게로 홱 돌리더니 얍삽하게 웃기 시작했다.“이 젊은 총각이 자꾸 고집을 부린다면 좀 쓴맛을 보는 수밖에 없겠지. 총각, 나는 이미 많은 기회를 줬다네.”“당신!”임지아가 뭔가 덧붙이려는데 최서준이 얼른 임지아를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나 믿어요.”최서준의 눈빛에 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하하하.”큰소리로 웃던 최서준이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르신, 이거 드릴게요.”“참말인가? 이렇게 빨리 생각을 바꾼다고?”노인네는 그런 최서준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까만 해도 절대 줄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노인네가 푸석푸석한 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건드리더니 잠깐 고민했다.“그럼 물건을 이리 내놓게.”최서준이 싱글벙글해서 품속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끝내 손수건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여기요.”노인네가 손수건을 건네받았다. 열어보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또 당하고 만 것이다.“총각,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먼.”노인네의 말이 끝나
“그러니까 이 어르신도 네가 부른 거야?”최서준이 물었다.“걔는 놔주게. 이젠 자네와 걔 사이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네와 나, 그리고 진릉 전체의 문제니까!”노인은 최서준에 의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직접 나설 준비를 했다.“어르신, 나이가 드셨으면 본인 몸이나 돌보시고 싸우는 일엔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이윽고 최서준은 발밑에 있는 방자성을 걷어찼다.“젊은 총각이 주먹 쓰는 법 좀 배웠다고 오만방자하군. 오늘 자네한테 내 한 수 제대로 가르쳐 주지!”노인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에 서늘하게 번뜩이는 단검을 들고 최서준을 겨냥했다.이미 죽일 결심을 한 게 틀림없었다.노인이 독하게 달려들자 아무리 임지아 앞이라도 최서준은 망설임 없이 상대했다.손에 쥔 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당신이야말로 주제넘게 굴지 마!”최서준은 검기를 내뿜고는 임지아를 데리고 뒤돌아 가버렸다.검기 아래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위로 뛰어오르던 노인은 허공에 뜬 채 검기를 맞아 숨을 거두었고 그대로 술집 뒷골목에 줄 끊어진 연처럼 쓰러져 버렸다.그의 말대로라면 여기서 한두 명이 죽는다고 해서 큰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최서준 일행이 떠나도 수십 명의 사람들은 감히 말리지도 못하고 뒷골목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두 사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에야 겨우 바닥에서 일어난 방자성은 먼저 노인의 곁으로 달려가 숨결을 확인했지만 이미 그는 명을 다한 상태였다.방자성은 비틀거리며 입으로 중얼거렸다.“이제 다 끝났어!”다음 날 이른 아침.최서준과 임지아는 진 감독으로부터 외부 촬영 장소로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주소는 진릉 시내의 유명 관광지, 진릉 숲 공원이었다.원래도 사극 촬영지였는데 세심한 감독은 이곳의 대나무 숲을 골랐다.두 사람은 일찍이 촬영장에 도착했다.“감독님, 와이어가 하나 없어졌어요.”소품팀 직원이 난처한 기색으로 진 감독에게 속삭였다.“
“감독님?”최서준이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 감독은 이렇게 물었다.“이건 또 무슨 신기한 마술이야?”최서준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사람들은 저마다 와이어를 착용한 채 대나무 숲 안쪽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대나무 위로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봐, 누가 하늘을 날고 있어!”“바보야, 저 사람들 뒤에 저 굵은 줄 안 보여? 여기서 촬영하는 거잖아!”해가 뜨고 대나무 숲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제작진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자 꽤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오래 머물며 지켜봤다.그러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중 잘생긴 남자의 등 뒤에 줄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저 사람은 와이어 없는 것 같은데?”“어디, 어디?”“저기!”수많은 구경꾼들이 손으로 가리키자 사람들은 최서준을 발견하기 시작했다.최서준은 대나무의 탄성을 이용해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상은 여러 개의 고화질 동영상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충격! 촬영 중 실제로 신이 나타나…][충격,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 걸까?][연예인 xx 열애설 불거져…]여론이 시끄러워지자 진 감독은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나서서 최신 기술을 도입했고, 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라고 거짓 해명을 해야 했다.그제야 사람들은 잠잠해졌지만 이미 작품 자체만으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개봉을 고대하고 있었다.작품 촬영이 끝나면 후반 제작 단계에 들어간다. 이후 심의와 허가를 거쳐 공개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예정이었다.오직 최서준만 아무 관심도 없는 듯 약속대로 보석가에 모습을 드러냈다.오늘은 손씨 가문 가주의 생일날이었다.“자네만 기다리고 있었어, 바로 가지!”최서준이 보석가 피서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손 집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고, 그 뒤에는 임지석이 따라오고 있었다.최서준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모양이었다.임지석을 본 최서준은 그가 일전에 지하 경매
임지석은 바깥 홀을 지나면서 신문에서만 보던 진릉의 여러 인물들을 보았고, 심지어는 시장까지 밖에 있는 걸 보아 이 안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하여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임지석의 긴장한 모습과는 달리 최서준은 태연하게 앉아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좌우를 둘러보았다.장내의 많은 사람들도 그들을 발견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4대 무림 가문은 대부분 서로 잘 아는 사이였지만 둘은 기억에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게 당연했다.“한씨 가문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안쪽 홀에서 문지기처럼 보이는 사람이 말하자 곧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한씨 가문 가주님을 뵙습니다!”안방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말했다.“다들 앉으세요.”미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한씨 가문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는 도중 최서준을 발견한 여자는 눈빛이 티 나지 않게 번뜩였다.그녀는 다름 아닌 한씨 가문 한초성의 고모였다.최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다소 의외였던 건 이곳에 한초성은 없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아직도 대외적으로는 ‘실종 상태’인 것 같았다.한씨 가문 가주가 막 자리에 앉는데 문지기가 다시 말했다.“조씨 가문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노인이 들어왔다.“조씨 가문 가주님을 뵙습니다!”사람들이 일제히 외치는데 또다시 말이 들렸다.“엄씨 가문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사람들은 다시 한번 일제히 외쳤다.“안녕하십니까, 엄씨 가문 가주님.”손씨 가문 손성운의 생일인 만큼 다른 세 가문도 모두 자리에 도착했다.하늘에는 해가 떠 있었고 시간은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한 노인이 홀에 나타났는데 예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에 건장한 체격, 머리는 언뜻 백발이 보였고 키는 5척을 넘지 않았지만 형형하게 번뜩이는 눈빛은 제법 위엄이 있었다.노인의 등장에 안쪽 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사람이 바로 전설 속
“저 엄명휘가 엄씨 가문을 대표하여 삼백 년 된 하수오 한 뿌리를 드리며 손씨 가문 가주님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합니다!”“세상에, 300년 된 하수오는 실로 보기 드문 물건이잖아. 그걸 엄씨 가문이 가져왔어.”“300년 된 하수오는 수명을 연장해 주는 효능이 있다던데, 명약 중의 명약이라고!”사람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더니 엄씨 가문에 더 있는지 궁금해하며 모두 입을 모아 물었다.“저희 조씨 가문에서 300년 된 하수오를 구매할 의향이 있습니다!”“여기 엄씨 가문 사람도 필요해요. 가격은 얼마든지 제시하시죠!”...세상에 오래 사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지 않겠나.3대 가주가 모두 일어나서 젊은이에게 물었다.“됐어, 두 어르신들. 이건 서두르지 말고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고.”손성운이 나서서 상황을 안정시켰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일 축하 현장은 한순간 경매장으로 변했을 것이다.손성운의 말을 듣고 조씨 가문 가주와 엄씨 가문 가주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현장은 순간 조용해졌다.사람들은 한씨 가문의 생일 선물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참이 지나도 한씨 가문의 미인은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상석에 앉아 있던 손성운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다.이런 자리에서 고작 한씨 가문 따위가 손성운 생일잔치에 선물 하나 없이 왔다고?손성운의 눈이 번뜩였다.보아하니 한씨 가문은 더 이상 진릉에 머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한씨 가문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아직도 선물을 드리지 않지?”“설마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내가 볼 땐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한씨 가문과 손씨 가문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고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그게 진짜였나 봐!”“손씨 가문과 거래하지 않을 거면 여긴 왜 왔을까, 자기 무덤 자기가 파는 것 아니야?”“저런 분들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옆에서 지켜보는 거지.”사람들이 작게 수군거렸고 최서준 옆에 있던 임지석도 그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한씨 가문 미친 거 아니야
손씨 가문 손성운은 종사 6단계에 도달해 모두를 압도했고 무술 협회 회장인 형까지 있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해 내키지 않았지만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소리를 지른 손성운은 자신의 생일 연회라는 것을 떠올리며 정말로 화를 낸다면 피 튀기는 싸움으로 번질 것을 알았기에 결국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한씨 가문 성의는 고맙게 받지!”손성운이 이를 악물고 말하자 곧바로 손씨 가문의 부하가 선물을 받으러 나왔다.“저 진릉 시장이 장대천의 서예를 드리며 손씨 가문 가주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진릉 재벌가 양씨 가문에서 별장 한 채를 드립니다.”...이윽고 줄줄이 높으신 분들의 선물 공세가 이어지며 조금 전 불쾌함을 지워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긴 것 같아도 안채의 사람들은 혹시라도 나중에 불이익이나 화를 당할까 봐 어느새 한씨 가문이 있는 쪽을 멀리하고 있었다.“자네가 선물을 드릴 차례네.” 손 집사가 조용히 최서준 옆에 나타나 웃으며 말했다.“서두를 것 없습니다. 아직 올 사람이 남아서요.” 최서준도 웃으며 대답했다.손 집사는 잠시 당황했다. 아직 올 사람이 남았다니, 대체 누가?“자네 스승도 오늘 오시나?”최서준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고 옆에서 임지석은 이미 생일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손 집사님, 집사님 이름으로 드릴까요, 아님 제 이름으로 드릴까요?”손 집사는 임지석의 손에 들린 선물을 흘깃 쳐다보더니 경멸의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됐네, 올라가서 창피나 당하지.”알고 보니 임지석은 손 집사가 최서준의 화염 수정에 애착을 갖는 것을 보고 자신도 오늘 평범한 수정 하나를 준비한 것이었다.피서옥을 담당하는 손 집사는 눈썰미가 예리했기에 한눈에 알아봤다.이 수정은 바깥세상에서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이곳에선 길가의 잡초와 다를 바 없었다.바로 그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손씨 가문 저택 앞에 갑자기 온몸을 감싸는 긴 갈색 도포를 입은 한 노인이 나타났다.
“세상에, 저분이 비밀 조직 무술협회 회장님인가요? 전설적인 인물을 오늘 드디어 뵙네요.”“실물을 보긴 했는데 어쩐지 다음 순간 바로 저 얼굴을 잊어버릴 것 같네.”“그래, 나도 그렇게 느껴져. 신기하다, 전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일이야.”“그건 당신들이 아직 몰라서 그래. 손 회장님은 이미 설명할 수도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 진릉에는 저분을 상대할 사람이 없어. 게다가 태허결 수련 공법은 따라올 자가 없으니 너희 같은 보통의 수련자들은 손 회장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지.”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이었다.“형님, 오늘 간만에 시간을 내주셨는데 형제들끼리 술 한 잔 기울이자고요.”손성운은 손성호에게 인사를 건네며 상석을 비웠다.“오늘은 자네 생일이니까 난 신경 쓰지 말게. 잠깐 앉아 있다가 갈 테니까.”손성호는 자신의 형제에게도 이와 같은 어투로 말했다.친형이 무자비한 수련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손성운은 자연스레 익숙해져 있었다.손씨 가문이 오늘날 번창하기까지는 바로 앞에 있는 이 사람이 혼자 힘으로 일궈낸 것이었다.손씨 가문의 진정한 주인은 단 한 명, 손성호였다....“드디어 왔군!”최서준은 손성호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뭐?” 손 집사는 순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누가 왔다고?”최서준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손 집사뿐 아니라 옆에 있던 임지석까지 급히 최서준을 끌어당겼다.“최서준, 뭐 하는 거야, 죽고 싶어? 진릉시의 진정한 왕이야. 제발 미쳐도 때를 봐가면서 미쳐, 나까지 엮이게 하지 말고. 아직은 생일 선물을 드릴 때가 아니야, 나중에 다시...”“잠깐, 이름이 뭐라고? 최서준”손 집사는 그제야 자신이 데리고 온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손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최서준이란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무술 협회에서 현상금을 내건 사람인데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지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최서준은 걸음을 옮겨 손성호 앞을 막아 나섰다.순식간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최서준 네가 감히 겁도 없이 여기 나타나? 보아하니 손항준도 네놈이 죽였구나.”손성호가 말하기도 전에 손성운이 물었다.“죽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손항준은 내 손에 죽지 않았지.” 거짓말이 아니었다.손항준의 진짜 죽음은 진실을 말하려다 몸의 금기를 건드린 탓이었기에 자살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내 아들은 어딨어?”조씨 가문과 엄씨 가문도 이 틈을 타 물었다.최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차갑게 바라보기만 했다.“최서준, 오늘은 내 생일 잔치야. 할 말 있으면 오늘이 지나고 해.”최서준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손성운은 돌아서서 말했다.최서준은 무심하게 웃었다.“말했잖아, 목숨 가지러 왔다고.”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상대에 손성호가 대꾸했다.“말해, 너희 쪽 사람들 다 어디 있어. 당장 부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널 한 방에 죽여버릴 테니까.”손성호가 굳은 표정으로 주위 기운을 감지했지만 누구도 없었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남양의 도강 전투 이후 유재충과 여경훈까지 남양에서 죽자 손성호는 곧바로 최서준 배후의 사람들이 한 짓이라고 단정 지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갓 승급한 무술 종사 혼자서 무슨 수로 그들을 상대한단 말인가.“하하하, 고작 무술 7단계 수련자가 한방에 날 죽인다고?”최서준은 웃음을 터뜨리다가 말했다.“맹목적인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우물가에 앉아 하늘만 보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손성호, 오늘은 당신뿐만 아니라 손씨 가문 전체가 한성 보육원의 목숨값을 치러야 할 거야!”“우리 무술 협회 장로들은 어디 있느냐!” 이 말을 들은 손성호 역시 격분하여 폭발적인 소리를 내뱉었다.그 순간 조씨 가문의 가주, 엄씨 가문의 가주, 손성운과 한씨 가문 미인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자식 잡아!” 손성호는 명령을 내렸고 이 기회를 이용해 최서준의 배후에 있는 종파를 끌어내려는 수작이었다.조씨와 엄씨 가문 가주들은 앞으로 나섰지만 한씨 가문 미녀는 제외였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