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농각으로 향하는 택시 안의 분위기는 다소 침울했는데 뒷좌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최서준을 보며 호기심에 물었다.“저기, 그쪽도 신농각에 여행 가는 거예요?”“그런 셈이죠. 두 분도 여행이에요?”최서준도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남자가 대답하기 전에 여인이 앞질러 투덜거렸다.“우리는 여행하러 가는 거 아니고 사람을 잡으러 가는 거예요.”“콜록, 콜록, 콜록...”남자는 다급하게 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그만하라고 눈치를 줬다. 그제야 여인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최서준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최서준은 그들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았지만, 천영꽃 때문에 가는 것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최서준과 남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남자는 염부용이고 여인은 우영원이라고 했다. 비록 두 사람이 잘 숨기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한눈에 두 사람 모두 무술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중 염부용은 다년간의 내경 수련자이고 우영원은 금방 내경 수련을 시작했다는 것도 눈치챘다.한 시간이 지나서 택시는 드디어 신농각에 도착했다.“여러분, 어디로 가실 거예요?”택시 기사가 물었다.“평천읍이요.”“평천읍이요.”최서준과 염부용이 동시에 대답했다.염부용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최 형, 우리 가는 길이 같네요.”“같다고? 저 자식 동기가 불순한 것 같은데 일부러 우리를 따라오는 거 아니야?”우영원은 최서준을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대구호수 보러 가는데 마침 평천읍과 제일 가까워서요.”최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구백호가 그에게 건네준 지도에서 천영꽃의 위치가 마침 대구호수에 있었기 때문이다.택시는 곧바로 평천읍에 도착했다. 신농각은 6개 읍과 2개 면이 있는데 평천읍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세 사람은 요금을 내고 바로 차에서 내렸고 우영원은 최서준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떠났다. 멀지 않은 곳에 군용 지프차가 있었는데 그들을 데리러
“당신...”곽도훈은 어찌나 흥분했는지 할 말조차 잃었다.오윤정이 냉정하게 말했다.“최서준 씨, 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으니 포기해요. 제가 당신을 도와줬던 건 모두 사촌 언니 때문이에요.”그녀 역시 최서준이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윤정 씨 말 들었죠? 최서준 씨, 그러니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빨리 포기해요.”곽도훈은 만족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오윤정이 최서준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자기에게 기회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최서준은 오윤정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요즘 여자들은 모두 당신과 같이 자신감이 넘쳐요. 설마 당신에게 접근하는 남자면 모두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오윤정이 냉정하게 말했다.“당신이 뭐라고 하든 저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나 오윤정의 남자는 최 대가님 같은 전설적인 사람이어야 하거든요.”“최 대가?”최서준이 놀라며 되물었다.“맞아요!”오윤정은 얼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최 대가님은 신과 같은 존재에요. 최 대가님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죠. 아마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없을 거예요.”최서준이 경주시에서 일으킨 살인 사건을 오윤정도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소문을 듣는 순간, 최 대가와 같은 사람에게 시집갈 거라고 다짐했다.곽도훈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대놓고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자 기분이 씁쓸했다.오윤정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내가 왜 당신하고 이런 말을 하지?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은 최 대가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텐데 말이죠.”최서준은 오윤정의 태도가 우스웠지만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았는지 더 이상 두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최서준을 더 조롱하고 싶었던 곽도훈은 최서준의 모습을 보며 분노를 스스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관광버스가 멈춰서더니 이어서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 대구호수에 도착했습니다. 질서 있게 버스에서 내려서 유쾌한 관광을 하시길 바랍니다.”최서준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염부용이 안색이 변하며 황급히 말했다.“말해봐, 어떻게 하면 그 아이를 풀어줄 거야?”“간단해, 나를 그냥 보내줘.”후지이 이츠키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안 돼.”염부용이 고개를 저었다.첫째, 후지이 이츠키는 대하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 많은 죄를 범했다.둘째, 동영 사람은 신용을 지키지 않기로 소문이 났기에 그가 조건에 동의하더라도 아이를 죽일 게 분명했다.“그럼 이 아이를 그냥 죽어버릴까?”후지이 이츠키가 말하면서 아이를 죽이려고 하자 우영원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잠깐! 후지이 이츠키, 당신은 본인이 고귀한 동영 사람이라고 자칭하지 않았어? 그리고 숭고한 무사 정신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어린아이를 죽이겠다는 거야? 정말로 실력이 있다면 나를 인질로 잡고 그 아이는 풀어줘.”“영원아...”염부용이 말리려고 하자, 우영원이 계속 말했다.“후지이 이츠키, 설마 여자인 나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지금 아예 그 자리에서 할복해고 당신의 천황께 속죄하시지? 당신은 남자가 아니라고!”“젠장, 그 입 닥치지 못해!”후지이 이츠키는 분노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눈동자마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좋아, 넌 이리로 오고 다른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좋아, 그렇게 할게.”우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염부용에게 눈짓을 하자, 염부용은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의 어머니를 데리고 뒤로 물러서면서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말했다.“여러분, 다 들으셨죠. 모두 협조하여 뒤로 100미터 물러서 주세요.”관광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오윤정과 곽도훈도 예외없이 사람들과 같이 물러섰다.“도훈 씨, 최서준 씨는 뭐 하는 거야? 저기에서 움직이지 않아.”오윤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곽도훈은 최서준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저 자식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가 봐. 역시 겁쟁이라니까.”염부용도 최서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는데 여기에서 다시 만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지면 내부의 발사 핀이 튕기면서 폭발할 거고 반경 20미터 안으로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데 그중에는 염부용도 포함된다.위기 촉발의 순간, 갑자기 마른하늘에 강풍이 불더니 바닥에 떨어지려는 수류탄을 후지이 이츠키 뒤에 있는 호수로 날려 보냈다.“펑!”폭발 소리와 함께 호수 위에 거대한 물결이 솟구쳤다.“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후지이 이츠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분명 앞으로 던졌는데 어떻게 호수에서 폭발한 거지?’후지이 이츠키가 반응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자갈 몇 개가 날아와서 그의 팔다리 관절을 관통했다.“퍽!”후지이 이츠키는 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우영원은 즉시 특제 수갑을 그의 사지에 채우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염부용이 앞으로 다가가 후지이 이츠키에게 물었다.“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나 승복 못해!”후지이 이츠키가 포효했다.“당신들은 몰래 무술 종사를 시켜 나를 기습공격 했잖아. 무술 종사만 아니면 당신들은 지금쯤 모두 나와 같이 천황폐하를 만났을 거야!”우영원이 격분하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야? 만약 무술 종사가 있었다면 당신을 진작에 잡았지, 왜 여기까지 와서 기습하겠어?”염부용이 그때 후지이 이츠키의 팔다리에서 피가 흐르는 걸 발견하고 의아해했다.후지이 이츠키는 팔다리 관절이 어떤 딴딴한 물건에 관통되어 반항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방금 후지이 이츠키가 던진 수류탄도 분명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는데 난데없는 바람이 불면서 호수에서 폭발했다. 염부용은 문뜩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영원아, 방금 무술 종사가 우리를 도와준 거 틀림없어.”우영원의 표정이 급변했다.“정말로 무술 종사가 우리를 도와준 거야? 대체 누구지?”염부용은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최서준에게서 시선을 멈췄는데 몰래 그들을 도와준 무술 종사가 최서준 같았다.우영원이 염부용의 시선을 따라 보더니 그럴 수 없다는 듯 말했다.“부용 씨, 설마 저 자
최서준은 성결의 꽃이 눈앞에 나타나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천영꽃, 드디어 찾았다.”천영꽃은 성질이 차가워서 영기가 차가운 곳에서만 자라기에 오래된 샘 바닥이 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합한 장소였다. 그리고 최서준이 꽃에 핀 시점에 때마침 찾아온 것이다.천영꽃은 10년에 한 번 피는데 딱 3일만 피고 바로 시드며 심지어 뿌리까지 죽는다고 한다. 게다가 천영꽃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옮겨 심을 수 없기에 시중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물건이다.어찌 됐든 이제 천영꽃을 찾았으니 최아현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최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준비해 온 옥 상자를 꺼내 천영꽃을 조심스럽게 넣었다. 이런 영물은 일반 용기에 담으면 영기가 빨리 사라져서 그 본연의 약효를 발효하지 못한다고 한다. 최서준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샘물 옆을 떠났다....10분 후, 최서준이 다시 대구호수 근처에 돌아오자 아까 모였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었다. 곽도훈과 오윤정도 사람들과 같이 염부용과 우영원이 또 다른 두 명의 동영 사람을 붙잡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오윤정이 최서준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최서준 씨, 어디 다녀와요?”최서준이 대답하려고 하자 곽도훈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했다.“윤정 씨, 뭘 물어? 아까 놀라서 바지에 지린 걸 씻으러 다녀온 게 분명해.”오윤정은 곽도훈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최서준의 바지를 봤는데 천영꽃를 따다가 젖은 바짓가랑이를 보고 바로 믿었다.‘도훈 씨 말이 맞나보네. 정말로 놀라서 바지에 지렸나 봐.’오윤정은 스스로 생각에 잠겨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최서준에게 자기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겁쟁이가 달라붙으면 나중에 떼여내지도 못하고 힘들 것 같았다.최서준도 자기 바지가 젖은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귀찮은 듯 굳이 해명은 하지 않았다.그때, 염부용이 웃으며 다가왔다.“최서준 씨!”“염 형, 볼 일은 다 끝나셨어요?”최서준이
최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곽도훈이 흥분하며 앞질러 대답했다.“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곽도훈이고 이분은 오윤정입니다. 저희는 최서준 씨의 친한 친구입니다.”소개를 마치고 곽도훈은 염부용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염부용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과 악수하지 않습니다.”곽도훈은 난감해하며 손을 거뒀다.우영원이 갑자기 물었다.“제가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네, 말씀하세요. 저희가 아는 거면 하나도 빠짐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곽도훈은 두 사람과 친해질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고 오윤정도 고개를 끄덕였다.우영원이 표정을 풀고 물었다.“아까 동영 사람이 수류탄을 던질 때 누가 돌을 던졌는지 봤어요?”방금 염부용과 함께 후지이 이츠키의 상처를 확인했는데 작은 돌들이 팔다리의 관절을 관통한 흔적이 있었고 또 그 때문에 후지이 이츠키가 반항도 못 하고 잡혔다.염부용은 진작에 무술 종사가 몰래 그들을 도와줬다는 것을 눈치챘고 당장이라도 그 무술 종사를 찾아서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우영원의 말을 듣고 곽도훈과 오윤정은 멍해서 서로 쳐다봤다. 사실 그들도 조금 전에 후지이 이츠키에게만 정신이 팔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최서준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몰래 고개를 저었고 염부용과 우영원이 자기를 꼭 찾아내려는 의지를 보고 괜히 도와줬다고 생각했다.염부용과 우영원 두 사람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곽도훈은 눈동자를 굴렸다. 만약 못 봤다고 하면 분명 크게 실망할 거고 따라서 친해질 기회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꾀를 부렸다.“그분은 저의 사부님이신데, 그냥 지나가시다가 도와드린 것뿐이에요. 방금 일은 사부님에게 있어서 사소한 일이니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됩니다.”곽도훈의 말이 끝나자, 우영원과 염부용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의 사부님은 누구세요?”오윤정 역시 잘못 들은 거 아닌지 의심하면서 어리둥
최서준이 갑자기 튀어나와 자기를 의심하자, 곽도훈은 아예 화를 냈다.“내가 아니면 당신이겠어요?”“저는 당연히 아니죠.”최서준이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곽도훈은 최서준을 비웃었다.“그러니까, 당신과 같은 촌놈이 무슨 자격으로 날 의심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의 사부님이 누구든 내가 왜 당신에게 설명해야 하는데요?”곽도훈의 격분하는 모습에 염부용과 우영원의 믿음은 더 깊어졌다. 최서준이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우영원이 먼저 꾸짖었다.“최서준 씨, 그만해요. 여기에 당신이 말할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요?”그러고는 곽도훈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감격해하며 말했다.“곽도훈 씨, 최 대가님께서 오늘 저희를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저희 현무는 언젠가 꼭 보답할 겁니다.”염부용도 조금 망설이더니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허리 굽혀 곽도훈에게 예의를 표했다. 그는 여전히 곽도훈이 최 대가의 제자라는 걸 의심했다. 곽도훈의 언행이 너무 경박하고 진중하지 않아 도저히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대가가 최근에 금방 받은 제자이고 아직 젊어서 수련을 하면 될 거라는 생각에 믿기지 않더라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곽도훈은 두 사람이 정말로 믿어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그들이 믿어주고 관심을 보이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저의 사부님은 평생 본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만을 하시기에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 일은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염부용과 우영원은 서로 마주 보더니 곧바로 곽도훈의 뜻을 알아챘다. 그러니까 최 대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도와준 일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대구호수 서남쪽의 샘물 옆.허공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도포를 입고 살기를 품은 노인이 샘 옆에 나타났다. 도포를 입은 노인은 바로 김씨 가문의 노조 김천성이었다.“나와라!”김천성이 두 손을 모아 샘으로 기력을 보내자 샘 전체가 흔들렸는데 샘 아래에 있던 물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샘 주위에서
“헉, 저기 봐요. 저 사람 공중에 떠 있어요!”“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대구호수에 있던 수많은 관광객이 고개를 들고 허공에 떠 있는 김천성을 보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너도나도 소리쳤다. 한 사람이 아무런 지지대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도 놀라서 다시 살아날 것 같았다.그때 염부용과 곽도훈 일행도 멀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들의 표정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 없이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염부용이 심호흡하고 말했다.“김씨 가문의 노조 김천성이 왜 여기에 왔지?”“뭐? 저 사람이 경주 김씨 가문의 그 무술 종사라고?”우영원도 놀라서 소리쳤다.오윤정과 곽도훈은 진작에 겁에 질려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오직 최서준만이 허공에 떠 있는 김천성을 보자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김씨 가문 노조 김천성, 결국 나를 찾으러 여기까지 왔네.”김문걸을 죽인 후, 홍만세가 김씨 가문에 무술 종사가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조심하라고 할 때 최서준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그 무술 종사가 자기를 찾으러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부용 씨, 김천성이 방금 최 대가를 찾은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우영원이 떨리는 마음으로 의아해하며 물었다.김천성은 그녀와 염부용이 힘을 합쳐도 상대가 안 되는 무술 종사이기 때문이다.염부용도 치밀어 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며 답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최 대가가 얼마 전에 김씨 가문 사람을 죽여서 김천성이 복수하러 온 것 같아.”“그러고 보니 아까 우리를 구해준 사람이 정말 최 대가가 맞나봐.”우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곽도훈을 바라봤다.곽도훈이 움찔하며 말했다.“왜... 왜 그렇게 봐요?”최서준이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놀렸다.“당신이 최 대가의 제자라면서요? 어서 나오라고 불러봐요.”곽도훈은 벌벌 떨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