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네 할애비는 평생 수련해도 고작 내경에 들어섰을 뿐이야. 그러니 어떻게 저자를 구하겠느냐?”김현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서안나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만약 최서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는 김지유한테 설명할 면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경기장과 멀지 않은 곳의 자리에 앉은 슈트 차림의 중년 남성이 손을 뻗어 최서준을 가리키며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형님, 저놈 좀 보세요! 최서준 아니에요?”그의 옆에 앉은 두 사람은 얼른 고개를 들고 보았다. 그리고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말 그놈이네요. 미친 거 아닙니까?”“김지유가 요즘 이놈과 다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설마 이 일 때문에 자살하려는 거 아니에요?”세 사람은 김지유의 큰 아버지인 김인웅 등 해성 그룹 고위층이었다.설마 이놈이 최 대가란 말인가?최서준을 본 적이 있는 조씨 집안 사람이 귀띔해 주었다.“가주님, 저놈이 전에 명휘 도련님과 다툰 최서준 아닙니까?”“확실해?”조훈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맞는 것 같아요.”“그렇다면 이놈은 최 대가님이 아닐 거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죽는 걸 면하긴 어려워!”조훈은 코웃음을 쳤는데 눈빛엔 끝없는 악독함이 가득했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씨 집안 모두가 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조씨네와 모순이 있었던 사람도 죽어야 한다고 말이다.그리고 그는 고개를 저으며 비아냥거렸다.“최 대가, 최 대가. 나 조훈은 전에 당신이 그래도 대단한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봉 대가님께서 나타나신 후 놀라서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군.”모든 사람들 시선 속에서 최서준은 경기장과 점점 가까워졌다.“끝이야. 저놈은 끝났어!”그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서준을 보는 시선은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경기장 아래에 있던 강태우와 오민욱은 흥분한 얼굴로 최서준이 봉수에게 맞아 죽는 장면을 더없이 기대하고 있었다.‘최서준, 이건 당신이 자초한 것이니 우리를 탓하지 마.’오
“저놈이 바로 최 대가님이라고? 이럴 수가!”조씨 집안 진영에 있던 조훈이 벌떡 일어나 최서준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전에 최서준을 한 번 보았던 일부 조씨 집안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전에 최서준과 조명휘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을 때 그들은 최서준을 조사하였는데 그가 남양에서 온 촌뜨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최서준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조명휘가 죽은 후에도 그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촌뜨기가 바로 최 대가였다. 그들은 어떻게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최서준, 최 대가!”조훈의 두 눈이 빨갛고 표정은 흉악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두 사람 모두 성이 최씨고 또 진씨 집안과 아주 가깝게 지냈지. 진작에 생각 했어야 했어! 진작에 생각 했어야 했다고!”“네 이놈! 넌 절대 나서지 말았어야 했어!”“이번에는 네 놈이 최 대가든 아니면 한성 보육원의 그놈이든, 넌 반드시 죽을 거야!”“나는 너의 목숨으로 명휘와 둘째 동생의 영혼을 추모할 것이야!”조훈은 이를 꽉 깨물었는데 마치 최서준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 듯했다.경기장에 오르는 최서준을 바라보며 봉수조차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무 젊었기 때문이다.오기 전에, 그는 이 최 대가가 적어도 자기 나이 또래라고 여러 번 추측했었다.어쨌든 무예란 천부적인 재능이 어느 정도 높다고 해도 계속 배우고 연마해야 했다. 그는 최서준 같은 나이 때 겨우 내경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이었다.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최서준의 몸에는 전혀 무예를 익힌 사람의 기운이 없다는 거다. 마치 무예를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사람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봉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네가 바로 내 후배 육주완을 죽인 그 최 대가냐?”“맞습니다. 당신의 그 못난 후배가 감히 저를 건드렸거든요. 정말 죽을만했어요.”최서준이 손을 짊어지고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시건방질 수가!”봉수는 화가 나서 웃었다. “해외에서 우리 파의 일맥을
투투툭!연기가 걷히자 사람들은 봉수가 뒤로 몇 걸음 후퇴한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다시 최서준을 보니 그는 여전히 한 손을 짊어지고 원래 자리에 서 있었는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봉수가 밀렸다고?”“그럴 리가!”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던 무사들이 전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봉수는 통맥경이었다. 최서준은 그와 겨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여유로워 보였다. 이건 최서준의 실력이 봉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봉수는 다시 몸을 일으킨 후,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실력은 좀 있는 놈이군. 그러니 이토록 건방지지.”그는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면서 씩 웃었다.“지금 선포하는데 몸풀기는 이미 끝났어. 네 운도 이젠 끝이야!”“선생님께서 가르친 가장 강한 무도 기술을 보여주마!”그가 한바탕 고함을 지르자 주위의 기운이 휘몰아치면서 그의 몸은 놀랍게도 다섯 배나 불어났다. 옷은 이미 찢어졌고 굵고 튼튼한 두 팔을 내보였다.동시에 그에게서 광포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앉은 무사들은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혔다.“이...이건 광수결이야!”오장부는 숨을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지금 펼친 건 광수결이야. 20년 전 종사 조무석이 세상에서 이름을 날렸던 기술을 얻었어!”“뭐? 조무석의 기술이라고?”현장에 있던 무사들의 안색은 순간 변했다. “20년 전 혼자의 힘으로 세 명 종사의 연합 포위 공격 하에 목숨을 건진 그 조무석이라고?”“잠깐, 조무석? 설마 그가 바로 조씨 집안의 노조였어?”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다.“하하하!”봉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호탕하게 웃었다.“맞아. 내 선생님이 바로 주무석, 조씨 집안의 노조이기도 하지!”“조씨 집안 노조가 무도 종사였어?”주동필의 낯빛은 순간 변했다.“네 이놈, 이젠 모든 것이 끝났어. 내 선생님의 광수결 아래 죽었으니 그래도 나쁜 결말은 아니야!”봉수는 다시 최서준을 바라보며 입
“이제 네 차례야, 너도 한 대 쳐 봐.”최서준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빛이 달라졌다.지금의 최서준은 더이상 조금 전 숨기만 하던 소심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지금 최서준의 모습은 마치 모두의 목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군주와도 같아 보였다.그런 최서준의 기세 앞에 모든 것은 한낱 미물에 불과해 보였고 밤하늘 아래, 오직 최서준만이 모두의 군림자 같았다.달빛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최서준은 모두의 운명을 손에 쥔 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아무리 봉수라고 해도 그런 기세를 당해낼 방도가 없었다. 최서준의 엄청난 기세에 눌린 봉수는 당장이라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싹싹 빌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최서준이 입을 열었다.“내 의지의 검은 천하를 베어버릴 수도 있어.”이윽고 최서준은 손을 꼿꼿이 편 채 손가락을 모아 끝을 세웠다. 그 손끝은 날카로운 게, 마치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무시무시한 검 같아 보였다. 최서준은 그런 날카로운 손끝을 허공에 휘둘렀다.“휙”순간, 최서준의 손끝에서는 무협 소설에서 검을 휘두를 때나 보일 법한 빛이 번쩍이더니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곧장 봉수에게로 향했다.날카로운 빛이 매서운 속도로 꽤 먼 거리를 날아갔고 칼날이 스쳐 가며 바닥을 두 동강 냈다. 두 동강 나버린 바닥의 단면은 마치 매끄러운 식칼로 잘린 두부 단면처럼 정갈하고도 반듯하게 잘려있었다. “미친, 저게 뭐야?”“충격파인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의 두 눈은 무서운 기세로 바람을 가르는 칼날에 집중되어있었다.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린 봉수가 재빨리 기술을 써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최서준이 휘두른 칼날의 속도를 이기지는 못했다. 몸을 피하려던 그 순간, 날아오는 칼날에 봉수의 두 다리가 잘렸다. 무릎 아래쪽 두 종아리가 모두 순식간에 댕강 잘려나가 사방팔방으로 피가 튀었다.“으악!”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진 봉수가 잘려나간 자
그 순간, 현장은 곧바로 깊은 침묵에 잠겼다. 실수로 바늘 하나라도 떨어뜨리는 순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전장에 우뚝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위풍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천하를 쥐락펴락 하는 군주 같아 보였다. 비록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건 단순히 뒷모습뿐이었지만 모두가 우러러볼 만한 뒷모습이었다.최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최서준은 봉수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최서준은 봉수와 대적하기엔 너무 어린 상대였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콧대 높던 봉수가 최서준의 손에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모자라 죽기 직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비굴하게 목숨 구걸이나 하고 있었다.진짜 강하다는 게 어떤 것일까?이게 바로 진짜 강함이라는 것이다.주하은 역시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 남자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잖아!하지만 이 적막도 곧이어 누군가의 환호성으로 인해 바로 깨져버렸다.“우와 최서준 씨 이 정도였어?”사람들의 틈에 섞여 최서준을 함께 바라보고 있던 김지유가 대신 부끄러운지 얼굴에 발간 홍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기쁜 마음은 완전히 숨기지 못 한 듯 눈썹만은 꿈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양옆에 서 있던 강민우와 오민욱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다시 한번 최서준을 바라보든 그들의 눈빛에는 놀라움, 이해할 수 없음과 경외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었다.강하다고 소문 난 봉수 같은 이런 무술 고수가 최서준 같은 사람에게 이 정도로 쉽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럴 줄도 모르고 여태껏 최서준을 괴롭혀온 세 사람이었다.자신들이 이때까지 했던 짓들이 떠오른 오민욱, 곽정원과 진아영 세 사람의 낯빛은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하지만 지금 가장 두려움에 떨
전장에 서 있던 최서준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밑에서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주동필에게 말했다.“어르신, 정리 좀 부탁드려요.”“알겠습니다. 최 대가님.”주동필이 간단히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남양 시 5대 명문 세가를 제외한 분들은 다 떠나주시길 바랍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주동필의 말에 그 콧대 높던 강민우와 오민욱까지 미련 없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체육관에는 최서준과 5대 명문 세가의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조훈은 무언가를 의식한 듯 몸을 심하게 떨더니 갑자기 바닥에 피를 토해냈다.“조씨 가문….”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한 최서준이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해봤겠지?”조훈을 제외한 조씨 가문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잠식된 나머지 바닥에 꿇어앉아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자신의 세력 따위 진작에 다 사라졌다는 것은 조훈 역시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악에 받쳐 소리쳤다.“애송이 주제에. 내가 제일 후회하고 있는 일이 뭔 줄 알아? 그때 넌 깔끔하게 처리 못 한 거야. 이렇게 우리 가문을 공격할 걸 알았으면 그때 진작에 태워 죽였어야 했는데.”“그래?”최서준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손을 들어 조훈을 꾹 내려 앉혔다.“꿇어!”조훈은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조훈은 버틸 수 없는 강한 힘에 바닥에 힘없이 꿇어앉았다.“X밥 같은 게. 죽일 테면 어디 한번 죽여봐. 귀신이 돼서라도 끝까지 너 안 놓아줄 테니까.”눈을 매섭게 치켜뜬 조훈이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댔다.남양 시에서 제일가는 명문 세가의 주인으로서 생애 처음 겪어보는 이런 모욕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죽인다고? 내가 널?”최서준이 우습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조씨 일가가 불 지른 한성 보육원은 기억해? 너희들이 얼마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 사람은 최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아주 공손한 태도로 최서준을 대하고 있었다.최서준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김씨 일가한테 제가 원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김지유를 가문의 진짜 주인으로 만드세요. 세 분은 지유를 잘 보필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의견 있으십니까?”“없어요, 없습니다.”세 사람은 최서준이 혹시 모를 오해라도 할세라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김인웅은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전전긍긍해서 하며 말을 얹었다.“최 대가님,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가는 대로 바로 가족회의 열어서 김지유를 김씨 가문 주인으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좋아요, 앞으로 남양 시에서 김씨 일가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최서준이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최서준의 한 마디에 세 사람은 안심과 동시에 밀려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그 순간, 문지기로 있던 주씨 가문의 수하가 걸어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최서준 씨, 밖에 계신 네 분께서 최서준 씨를 뵙고 싶으시답니다. 이름이 오민욱이라고 하던데요.”“걔네가 왜?”미간을 좁힌 최서준이 곧바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들어오라고 하세요.”최서준의 허락이 떨어지자 오민욱은 강민우, 곽정원과 진아영을 데리고 급하게 안으로 들어섰다.최서준이 위에 편히 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날 만나고 싶다고?”오민욱과 강민우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듯하더니 이윽고 쿵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최서준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오민욱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말했다.“최서준, 아니, 최 대가님.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제가 사람을 몰라보고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가 이때까지 했던 짓들은 그저 단순했던 해프닝으로 여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모두에게 자리를 뜨라 명령했을 때 그 넷만은 줄곧 밖에서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그들도 지금 최서준의 수준으로는
”저희 대표님 성함이 바로 최서준입니다.”임상아가 의아하다는 듯한 눈으로 김지유를 바라보며 물었다.“저희 최 대표님 알고 지내신 지 이렇게나 오래되셨는데, 여태껏 이퓨레 코스메틱 대표이사라는 거 모르고 계셨어요?”임상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지유의 머릿속에서 천둥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사고회로가 정지돼 바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자신이 그렇게 실물로 만나고 싶어 했던 최 대표라는 인간이 바로 같이 살고 있던 최서준이었다니.여태껏 자신에게서 온갖 무시를 당해왔던 그 바보 같은 남자가 바로 4천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위기에 처한 김지유의 회사를 다시 살려준 사람이었다.순간적으로 무언가가 떠오른 김지유의 낯빛이 파리하게 질려버렸다.일전 최서준이 김지유에게 자신이 바로 이퓨레 코스메틱 대표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었다.다만 김지유가 최서준의 말을 믿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허풍 좀 그만 떨라며 한바탕 최서준을 비웃었을 뿐이었다.순간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김지유는 밀려오는 수치심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 숨고 싶었다.실성한 듯한 김지유의 모습에 임상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김 대표님, 이제 계약서 작성해도 되는 거죠?”다시 정신을 차린 김지유는 테이블 위로 놓인 이퓨레 코스메틱 주식 양도 계약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다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말했다.“부 대표님, 최서준한테 자세히 물어봐 주세요. 왜 이렇게나 많은 주식을 저한테 양도하려고 하는지.”김지유는 이미 최서준과 자신의 관계가 완전히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혼 서류만 작성해서 법원까지 통과하는 순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관계인 줄로 알고 있었다.‘근데 최서준이 왜 이러지?’“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최 대표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찾아온 것뿐입니다.”임상아의 대답에 가볍게 비웃음을 날린 김지유가 아무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만 돌아가세요, 부대표님. 저는 여기 사인 안 합니다.”“네?”예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