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육준서는 새로 부임했기에 도연우가 왜 대표이사한테 밉보였는지 몰랐다.그래서 최서준에게 묻는 것이었다.최서준은 표정 관리를 한 후 얘기했다.“현수 아저씨, 솔직히 얘기할게요. 연우와 오민욱은 내가 해고한 거예요.”그의 말에 모든 사람이 귀를 의심했다.육성진은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뭐라고? 네가 해고했다고? 좀 생각을 하고 말을 뱉어. 우리 아빠가 이미 알아봤어. 연우는 회사 대표이사님이 해고한 거야. 너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바로 이퓨레 그룹의 대표이사야.”“하하하.”육성진은 흠칫하다가 이윽고 배를 그러안고 크게 웃었다.“아빠, 아저씨, 그리고 아주머니! 다 들으셨어요? 이 자식이 이퓨레 그룹의 대표이사래요!”육준서도 웃음을 터뜨렸다.“현수야, 네가 보호하려는 이놈, 정말 웃기는 놈이구나.”“현수 씨, 이거 봐요. 최서준 이 자식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니까요.’하은숙이 욕을 퍼부었다.도현수는 그대로 굳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최서준이 허세를 부리기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허무맹랑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이때, 최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자 최우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영필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지금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서 기다리겠습니다.”“그래. 10분만 기다려. 바로 갈게.”최서준은 전화를 끊고 도현수에게 얘기했다.“아저씨, 일이 생겨서 별장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일단 가볼게요.”그 말을 들은 하은숙은 다시 최서준의 소매를 잡고 얘기했다.“너 이 새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놓아줄 거야!”“아주머니, 잠깐만요.”육성진이 하은숙을 말리고 의아해하며 최서준을 쳐다보았다.“만약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별장에 돌아가겠다고 했지? 네가 별장이 있다고?”“응.”“그래? 어디에 있는데? 한번 말해 봐.”육성진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최서준은 그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결국 얘기했다.“나인원 크라운 별장.”“
육성진과 육준서는 순간 놀라서 흠칫했다. 그들은 최서준이 바로 대답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윽고 두 사람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어디 한 번 계속 허세를 부려 보라지!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가도 이렇게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내려갔다.“야, 이 차 보여?”육성진은 길옆의 검은색 SUV를 가리키며 얘기했다.“BMW X5야. 1억 5천은 하는 차라고. 넌 평생 앉아보지 못했을걸?”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확실히 이런 차에 앉아본 적은 없어.”“촌놈!”육성진은 속으로 그를 욕하고 또 크게 비웃었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느끼는 우월감은 그를 기쁘게 했다.이때 최서준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뭐 하는 거야?”육성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화해서 네 아빠를 해고하려고.”최서준의 말에 전화기 너머의 임상아가 전화를 받았다.“회사에 새로 부임한 본부장이 육준서야?”“네, 최 대표님. 이 일을 보고하려던 참이었습니다.”임상아가 공손하게 얘기했다.“눈에 거슬려. 해고해.”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최서준, 너 정말 허세가 하늘을 찌르네. 전화로 우리 아빠를 해고한다고? 설마 임상아 부대표님께 전화한 거야? 정말 네가 대표라도 되는 줄 알아?”육성진이 비웃으며 얘기했다.육준서도 코웃음 치며 얘기했다.“성진아, 이런 자식이랑 말도 섞지 마. 그냥 시간을 끌려고 이러는 거야. 일단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가서 이 자식의 거짓말을 확인해야지. 현수야, 차에 타.”육준서는 최서준이 도망칠까 봐 도현수를 끌고 차에 올랐다.하은숙은 진작 차에 앉아있었다.다섯 명이 차에 앉았다.최서준은 뒷좌석의 창가에 앉았다. 도현수는 그의 옆에 앉았다.육성진은 운전했다. 최서준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인지 시동을 걸고 바로 액셀을 세게 밟아버렸다.도현수는 고개를 돌려 최서준을 보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그, 서준아, 너...”그는 최서준이 그렇게
육성진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최서준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최서준, 이 별장이 네 별장이라며? 증명해봐.”“그래. 얼른 증명해봐!”육준서도 정신을 차리고 최서준을 재촉했다.최서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도현수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돌아가자. 오늘의 일로 반성하길 바라. 앞으로 허세를 너무 부리지 말고 실속 있는 사람이 되어라.”“현수 아저씨도 저를 못 믿는 거예요?”최서준이 눈썹을 까딱이며 물었다.“믿을 수가 있겠어?!”하은숙이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넌 거울도 안 보고 살아? 네까짓게 이 별장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린 처음부터 네 말을 믿지 않았어. 너를 따라온 건 네가 창피해하는 꼴을 보려고야! 그런데 너는 여전히 뻔뻔하게 고집을 부려?”모든 사람은 마치 광대를 보듯 비웃음 가득한 시선으로 최서준을 쳐다보았다. 이때 별장의 문이 열렸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우아한 중년 여자가 걸어 나왔다. “저기 봐요. 진정한 주인이 나왔어요.”육성진이 얘기했다.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고귀해 보이는 중년 여자를 본 사람들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만약 낯선 사람이라고 화를 내면 어떡하지? 중년 여자는 문 앞의 사람들을 보고 약간 멍해 있다가 최서준을 보고 빠르게 걸어가 공경하게 얘기했다.“최서준 님, 오셨군요.”“누구세요?”최서준이 멍해서 물었다.중년 여자가 급하게 설명했다.“최서준 님, 저는 진미영이라고 합니다. 최우빈 님이 붙여주신 집사입니다. 최서준 님을 도와 별장을 관리하고 가정부 일을 하고 있습니다.”최서준을 알겠다고 짧게 대답하고 담담한 표정을 드러냈다.그 순간 육성진과 육준서는 그대로 굳었다.도현수도 굳었고 하은숙도 마찬가지였다.이게 무슨 상황인가. 별장에서 걸어 나온 여자가 최서준의 집사이자 가정부라니.그러니까 최서준이 남양에서 가장 비싼 별장의 주인이라고?그럴 수가 없었다!육성진은 겨우 침을 삼키고 얘기했다.“저기요, 아주머니.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이 자식은
이 순간 도현수 등은 마치 몸이 굳은 것처럼 멍해졌다. 충격, 공포, 섬뜩함,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 그들의 얼굴에 낱낱이 드러났다."촌놈?""나인원 크라운 별장 주인?""최우빈의 도련님?"최서준의 여러 가지신 분들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한 줄기 날벼락처럼 뒤엉켜 초토화됐다. 이 세 개의 신분은 사실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세 신분이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그들을 때려죽여도 믿을 수 없었다.육성진네 부자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들은 이런 신분을 가진 사람의 미움을 사버렸다. 그는 최우빈과 같은 사람들도 모두 그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복종해야 할 정도의 신분을 가졌다.하지만 오기 전에 그들은 최서준에게 온갖 나쁜 말을 했고 심지어 대중들 앞에서 그한테 욕설까지 했다.하은숙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가 담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최서준의 신분을 과소평가했구나.'그녀는 예전에도 촌놈으로 여기고 살았었다. 집에 들어올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딸 도연우와 최서준이 약혼을 파기하게 하도록 도현수에게 온갖 수를 썼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녀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만약 그녀가 처음에 딸과 최서준의 약혼을 지지했다면 지금 그들 일가는 분명 덕을 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그녀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값비싼 저택에 머물게 될 것이었고 남양시 전체를 아우르게 되는데 안타깝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해도 아무 쓸모도 없었다. 기회를 놓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몇 사람 중에서 도현수가 비교적 침착한 편이었지만 그의 웃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일찍이 최서준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마침내 딸의 최근 행동거지가 왜 이상한지 알게 되었다. 아마 자극받은 것 같았다. 그는 심호흡하고 다시금 눈앞의 젊은이들을 훑어보았다. 도현수의 눈빛은 복잡했고 그 속
'직장을 잃었는데 앞으로 매달 2000만 원이 넘는 대출금을 어떻게 내지?'육성진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도 임상아의 말을 들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은 요란하게 울렸고 얼굴빛은 하얗게 질렸다. 그는 후회했다. 최서준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망했어, 아버지가 직장에서까지 잘려 먹게 했어.'갑자기 육준서는 최서준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최서준 씨, 최 대표님, 제발 좀 살려 주세요.""10분 안에 저 사람들을 여기서 꺼지게 해. 그렇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려 저기 산 아래로 던질 거야."최서준은 이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최우빈은 육성진 부자를 보며 말했다."알아서 꺼질래 아니면 내가 꺼지게 만들어 줄까."두 사람은 깜짝 놀라 급히 자리를 떴다.10분 정도 지난 후, 최서준은 거실의 의자에 앉아 최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영필의 행방을.""도련님, 소문에 의하면 내일 오후에 남양시에서 경매가 열린다고 합니다."최우빈이 입을 열었다."영필이 확실해?"최서준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정색을 했다.영필은 하은숙의 병이 치료에 관한 것이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저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붓은 건국 전 도사의 것이라는데 이 도사는 노산에서 왔으며 부적을 그려서 액운을 물리치고 연단을 써서 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전쟁 때 산에서 내려와 사람을 구해줬다가 되려 잡혀 들어가 병으로 죽었고 남은 유품 대부분이 부서졌다고 합니다. 그의 후손들은 집이 가난해지자 궁지에 몰린 나머지 이 사람의 유품을 경매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들어보니 진짜인 것 같네."최서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기대를 하는 듯했다."나 대신 좀 안배해 줘.""네."최우빈은 최서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어둠이 드리워졌다. 바다 건너편은 아직 오전이었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구름이 감돌아 마치 꿈에서 나올 법한 장면 같았다. 구름과 안개 속에 한
최우빈이 나인원 크라운 별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하은도 전화를 걸어와 최서준에게 내일 오후 남양시에서 경매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고 그가 원하는 영필이 경매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이번 경매에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언급했다."경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네요."전화를 끊은 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들의 목적이 영필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허란희는 일곱 누나를 제외하고 한성 보육원에 남은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녀가 일곱 누나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를 치료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래서 그는 영필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김지유는 이미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두 눈에 멍하니 머리 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을 잘 수 없었고 잠자리에 들지도 못했다. 눈만 감으면 낮에 최서준과 주하은이 껴안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우 괴로웠다.그녀는 회사에도 가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을 뿐 아무 일도 신경 쓰지 않았다.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최서준이 돌아왔나?"김지유는 벌떡 일어나 휴대전화를 꺼내 현관 CCTV를 봤다. 예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최서준이 지금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녀조차도 깨닫지 못했다. CCTV를 통해 그녀는 별장 입구에 흰 양복을 입고 꽃을 든 서민혁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최서준이 아니었어.'그녀는 다시 눈동자의 빛을 잃은 채 맥없이 침대에 누워 큰 실망감에 눈물이 났다.'최서준, 정말 돌아오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와 약속했잖아, 날 보호하겠다고.'입구에 서 있던 서민혁은 초인종을 몇 번 눌렀지만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온화하게 말했다."지유야, 너 안 자는 거 알아.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작별인사하러 왔어. 나 이제 곧 출국해.
다음날 아침 최서준은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한 뒤 곧장 남양시의 장례시장으로 향했다. 여기에 가는 것은 허란희의 정신이상 증세가 심한 것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요법은 더 이상 쓸모가 없었고 부적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영필의 행방을 알아봤다. 부적을 그려서 병을 고치기 위해서였다.영필의 행방이 거의 확실해졌으니 다른 재료도 사야 했다. 예를 들면 진사와 황부 같은 것이었다. 30분도 안 돼서 그는 이미 진사와 황부를 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재료가 하나 부족했는데 그건 바로 정혈이었다.통속적으로 말하면 정혈은 닭의 피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다만 닭의 피는 종종 신봉들이 속임수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었다. 영력이 있는 부전을 그리려면 영필 외에 닭의 피에도 영력이 요구되었다. 물론 꼭 닭의 피가 아니라 비둘기의 피일 수도 있고 영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최서준이 가게를 나설 때 도포를 입은 노인과 양복 차림의 청년과 마주쳤다. 양복 청년이 최서준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곧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그쪽이 최서준인가요?”"그쪽은?"최서준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제 소개를 하자면 이름은 서민혁입니다. 지유의 전 남자친구입니다.”최서준은 무심하게 대답하고 그를 피해서 떠나려 했다. 서민혁은 최서준이 자신의 말을 알고 다소 질투하리라 생각했다. 어쨌든 어떤 남자든 자기 여자의 전 남자친구 소식은 듣고 싶지 않을 것이었고 만나기는 더더욱 싫을 것이었다. 그러나 최서준의 행동은 그를 실망하게 했다. 그는 다시 최서준을 막아 나섰다."지유는 좋은 여자예요. 비록 저와 반년 이상 함께 살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장담할 수 있어요. 저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녀에게 잘 대해주길 바랍니다.”서민혁은 일부러 몇 가지 말을 지어내어 최서준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서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말 다 했어요? 다 말했으면 비켜주세요.”"내일 저녁 8시에 지오 호텔 802호실에서 지유를 만나기로 했어요.”서민혁은
최서준은 허리를 굽혀 돌을 하나 주운 후 손가락을 구부려서 튕겨버렸다. 돌멩이는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은빛 비둘기의 발을 가볍게 쳤다. 그 은빛 비둘기는 떨어졌고 한바탕 놀랐는지 입에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났다. 최서준은 비둘기를 움켜쥐고 돌아서서 갔다. 30분 후, 서민혁과 노인이 마침내 백사포에서 나왔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피더니 이내 휘파람을 불었다. 뜻밖에도 그의 보배 비둘기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또 몇 번을 더 불었지만 비둘기는커녕 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소리쳤다."큰일이야, 내 귀염둥이 비둘기가 분명 다른 사람에게 잡혔을 거야.”"네? 감히 비둘기를 잡는 사람이 있다니요?"서민혁은 깜짝 놀랐다."제기랄, 가만두지 않겠어.”노인은 등 뒤의 대나무 통에서 비둘기 한 마리를 풀어주고는 은빛 깃털을 꺼내 그 입에 대고 재롱을 피우더니 이내 명령했다."가라.”그 비둘기는 하늘로 날아올라 제자리에서 빙빙 돌더니 부근의 산을 향해 질주해 갔다."따라가!”노인이 살기를 번뜩이며 서민혁을 데리고 따라갔다.최서준은 장작 한 덩이를 세우고 몸 전체가 황금빛인 비둘기를 구우면서 불 속에 장작을 더했다. 매혹적인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 차 식욕을 돋웠다. 잘 구워진 다음 한 입 베어 문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맛도 좋고, 역시 영비둘기네.”그의 앞에 있는 하얀 옥병 하나에 비둘기 피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곧 비둘기구이를 통째로 다 먹어치웠다. 최서준은 불더미를 끄고 모래로 묻은 후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떠났다.최서준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비둘기 한 마리가 모래에 묻힌 불더미 위로 날아와 꼬르륵꼬르륵 맴돌았다. 비둘기를 따라온 노인이 앞에 놓인 불더미를 보고 낯빛이 일그러지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서둘러 모래를 파헤치자 은빛 깃털 더미와 최서준에게 버려진 비둘기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노인은 몸이 휘청휘청해지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원망하기 짝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