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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돌이킬 생각이 없다

심지안은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한 후, 고청민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

저녁 9시.

도로가 막혀서 심지안이 장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넓은 정원은 이 순간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가정부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원에 있는 산차화 나무가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심지안은 꽃 한 송이를 따서 꽃병에 꽂았다.

그녀는 목욕하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보안실로 갔다.

“아가씨, 굳이 여기까지 오실 필요 없어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심지안을 보고 모니터링 화면 앞 의자에서 서둘러 일어났다.

“별일 아니에요. 혹시 오늘 고청민 씨가 외출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

이 보안실은 성동철이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임시로 설치한 것으로, 고청민이 또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아니요, 도련님은 하루 종일 사당에 있었어요. 심지어 밥도 안 먹었어요.”

고청민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하루 종일 그를 모니터링 했던 직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심지안은 실시간 모니터링 화면을 확인했고, 직원의 말처럼 고청민은 사당에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를 떴다.

사당은 휑해 보일 만큼 넓었고, 문 앞은 조용했다.

고청민은 얇은 옷을 걸치고 사당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살이 빠진 탓에 야윈 직각 어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달빛이 그의 몸에 비추어져, 머리 위의 흰 머리카락이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보였고, 그는 많이 수척해진 것 같았다.

심지안의 마음은 조금 불편했다. 어떤 감정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그 5년 동안의 기억이 뇌리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심지안은 항상 무의식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려고 했다. 그녀는 애써 고청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고청민이 만들어 놓은 환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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