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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두 눈으로 직접 성연신의 시신을 보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성동철은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보지.”

비서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네네. 그럼 일찍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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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파크, 산책로 근처.

비 온 뒤의 땅은 미끄럽고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가로등도 없어서 걷기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교통사고 현장은 비 때문에 많은 흔적이 씻겨나갔지만, 땅에 새겨진 자국들은 사고 당시 참혹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송준은 고청민 옆으로 다가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천 길 낭떠러지는 보기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떨어질까 봐 무섭지도 않아요?”

“떨어지면 죽을까요?”

고청민은 하루 종일 비옷을 입고 있었는데 꽁꽁 싸매고 있어 온몸이 습기에 둘려싸여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의 맑고 무정한 연갈색 눈은 속내를 알 수 없게 했다.

“당연하죠.”

“저렇게 높고 바닥에는 뾰족한 돌멩이들이 가득한데 살아남을 수가 없죠.”

“그럼, 왜 성연신의 시체를 찾지 못하는 거죠?”

고청민은 비아냥거리며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

송준은 화내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래가 저렇게 커서 빨리 찾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 상황으로선 설사 살았다고 해도 이런 환경에서 며칠 버티지 못할 겁니다.”

깊은 산속, 머나먼 길.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못 찾는다면 죽음을 의미한다.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살려내기는 어렵다.

고청민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당신 추측일 뿐이에요. 정작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연신을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도망치게 했잖아요.”

“비밀조직이 그렇지 뭐.”

“뭐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가 있어요?”

송준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성연신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살아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혹시 알아요? 이미 늑대들한테 뜯어먹혔을지.”

“죽었다는 뜻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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