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이 자리를 뜬 뒤, 성연신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는 차가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어장관리도 아니고 이젠 날 이용만 하는 거야? 다른 여자한테 보여주려고 날 이용한 거냐고?’그는 옷장을 열고 양복을 꺼낸 뒤 옷장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심지안이 사준 양복을 바로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심지안은 오늘 특히 옷을 두껍게 입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줄곧 일에 몰두해왔고 면허증을 딸 시간조차 없이 바삐 보냈었다. 심씨 가문의 회사를 맡게 된 후로는 어딜 가든 택시를 이용해야 해서 조금 불편했다. 하여 요즘 한가할 때 운전을 배우려고 학원에 가서 등록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향했다. 어찌 된 일인지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한 직원이 장미꽃 한 송이를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장미꽃은 한 송이 또 한 송이...다들 장미꽃만 건네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심지안은 장미꽃을 두 손 가득 쥐고 있었다. 바로 이때, 진현수가 갑자기 나타났다. 아직 다리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그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왔다. 잘생긴의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보기만 해도 호감이 생기는 사람이었고 그 누구도 그의 다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크게 외쳤다.“받아줘, 받아줘!”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바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이상 진현수의 마음을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계가 달라지면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지안 씨, 고마워요. 드디어 당신이 내 여자가 되었네요.”진현수는 기쁜 마음에 심지안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러나 그녀는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청민 씨는 현수 씨를 만난 적도 없잖아.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아.’그녀는 고청민한테 고마움을 전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이내 동영상을 올린 직원에게 연락했다.그러나 때마침 외근 중이었던 직원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온 고청민은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부스스한 갈색 머리카락이 눈썹을 살짝 가리고 있었고 그 아래 그의 맑은 눈이 훤히 드러났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SNS 계정을 전환한 뒤 진현수의 SNS 계정을 찾았다. 그러고는 고백 영상을 찾아 댓글 창에 보광 중신의 공식 계정을 태그했다. 한편,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동영상을 올린 그 직원은 회사로 돌아왔다. 그 직원은 심지안에게 사과하고는 바로 동영상을 삭제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세움의 광고 모델이라는 걸 깜빡 했어요.”“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심지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이미 동영상을 올린 이상 이젠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거니까.진현수와 심지안은 오늘 병원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이틀 동안 진현수를 보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퇴근 후 병원으로 가겠다고 흔쾌히 답했다. 게다가 다리를 다친 그는 이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병원 말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소재를 다 정리한 뒤 심지안은 기지개를 켜고 퇴근 준비를 하였다. 바로 이때 진현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안 씨, 병원으로 올 필요 없어요.”“왜요?”“회사에 일이 생겼어요. 회사 일부터 해결해야겠어요.”뭔가 생각이 떠오른 심지안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혹시 성연신 씨의 짓인가요?”잠시 망설이던 진현수가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부정하지 않았다는 건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는 뜻이다.사무실에 앉아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성연신한테 문자를 보냈다.「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요?」그녀는 성연신이 이러는 이유는 분명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
한편, 방울 소리를 들은 성연신은 그녀의 손목에 있던 팔찌를 단숨에 낚아챘다. 진귀한 구슬이 땅에 굴러떨어졌고 그가 구슬을 발로 밟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어디서 이딴 싸구려를. 없어 보이게.”심지안은 화가 났는지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진현수 씨한테 왜 그래요? 진현수 씨가 당신한테 실수한 것도 없잖아요. 나한테 불만 있으면 나한테 화 풀어요.”성연신은 그녀의 붉은 입술을 만지며 중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간단해요. 당신이 진현수와 헤어지면 진현수 건드리지 않을게요.”‘당신이랑 헤어졌어도 딴 놈이 당신 건드리는 건 못 참아. 역겨워서!’“당신은 내 인생에 참견할 권리 없어요.”성연신은 심지안을 놓아주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인제 그만 가봐요.”그 말에 그녀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가긴 어딜 가.’그녀는 앞머리를 정리하고는 복도에 있는 CCTV를 힐끗 보면서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들어가서 얘기해요.” 조심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며 성연신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광고 모델이 되고 나니까 사생활이 꽤 신경 쓰이나 봐?’사실 이 층에는 그와 정욱 두 사람뿐이라서 CCTV를 꺼둔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그녀한테 알려 줄 생각이 없다.잠시 망설이던 심지안은 손을 뻗어 성연신의 옷깃을 쥐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앉아서 얘기해요. 당신 마음속에 있는 원한, 내 마음속에 있는 원한 다 털어놓고 얘기해요. 네?”그녀의 속셈을 한눈에 알아차렸지만 성연신은 여전히 그녀의 뜻에 따랐다.아니다 다를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바로 그의 옷깃을 뿌리쳤다. 성연신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편히 앉았다.“말해요.”“진현수 씨 사업에 대해 손대지 말아요. 그 사람은 아무 잘못 없으니까.”중소기업은 위기가 몇 번 닥치면 바로 부도가 나게 된다.“나한테 부탁하는 입장에서 태도가 그게 뭐예요?”심지안은 입술을 꽉 물었다.“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뭔데요?”
그가 오랫동안 화를 참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알 수 있었다.‘내가 현수 씨와 사귀게 돼서 이러는 건가?’키스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고 그녀가 발버둥 칠 때마다 성연신은 그녀를 깨물었다. 통증이 몰려온 그녀는 아파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이 빨갛게 된 채로 고분고분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성연신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입술만 떼었을 뿐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심지안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입술이 저리고 아팠다. 거울을 안 봐도 입술이 분명 빨갛게 부어올랐을 것이다. 성연신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현수와 헤어져요. 안 그러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진씨 집안에 아들이 진현수 하나죠?”그는 진현수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여자였던 심지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가 돼서 이렇게 협박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은가?그의 말에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러기만 해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마음대로 해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차갑게 입을 열었다.“당신과 진현수가 사고당한 그날, 충돌한 차량은 휘발유 운송 차량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정신을 잃게 됐죠. 진현수가 목숨 걸고 당신을 구한 게 아니라고요.”그녀는 성연신이 그 일에 대해 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내 머리를 저으며 단호하게 부정했다.“진현수 씨가 날 속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녀의 기억 속에 진현수는 그녀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회사 일을 도와준 것도 모자라 얼굴을 다칠 위험까지 무릅쓰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그를 알고 지낸 뒤로 지금까지 진현수는 단 한 번도 그녀한테 해로운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옆집 오빠처럼 늘 그녀한테 다정했고 그녀는 그가 자신을 속였다고 믿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성연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현수는 믿고 난 믿지 않는다고
먹구름은 달을 가리고 있었고 하늘에서 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심지안은 길 한편에서 콜택시를 부르고 있었다. 5분 후, 성연신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올라왔다. 그가 차창을 반쯤 내리고 차갑게 말했다.“타요. 오늘 밤에 폭우가 쏟아질 예정이래요. 택시가 잘 안 잡힐 거예요.”핸드폰을 보니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콜택시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계속 빗줄기가 세진다면 택시가 거의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차에 탄 뒤 바로 주소를 말했다. 그녀의 집에 가본 적이 있던 성연신은 가는 길을 알고 있어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심지안은 창밖을 내다보았고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고 콩알만 한 빗방울이 차창 유리에 떨어져 차창이 흐려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며칠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3개월의 기한에 왜 동의한 거예요?”그의 성격이라면 그리 쉽게 성수광에게 휘둘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물음에 성연신은 담담하게 말했다.“이제는 3개월의 기한이 없어요.”“알아요. 그냥 당신이 왜 그때 흔쾌히 대답했는지 그게 궁금했어요.”심지안은 그를 빤히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했다. 성연신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고 대답하기 싫은 눈치였다. 그 모습에 심지안은 입을 삐죽거리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버지가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가 할아버지 손에 있어요.”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조금 당황한 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성씨 가문에 가서 성수광만 만났을 때 그녀는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명문 가문에서 태어나 이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이다. 만약 그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 성
다음 날 아침, 심지안은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고소한 만두에 뜨거운 두유를 곁들여 먹으니 속이 다 따뜻해졌다. 그녀는 밥을 먹으면서 면허 필기시험 문제를 봤다. 1차 시험은 필기만 있는 것이라 이론만 통과하면 되는 것이었다. 9시쯤, 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50대 중반의 한 중년 남자가 로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심지안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백호 아저씨?”서백호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지안 씨, 지나가던 길에 잠깐 들렀어요.”그 말을 믿을 리가 없는 심지안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정말 그냥 가던 길에 들리신 거예요?”“지안 씨 눈을 속일 수가 없네요. 오늘 밤에 어르신 생신 연회를 열 예정이에요. 어르신께서 며칠 전부터 지안 씨 얘기를 하셨어요. 꼭 참석해요.”서백호는 초대장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망설였다.“저 이미 연신 씨랑 이혼한 사이예요. 이런 자리에 제가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연신 씨가 임시연 씨를 데리고 그 자리에 갈지도 모르잖아요...”“걱정하지 말아요. 도련님은 오늘 출장 갔으니까 참석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어르신께서 오늘 전우분들만 초대하셨으니 지안 씨의 일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하지만...”서백호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기어코 초대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꼭 와요. 지안 씨 괴롭힐 사람 없어요. 만약 누가 지안 씨를 괴롭힌다면 어르신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어떠신지 지안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내년 생신 때도 건강하실지...”“연신 씨와 임시연 씨 정말 참석하지 않는 거예요?”“정말이에요.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지안 씨를 속이겠어요?”“알았어요. 저녁에 갈게요. 아저씨,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게 뭔지 아세요? 선물 사서 가려고요.”“지안 씨가 드리는 거면 어르신께서 다 좋아하실 거예요.”심지안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제가 할아버
원이는 같은 강아지로서 오레오의 감정을 알아채고 임시연을 향해 멍멍 짖었다. 얼마나 크게 짖었는지, 성연신이 밖으로 나올 정도였다.그러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임시연이 얘기했다. “내가 실수로 오레오 꼬리를 밟았더니 원이가 괴롭힌다고 오해하는 것 같아.”성연신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원이가 시끄럽게 짖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한 대 때려주면 되었다.이번에 제경에 가는 이유는 성원 그룹의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성여광은 성연신이 오늘 올 것을 알고 불안해하며 기다렸다.오전 열한 시.성연신이 제경에 도착하자 전체 임원진들이 나와서 그를 환영했다.성여광은 친절하게 걸어가 얘기했다.“형, 왔어요?”성연신은 힐긋 쳐다보고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많은 사람 앞에서 무시당한 성여광은 입을 작게 벌렸다. 무슨 말을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성연신이 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정욱에게 재무팀 팀장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성여광은 조급해져서 성연신을 뒤따라가며 애원했다.“형, 난 그저 몇 번 실패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체면을 세워줘야 할 것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전체 성씨 가문의 체면이 무너지는 격이라고요!”성연신은 칼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며 얘기했다.“체면이 그렇게 중요했으면 투자를 신중히 했었어야지.”“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잖아요. 전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경험을 쌓는 겁니다!”“넌 그럴 능력이 안 돼.”성연신은 바로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그가 성공할 능력이 있었으면 진작 성공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재무팀 팀장도 문제였다. 성여광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 두다니.성여광은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형, 아무리 내가 동생이라고 해도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형이 해외에서 일할 때, 성원 그룹은 저와 아버지가 일으켜 세운 거라고요! 형은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해요!”띵.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눈을 가늘게 뜬
“하지만 여광이는 우리 성씨 가문의 사람이잖아요! 앞으로 성장할 겁니다!”성형찬이 완강한 태도로 얘기했다.“아버지, 그저 여광이를 이사회로 복귀시켜 주세요.”“이 일은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성원 그룹은 이미 성연신에게 줬어. 얘기하려거든 가서 성연신한테 얘기해."성수광은 책임을 밀며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했다.“아버지, 연신이가 동의하지 않을 것을 아니까 아버지를 찾아온 거예요!”백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연신만 편애할 거예요? 여광이는 맞아서 엉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랐다고요.”“일단 성공부터 해. 그럴만한 성과를 내란 말이야. 그래야 성씨 가문은 자본을 갖고 여광이와 함께 성공할 수 있는 거야. 돈만 허투루 쓰게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백연은 화가 나서 목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성과를 내라고 하면 내면 되지.그녀의 아들이 얼마나 훌륭한 데, 곧 성과를 보여줘서 성연신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심지안은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와 구매한 생일 선물을 들고 성씨 저택으로 들어섰다.저택 안에 세워진 열댓 대의 비싼 차들을 본 그녀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서백호한테 속았다!하지만 이미 다 왔으니 인제 와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심지안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고용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성연신과 임시연을 만나지 않길 간절히 기도했다.거실은 신경 써서 꾸민 티가 났다. 선물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것 같았다. 심지안은 거실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오정연도 있고 고연희에 고청민까지...고청민은 심지안을 발견하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피부가 더욱 하얘 보였다. 소년미를 잃지 않은 얼굴이 사람들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그의 붉은 입술은 다른 여성들보다도 예쁘고 청순해 보였다.두 사람의 시선에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는 심지안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심지안 쪽으로 걸어왔다.“여기 올 줄 생각도 못 했어요.”“저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