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의 안색엔 큰 변화가 없었다. 연한 화장을 하고 온 그녀의 볼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고 젓가락을 든 오른손은 살짝 창백해져 있었다.손남영이 분위기를 띄우며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세상에, 그 딱딱하던 철벽에 꽃이 폈나 봐요. 그 연신 형이 지금 음식을 지안 씨에게 다 집어주는 걸 보니.”심지안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식사를 마치고 성연신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임시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어제 산책을 하다 우연히 강아지를 잃어버린 곳에서 펫 간식을 발견했어. 아마 누군가가 일부러 그곳에 간식을 흘려놓은 것 같아. 오레오랑 원이는 지안 씨 말대로 누군가가 훔쳐 가려고 했던 거야.”심지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이내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오늘 이렇게 나랑 임시연 씨까지 불러놓고 설마 그 일만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임시연의 손이 살짝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잔뜩 죄책감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아... 그럼 우리가 지안 씨를 오해하고 있었네.”“그래.”“미안해요, 지안 씨. 그땐 너무 급해서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어요. 제가 연신이 대신 사과할게요.”임시연이 심지안을 향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심지안은 뒤끝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직하게 답했다.“괜찮아요. 오해가 풀렸으면 됐어요.”손남영이 술 대신 차를 임시연의 잔에 따라주면서 말했다.“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저한테 말하면 돼요. 우린 모두 친구잖아요. 강아지를 돌봐준다든지 모든 부탁해도 돼요. 연신 형도 이미 결혼했고 할아버지께서도 계속 손주 타령을 하시니 우리도 두 사람에게 둘만의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임시연은 그에게 시선을 확 돌리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그러니까 남영 씨 말은 제가 연신이를 방해했다는 건가요?”‘내가 연신이랑 먼저 만나는 동안 심지안은 애초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는데, 왜 심지안이 연신
심지안은 감히 화를 낼 수도, 때릴 수도, 욕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 뻔했으니까.그녀는 성연신을 노려보면서 전혀 위협감이 없는 어투로 말했다.“한 번만 더 때려봐요! 그땐 저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요!”운전석에 앉아 있던 정욱이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버렸다. 그는 성연신과 심지안의 대화 방식이 참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드디어 그들은 중정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정욱은 바로 차에서 내려 떠나버렸다. 그러나 성연신은 내리지 않았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심지안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다 그제야 문제점을 의식하게 되었다.“오늘 임시연 씨를 부른 게 설마 강아지 도둑에 대한 일만 알려주려고 했던 거예요?”그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오해하고 있었으니까 오해를 풀어줘야죠.”원이와 오레오 실종 사건에 대해 그는 절대 허술하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주변 CCTV를 모아 일일이 확인하면서 심지안의 말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았다.그는 눈에 보이는 증거를 믿는 사람이었다. 강아지 두 마리였기에 그는 당연히 업무를 논의하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말에 심지안은 다소 억울한 어투로 말했다.“쳇,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아닌 임시연 씨 말을 믿고 있었다는 거잖아요.”“그런 거 아니에요.”“아니긴요!”성연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이를 부득 갈았다.“다음번에는 안 그럴 거예요.”“그러니까 결국 임시연 씨를 먼저 믿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신 거네요!!!”“정말로 그렇게 물고 늘어질 생각이에요?”그의 시선이 다시 한번 심지안의 엉덩이로 향했고 조금 전의 손의 감촉을 다시 회억하는 듯했다.방금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친 타격감은 아주 좋았다.심지안은 화들짝 놀라며 바로 엉덩이를 감쌌다. 그러고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인 거 아시죠?”성연신은 그제야 만족한 듯 피식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샤워를 마친 심지안은 방으로 돌아가 잘 준비를 하
“넌 진작 그 주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잖아! 연기 하지 마!”“그럼 넌, 여기 온 목적이 주식 때문이 아니라는 거야?!”심연아는 턱을 높게 치켜들고 비웃음 치며 말했다.“난 이까짓 돈에 전혀 관심 없어! 너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애나 이런 걸 좋아하겠지!”심지안은 입꼬리 작게 끌어올리고 심연아가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심연아는 심지안이 말을 하지 않자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얘기했다. “난 심전웅이랑 연을 끊을 거야! 괜히 나중에 내가 잘됐을 때 다시 날 찾아오면 어떡해!”심전웅이 없어도 그녀에게는 양아버지 격인 남진영이 있었다. 남진영은 심전웅보다 더 권력이 센 사람이었다. 곧 그녀를 데리고 제경으로 가서 발전할 것이다. 금관성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이 몹쓸 년을 처리하고 싶었다.“이미 법적으로는 아무런 사이 아니잖아?”“그걸로는 모자라. 계약서를 써야 해.”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오만하게 웃고는 위로 올라갔다. 심지안은 심연아의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심연아의 무슨 모습을 보고 남진영이 그녀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인지.설마 심연아를 후계자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겠지?심지안은 회사에서 나오기도 전에 위층에서 들려오는 심전웅의 화난 목소리를 들었다. 생각해 보니 역시 웃겼다. 한 집안사람들이 다 이기적이니, 서로 화낼 것이 뭐가 있다고. ...보광으로 돌아온 심지안은 또 성연신에게 커피를 타 주러 가는 김윤아를 만났다. 그녀가 휴가를 보내고 온 후로부터, 김윤아는 매일 이렇게 행동했다. 커피 한잔을 들고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 처음 한, 두 번은 심지안도 믿을 뻔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여러 번 반복되자 성연신이 김윤아에게 마음이 있거나, 아니면 김윤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테이블에서 기획안 하나를 집어 들고 김윤아를 보며 얘기했다.“같이 갈래요? 마침 성 대표님께 바칠 기획안이 있어서요.”김윤아는 하마터면 손 안의 커피를 그대로
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커피를 버려요? 성 대표님께 커피를 전달해 드린다면서요?”정욱은 의문스럽다는 듯 대답했다.“성 대표님은 이미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만?”그는 요즘 계속 국화차를 마시고 있었다. 심지안과 싸워서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심지안과 화해해서 또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하지만 김윤아 씨 말로는 매일 성 대표님께 커피를 가져다드리면 성 대표님이 받았다고 하던데요?”“아닙니다. 딱 한 번 커피를 드리러 왔는데 제가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커피를 들고 화장실에 와서 버리더라고요.”그러자 심지안은 모든 일의 자초지종을 알 것 같았다. 김윤아의 얼굴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순간, 김윤아는 성연신이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성연신은 자연스럽게 심지안의 허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한두 번 해본 행동이 아니었다. 손에 쥔 커피잔이 뭉개질 정도로 손에 힘을 꽉 준 김윤아가 이를 꽉 깨물었다. 역시 심지안과 성 대표는 스폰관계였다!김윤아는 바로 그 여자의 전화번호를 눌러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사람이 본인보다 잘난 것을 싫어한다. ...심지안은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성연신은 애초에 김윤아라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는 바로 물었다. “혹시 우리 기획팀에 새로 온 김윤아라고 기억해요?”성연신은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글쎄요.”심지안은 그제야 깨달았다. 역시나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윤아는 왜 그렇게 했던 것일까. 그저 심지안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요?”“김윤아 씨가 우리 사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성연신은 소파에 앉아 두 다리를 테이블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창밖의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췄는데 마치 조물주가 열심히 깎아낸 조각상의 얼굴 같았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게 뭐 어때서요. 마침 바라던
“헉...”장미정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 하늘에 맹세하건대, 그저 찌라시가 재밌었을 뿐이지 심지안에 대한 악의는 전혀 없었다. 스폰 받는다는 일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지만 성연신의 스폰을 받는다는 건 오히려 즐거울 일이다! “크흠... 팀장님, 미안해요. 한 번만 용서해 줘요. 전 집에 애도 있고 도박꾼 남편도 있어서... 그저 장난 삼아 한 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신경이 쓰이는데요.”장미정은 바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제발요... 제가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요... 그저 지나가는 개가 짖었다 생각해 주세요.”그러자 심지안이 되물었다.“다른 사람이 미정 씨를 그렇게 얘기하면 그저 지나가는 개가 짖었다고 생각할 건가요?”그녀가 주눅이 든 채 대답했다.“아니요...”“그럼 제 질문에 대답해 주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요.”“뭐든지 물어보세요!”“성 대표님이 제 허리를 감쌌다는 건 어디서 들은 얘기예요?”장미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김윤아 씨요!”김윤아는 어차피 신입이니. 화살이 그녀에게로 돌아갔다.표정이 살짝 변한 김윤아가 불쌍한 척 말했다.“왜요? 제가 본 게 맞는데요.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설마 성 대표님을 등에 업었다고 절 위협하는 건 아니죠?”심지안은 가볍게 웃으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맞는데요? 난 원래 그런 사람이라. 한 번만 더 떠벌리고 다니면 성 대표님한테 얘기해서 해고하라고 할 겁니다.”놀란 김윤아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지안이 이렇게 인정할 줄 몰랐던 그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당신의 그런 태도가 우리 금융업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팀장님은 수치심도 없어요?”“윤아 씨는요? 수치심, 있어요?”미소를 유지하던 심지안이 정색하며 차갑게 물었다.“왜 자꾸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려요?”“제가 뭘 건드렸다고요?! 팀장님은 그저 머리부터
김윤아는 뻔뻔한 심지안 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당신... 자존심도 없어요?!”“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난 성 대표님 덕분에 보광에 들어왔고 연신 씨는 확실히 절 많이 좋아해요. 제가 대표님 귀에 몇 마디 속삭이기만 하면 윤아 씨를 해고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생각이 있다면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잘 보여야 한다는 걸 잘 알텐 데요. 윤아 씨가 좀 멍청한 건가?”심지안은 화가 난 나머지 이미 포기했다. 어차피 이미 유언비어가 퍼졌으니. 어차피 성연신이 중년 아저씨가 아닌 잘생기고 돈도 많은 사람이니 그에게 스폰받는다는 건 부끄러울 일도 아니었다.워크숍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들어온 정욱은 여자들의 싸움을 목격하고 순간 그 싸움을 중재해야 할지 아니면 그곳에서 도망쳐야 할지 몰랐다.김윤아는 먼저 정욱을 발견하고 그를 잡고 하소연을 했다.“정 비서님, 팀장님이 절 때리고 성 대표님을 시켜 절 해고시키겠대요! 전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막말을 퍼붓는다니까요! 제발 도와주세요!”정욱은 김윤아와 거리를 두며 그가 잡았던 옷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안타깝게도 당신은 이미 해고입니다.”심지안은 놀라서 눈이 번쩍 띄었다. 정욱이 그녀를 위해 말을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욱은 심지안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연신은 심지안이 떠난 후 김윤아에 대해 물어보았다. 매일 낯 두껍게 커피를 들고 온다는 말을 들은 성연신은 손을 저으며 인사팀을 시켜 김윤아를 해고하라고 했다.전혀 일을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아니었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 남겨두어도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팀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욱은 인사팀에 그 소식을 전달하기도 전에 기획팀의 싸움을 목격했다.김윤아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정 비서님... 농담이죠?”“물건 정리하고 재무팀으로 가세요.”김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마치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현실을 인정
오늘은 화요일, 회사 전체 직원들은 워크숍에 기분이 들떴다. 성연신은 항상 통이 크게 경비를 지원해 줬다. 이번 워크숍의 위치는 남해 별장으로 정했는데 별장에는 온천과 경마장, 사격장, 노래방 기계 등 놀 곳이 많았다. 직원들은 다들 들떴다. 어떤 사람은 집에 일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 남아서 업무를 처리했다. 물론 워크숍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해 컴퓨터를 들고 갔다. 심지안은 그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그 버스에서 행정팀의 직원이 호텔 방 카드를 나눠주었다. 두 명이 한방을 쓰기로 했는데, 행정팀의 직원이 그녀에게 디럭스 더블룸 카드를 주며 얘기했다. “다른 객실이 없어서 지안 씨와 다른 분은 각각 혼자서 방을 써야 해요.”심지안은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혼자서 묵는 것이 훨씬 더 편했다.남해 별장은 매우 컸다. 주말이 아니어서 사람도 적었다. 금방 짐을 풀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심지안은 동료인 줄 알았다. 버스에서 그들은 같이 고스톱을 치자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네.”그녀는 대답하고 문을 열러 갔다.문을 열자 앞에는 성연신이 검은 코트를 입고 서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편 그의 몸은 다빈치의 황금비율에 딱 어울리는 사람 같았고 복도의 불빛은 그의 얼굴이 더욱 차갑고 고귀해 보이게 했다. 심지안은 일단 그를 들여보냈다. 그러다 금요일에 오디션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얘기했다. “잘 왔어요. 저 워크숍이 끝나기 전에 먼저 가야 해요. 금요일에 일이 있어요.”성연신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디션?”“네. 세움의 엠베서더 오디션이요.”그녀는 고청민이 그녀에게 연락해 온 일을 간단하게 얘기해 주었다.“안 돼요.”성연신은 아예 여지를 주지 않고 거절했다. 심지안은 굳어버린 채 물었다.“왜요?”“얼굴이 팔리면 좋을 게 뭐가 있다고요.”“제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아직 절 뽑지도 않았는데요.”“그래도 안 됩니다.”그는 미간을 꾹 누르며 얘기했다.“제가 허락해
심지안은 간지러움을 참으며 붉어진 얼굴로 얘기했다.“괜, 괜찮아요.”그 대답을 들은 남자는 장난하듯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그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가볍던 키스가 점점 깊어졌다.약한 피부가 그의 입술 사이에서 붉게 물들었다.“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얼굴이 다 붉어지는데... 설마 열나는 거 아니에요?”동료가 걱정하며 물었다.심지안은 목덜미가 살짝 아파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녀와 동료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 심지안은 수치심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기분이었다.제발! 그녀는 그저 아팠던 것뿐인데 왜 이리 야한 소리를 낸 것인지 몰랐다. 마치 동료 앞에서 몰래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었다.얼굴이 빨개진 동료는 조금 무서워서 아무 이유나 대고 사라졌다. 동료가 사라진 후 심지안은 뒤에 있는 성연신을 밀어내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너무도 창피했다! 동료는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성연신은 그녀의 목에 새겨진 마크를 보며 흐뭇해했다. 하얀 피부에서 더욱 붉게 보이는 마크였다.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얘기했다.“뭐 하는지 모르겠으면 다시 한번 더 할까요?”“싫어요!”심지안은 화가 난 채 소파의 핸드폰을 챙겨 들고 말했다. “동료들이랑 가서 놀 거예요! 이만입니다!”행정팀은 그들에게 오후에는 각 팀에서 알아서 휴식하고 저녁에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동료들을 찾아 나선 심지안이 그들을 만났을 때 동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심지안은 어리둥절해졌다. 혹시 또 이상한 소문이 퍼졌나?”“지안 씨, 목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옷깃이라도 세워봐요.”응? 심지안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 보았다. 하얀 목에 붉은 키스 마크가 선명히 남았다.“...”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부끄러운 나머지 온몸에 열이 올랐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진정해야 한다. 그녀는 묵묵히 옷깃을 세우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우리 고스톱이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