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신은 심지안이 느리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몸을 숙여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두 사람이 가까이 붙었다.그는 손으로 심지안의 턱을 잡고 바로 붙여버렸다.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는 조금의 공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성연신은 그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스킨쉽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처음부터였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요즘 들어 심지안과 더욱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몽롱한 가운데, 심지안이 천천히 눈을 떠 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했다. 긴 속눈썹이 햇빛 아래서 빛나고 있었고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심지안은 자기가 잘못 본 것인 줄로 착각했다. 심지안은 성연신도 자신처럼 지금 이 키스에 취했고 그로 인해 설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 성연신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뻔했다. 그렇게 생각한 심지안은 소리 내 웃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경은한테 관심이 없다고 얘기해 놓고 지금은 또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 역시, 미남계 앞에서는 방법이 없었다.심지안이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키스는 끝이 났다. 성연신은 불만스럽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고 외투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붉어진 심지안의 얼굴 위로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설마 삐진 걸까?’바로 일어나서 그를 따라가려는데 일어서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사람이 흐물거리는 액체 괴물처럼 나른해졌다. 마치 모든 정력을 뺏긴 기분이었다. 드라마 속의 괴물도 분명 이렇게 사람의 혼을 빼먹었을 것이다. 심지안은 성연신의 뒤를 따라 한 쇼핑몰에 도착했다. “좋아하는 거, 마음대로 골라요.”“옷을 사주시게요?”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럼 쇼핑몰에 와서 쇼핑 말고 뭘 더 할 수 있습니까?”심지안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성연신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그럼 미리 감사합니다!”“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성연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우아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 속 재정경제에 관련된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손남영은 그의 침묵 속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형 정말 지안 씨와 가짜 부부연기를 하기로 했어요?”성연신은 여전히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진짜 확실해요? 이건 인생의 중요한 일이예요. 형, 한쪽으로 시연 씨를 마음에 품고 다른 한쪽으로 지안 씨를 붙잡아두면 안 돼요. 이러면 바람둥이라고요!”손남영은 장학수로부터 심지안의 가정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심지안을 처음 봤을 때 장면도 생각나 그녀의 아버지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넌 하루에 여자 세 명씩 바꾸면서 무슨 자격으로 날 말하는 건데?”손남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우리는 상호 간의 협의로 이루어진 거래고요. 이것과는 다르잖아요!”“그래,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고상한 사람이야.”“...”“저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시연 씨랑 어제도 연락했는데 다음 주 금요일 비행기 표래요. 형이 지금 선택을 해야 해요.”말을 들어는 보았다.성연신의 윤곽이 뚜렷한 이목구비에 조소하는 의미가 점차 농후해졌고 목소리는 싸늘해졌다.“너 중재자가 되고 싶은 거니?”손남영은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형을 위해서예요.”“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이쯤 되자 손남영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감정에 관련된 일은 장사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두 여자 사이에 싸움이나 갈등이 생겨 정말 일이 터진다면 퍽이나 뼈저리게 고통을 느낄 것이다.“이 신발 내가 먼저 찜했어. 선착순 몰라?”“형 혼자서 가게 반을 샀는데 이까짓 신발 하나 나한테 양보 못 해요?”“내가 말했잖아. 선착순이라고. 너의 도덕적 잣대에 빗대어 날 비판하려고 하지 마.”한바탕 떠드는 소리가 안에서 흘러나오자 성연신은 손남영과 눈을 마주치고는 일어나 들어갔다.심지안이 한 여자와 크리스털 힐을 놓고 다투는 모습만 보였다.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양보할 기미를 보
심지안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아뇨. 아주머니, 혹시 뭐 들으셨어요?”보광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청소 아주머니와 잠시 일을 같이한 적이 있었고 그 후에 기획팀으로 옮겼기에 가끔 회사에서 청소 아주머니를 만나면 몇 마디씩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지안 씨와 같은 부서 사람이 화장실에서 지안 씨 험담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며칠째 같은 사람이요.”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주머니, 그 사람 이름이 뭔지 아세요?”“은 언니라고 부르는 걸 들은 것 같아요.”심지안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기획팀에서 오직 경은만이 이름에 은자가 들어갔다.공교롭게도 성연신을 찾아가는 도중 다른 부서 고위 임원들과 마주쳤고, 그 사람들은 허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이야~ 지안 씨, 또 성 대표님을 찾는 거예요?”그녀는 몸이 굳어졌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저는 그냥 옥상에 가서 바람 좀 쐬려고요.”“부끄러워하지 말아요. 경은 씨가 우리한테 다 말했어요, 지안 씨 성 대표 쫓아다닌다고. 매일 퇴근하면 위층에서 성 대표 찾는다면서요? 참 용기가 대단하네요. 하지만 내가 충고하는데, 매사에는 정도라는 게 있어요. 성 대표 성가시게 해서 도리어 해고당하면 안 되잖아요.”보광 그룹에는 성연신을 좋아하는 여인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었다.첫 번째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두 번째는 성연신이 한 성격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회사 내 직원들은 사내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경은이 평소에 그녀를 대하는 태도로 보았을 때 분명 겉으로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완곡하고 듣기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심지안의 이러한 행동은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할 만한 것이 아니라, 이큐가 없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었다.“솔직히 말씀드리죠, 제가 경은 씨와 약간의 다툼이 있었는데 그 후로 항상 저를 이렇게 짓궂게 놀리네요. 근데 이렇게 높으신
이 두 글자는 심지안의 예민한 신경을 단번에 자극했다.“헛소리하지 마요. 우리는 기껏해야 위아래층에서 사는 룸메이트 사이일 뿐인데 제가 무슨 질투를 해요!”아니라고 시치미를 뗀다, 그를 사랑한다고도 안 한다.성연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애정은 여전히 넘쳤다. 그는 어쩌다가 좋은 태도로 말했다.“임시연이 오늘 귀국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고 극구 저를 만나겠다며 보광까지 왔었어요.”그러다가 대화 도중에 임시연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데려다주고는 곧바로 떠났다고 했다.“허튼소리! 당신들 밥 먹으러 간 게 틀림없어요!”“아니에요.”“그럼 소매에 주름은 어떻게 된 거예요?”심지안은 볼멘소리로 남편에게 묻는 듯한 말투로 캐물었다.다만 그녀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다.“임시연이 기절할 때 잡아당긴 거예요.”“맹세해요?”성연신은 그녀의 귀를 살짝 잡아당기며 어조를 길게 뺐다.“욕심이 지나친 것 같은데요?”“농담이에요! 연신 씨는 참 재미가 없네요. 원이랑 산책하러 갈 거니까 일찍 자요!”심지안은 연신 봐달라고 사정을 했고 힘겹게 벗어나고는 퐁당퐁당 뛰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신나 보였다.원이를 산책시키던 도중 진유진과 30분 동안 통화를 했고 진유진은 성연신의 백월광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쥐를 잡는 고양이처럼 경계했다.“일찍 돌아오거나 아니면 아예 늦게 올 것이지, 하필이면 너희들이 결혼할 때 맞춰서 돌아오냐. 십중팔구 일을 망칠 것 같으니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 성연신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난 네가 나를 먹여 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야!”“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나와 성연신이 함께 할 수 있을까?”“왜 안 돼. 혼인신고도 다 했으면서 뭐가 문제야? 자신감 가져.”심지안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근데 나도 그 사람 좋아하지 않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진유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내 진지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성연신이 너한테 감정이 있다고 나는 확신
성연신은 그녀의 뜨겁고 진지한 눈빛에 낯 간지러워 어색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너무 많이 생각했네요.”“아니요. 연신 씨 마음속에는 정말 제가 있어요.”심지안은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고 또 자신에게 말하는 것도 같았다.“왜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사랑하면 대담하게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죠!”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저도 연신 씨한테 호감이 있는데!”그녀는 멍청하지 않다. 요 며칠 동안의 여러 가지 변화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다만 한 번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이때 그의 반응이 그녀를 확신시켰다.성연신은 순간적으로 불쾌했고 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심지안을 노려보았다.“그저 호감뿐이라고요?”죽도록 사랑하고 그가 아니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심지안은 코를 쓱 만지고는 자연스럽게 눈꼬리를 내려 한 줄기 스쳐 지나간 어딘가 켕기는 눈빛을 감추었다. 옆에서 보면 마치 상처받은 토끼처럼 보였다.“당연히 아니죠. 제가 연신 씨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오히려 연신 씨에게 반감을 살까 봐, 넘치는 사랑에서 빙산의 일각만 드러낸 거예요.”이 사람을 알게 된 후, 그녀의 연기는 점점 더 좋아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었다.성연신은 턱을 살짝 치켜 올려 막힘 없고 아름다운 턱선을 드러냈다. 성연신은 하찮다는 듯 말했다.“감추려 할수록 더 드러나는 법.”앞줄의 정욱, “...”왜 정욱은 오히려 대표님이 감추려 할수록 더 드러나는 것 같을까?“헤헤.”심지안은 성신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연신 씨, 언제부터 절 좋아했어요? 아니면 언제부터 저한테 호감을 느꼈나요?”“입 좀 다무시겠어요?”“물어보면 안 돼요? 인색하긴.”“연신 씨도 제 미모에 승복하는 거죠?”“참 우연이네요. 저도 그래요.”“제가 총명하니까 정말 다행이죠, 연신 씨가 잘 안 되는 남자라는 말을 믿었더라면 우리는 아마 서로를 놓쳤을 거예요.”“읍-”심지안의 입이
“경은 씨, 장난이 좀 심하네요.”경은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냥 말한 건데 무슨 또 그렇게 격하게 반응해요.”“하... 경은 씨처럼 농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심지안은 옆에 있던 동료를 끌어당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그냥 내버려 둬요.”어쨌든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경은은 심지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돌아섰다.오늘은 일이 비교적 많았는데 심지안은 오전 내내 오후 회의 때 사용될 업무 데이터와 분석을 정리해 놓았다.회의가 끝날 때까지 바삐 돌아쳤다. 경은은 거들먹거리며 다가와서는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프로젝트 전략을 실행할 기획안을 써서 내일 저한테 주세요. 비용, 일정, 사전 설정 효과까지 꼼꼼히 표시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그녀는 뻐근한 목을 돌리면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제가 이것들을 다 하면, 경은 씨는 뭐해요?”단순하게 감시하려고 하는 건가?“당연히 지안 씨가 만든 방안을 평가하고 분석해서 필요하면 수정해 주려고 그러죠. 발탁될 좋은 기회인데 구시렁구시렁 말이나 많고.”“저의 발탁을 도와줄 필요 없어요. 임무는 우리가 반반씩, 각자 해요.”경은은 잔머리를 굴렸고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그래요. 근데 지안 씨 오늘 밤에 프로젝트 기획안을 써야 할 거예요. 그럼 제가 내일 아침에 비용과 일정을 표시해 놓을게요.”심지안은 받아들였다.시간이 촉박하기는 했지만 분업이 합리적인 편이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목표가 생기자 그녀는 빠르게 일에 집중하였다.퇴근하기 전에 성연신에게 오늘 야근을 해야 하니 기다릴 필요 없다고 말했다.성연신은 언제까지 야근하는지 물었고 그녀는 시간을 알려주고는 대화를 끝냈다.밤 10시.심지안은 기지개를 켜고는 컴퓨터를 끄고 떠날 준비를 했다.그녀가 막 일어섰는데 불빛이 갑자기 꺼졌고 사무실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심지안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벽의 스위치를 찾으려고 더듬거렸다.기억에 따라 간신히 스위치를 찾
보광 중신 건물 아래.길가에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성연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핸드폰의 부재중 전화를 노려보다가 다시 걸었다.“고객님의 전원이 꺼져있습니다...”비록 오늘은 회사에서지만, 매번 이 바보 같은 여자의 핸드폰이 꺼질 때마다 좋은 일은 없었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한번 올라가 볼게.”그는 정욱에게 한 마디 내던지고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정욱은 입을 벌려 대답하려고 했지만 그의 시선은 단아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자에 놓였다.“뭐야, 왜 또 마주친 거지.”‘이 여자는 대표님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또 나타난 거지?’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차에서 임시연의 움직임을 살폈다.마치 모든 것이 잘 짜인 것처럼, 임시연과 성연신은 건널목에서 만났다.분홍색 브이넥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가녀린 허리에 곧게 뻗은 종아리를 드러냈다. 밤바람이 불자 머리칼이 하늘하늘 날렸고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를 풍겨 마치 만화 속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같았다.임시연은 성연신을 바라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입을 벌려 말하기도 전에 기침부터 났다.“콜록콜록-”그녀는 계속해서 기침을 해댔고 마치 오장육부를 토해낼 것 같았다.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보통 장티푸스가 아니라는 것을.성연신은 그녀가 병원의 봉투를 손에 들고 있고 병원 라벨이 보광 옆에 세워진 공립병원인 것을 보았다.“어디 아파?”“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보통 감기.”임시연은 기침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회사는 어쩐 일이야?”“사람 데리러.”성연신을 직접 데리러 가게 하는 사람은 오직 그가 말한 그 사람뿐일 것이다.임시연은 시무룩했고 애써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얼른 가봐.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응.”성연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뼈마디가 파래졌다.갑자기 그녀는 입을 열었다.“연신아.”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얘기해요. 지금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네.”“연신 씨, 갔던 거 아니었어요? 왜 다시 온 거예요?”심지안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물었다.성연신은 눈썹을 치켜들었다.“누가 간다고 했어요.”“그럼 안 가고, 계속 사무실에 있었어요?”“조금 더 업무를 처리했더니 곧 10시가 되더라고요.”그 뜻인즉, 이참에 너를 기다렸다는 것이다.심지안은 눈을 굴리며 능글맞게 웃었다.“알았어요, 알았어요.”이 남잔 입으로만 시비를 건다.엘리베이터에서 8등신 황금비율에 허리가 좁고 어깨가 넓은 몸매를 가진 성연신은 나른하게 한쪽 벽에 기대어 그녀를 새침하게 쳐다보고는 상대하기 귀찮다는 모습을 보였다.심지안은 그의 아름다운 용모와 완벽한 몸매에 홀려 2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참, 그녀는 처음부터 성연신의 이 외모로는 아무리 보아도 강우석의 삼촌 같지가 않다고 생각했다.분명히 의심했는데 흐리멍덩하게 믿어버렸다니. 이건 벌 받을 짓이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심지안은 어수선한 마음을 접기도 전에 머리를 들자 임시연과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인터넷상의 사진과 다름이 없었는데 단정하고 우아하며 그야말로 동양 미인의 정석이었다.나이는 성연신과 비슷해 보였는데 사진 속보다 한층 더 성숙해 보였다.심지안은 머리가 띵해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제 귀국해서 오늘 만나다니.하지만 그녀는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그리고 보광 중신, 즉 성연신의 구역에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 그의 허락을 받았을 것이다.심지안은 손톱으로 손바닥을 꼬집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등을 꼿꼿이 세웠다.임시연이 심지안을 본 첫 반응은 홍교은과 조금 비슷했다.이것은 얼마나 젊고 밝으며 생기발랄한 모습인가, 마치 껍질을 벗긴 싱싱한 여지와도 같았고 깨물면 과즙이 터질 것만 같았다.몸매와 외모가 일품이다.그러나 성연신은 얼굴만 보는 사람이 아니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보이는 단단하고 완강한 기질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