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연거푸 그 강물을 들이켰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한창 강물을 마시고 있을 때, 그 작은 강의 상류에서 누군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하천과 모진남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세히 보니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매우 헌 나무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다리 위에는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옷차림새나 모습을 보면 전혀 이 시대 사람 같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여러 명의 아이들은 지금 그곳에 선 채 강물 속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는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모습에 하천과 모진남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한동안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이 강물 설마!” 모진남은 어색하게 하천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더니 그 나무다리 위의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하천과 모진남이 다가오는 모습에 이 아이들은 순식간에 와르르 흩어져 버렸다. 사실 하천과 모진남은 이 아이들을 꾸짖으려던 게 아니라 이 곳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를 알려던 것뿐이었다. 이들은 난세황 기서를 찾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의 상황을 파악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당한 두 반신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아이들의 오줌이 섞인 강물을 마시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와르르 흩어지는 모습에 하천은 얼른 쫓아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모진남이 그를 막았다. “하천 형제 쫓아가지 마세요. 애들 놀라겠어요. 그리고 저기 한 명 더 있잖아요.” 이때 이 나무다리의 다른 한쪽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약 7살쯤 되어 보이는 이 남자아이는 품속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껴안았다. 현재 시간은 오후였고 따스한 햇살 아래 그 검은 고양이는 소년의 품 속에서 나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하천과 모진남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기척에 이 검은 고양이
하지만 이 공간은 바깥과는 전혀 달랐고 심지어 하천이 살던 곳과는 몇 세기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때문에 이곳에서 이런 이름을 짓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소년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이때 해가 서서히 지면서 하늘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백발이 성성한 한 노부인이 허둥지둥 이쪽으로 달려왔다. “할머니!” 개똥이는 이 노부인을 보자마자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 노부인은 개똥이를 발견하자마자 손을 들고 그의 등짝을 때리며 혼내기 시작했다. “이 놈아, 내가 몇 번 말했어! 함부로 마을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날이 곧 어두워질 텐데,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이 노부인은 개똥이를 호되게 꾸짖었고 개똥이는 아파서 폴짝폴짝 뛰며 바로 용서를 빌었다. “할머니, 잘못했어요. 여기 사탕 드릴게요.” 말하면서 개똥이는 방금 모진남에게서 받은 그 사탕을 꺼냈다. “할머니, 이 사탕 정말 엄청 달아요.” 사실 노부인은 개똥이가 걱정된 마음에 꾸짖었던 것이다. 잠시 후 화가 가라앉은 노부인은 그제야 하천과 모진남 두 사람이 옆에 있음을 알아차렸고 바로 개똥이를 뒤로 감싸며 두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눈길로 물었다. “두 분은 누굽니까?” 그러자 모진남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우린 밖에서 온 사람입니다. 지나다가 날이 곧 어두워질 것 같아 하룻밤 묵을 곳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말에 노부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밖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 이 노부인은 하천과 모진남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런데 당신들 옷차림새는 왜 그런 겁니까?” “아, 이건 밖에서 요새 유행하는 옷입니다.” 모진남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노부인이 중얼거렸다. “이 난리통에 유행은 무슨.” “난리통이요?” 하천과 모진남은 어리둥절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본 이곳 광경은 조용하고 평화롭기
그러나 노부인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노인에게 제지를 당하고 말았다. “두 분, 날이 어두우니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묵으세요. 하지만 밤에 밖에서 어떤 인기척이 있던지 절대 방 밖으로 나가면 안됩니다.” 이 말을 들은 하천과 모진남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노부부가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어 노부인이 말했다. “두 분, 방은 제가 이미 다 치워두었어요.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방으로 드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천과 모진남은 개똥이 부모님이 쓰던 그 방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방 안에는 창문이 있었지만 이미 완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 창문은 얇은 창호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그 창호지를 통해 바깥의 흔들리는 나무들의 형체를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방음 효과도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이 모든 것이 더해져 매우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모진남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고 한순간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이 바람에 모진남과 하천은 뼛속까지 시려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천이 모진남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모진남 선배님, 우리가 살던 바깥 세계와 비교하면 이 바람은 확실히 좀 정상적이진 않네요.” “맞습니다.” 그러자 창밖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모진남이 말했다. “여기는 하늘도 수상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무리 날이 어두워도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완전히 어두운 나머지 손을 뻗어도 손 모양조차 보이지 않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 하늘은 마치 음산한 기운에 휩싸여 있는 듯합니다.” 말하면서 모진남은 자신의 품속에서 나침판 한 개를 꺼냈고 손으로 그 나침판을 한 바퀴 돌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이 나침판은 혼자서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이 순간 모진남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 곧이어 모진남은 허공에 대고 손을 몇 바퀴
“하천 형제, 이걸 눈에 바르세요.” 모진남은 하천에게 병 하나를 건넸는데 그 병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순간 코를 찔렀다. “이게 뭡니까?”하천이 코를 틀어막고 물었다. “소의 눈물입니다. 그걸 눈에 바르면 아마 시야가 좀 트일 겁니다.” “그걸 담아놓은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우리가 살던 바깥 공간에서는 그걸 쓸 일이 거의 없었기에 아마 좀 상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을 테니 좀 참아봐요.” 하천은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하는 수 없이 그 소의 눈물을 자신의 눈에 발랐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잠시 후 하천은 시야가 밝아지는 것을 느꼈고 이 공기 중에 음흉한 것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똥이는 아마 저 숲 쪽으로 갔을 겁니다. 저기로 가봅시다.” 모진남은 바로 개똥이가 사라졌을 만한 방향을 확정 지었고 하천과 함께 그 숲으로 들어갔다. 이 숲은 온통 누런 안개가 자욱했고 뭔가 썩은 듯한 역겨운 냄새가 숲 전체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이때 모진남은 도목검을 든 채 길을 안내했고 하천도 그 뒤를 따라 사방을 관찰했다. “개똥아.” “개똥아.” 두 사람은 숲으로 들어가면서 개똥이의 이름을 수십 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이 숲의 깊숙한 곳에서 한 소년이 사방을 누비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또한 어둠 속에서 깜둥이를 외치고 있었다. 깜둥이는 바로 소년이 전에 안고 있던 검은 고양이였는데 소년이 평소 이 고양이를 매우 아꼈다. 사실 아까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뒤, 개똥이는 원래 방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안 창문의 활짝 열렸고 깜둥이가 그 창문 밖으로 훌쩍 뛰쳐나간 것이다. 순간 당황한 개똥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 창문을 통해 깜둥이를 쫓아 나가게 되었다. 그 깜둥이는 바로 이 숲을 향해 달려갔고 결국 개똥이도 깜둥이를 찾으러 이 숲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숲에 들어선 후 개똥이는 전혀 방향을 분간할 수 없었고 깜둥이
갑작스러운 노인의 이 말에 모진남과 하천이 오히려 더욱 놀랐다. “모산 도사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는 겁니까?”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모산 도사는 귀신을 잡고 사악한 것들을 쫓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까?” ‘뭔가 이상한데?’ 모산 도사는 지구상에 명백히 알려진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있는 이 곳은 근본적으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이 모산 도사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모진남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모산 도사를 아시는 겁니까?” 하천도 이상하단 듯이 물었다. 그러자 이 노인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 듯 말했다. “두 분 설마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인 겁니까?” “밖이요?” 모진남이 되물었다. 그러자 이 노인은 하천과 모진남의 옷차림새를 다시 진지하게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고 한참이 지난 뒤 중얼거렸다. “두 분은 확실히 우리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저의 할아버지가 말씀해준데 의하면 그들이 이곳에 들어올 때는 선대 왕조 때였다고 하는데 두 분은 제 할아버지가 말해준 옷차림새와 차이가 있는 걸요.” “설마?” 하천의 머릿속에는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지금 하신 말씀은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는 처음에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던 겁니까?” 이 말에 노인이 대답했다. “내 할아버지가 말해준데 의하면 그들은 밖에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때는 선대 왕조 시기였고 전란이 끊이지 않을 때라 피난을 다니다가 이 산에서 거대한 틈새를 발견했고 그곳을 통해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할아버지가 해준 바깥 세상에 관한 이야기 중에 모산 도사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던 거고요.” 이 말을 들은 하천과 모진남은 서로 두 눈을 마주치더니 계속 물었다. “그럼 이 안의 모든 사람은 전부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인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노인이 대답했다. “이 안은 공
그 후 마을 사람들은 밤에는 더 이상 외출하지 못했고 매일 밤 짙은 공포 속에서 지내게 된 것이었다.여기까지 말한 노인은 이미 겁에 잔뜩 질린 듯 보였다.“사실 두 달 전 유가촌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낮이라도 감히 그곳에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입니다.” “밤이 되면 더더욱 괴물들이 도처에 출몰하고 있고요.” 이 노인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난 하천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분명 방금 바깥에서 이들이 본 것도 좀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진남 선배님, 사람이 죽은 후 한이 깊으면 좀비가 될 수도 있나요?” 하천이 물었다. “아니요!!!” 그러자 모진남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산도술의 기록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후 한이 깊으면 귀신이 될 수는 있어도 좀비가 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이에 모진남이 대답했다. “북음산 일대에 일어난 이 일은 그 과부의 한이 너무 깊어 생긴 것은 아닙니다. 분명 다른 원인이 존재할 겁니다.” “그게 뭐죠?” 모진남이 대답했다. “아마 유가촌 사람들이 죽은 과부를 묻은 곳이 풍수적으로 음기가 짙어 그 과부가 좀비로 되는 조건을 만들어줬을 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곳 난세의 기운 때문일 수도 있고요. 난세에는 굶어 죽거나 전사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죽은 시체에는 특별한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대량으로 모여 한 시체에 침입하면 좀비가 되는 것이지요.” 모진남도 그 과부가 도대체 어떤 원인으로 좀비가 된 건지 정확한 원인을 확정 지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미 북음산 일대에는 좀비들이 판을 치고 있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좀비들을 소멸하는 것이었다. “하천 형제, 난 모산도술을 이어받은 자이니 이 좀비들은 반드시 내가 책임지고 소멸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모진남과 하천의 실력으로 이 좀비들을 상대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며 그리 많
마을 전체의 공기 중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두 사람이 마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주변에서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때 모진남은 두말없이 도목검을 들고 이 좀비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 유가촌에는 약 300~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전에 그 노인이 말했듯이 이 이들은 전부 좀비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이 모습에 모진남은 극도로 흥분했고 주머니에 오랫동안 봉인하고 있던 노란 부적을 전부 꺼내 그 좀비들에게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한편 하천은 이런 상황이 지루했다. 그는 대충 주먹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좀비들을 날려버릴 뿐이었고 때때로 진기를 뿜어내 주위의 좀비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모진남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이 좀비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갔고 하천은 성큼성큼 유가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하천이 유가촌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그 마을 가장 깊은 곳에서 나지막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하천은 이게 분명 좀비의 왕일 것이라 짐작했다. “모진남 선배님, 천천히 즐기세요. 전 먼저 가서 좀비왕을 좀 만나야겠어요.” 하천은 모진남에게 한 마디 외치고는 재빨리 마을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달려갔다.하천이 마을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 포효 소리는 점점 뚜렷해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나는 소리에는 인간의 목소리도 뒤섞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곳에는 이미 누군가 나타났고 그 좀비왕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마을 가장 안쪽 마당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좀비가 서있었다. 이 좀비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소름 끼치는 포효를 하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이미 이 마당 곳곳에는 수십 구의 시체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이 시체들은 전부 군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어렴풋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이 좀비들 맞은편에는 몸이 건장하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 남자의 손에는 칼이 한 자루 들려
좀비는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 통증 또한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방금 남자가 좀비왕의 몸을 어떻게 타격해도 좀비왕은 그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하천의 이 일격은 완전히 달랐다. 하천의 일격과 함께 이 좀비왕은 다시는 재생할 수 없을 만큼 철저히 산산조각 났다. 이때 좀비왕의 폭발과 함께 공기속의 악취는 더욱 짙어졌다. 하천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았고 땅바닥에 널려 있는 시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곧이어 하천은 방금 좀비왕과 싸우던 그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 순간 그 남자 또한 충격적인 눈빛으로 하천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때 남자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심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방금 하천은 엄청난 공격으로 그 좀비왕을 부숴버린 것도 있었지만 더욱 큰 이유는 바로 이 남자와 하천이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하천도 이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한 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이한 곳에서 자신의 오랜 지인을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동안 눈을 마주친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보스, 보스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하천은 이미 여러 해 동안 보스라는 호칭들을 듣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천을 보스라고 불렀던 사람은 단 명뿐이었다. 그건 바로 전에 청주시에서 함께 개를 키우던 조진원이었다. 그러나 하천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조진원은 사실 그냥 개를 키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의 진짜 신분은 바로 당시 H국 4황 중 일인이었던 조무적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다만 조진원은 어릴 때부터 아주 정직한 사람이었고 자기 아버지의 비열하고 추악한 모습을 견딜 수 없어 조무적의 곁을 떠나 생활했던 것이다. 그 후 조무적이 하천에게 참수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조진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모든 것을 멈추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의 설득은 소용이 없었고 조무적은 하천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