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연과 그녀의 일행이 고개를 돌려 이지성과 강성준을 바라보았다.“너희 둘이구나!”그 두 사람을 보자 허사연 일행의 눈에도 분노가 일었다.“허사연 씨, 당신도 진서준과 함께 온 거예요?”이지성이 음흉한 눈빛으로 허사연을 쳐다보며 말했다.“잠시 후 제가 진서준을 죽이고 나면 당신은 제 것이 될 거예요.”“네가 진서준을 죽인다고?”허사연이 코웃음을 치며 경명스럽게 말했다.“하,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이지성은 그렇게 말하고 류재훈 앞에 섰다.“저도 대회에 나가겠습니다.”류재훈은 이지성과 진서준 사이의 갈등을 몰랐다.하지만 이지성이 겨우 종사 경지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눈빛은 연민으로 바뀌었다.‘이놈은 진 마스터님의 실력을 모르는 모양이군.’“서류를 작성하세요.”류재훈이 차갑게 말했다.이지성은 즉시 서류를 작성한 뒤,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경기대 위로 올라갔다.“안 그대로 너희들을 찾으려 했는데 제 발로 찾아왔구나.”진서준은 아래에 서 있는 강성준을 한 번 쳐다본 뒤, 류재훈에게 말했다.“저 사람도 함께 올라오라고 하시죠.”강성준과 이지성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얼어붙었다.‘이 녀석 미친 거 아니야? 둘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자기 실력을 제대로 모르는 것일까?’무시당했다고 느낀 이지성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진서준, 나 이제는 횡련 종사야! 예전의 그 쓰레기가 아니란 말이야. 이제 너를 죽이는 데 한 손이면 충분해.”이지성은 여전히 진서준이 내공 무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비록 반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이지성은 진서준이 종사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소년 종사는 매우 희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진서준 같은 쓰레기가 소년 종사가 될 리가.’강성준은 진서준이 실력이 약하지 않은 종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지성은 횡련 종사였기에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는 않더라도 그의 체력을 상당히 소모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진서준이 힘을 다 썼을 때,
진서준도 이지성과 강성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 둘의 성격상 주먹이 직접 그들에게 꽂히지 않으면 죽어도 믿지 않을 것이다.“믿지 못하겠다면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돼.”진서준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이지성과 강성준을 그냥 죽이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고 그 둘에게 너무 후한 처사였다.진서준은 그들이 끝없는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죽어가게 하고 싶었다.아래의 관중들을 한 번 본 이지성의 안색이 변했다.그들의 눈빛 속에서 연민과 조소를 본 것이다.“그냥 잘 살면 안 되나? 왜 굳이 진 마스터님을 도발하러 나왔을까.”“아까 그 대련장은 진 마스터님이 한 칼에 베여버린 게 맞아. 우리가 증인이다.”“쯧쯧, 저 두 사람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사람들은 비웃으며 말했다.종사 수준의 실력으로 진서준에게 도전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다.이지성과 강성준은 당황했다.“이건 사실이 아니야. 사실일 리 없어! 이 사람들은 분명 네가 돈을 주고 데려온 엑스트라들일 거야!”이지성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반년 만에 이지성은 정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만약 반년 전에도 이지성이 횡련 종사였다면 서울시에서 그는 거칠 것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그것은 바로 죽음의 길이었다.진서준은 심지어 칼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지성과 같은 상대에게 칼을 사용하는 것은 천문검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 집안을 파탄으로 만들었어. 죽여버릴 거야!”이지성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고 그의 눈에서는 증오가 흘러넘칠 것 같았다.이지성은 지난 반년 동안 매일 밤 꿈속에서 진서준을 보았다.그는 정말로 진서준을 뼛속까지 증오했다.하지만 진서준 또한 이지성을 똑같이 증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출소하고 나서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진 어머니가 쓰레기를 주워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진
황현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강성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냐?”“스승님, 저 사람 저를 죽이려 해요!”강성준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황현은 진서준을 한 번 보고 그가 젊은 청년임을 확인한 후 화난 듯 말했다.“뭐가 무서워서 그러냐? 저 녀석도 기껏해야 종사일 텐데 그 정도도 이기지 못한단 말이냐?”반년 동안 자신이 애써 가르친 제자가 같은 수준의 청년에게 겁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황현은 한심해했다.“그는... 그는 종사가 아니에요. 그는 대종사입니다.”강성준은 울먹이며 말했다.“대종사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황현의 첫 반응은 당연히 믿지 않는 것이었다.“이지성을 보세요. 진서준 주먹 한 방에 저렇게 당했어요!”강성준은 땅에 누워 있는 이지성을 가리키며 말했다.황현은 처음엔 이지성이 그냥 바닥에서 자는 줄 알았다.자세히 보니 이지성의 온몸 뼈가 부서져 있었다.그때 이지성의 스승인 곽기린도 달려왔다.당산성의 무인들은 곽기린을 보자 표정이 변하며 길을 비켜 주었다.“저 사람은 곽 대종사의 제자였군!”한 노련한 종사가 놀라며 말했다.“곽 대종사? 그게 누구지?”누군가 물었다.“곽기린! 우리 당산성의 4급 대종사이자 지의방에 소속된 괴물이지.”“10년 전, 당산성에 있는 한 가문이 곽기린을 건드렸다가 하룻밤 사이에 곽기린이 그 가문을 몰살시켰지. 대종사 두 명이 곽기린 손에 죽었어.”“그 후 몇 년 동안 당산성의 5급 이하 대종사들은 곽기린에게 전부 당했어! 그는 당산성에서 제일가는 대종사라 불릴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지.”그 노련한 종사가 설명했다.“헉...”사람들은 숨을 들이마셨다.당산성은 중부 삼성처럼 무인이 희귀한 곳이 아니었다.당산성의 각 도시에는 네다섯 명의 무도 종사가 있었으며 대종사의 수도 열 명이 넘었다.그런 사람 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은 그 실력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대련장에 도착한 곽기린이 처참한 이지성의 모습을 보자 눈에는 분노가 불타올랐다.그가 처음
진서준과 문호동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비록 키가 작은 문호동이었지만 명성은 곽기린보다 훨씬 뛰어났다.그는 은씨 일가의 오급 대종사로 지의방에서 58번째 괴물로 불리고 있다.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그의 축골술이었다.문호동이 이렇게 키가 작은 이유는 축골술을 수련했기 때문이었다.그는 자기 몸의 모든 치명적인 부위를 체내로 축소해 상대가 공격할 수 없게 만들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진서준이 어떻게 은씨 일가와 갈등을 빚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진광과 진명철도 문호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저 녀석은 도대체 몇 명이나 건드린 거야?”진명철은 눈썹을 찡그렸다.“아버지, 우리 대종사들도 올라가게 해주세요. 저 녀석을 한 번에 없앨 기회예요!”진광의 눈은 빛났다. 이것은 진서준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진서준만 죽이면 이전에 당한 수모를 깨끗이 씻을 수 있을 것이다.“안 돼. 너희 증조부가 위에서 지켜보고 계시잖아. 그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짓은 할 수는 없다.”진명철은 엄하게 말했다.진서훈이 위에 있는 지금 진씨 일가가 다수를 동원해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면진서훈의 체면은 어찌 되겠는가?또 하나는 진서준이 진요한과 너무 닮았다는 점이었다.진명철은 진서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는 진서준과 진요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아휴, 저 녀석 운이 좋네.”진광은 약간 실망했지만 은씨 일가의 대종사가 있는 한 진서준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어르신!”곽기린과 황현은 문호동에게 인사했다.“너희 둘은 여기서 지켜봐라. 저놈의 목숨은 내가 취하겠다.”문호동은 무심하게 말했다.서로 시선을 마주친 두 사람은 상대방의 눈에서 무력감을 읽을 수 있었다.문호동은 오급 정점의 대종사로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괜히 문호동을 자극했다가는 곽기린과 황현 역시 문호동에게 당할 것이었다.“어르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둘은 대련장 구석 자리로 물러나 문호동과 진
귓가에 타격음이 들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문호동이 진서준 앞에 도착했음을 보았다.진서준이 손을 들어 문호동의 주먹을 막았다.평범한 듯 해 보였던 주먹은 산처럼 묵직하게 다가왔고 경기장마저 충격에 흔들리고 있었다.강력한 압박 속에서 진서준의 손뼈가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그것은 뼈와 근육이 중압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이내 진서준의 체내에서 혈기가 모공을 통해 퍼져 나왔다.핏빛 기운이 모여 붉은색 거대한 용으로 변하며 진서준의 등 뒤에 떠올랐다.그 광경은 아까 원현성이 소환한 교룡보다 훨씬 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와 같은 이변에 횡련 대종사들마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자기 신체를 이 정도로 단련하다니!”곽기린의 눈동자도 흔들렸다.그조차도 혈기를 이처럼 형상화하는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문호동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거두었다. 이내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다시금 한 주먹의 그림자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산을 무너뜨리고 달을 부술듯한 기세로 다가왔다.쾅!다시 한 주먹이 떨어졌고 진서준의 팔이 미세하게 떨리며 그의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다.문호동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이 주먹은 마치 소림의 금강경과 융합된 것 같군!”한 대종사가 감탄하며 말했다.“듣기로는 문 노인이 젊은 시절 소림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때 그가 내공을 포기하고 횡련을 수련하기 시작했답니다.” 한 노인이 말했다.이를 들은 은범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문 어르신은 심지어 소림의 금강불괴 신공도 수련하셨습니다. 어르신은 금강경과 금강불괴신공을 융합해 자신만의 축골술을 창조하신 것이죠!”사람들의 감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호동의 세 번째 주먹이 내려졌다.이번 주먹은 그림자가 중첩되어 같은 경지의 오급대종사들조차 실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차분한 표정을 지은 진서준의 뒤로 청룡이 떠올랐다.붉고 푸른 두 마리의 용이 동시에 진서준의 팔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진서준의 양팔은 마치 견고한 갑
‘진 마스터님이 졌나?’링 위에 있는 진서준의 가냘프고 거의 쓰러질 듯한 몸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느꼈다.“진 마스터님은 정말 강하지만 문 대종사도 만만치 않네. 그의 실력이라면 육급 대종사와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야.”“소림사의 양대 절학을 모두 익힌 문 대종사가 약할 리가 없지!”“안타깝구나. 대한민국에 또 한 명의 천교를 잃게 되는구나.”진서준이 문호동의 아홉 주먹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현장에 있던 수많은 대종사들이 우러러볼 수준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서준의 전설적인 삶은 여기서 끝이 나는 듯했다.“저 녀석이 용존 이라고? 웃기고 있네!”일부 질투에 가득 찬 젊은 무인이 진서준의 패배를 보며 비웃었다.허사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다가가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짝!“아야! 너 뭐 하는 짓이야!”뺨을 맞은 청년은 얼굴을 감싸며 허사연을 분노에 찬 눈으로 쏘아봤다. 하지만 허사연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의 분노는 곧 음탕한 표정으로 변했다.“네가 다시 내 남자를 욕하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허사연이 냉정하게 말했다.“네 남자라고? 하하!” 청년은 잠시 멈칫하더니 큰소리로 웃었다.“네 남자는 곧 죽을 텐데...내가 보기엔 빨리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게 좋겠어! 나는 어때? 네 남자보다 더 강한데!”청년의 모욕적인 말을 들은 허사연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청년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또 때리려는 거야?”청년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밤에 네가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고!”그 순간 강력한 기운이 청년을 압도했다.“손 놔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산산이 조각낼 것이다!”권해철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청년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손을 내려놓으며 권해철을 바라보았다.“늙은이,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나랑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퍽!권해철은 주먹을 날려 청년을 십여 미터나 날려버렸다. 청년의 가슴에는 주먹 크기의 움푹 들어간 자국이
진서준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던 문호동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어린 녀석이 오급 대종사인 나를 상대로 수련한다니... 나를 무시하는 것이 분명해!’“잘도 허세를 부리는구나! 네가 버텨봤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번 보자!”문호동은 크게 외치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이번에는 진서준도 주먹을 내질렀다.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융합되며 청홍색의 진룡이 진서준의 팔을 감쌌다.쾅!두 사람의 주먹이 맞붙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이번에는 천둥 같은 소리는 없었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공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파동이 지나가는 곳마다 금속 바닥에 하얀 자국이 생겼다.링 위에 있던 이지성과 강성준은 그 파동에 맞아 피를 토하며 몸을 떨었다.곽기린과 황현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그제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소 깨달았다.진서훈이 내공으로 만든 네 개의 벽도 흔들리고 있었다.딱!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문호동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짧았던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그의 근육질 몸이 드러났다.그러나 그의 몸에는 지렁이처럼 불거진 종기가 솟아올랐다.그것은 진서준의 영기가 문호동의 몸속에서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울컥!문호동은 피를 한껏 토해냈고 그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어... 어떻게 이런일이...”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방금까지만 해도 문호동은 연속으로 아홉 번의 주먹을 날리며 진서준이 전혀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축골술이 깨지고 중상을 입게 된 것인지 의문이었다.이렇게 큰 반전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문호동은 그 누구보다도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문호동은 이 절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겼는지 셀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한 청년에게 패배한 것이었다.마치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이 청년 앞
일부 사람들은 진서준이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처단할 것으로 생각했다.이전에는 이지성과 강성준이 도망가게 두었지만 다시 만난 이상 진서준은 절대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었다.진서준은 그들의 스승 또한 봐줄 생각이 없었다.이전의 원수를 해결한 후 진서준은 링 아래에 있던 류재훈에게 물었다.“류 종사님, 저 아직 몇 경기 남았나요?”진서준의 질문에 류재훈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아... 아직 여섯 경기 남아 있습니다.”하지만 곧 류재훈의 얼굴이 변하며 급히 말을 바꾸었다.“진 마스터님, 남은 여섯 경기는 더 이상 안 하셔도 됩니다. 이쪽에서 힘 측정만 하시면 됩니다.”“그건 규칙에 어긋나지 않나요?”진서준이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그때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진서훈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규칙은 죽은 것이고 사람은 살아 있는 법이지. 누군가 불만이 있으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라!”호국장군 진서훈이 진서준을 옹호하는 말을 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더군다나 진서준의 실력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그가 남은 여섯 경기를 모두 예정대로 치러 봉호를 얻는다고 해도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었다.문호동 같은 대종사조차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서서 치욕을 자초하겠는가?6급 대종사가 링 위에 오른다?그렇다면 위에 있는 세 명의 호국장군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었다.아무리 경지를 초월하며 겨룬다고 해도 상한선이 있었다.진서준은 진서훈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는 그들의 진씨 일가의 태조였다.진서훈이 있는 한 진씨 일가는 사대 가문의 자리를 절대 잃지 않을 것이었다.“너무 잘됐어요! 서준 씨.”진서준이 링에서 내려오자, 허사연은 바로 달려가 그를 꽉 껴안았다.아까 진서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허사연은 심장이 터질 뻔했다.하지만 이제 진서준이 무사하니 허사연도 안심할 수 있었다.“가자. 힘 측정하러 가야지.”진서준이 미소를 지으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