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던 문호동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어린 녀석이 오급 대종사인 나를 상대로 수련한다니... 나를 무시하는 것이 분명해!’“잘도 허세를 부리는구나! 네가 버텨봤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번 보자!”문호동은 크게 외치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이번에는 진서준도 주먹을 내질렀다.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융합되며 청홍색의 진룡이 진서준의 팔을 감쌌다.쾅!두 사람의 주먹이 맞붙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이번에는 천둥 같은 소리는 없었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공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파동이 지나가는 곳마다 금속 바닥에 하얀 자국이 생겼다.링 위에 있던 이지성과 강성준은 그 파동에 맞아 피를 토하며 몸을 떨었다.곽기린과 황현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그제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소 깨달았다.진서훈이 내공으로 만든 네 개의 벽도 흔들리고 있었다.딱!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문호동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짧았던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그의 근육질 몸이 드러났다.그러나 그의 몸에는 지렁이처럼 불거진 종기가 솟아올랐다.그것은 진서준의 영기가 문호동의 몸속에서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울컥!문호동은 피를 한껏 토해냈고 그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어... 어떻게 이런일이...”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방금까지만 해도 문호동은 연속으로 아홉 번의 주먹을 날리며 진서준이 전혀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축골술이 깨지고 중상을 입게 된 것인지 의문이었다.이렇게 큰 반전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문호동은 그 누구보다도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문호동은 이 절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겼는지 셀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한 청년에게 패배한 것이었다.마치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이 청년 앞
일부 사람들은 진서준이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처단할 것으로 생각했다.이전에는 이지성과 강성준이 도망가게 두었지만 다시 만난 이상 진서준은 절대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었다.진서준은 그들의 스승 또한 봐줄 생각이 없었다.이전의 원수를 해결한 후 진서준은 링 아래에 있던 류재훈에게 물었다.“류 종사님, 저 아직 몇 경기 남았나요?”진서준의 질문에 류재훈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아... 아직 여섯 경기 남아 있습니다.”하지만 곧 류재훈의 얼굴이 변하며 급히 말을 바꾸었다.“진 마스터님, 남은 여섯 경기는 더 이상 안 하셔도 됩니다. 이쪽에서 힘 측정만 하시면 됩니다.”“그건 규칙에 어긋나지 않나요?”진서준이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그때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진서훈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규칙은 죽은 것이고 사람은 살아 있는 법이지. 누군가 불만이 있으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해라!”호국장군 진서훈이 진서준을 옹호하는 말을 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더군다나 진서준의 실력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그가 남은 여섯 경기를 모두 예정대로 치러 봉호를 얻는다고 해도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었다.문호동 같은 대종사조차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서서 치욕을 자초하겠는가?6급 대종사가 링 위에 오른다?그렇다면 위에 있는 세 명의 호국장군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었다.아무리 경지를 초월하며 겨룬다고 해도 상한선이 있었다.진서준은 진서훈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는 그들의 진씨 일가의 태조였다.진서훈이 있는 한 진씨 일가는 사대 가문의 자리를 절대 잃지 않을 것이었다.“너무 잘됐어요! 서준 씨.”진서준이 링에서 내려오자, 허사연은 바로 달려가 그를 꽉 껴안았다.아까 진서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허사연은 심장이 터질 뻔했다.하지만 이제 진서준이 무사하니 허사연도 안심할 수 있었다.“가자. 힘 측정하러 가야지.”진서준이 미소를 지으
이어서 검을 멘 중년 남자가 측력계 쪽으로 다가갔다.“검존? 이미 칭호를 가졌다고?”진서준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류재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비슷합니다. 대한민국의 검수는 정말 드뭅니다. 조기강은 올해 45세인데, 이미 검의 뜻을 완성하고 4품 대종사 정점 경지에 올라섰습니다. 동북의 조씨 일가에서 나온 절세 천교지요! 그는 국경에서 혼자서 두 명의 해외 강자를 처치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존이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지요.”류재훈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45세에 이미 4품 정점 대종사이며 검의를 크게 깨친 그는 확실히 절세 천교라고 칭할 만했다.“쳇, 우리 서준 씨는 20대인데 저 사람보다 더 강해.”허사연이 불만스럽게 말했다.진서준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선술을 수련하고 있어 무인들이 수련하는 무도와는 달랐다.만약 선술이 100% 순수한 물이라면 무인들이 수련하는 무도는 60% 이상의 혼탁한 이물을 포함한 혼합물이었다.그중의 차이는 조금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었다.선술 수련은 천부와 영약에 대한 요구가 극히 높았다.“그는 천교고 진 마스터님은 괴물이니까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죠!” 류재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러고는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모든 사람은 움푹 팬 측력계를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3만 6천 근?” ‘이게 도대체 사람인가? 괴물인가!’‘조기강은 검도만 잘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공포스러운 몸을 가지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조기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왕 노인도 얼굴이 하얘졌다.“역시 조씨 일가의 첫 번째 천교다.”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의 자신감은 이미 사라졌다.3만 6천 근, 너무도 무시무시한 숫자였다.코끼리조차도 이 주먹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었다.이후 몇 명이 다시 측정하러 나섰지만 조기강을 넘어서는 사람은
류재훈과 다른 호국사들도 깜짝 놀랐다. 16만 근의 힘은 6품 횡련 대종사만이 도달할 수 있는 힘의 기준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진서준의 나이였다.“뭐야... 16만밖에 안 돼? 망가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진서준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만약 영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진서준은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측력계를 망가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망가뜨리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너를 인정할 거야!’류재훈은 정신을 차리고 진서준을 다음 테스트로 안내했다.주변의 종사와 대종사들도 함께 따라갔다.이어진 항목의 테스트에서도 진서준은 대종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몇몇 대종사는 손을 저으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들은 50~60년을 수련해서 지금의 실력을 쌓았지만 진서준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련했다고 해도 겨우 20년 남짓이었다.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허탈함을 느꼈다.하지만 허탈함을 느껴도 어찌할 수는 없었다.실력이 강한 건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류재훈이 진서준에게 말했다.“진 마스터님, 칭호는 3일 후 무도 포럼에 발표될 겁니다. 용존 칭호는 떼놓은 당상일 것입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 마스터님, 현천진군이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류재훈이 진서훈이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서둘러 말했다.진서준은 허사연과 일행에게 돌아서서 말했다.“사연아, 너희는 밖에서 잠시 기다려 줘. 금방 돌아올게.”“알겠어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권해철이 옆에 있는 한 진서준은 허사연과 그녀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이후 진서준은 류재훈을 따라 군사 기지의 내부로 들어갔다.“현천진군, 진 마스터님께서 오셨습니다.”류재훈이 문을 두드리며 매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들어오세요.”진서훈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진서준과 류재훈이 들어서자 진서훈은 웃으며 말했다.“앞으로는 그를 진 마스터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용존이라고 부르세요.”
그 모든 것은 진서준을 위해서 그리고 진요한을 구하기 위해서였다.이 세상에서 진요한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오직 진서준뿐이었다.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선술을 가르치는 것도 예전 진씨 일가에게 진 빚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 그 빚은 다 갚았다.진요한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진서준에게 달려 있었다.“얘야, 너희 가족이 고생이 많다.”진서훈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아버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생은 괜찮습니다.”진서준이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내년 3월 신농회에서 제자를 모집할 예정이야.”“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곳에 숨어들 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방법이 신농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진서준이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한다면 죽음밖에 없을 터였다.“얘야, 너는 네 아버지가 너무 닮았어. 가기 전에 인피 가면이 필요할 거야.”진서훈이 진지하게 말했다.진요한을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진서준을 진요한으로 오인할 것이다.오늘의 봉호전 이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진서준과 진요한의 관계를 추측할 것이다.“인피 가면이요?”진서준은 그 이름에 소름이 돋았다.진서훈은 진서준의 반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진짜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사람 피부와 비슷한 것인데 얼굴에 붙이면 우리 같은 노인네들도 네가 인피 가면을 썼는지 구별할 수 없을 거야.”진서준이 물었다.“그런 건 어디에서 구해야 하나요?”“네가 직접 구할 필요는 없어. 내가 사람을 보내서 받을게. 너는 이제 신분을 숨기고 편안한 곳에서 수련하다가 3월에 인피 가면을 쓰고 신농산에 가면 돼.”진서훈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금운에 있는 운대산으로 가서 수련을 계속하겠습니다.”진서준도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그는 마지막 두 달 동안 자신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키우고 싶었다.“서준아, 반드시 힘의 한계를 알아야 해!”진서훈이 진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진요한을 구하는 이 임무를 진서준에게 맡기는 것은 확실
진서준이 떠난 후 봉호전 참가자들의 열정은 더욱 높아졌다.진서준 덕분에 그들은 젊은이도 오래된 대종사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젊은 무인들이 경지를 뛰어넘는 싸움에 도전했지만 대다수는 얼굴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린 채 패배했다.하지만 몇몇 특별한 예외도 있었다.동북 조씨 일가의 조기강은 올해로 마흔다섯 살이었지만 무도계에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속했다.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사급 대종사에 오르는 것은 무도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조기강은 검술을 수련하고 있어 내공 종사보다 더 어려운 길을 걷고 있었다.오늘 봉호전에서 그는 7연승을 거두었다.마지막 상대는 매우 유명한 대종사였다.그 대종사 역시 4급이었는데 오래된 대종사여서 같은 경지에서는 적수가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더군다나 조기강은 연속으로 일곱 번 싸운 뒤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다.모두가 조기강이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단 세 번의 검으로 그는 오래된 대종사를 이겼다.이후 국안부에서도 조기강을 더 이상 참가시키지 않고 바로 귀가하게 했다.하루 동안 진서훈과 그 일행은 적지 않은 유망한 인재들을 발견했다.그러나 그 유망한 인재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유명한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강남의 서씨 가문, 남서의 유씨 가문, 북서의 유씨 가문, 동북의 조씨 가문.경성의 사대 가문에서도 많은 강자들이 등장했다.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남주성의 진서준이었다.표면적인 경력만 보면 진서준은 신분이 가장 낮은 편이었다.특히 진서준이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두가 더욱 놀랐다.“이게 전설의 삼십 년 하동, 삼십 년 하서, 젊은이를 얕보지 말라는 말인가?”“진 마스터님은 당연히 절세의 천교지!”“이제 호칭을 바꿔야지. 앞으로 진 마스터님 말고 용존 이라고 불러야 해!”일부 천교들은 진서준의 소식을 듣고 그를 가볍게 여기며 과장된 것으로 생각했다. 또 어떤 이들은 진서준과 겨뤄보고 싶어 했다.진서준이 정말 그렇
“그렇게 신신당부해도 듣지 않더니 이제야 급해진 거지?”은기훈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씨 일가에서 은범이 가장 쓸모없었다.동갑내기 중에서는 이미 종사가 된 사람들도 있었는데 은범은 이제 겨우 암경에 도달한 상태였다.“문 종사가 이렇게 다쳤는데 나도 더 이상 방법없다. 살고 싶다면 그놈이 말한 대로 해라.”은기훈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버지! 그건 은씨 일가의 체면을 완전히 잃게 하는 거잖아요!”은범은 망연자실했다.만약 그가 정말 진서준에게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면 은씨 일가는 완전히 체면을 잃게 될 것이었다.“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할아버지에게 칠급 대종사를 요청할 거냐?”은기훈이 은범을 노려보며 질책했다.“네 할아버지가 문 종사가 이렇게 심각하게 다쳤다는 걸 알게 되면 네 가죽을 벗겨내도 시원치 않아 하실 거다!”은기훈이 자기 할아버지를 언급하자 은범은 무서워서 머리를 급히 움츠렸다.늙은 세대 사람들은 생사의 전투를 경험한 사람들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보통 엄격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자손들에 대한 요구도 엄했다.은범은 두 세대를 거친 인물이었고 가문도 번성하다 보니 모든 일을 하나씩 철저히 가르칠 수는 없었다.은기훈 혼자서도 세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다.그중에서 은범이 가장 걱정되는 존재였다.“지금까지 너는 온실 속 화초였다. 이제는 비바람도 겪어봐야 해.”은기훈이 엄숙하게 말했다.“대장부는 굽혀야 할 때 굽힐 줄 알아야 한다. 네가 나중에 강해져서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게 하면 될 것 아니냐!”은범이 한 마디 덧붙였다.“남자는 무릎을 함부로 꿇으면 안 되잖아요.”“그럼 죽을 때까지 기다려라!”은기훈이 은범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바로 돌아섰다.아버지가 정말로 자신을 신경 쓰지 않자 은범은 고민하기 시작했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젠장, 무릎을 꿇는 게 뭐 대수야? 나도 할 수 있어! 나중에 기회를 잡으면 죽여버릴 거야.”밤이 깊어졌다.허사연과
진서준이 예약한 7성급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은 거의 만차였다.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나왔기 때문에 자연히 인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또한 주차장에 있는 차들은 모두 수억 원 이상의 고급 차들이었다.심지어는 몇십억 급의 한정판 스포츠카도 몇 대 보였다.“역시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장소여서 그런지 부자들이 많네.”진서준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런 생활은 예전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이제는 그의 일상이 되었고 정말 꿈만 같았다.“사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장소는 경성이 아니라 명주시예요.”허사연이 수정했다.“처음 알았네.”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그는 경성에 부자들이 가장 많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을 들어본 적 없나 보네요. 경성은 대한민국의 경성이지만 명주는 전 세계적인 명주라고 했어요.”허사연이 웃으며 말했다.“비록 네티즌들의 농담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해요.”현재 명주는 국제적인 대도시가 되었다.해외의 뉴욕이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 비길 수 있을 정도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두 가문도 모두 명주에 있었다.마씨 일가와 왕씨 일가였다.두 가문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모두 익숙한 가문이었다.경성 4대 가문도 부유했지만 그들은 모두 비교적 조용하게 활동하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경성 4대 가문은 주로 무도 쪽을 수련했기에 마씨 일가와 왕씨 일가와는 결이달랐다.마씨 가문과 왕씨 가문은 철저한 상인으로 오직 돈만을 추구했다.하지만 이 두 집안에서 후원하는 대종사도 많다.돈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었고 믿을 만한 대종사를 찾아서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허사연의 설명을 들은 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사연아, 네 덕분에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네.”허사연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진서준은 언제까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진서준 일행이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곧바로 직원이 다가와 맞이했다.“예약했어요.”
신수란도 주해준이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김평안 외에는 은청준이 싫어할 만한 사람이 여기에 없었다.조슬기와 배수정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김평안은 그냥 방치되었다.“김평안, 경고하는데 넌 4대 종문 대회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주해준이 김평안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4대 종문 대회에 외부인이 참가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우승을 따내려면 각 종문에서 5번의 승리를 거둬야 해. 네가 혼자서 다섯 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진서준은 승리 조건에 대해서 이미 장로 세 명의 대황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5번의 승리를 거두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왜냐하면 이번에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부 다 고수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김평안은 반드시 천년병제련을 손에 넣어야 했다.진서라의 체내 독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초는 이제 이 천년병제련 하나만 남았다.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약초를 손에 넣어야 했다.진서라의 병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유지수도 전에 자기가 이번 4대 종문 대회에 등장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진서준은 천년병제련을 손에 넣을 뿐만 아니라 허사연의 복수도 해야 했다.진서준은 유지수에게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생지옥에 떨어뜨리겠다고 결심했다.“그래서 뭐 어쩌라고?”주해준의 경멸이 가득한 말투에 김평안은 차분하게 되물었다.“내가 너라면 염치없이 여기 눌러앉아 있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나갈 거야. 네가 슬기 후배를 구했다고 해서 우리 곤륜 사람이 되었다는 착각은 집어치워.”주해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뭐 어쩌라고?”진서준은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주제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야. 다음에 곤륜에서 제자를 모집할 때 너도 한번 지원해 봐. 아마 네가 슬기 후배를 구해 준 덕에 우리 곤륜에서 널 조금 봐줄 수도 있을 거야.”주해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그래서 뭐 어쩌라고?”진서준은
“이 제안 좋네요. 사실은 곤륜에 오기 전 난 경성에서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어요.”은청준이 겸손함 없이 당당하게 말하자 조슬기는 입을 삐죽이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평온 씨 앞에서도 감히 노래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내 목소리는 평온 씨와 비교할 순 없지만 평온 씨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고 장담해.”은청준은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럼 다들 동의했으니까 노래하러 가죠.”조슬기가 김평안을 바라보며 물었다.“김평안 씨, 이 제안 괜찮은가요?”“저는 괜찮습니다.”김평안이 고개를 끄덕였다.“40대 중반 아저씨가 우리 같은 젊은 청년과 어울려 놀 수 있어?”은청준이 슬슬 비꼬자 조슬기가 은청준을 쏘아보며 받아쳤다.“누굴 아저씨라고 하는 건가요?”“됐어, 나도 그만할게. 얼른 가자.”은청준은 조슬기의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은청준은 도대체 왜 조슬기가 이 중년 아저씨를 이토록 챙겨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새파란 20대인 자기가 이 40대 아저씨보다도 매력이 더 없단 말인가?조슬기 일행은 택시 몇 대를 잡아타고 얼른 시내로 향했다.송산 소림이라는 관광지 덕분에 시내 경제는 급성장해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현대적인 도시 느낌이 물씬 났다.배수정은 산에서 내려온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매번 산에서 내려올 때마다 여성용품을 사곤 했다.조슬기 일행은 인테리어가 화려해 보이는 유흥업소로 들어가 가장 큰 방을 예약하고 모두 방으로 들어갔다.그 뒤를 따르던 제자들은 대부분 은청준 후배였고 곤륜 시험을 통과해 들어온 사람들이었다.그러니 노래 같은 건 이들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어서 굳이 한 명씩 따로 가르쳐줄 필요가 없었다.잠시 후, 모두가 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반면, 진서준을 비롯한 몇몇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기만 할 뿐, 이들과 함께 즐기지 않았다.“김평안 씨, 혹시 평온 씨와 아는 사이인가요?”조슬기가 의심스럽게 묻자 진서
조슬기는 바로 김평안을 잡으며 대꾸했다.“아니요, 이번엔 김평안 씨랑 함께 있으니까 절대 문제가 없을 거예요.”“이장로님, 저희도 슬기 후배와 함께 가겠습니다.”이때, 은청준이 갑자기 나섰다.은청준이 함께 가겠다고 하자 조슬기는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틀 후면 대회가 시작할 건데 너희는 아직도 내려가서 놀려고 해?”“우리 후배 신변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은청준이 진지하게 나오자 조슬기는 입술을 비쭉이며 말했다.“김평안 씨 하나만 있어도 안전은 문제없어요.”“그 사람은 실력이 부족해 널 보호할 수 없어.”은청준은 김평안의 체면도 고려하지 않고 전혀 거리낌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만해, 그만 떠들어.”주자청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내려가고 싶으면 은청준 일행과 함께 내려가.”그제야 은청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은청준은 절대 조슬기와 김평안이 단둘이 있는 꼴을 지켜볼 수 없었다.“함께 가면 가죠.”조슬기는 은청준을 노려보며 불쾌하게 말했다.곤륜 사람들까지 산에서 내려가 놀려고 하자 장백과 남사에서 온 제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하나둘씩 장로에게 휴식을 요청했다.“그럼 오늘 하루만 허락할게.”장로의 한마디에 모두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감사합니다, 장로님!”그중 몇몇 제자들은 처음으로 숭산에서 내려가게 되었다.숭산에 오늘 길에 목격한 길가의 세속적인 풍경이 그들에게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겼다.이번에 어렵게 산에서 내려오게 될 기회가 생기자 다들 당연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김평안 씨, 우리 가요.”조슬기는 김평안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그때 지현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평온아, 너도 함께 내려가.”“네?”배수정은 스승님이 산에서 내려가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흠칫 놀랐다.“우리 숭산에 특별히 대접할 만한 게 없잖아. 산에서 내려가면 네가 알아서 손님들을 잘 대접해 줘.”지현민이 이유를 밝혔다.“네, 스승님.”“저놈들이 산에서 내려가서
“신농 사람들 뭐 하는 거야? 이틀 후면 시작인데 왜 아직도 안 오지?”남사 사장로 문추원이 참지 못하고 불평을 터뜨렸다.남사와 곤륜, 그리고 장백은 이미 숭산에 온 지 15일이 넘었는데 신농 사람들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신농 사람들은 항상 잘난 척하며 온갖 허세를 다 부리잖아. 너희도 잘 알잖아.”“맞아, 매번 뭐 할 때마다 가장 늦게 온다니까.”“내가 듣기로는 작년 신농에서 제자 모집할 때 조건을 크게 낮췄다고 하더라. 그러니 이번에 모집된 제자들도 별로일 거야.”그 말을 듣자 은청준이 즉시 입을 열었다.“저 사람은 본래 신농 제자였습니다.”“뭐라고요? 이 사람이 신농 제자였다고요?”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고 장백과 남사에서 온 장로들도 전부 김평안을 의아하게 쳐다봤다.“그런데 왜 혼자 왔어? 신농 사람들은 어디 갔어?”그러자 은청준이 나서서 해명했다.“저 사람이 말하길 신농에 들어갔다가 스스로 신농에서 나왔다고 하던데요.”그 말에 현장은 한순간 술렁였다.“그건 무슨 헛소리야? 신농이 뭐 동네 화장실이야?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고 나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나가는 곳이야?”“신농은 비록 온갖 잘난 척은 다 하지만 실력은 있잖아. 절대 네가 쉽게 나갈 수 있을 리 없어.”“누구는 헛소리 칠 줄 몰라 안 치는 줄 알아?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사람들이 김평안을 비웃기 시작하자 은청준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김평안을 도발하기 시작했다.“김평안, 너 해명 안 할 거야?”“무슨 해명?”김평안이 의아해하며 되묻자 은청준이 차갑게 말했다.“무슨 해명이겠어? 난 네가 아예 신농 시험도 통과 못 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거야. 신농은 4대 종문 중 하나잖아. 시험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신농에 어렵게 들어갔는데 네 마음대로 나온다고? 증거가 있기나 해?”그러자 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왜 내가 너한테 그걸 증명해야 하지?”사실 은청준이 증거를 내놓으라고 명령할 자격은 없었다.“이유는 없어. 단지 네가 증명할 용기가 없어서
“이장로님, 그만하세요. 굳이 그분과 입만 아프게 해명할 필요는 없잖아요.”조슬기가 나서서 이장로를 설득했다.조슬기는 예전에 아버지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 주자청과 문추원 사이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이 두 사람이 서로를 이렇게 못마땅해하는 이유는 한 여자로 인해 시작되었다.아버지의 말로는 두 사람이 젊었을 때 공교롭게도 한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 여자 때문에 둘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싸웠었다.직접적인 충돌은 열 번이 넘었고 승패는 반반이었다.하지만 나중에 그 여자는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두 사람은 서로가 없었으면 그 여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며 그 원한을 지금까지 이어 온 것이었다.둘이 실랑이를 벌리는 사이, 김평안이 스님 한 명을 따라 들어왔고 모두의 시선이 즉시 그쪽으로 끌렸다.“이 사람이 바로 김평안인가? 별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데?”“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 동북 검선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 수 있겠어?”“저 곤륜 중주 따님이 이 중년 아저씨에게 관심 있는 건 아니겠지?”조슬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활짝 웃으며 김평안에게 다가갔다.“김평안 씨, 드디어 오셨네요.”조슬기는 이미 숭산에서 10일 정도 있었고 지루한 나날을 힘들게 보내고 있었다.그러니 오매불망 그리던 김평안을 보니 신날 수밖에 없었다.“조슬기 씨, 안녕하세요.”진서준은 매우 공손하게 조슬기에게 인사했다.진서준이 갑자기 이렇게 격식을 차리자 조슬기는 순간 당황했고 이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조슬기는 애써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물었다.“김평안 씨,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서남 지역에서 볼 일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늦었죠.”진서준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요 며칠 사이 진서준은 한가할 시간이 없었다.허사연의 다리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성약당에 부탁해 여러 가지 약재를 보냈고 매일 마사지와 침술을 해주었다.그
“뭐라고요? 김평안 씨가 오셨다고요?”김평안의 이름을 들은 조슬기는 눈을 반짝이며 바로 일어섰다.조금 전의 우울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은청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서남 지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은청준은 진서준을 싫어했고 심지어는 거의 손을 대며 싸울 뻔했을 정도였다.그렇게 불편한 진서준이 오자 조슬기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은청준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지현민 지주, 김평안 씨는 우리 조슬기 씨 생명의 은인이십니다.”곤륜 이장로가 일어나서 말했다.“그 김평안 씨를 들여보내.”지현민이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김평안의 정체에 대해 수군대고 있었다.대기실 안에는 세 종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종문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이들은 대부분 4대 종문 천재들 간의 싸움을 관전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4대 종문에 입문할 수 있는 청년들은 전부 절세 천재였는데 이들의 전투를 볼 수 있는 건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하지만 숭산 소림에 들어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들어온 사람은 반드시 명성이 자자하거나 지의방에 이름을 올린 유명 인사여야 했다.이외에도 4대 종문이나 숭산과 일정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저 사람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듣기로는 검술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 검도만 따지고 보면 동북 검성 조기강과 견줄 만하다고.”“그 사람의 실력도 상당하다고 하더라고. 이번에 온 이유는 관전하러 온 건지, 아니면 직접 참가하러 온 건지 모르겠네.”“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4대 종문 천재들 앞에서는 찍소리도 내지 못할 거야.”사람들이 수다를 떨며 김평안을 토론하는 걸 보니 대다수가 김평안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던 배수정은 그 이름을 듣자 동공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배수정은 김평안이 바로 진서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이 왜 여기 온 건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소림에서
배수정이라는 이름을 들은 양지천은 입술이 살짝 떨렸다.옛날 양지천이 구애하려고 애썼던 여자가 이제는 지선의 자질을 가졌다니,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양지천, 넌 지현민 지주님의 그 제자랑 아는 사이인 거야?”백운성의 질문에 양지천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배수정이 불문에 입문하기 전 우리는 친구 사이였습니다.”“지현민 지주님, 그 제자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평온은 아직 수련 중입니다.”지현민이 차분하게 대답했다.“그 제자의 지금 실력은 어떤가요?”백운성이 궁금해하며 다시 물었다.“평온의 천부적인 재능은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이 말에 백운성을 비롯한 사람들은 전부 할 말을 잃었다.현재 소림 지주인 지현민보다도 더 뛰어난 재능이라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불법은 너무나 깊고 어려워 대다수 사람은 불법의 의미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그런데 지현민이 말하는 20대의 여자가 불법에 대한 깨달음이 자기보다 뛰어나다니, 이건 단순하게 자기 제자를 칭찬하려는 의도가 아닐까?“승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지현민이 한마디 덧붙였다.백운성은 그 말에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말했다.“그렇다면 그 제자가 정말 궁금하군요.”“평안은 불문에 입문했으니 평온에 대한 다른 생각은 접어두세요.”지현민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자기가 살짝 드러낸 작은 욕심을 이내 지현민이 눈치채자 백운성은 살짝 당황했다.각 종문은 천재를 놓치지 않고 앞다투어 모셔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이 젊은 천재들이 바로 종문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이었다.배수정이 불법에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면 무도도 틀림없이 강할 것이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중, 갑자기 문밖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스승님, 평온이 스승님께 인사드리고자 합니다.”그 말을 들은 모두가 급히 고개를 돌리자 한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걸 확인했다.여자의 두 눈은 깊은 호수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표정도 차분했다.여자의 시선은 오직 앉아 있는 지현민에게만 향해 있었고
송산은 소림의 발원지, 불교 선종의 조종, 천하제일의 명찰이기도 했다.20여 년 전, 대한민국이 대재앙을 겪을 때, 소림의 주지가 열여덟 나한을 이끌고 국경으로 달려가 해외 강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다.그 전투에서 주지가 입적했고 열여덟 나한 중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소림은 그 전투 이후 급속도로 몰락했고 한때의 자자한 명성을 잃어버렸다.옛날의 소림은 다섯 번째 은세 종문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기세를 보였지만 대한민국 대재앙으로 소림은 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국안부는 그 은혜를 늘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최근 서북 전투에서 부주지 지현진도 거기서 사망하자 소림의 상황은 더더욱 급격하게 악화했다.배수정은 서북에서 돌아온 후 주지 지현민에게 정식 제자로 받아들였다.그 후, 배수정은 매일 방 안에서 경을 외우고 도를 닦았다.송산 소림은 이번 4대 종문 대회의 개최 장소로 지정된 후 그 어떤 방심도 할 수 없어 한 달 전부터 이미 대외적으로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았다.그 후로 더 이상 어떤 관광객도 숭산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절은 한 점 먼지 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었다.소림이 모집한 제자들 대부분은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고 무도 세계를 잘 아는 제자들만 남아 있었다.며칠 전, 장백에서 사람들이 왔다.곤륜처럼 장백도 장로 한 명이 젊은 제자들을 이끌고 왔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장백의 제자가 아니었다.그 사람은 예전에 배수정의 사랑을 얻으려고 애썼던 양지천이었다.양지천은 배수정이 송산 불문에 입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에 그 진위를 확인하려고 왔다.응접실에 장백 일행이 앉아 있었다.삼장로 백운성이 먼저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지현민 지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풍채가 여전하군요.”백운성과 지현민은 나이가 비슷했는데 두 사람 모두 100세에 가까웠다.젊었을 때는 한 번 승부를 겨뤘던 사이로 두 사람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저는 나이가 들 대로 들었으니 장백의 삼장로인 백 장로님처럼 될 수는 없지요.”
허윤진의 부러진 팔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그녀가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상처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맞아요, 윤진 언니, 앉아서 좀 쉬어요.”진서라가 허윤진을 앉히며 말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달려왔다.“진서준 씨와 저희 아가씨가 돌아오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허윤진은 벌떡 일어나며 허사연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달려갔다.“서준아! 유정아! 괜찮아?”“우린 괜찮아, 이분들을 소개해 줄게.”진서준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이 분은 샛터 소하비 왕자님이고 이 분은 샛터 예린 공주님이야.”허윤진은 이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늘이 초면이었다.샛터 왕실이라는 말에 진서라와 허사연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을 이 자리에 초대할 수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진서준 일행은 응접실로 향했다.“진서준 씨, 사업 얘기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소하비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유정아, 국색천향 몇 알 가져와.”진서준의 말에 유정이 바로 사람을 보냈다.잠시 후, 하인들이 국색천향을 들고 다가왔다.그 약을 보자 소하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이건 무슨 약이죠? 어떤 효능이 있죠?”진서준이 느긋하게 설명했다.“국색천향이라고 불리는 이 약은 피부를 보호하고 미용에도 좋으며 수명을 연장하는 효능까지 있습니다.”“뭐라고요? 수명 연장이요? 정말인가요?”소하비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믿기지 않으면 일단 하나 먹어봐요.”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약을 건넸다.“좋아요.”소하비는 약이 독약이 아닐지 걱정할 새도 없이 바로 한 알 삼켰다.약은 소하비 입안에서 바로 사르르 녹았다.소하비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흘렀다.그 편안한 느낌에 소하비의 표정은 계속 바뀌었다.“이거, 이거 너무 신기하네요.”소하비는 감탄을 연발했다.소하비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와 지금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지만 국색천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