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디 한 번 계속 그렇게 욕 해봐.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말할 기력도 사라질 테니까!”박만년이 허사연을 조롱했다.그가 허사연에게 먹인 약은 본인이 직접 조제한 약이었다.그리고 그 약효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약보다 훨씬 강렬했다.아무리 정조를 지키는 여인이라고 해도 이 알약 한 알이면 3분도 채 되지 않아 발정 난 암퇘지처럼 변해버린다.박만년은 소파에 앉아 허사연이 제 발로 걸어와 자신에게 매달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허사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열이 올랐고 방 안이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허사연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진서준이 가르쳐주었던 아이스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일전, 허사연이 은영과를 먹었을 때, 진서준은 허사연의 몸이 얼음에 특화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가르쳐 줬다.얼음에 특화된 몸이라면 장점은 꽤 많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아이스계의 선법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하게 연마할 수 있었다.그렇게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아이스 권법을 가르쳐 주게 되었다.아이스 권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허사연의 몸속을 파고들던 뜨거운 열기가 가까스로 억눌렸다.박만년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이미 3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발정이 안 나는 거지?“참을성 하나는 대단하네!”“됐어, 내가 직접 움직이지. 굳이 네가 매달려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천천히 몸을 일으킨 박만년이 천천히 허사연에게 다가갔다.허사연도 다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허사연이 큰소리로 외쳤다.“난 원하던 여자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거든. 그러니까 인제 그만 포기하고 즐기는 게 좋을 거야!”박만년은 순식간에 허사연의 앞으로 다가갔다.짝-!곧이어 박만년은 허사연의 겉옷을 단숨에 찢어버렸다.허사연은 겉옷과 반팔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박만년이 오늘 밤 작전을 실행한 이유는 바로 그가 자신의 지원군을 데리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지난번, 진서준과의 대결에서 그는 적잖은 수모를 당했다.만약 다시 진서준과 정면 대결을 하게 된다면 분명 이길 수 없을 것이다.복수를 위해 박만년은 체면도 버리고 남조에서 세 명의 대종사를 더 불러오기까지 이르렀다.비록 세 사람 다 1급이었지만 어찌 됐든 대종사로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4대 1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질 수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대종사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사실 진서준은 박만년이 자신의 지원군을 데리고 등장했을 거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다 같이 덤벼. 저 자식 무조건 죽이는 거야!”박만년이 소리를 지르며 제일 먼저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다른 세 사람도 조금의 주저 없이 진서준에게 곧장 달려들었다.박만년이 조금 전에 했던 말 때문이었다. 그들은 진서준만 죽이면 남은 세 여자와 한 명씩 잘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조금 전, 밖에서 염탐 중이던 세 사람은 허사연 일행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만약 박만년의 실력만 아니었다면 세 사람도 진작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지금, 세 사람은 빨리 진서준을 해치우고 예쁜 여자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네 명의 공격에도 진서준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열기와 혈해를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진서준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1급 대종사를 겨냥해 우선적으로 공격했다.우선 가장 약한 자부터 해치우는 것이 진서준의 전략이었다.우선 가장 약한 세 명부터 해치우고 마지막으로 박만년을 죽일 생각이었다.검의 날은 빛에 반사되어 섬뜩한 빛을 내뿜었고, 그의 움직임은 나비처럼 얇으면서도 압도적인 힘과 속도를 품고 있었다.“조심해. 절대 정면으로 맞서선 안 돼! 이 녀석 실력은 나랑 비등비등한 수준이란 말이야!”박만년이 다급하게 큰 소리로 경고했다.하지만 그 1급 대종사는 박만년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20대 초반
강기가 스쳐 지나간 바닥은 순식간에 부서져 잔해로 변해버렸다.진서준은 그 두려울 정도로 강한 강기를 보며 두 손으로 검은 단단히 잡고는 몸속의 모든 영해를 전부 그 천문검에 쏟아부었다.칼날이 밑으로 향하자 그 강기와 정면으로 부딪쳤다.순식간에 방 두 개를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강지자 진서준의 검에 의해 두 갈래로 갈라졌다.쿵...강기에 담긴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거실의 안의 모든 것들이 가루로 되어갔다.하지만 이미 주방으로 피신한 덕에 허사연 자매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하지만 그 두려운 힘을 목격한 네 사람의 심장박동이 목 끝까지 쿵쿵 울려댔다.“서준아...”“오빠...”네 사람은 진서준이 걱정되면서도 그에게 묘한 죄책감을 품고 있었다.진서준을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들이 너무 무능하고 쓸모없게 느껴졌다.그 순간, 허사연의 몸에 들어간 알약의 약효가 다시 발동했다.조금 전, 허사연이 이미 아이스 권법을 사용했지만 그 기술은 약효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고 잠시 억제만 할 뿐이었다.허사연은 다시 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 권법으로 약효를 억제하려 애썼다.진서준을 도와줄 수 없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 시점에 진서준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언니, 왜 그래?”허사연의 상태를 발견한 허윤진이 다급히 물었다.허사연은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모든 집중력을 기술에만 쏟아부어야 했다.“그 알약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김연아가 말했다.허윤진이 허사연의 어깨를 만져보았다.“어머! 너무 뜨겁잖아!”지금 허사연의 몸은 불덩이 그 자체와 다름없었다.“언니, 지금 몸 상태 어떤 것 같아?”허윤진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무 대답 없는 허사연에 허윤진의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펑펑!박만년이 데리고 온 두 대종사 역시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졌다.그렇게 두 사람은 눈도 감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그들이 함께 손을 잡아도 진서준의 검을 당해내지 못했다.박만년은 살기가 가득 찬 진서준을 바라보
박만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진서준에게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는 진서준이 여기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지금의 진서준을 분명 마지막 남은 힘을 겨우 짜내고 있었으니 말이다.어쩌면 자신을 위협하려고 일부러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무슨 카드인지 어디 한 번 꺼내 봐. 내가 너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박만년이 냉소를 흘리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진서준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그의 몸 위로 혈기가 퍼지더니 혈해의 힘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절반도 안 되는 영기로 박만년을 죽이려는 건 그야말로 허황한 망상에 불과했다.진서준이 모든 영기를 끌어모아 일격을 날리는 게 아닌 이상, 박만년을 죽일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지금 진서준은 체내에 넘쳐나는 혈기에 의존에 사력을 다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진서준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혈기를 바라보며 박만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자식이,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 것 같아?”성공을 코앞에 둔 박만년은 진서준에게 역전당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만약 정말 진서준에게 역으로 살해당한다면 저승에 간다고 해도 절대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았다.박만년은 두 주먹을 휘둘러 뱀처럼 피어오른 강기를 진서준에게 날려 보냈다.진서준은 주먹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펑펑!거대한 두 구렁이는 탱크 한 대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었지만 진서준의 주먹 앞에서 힘없이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자세히 보니 진서준의 주먹에는 얇은 혈기가 둘려 있었다.그 혈기는 마치 전국 시대 장군들이 입던 갑옷처럼 단단했다.진서준의 별장은 계속 진동하고 있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었다.진서준의 눈빛에 냉기가 들어차더니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인 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의 몸이 활처럼 팽팽해졌다.극도로 긴장된 온몸의 근육이 꿈틀대더니 진서준은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하
진서라가 김연아를 보며 말했다.별장은 한쪽 벽만 남겨놓고 다 무너져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김연아는 진서라와 함께 힘을 합쳐 진서준을 부축했다.“큰일 났어요, 서준 씨. 우리 언니 좀 봐주세요!”그 순간, 허윤진이 크게 소리치며 달려왔다.그녀는 허사연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체온은 아까보다 훨씬 뜨거웠고 허사연의 온몸이 불에 달궈진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얼른. 나한테 업혀!”진서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는 진서라와 김연아의 도움으로 허사연의 앞에 가까스로 도착했다.“사연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방금 그 영감탱이가 발정 약을 먹였거든요...”허윤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뭐라고요?”진서준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주먹 한 방으로 박만년을 쉽게 보내준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진서준은 허사연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그녀의 몸은 끓는 물처럼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빨리 사연이 옆집으로 옮겨요!”허윤진은 그 말에 망설임 없이 허사연을 업고 별장으로 달려갔다.“이제 어떻게 하죠?”옆 별장에 도착하자 허윤진이 진서준에게 물었다.“저도 지금 남은 영기가 얼마 없어요. 사연이를 구하기 위해선 그 방법 하나예요.”진서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무슨 방법인데요?”“그... 짓을 하는 거요...”지금 진서준은 매우 지쳐있었다. 지금 남은 영기만으로는 허사연의 몸 안에 있는 사악한 불길을 내보낼 수 없었다.허윤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말했다.“그럼 빨리해요!”어차피 허사연과 진서준은 언젠가 그런 짓을 할 사이였다.다만 그 기일이 조금 앞당겨 졌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건 허사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다.“우선 사연이부터 침실로 옮겨. 나도 일단 쉴 테니까.”진서준이 말했다.방금 혈용권을 사용한 진서준은 이미 탈진 상태였다.그에게는 잠시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그럼 최대한 서둘러요. 시간 더 지체했다간 우리 언니 죽어요!”허윤진은 진서준을 재촉하며 허사연을 침실
“깼어?”진서준을 바라보는 허사연의 눈빛은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어젯밤, 두 사람은 결국 마지막 단계까지 다다랐순간까지 뜨겁게 불을 지폈다.비록 허사연은 약효에 영향을 받아약기운 때문에 머리가 좀 흐릿했어지러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젯밤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에 깨어났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성공적으로 경지를 돌파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윤진 씨가 방금 나 부르지 않았어?”진서준이 물었다.“응.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들어오라고 할까?”허사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 우리 둘이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있는데 들어오게 한다고?”진서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사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금 그와 허사연은 벌거벗은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데, 고작 얇은 여름 이불 하나에 의지해 몸을 가리고 있었다.이불도 아주 얇은 여름 이불에 불과했기에 완전히 몸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이불 하나로는 그들의 중요한 부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그런데 만약 허윤진이 지금 들어온다면 그대로 거품 물고 쓰러지지 않을까...“그게 뭐 어때서? 우리 전에 목욕도 같이한 사이인데? 그리고 앞으로 윤진이랑도 이런 짓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떡해?”허사연이 반박했다.꼴깍...진서준은 마른 침을 삼키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전에 허윤진은 허사연과 함께 그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그런데 허윤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진서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허사연이 또 직접 이 말을 했으니 진서준도 더 이상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새 사람 만났다고 나 버리면 안 돼. 만약 나랑 아흔하고 날 버린다면 우리는 절대 서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허사연은 진서준의 가슴팍을 깨물어 키스 마크를 남기며 으름장을 놓았다.“아니야. 내가 어떻게 널 버릴 수 있겠어?”진서준이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맹세했다.“나 진서준은 하늘에 맹세한다. 절
“어제 박만년과 격투를 싸우다가 벌이다가 옷이 전부 찢어져서요. ”“그리고 바지는라면 사연이가 찢었...”직접 말하자니 더욱 부끄러워져 진서준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어? 그럼 형부 지금 아무것도 안 입은 거예요?”허윤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진서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녀의 말은 진서준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빨리 옷이나 가지러 가요!”“네,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줘요.”허윤진은 그대로 진서준의 방으로 가 옷 한 벌을 가져와 주었다.“우리 언니는요? 옷 안 필요하대요?”“아쉽지만 제 별장에는 언니 옷이 없어서요. 근데 정이가 전에 여기 살면서 남겨뒀던 옷이 있으니까 언니도 입을 수 있을 거예요.”잠시 생각에 잠긴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이 별장은 진서준이 혼자 살던 별장이었지만 나중에는 유정과 고한영도 한동안 머무르게 되었었다.“윤진아, 나도 서준 씨 옷으로 부탁해. 다른 사람 옷은 입기 싫어서 그래.”먼 곳에서 허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은 허사연보다 훨씬 큰 키를 갖고 있었던 탓에 허사연은 진서준의 옷도 모두 입을 수 있었다.곧 허윤진은 그녀의 말대로 진서준의 옷 한 벌을 더 챙겨왔다.“고마워요.”옷을 받은 진서준은 대충 감사 인사를 전하고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다.이후 두 사람은 각자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이윽고 옷을 다 챙겨입은 진서준은 허윤진이 허사연에게 겨우 운동복 한 벌만 가져다줬다는 것을 발견했다.트레이닝복은 원래 헐렁한 데다가 속옷도 입지 않은 허사연이 입으니 걸을 때마다 묵직하고 말랑한 무언가가 걷잡을 수 없이 출렁거렸다.진서준의 눈길도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했다.“뭘 봐.”허사연이 짓궂은 눈빛으로 진서준을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어젯밤에 충분히 많이 만졌잖아.”얼굴이 화끈 달아오른얼굴이 화악 달아오른 진서준은 어색해진 분위기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자, 이제 씻고 와.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그렇게 두 사람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자기가 금운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오늘은 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자!”진서준은 아직 몸이 덜 회복됐다고 느꼈다.어제 박만년이랑 그렇게 싸우고, 허사연을 위해 해독약까지 찾아다녔었다.저녁에 아우디 차 한 대가 진서준의 집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한 여자가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눌렀다.“누구세요?”허윤진이 나가서 문을 열었다.문을 열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보더니 허윤진의 눈에 분노가 떠올랐다.“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네가 무슨 염치로 여길 와!”“내가 안 오고 진서라가 죽으면 네가 책임이라도 질 거야?”유지수는 허윤진의 말에 전혀 연연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정말 염치라는 게 없는 사람이구나!”허윤진은 유지수를 차갑게 째려보더니 마지못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유지수가 오는 것을 본 진서준의 눈에 차가운 눈빛이 돌았다.“왜 그렇게 쳐다봐? 안 반가워?”유지수는 아예 진서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약만 꺼내고 가!”진서준은 차갑게 대했다.“그렇게 매몰차게 굴지 말고 적어도 음식 대접을 해주고 가라고 해야지.”유지수는 가련한 모습을 드러냈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은 진서준의 동정심은커녕 오히려 더욱 싫어하고 역겨웠다.꼼수가 많고 이기적이다.진서준이 유지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다.지난번에 고양시에서 왕우림이 진서준에 어떤 사람이 천기각의 각주로 속였다고 말했었다.유지수를 찾아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도망쳤다.그러나 진서준은 그가 유지수에게 그 가짜 각주에 관해 물어도 말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우리 집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 빨리 나가.”허사연이 차갑게 말했다.유지수에 대해 허사연도 호감이 전혀 가지 않고 뼛속 깊이 미워한다.진서준이 유지수를 위해 감옥까지 들어갔는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지성과 결혼을 해서 아들까지 낳았다.이런 뼛속까지 나쁜 여자를 보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