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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이혁진은 소파에 앉아 손으로 가슴 결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안색이 창백했다.

이십몇 년 동안의 저혈압이 유지수 때문에 화가 나 고혈압으로 변해 버릴 것 같았다.

“그 천한 년이 다른 남자랑 애를 낳고 우리 부자를 바보 멍청이로 만들었어!”

“그래서 지금 어디 갔는데?”

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도망쳤어. 하지만 이미 보디가드한테 쫓아오라고 했어.”

이혁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진서준은 조금 의외였다. 유지수가 그렇게 똑똑해질 줄은 몰았다.

이씨 집안이 보낸 킬러더러 자신을 죽이라 했고 동시에 이씨 부자를 갖고 놀았다.

만약 자신이 이지성에게 유지수가 바람났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는 아마 평생 속고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유지수를 처벌할 필요 없어.”

진서준은 차갑게 이혁진을 보며 말했다.

“다음 생엔 좋은 사람으로 살아.”

이 말을 듣자 이혁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았다.

“설마 날 죽일 생각이야?”

“날 죽이는 건 유지수 그 천한 년의 음모를 성사하는 수밖에 없어!”

진서준은 서늘하게 웃었다.

“음모? 당신 부자는 이미 내가 작성한 사망 리스트 안에 들어있어.”

“전에 죽이지 않았던 건 천천히 괴롭히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지금 보니 당신들은 여전히 너무 위험한 것 같아.”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신들을 죽일 수밖에 없어!”

이혁진은 진서준의 태도가 이토록 굳건한 것을 보자 뼛속에 있는 독기가 폭발했다.

그는 재빨리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이건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이혁진은 총을 들어 진서준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는데 얼굴은 이미 분노에 일그러져 있었다.

진서준을 죽이고 아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멀리 도망갈 것이다.

“진서준, 네 놈이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해도 내 총에 목숨을 잃을 거다!”

“그럼 한번 해 보든지.”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의 눈엔 총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

“네가 죽은 후, 저승길 외롭지 않게 네 가족도 보내주마!”

말을 마치고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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