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비참한 죽음에 세 무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공기 속에서 피비린내가 나자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오줌을 지렸다.동료의 머리가 다른 사람에게 밟혀서 터지는 광경을 목격했으니 앞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릴지도 몰랐다.“우리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사실만 말했습니다.”세 사람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의 이마가 피로 물들었다.살기 위해서 다른 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말해!”진서준이 싸늘하게 세 사람을 바라봤다.“저희는 조씨 일가 무인입니다. 당신이 서울을 떠나게 되면 그때 손을 쓰라고 조재찬이 명령을 내렸습니다.”“살아있으면 살아있는 채로 잡아 오고 죽었으면 시체라도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앞에는 CCTV가 너무 많아서 CCTV가 없는 이곳에서 차를 들이박으려고 했는데...”그들이 조금 전 손을 쓰지 않은 이유는 CCTV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곳에서 진서준의 차를 들이박았더라면 골치 아프게 됐을 것이다.그런데 진서준이 먼저 손을 쓸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의 눈동자에 동정심이라고는 없었다.어젯밤 그는 조재찬에게 경고했었다.복수를 할 수는 있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고.이 무인들은 조씨 일가 사람들이라 진서준은 그들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그냥 이렇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반드시 시체까지 완벽히 없애야 했다.“이 자식 시체를 차에 실어.”세 사람은 진서준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랐다.세 사람은 두려움을 참으면서 동료의 시체를 차로 옮긴 뒤 자신의 옷을 이용해 길에 남은 핏자국을 깨끗이 치웠다.그런 뒤 세 사람이 물었다.“형님, 저희 이제 가봐도 될까요?”“차에 타.”진서준은 거의 폐차 지경에 이른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세 사람은 걸어서 그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차를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차가 망가졌는데...”그중 한 명이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입 닥치고 빨리 타.”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이 화를 내자
“윤진 씨, 얼른 놔요...”진서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는 최대한 조절했다.하지만 허윤진이 계속해 그를 이렇게 끌어안는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몰랐다.“앞으로 이렇게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면 놔줄게요.”허윤진은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입을 비죽였다.“약속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위험한 짓을 하지 않을게요.”진서준은 서둘러 승낙했다.“안 돼요. 성의가 없잖아요. 좀 더 성의 있게 말해요!”허윤진은 끈질기게 진서준에게 다시 말하라고 했다.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말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허윤진은 그제야 진서준을 놓아주면서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미소는 곧 사라지고 허윤진의 얼굴은 확 불타올랐다.진서준은 이때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는데 그곳이 조금씩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허윤진은 마침 진서준의 허리 쪽에 있어서 진서준의 변화를 단번에 알아봤다.비록 허윤진은 아직 연애를 해본 적이 없고 관계를 가져본 적도 없었다.그러나 이런 것쯤은 알고 있었다.“이, 이, 이...”진서준은 조금 뻘쭘했다. 그는 통제하려고 최대한 노력해 보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이승재와 권해철은 이러한 상황을 몰라서 그저 그들이 장난치는 건 줄로 알았다.허윤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권해철은 존경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 씨, 맨몸으로 빠르게 달리던 차를 막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맞아요. 조금 전에 맨손으로 막으셨잖아요. 남주성에 진서준 씨 상대가 될 사람은 없을 겁니다!”이승재도 곧바로 맞장구를 치면서 진서준을 칭찬했다.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별거 아니에요. 차 한 대일 뿐인걸요.”사실 진서준은 맨몸으로 맞선 건 아니었다. 영기를 이용해 차를 막은 것이었다.만약 영기 없이 맨몸으로 차를 막았다면 차 때문에 밀려났을 것이다.진서준은 자신의 약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그의 육체가 아직 그렇게 단단하지 않다는 점이었다.만약 체내의 영기를 전부 소모한다면 큰일이었다.그러나 몸을
이번에 허윤진이 몰래 차에 탔으니 다음번에 진서준은 더욱 조심할 것이다. 일단 차에 탄 뒤에 숨을만한 곳을 다 확인해서 절대 허윤진이 몰래 따라오게 하지 못하게 할 생강이었다.“다리 내놔요. 난 잘 거예요.”진서준이 한 말 때문에 허윤지은 화가 나서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진서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리를 뻗어 허윤진이 벨 수 있게 해줬다....고양의 어느 풍경 좋은 별장.아름다운 몸매의 여자가 화려한 별장에 딸린 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그녀의 곁에는 아이 침대가 놓여 있었다.진서준이 그 여자를 봤다면 틀림없이 놀랐을 것이다.그 여자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실종되었던 유지수였기 때문이다.유지수는 서울을 떠난 뒤 고양으로 향했다.사람은 항상 더 좋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다.유지수는 그 점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서준과 이지성도 두려워하는 곳으로 높이 올라가고 싶었다. 그러려면 반드시 전라도의 높은 사람과 연을 맺어야 했다.전라도의 부자들에게 기대어야만 유지수는 편히 살 수 있었고, 앞으로 진서준을 마주친다고 해도 그와 맞설 힘이 있었다.그리고 마침 고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지수는 파티에서 황민혁의 눈에 들었다.황민혁은 고양의 3대 가문 중 하나인 황씨 가문의 자제, 황씨 가주의 친손자로서 신분이 높았다.노력 끝에 유지수는 황민혁의 마음을 얻었고 현재 황민혁은 그녀의 요구라면 뭐든 들어줬다.저번에 허사연이 납치당한 것도 그녀가 계획한 일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황민혁이 찾은 사람들은 프로페셔널하지 못해서 허사연을 잡은 뒤 그녀를 죽이지 못했고, 오히려 유지수의 친한 친구 장혜윤이 농락을 당했다.그때 실패한 뒤로 허사연 곁의 경호 인력이 몇 배 더 늘어났다.다시 허사연을 납치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유지수는 진서준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진서준에게 복수해서 자신이 서울에서 잃었던 체면을 다시 찾아올 생각이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저녁 식사 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먼저 식사
오후 네 시, 진서준 일행은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안영에 도착했다.보운산은 안영과 한 시간 거리 정도 떨어져 있었고 고속도로가 없어서 간선으로만 가야 했다.권해철은 창문을 통해 안영의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30년, 제가 사문에 있었을 때, 전 매번 여기 안영 시내로 와서 필요한 걸 샀습니다.”“그때 안영은 후진 곳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네요!”사문을 떠난 뒤로 권해철은 안영에 거의 오지 않았었다.비록 얼마 전 한 번 와봤었지만 시내에 가지는 않고 보운산으로 곧장 갔었다.“진서준 씨, 오늘 밤은 안영 시내에서 묵고 내일 보운산으로 향하죠.”허윤진도 안영에 관심이 많았기에 진서준과 함께 그곳을 둘러보고 싶었다.진서준의 계획은 보운산 근처의 호텔에 투숙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권해철도 보기 드물게 말했다.“진서준 씨, 시내에서 보운산으로 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시내에서 묵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예요.”권해철의 말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시내에서 묵죠.”“좋아요!”허윤진이 신나서 말했다.오늘 밤 진서준고 단둘이 도시를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늘 어렵게 단둘이 있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허윤진이 매우 기뻐하자 진서준은 역시 애라고 생각했다.이승재는 5성급 호텔로 향했다.네 사람은 차에서 내린 뒤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예약했다.“스위트룸 네 개요.”룸 키를 들고 네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진서준은 자기 방을 확인한 뒤 바로 진서준을 찾아갔다. 그녀는 진서준의 다리를 베고 하루 종일 잤기에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진서준은 하루 종일 차를 탔어서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서 씻을 생각이었다.물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자 순간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피로함도 물에 따라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편안히 샤워한 뒤 진서준은 타월로 몸과 머리의 물기를 닦은 뒤 흥얼거리면서 맨몸으로 나왔다.어차피 방
“점잖은 것처럼 보였는데, 몸이 저렇게 좋을 줄이야. 군살도 전혀 없고 말이야.”허윤진은 뜨거운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작게 중얼댔다.조금 전 그저 힐끗 보았지만 진서준에게서 아주 강한 양기가 느껴졌다.“아니지, 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말 변태야! 노출증! 샤워하면서 문을 잠그지 않는다니, 나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허윤진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면서 고개를 젓더니 이를 악물면서 욕했다.그러나 허윤진이 아무리 그를 욕해도, 아무리 고개를 저어봐도, 진서준의 근육질 몸매는 계속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지금 당장 찾아가서 따져야겠어!”크게 망신당했다고 생각한 허윤진은 진서준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노기등등하게 진서준의 방을 찾아갔다.이번에 그녀는 교훈을 얻고 우선 진서준의 문을 두드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허윤진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옷을 다 입은 진서준이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방문을 열자 허윤진이 노기등등하게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일단 들어와요.”진서준이 무안하게 말했다.“비켜요!”허윤진은 그를 밀치더니 굳은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진서준은 한숨을 쉬면서 방문을 닫았다.“아까는 무슨 일로 날 찾아왔던 거예요?”진서준은 의자에 앉아서 허윤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조금 전 허윤진이 진서준을 찾은 이유는 그와 같이 밖에 나가서 쇼핑하고 싶어서였다.그러나 이제는 쇼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허윤진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이 샤워한 뒤 맨몸으로 나온 광경뿐이었다.“아까는 볼일이 있었는데 진서준 씨가...”조금 전 일을 거론하게 되자 허윤진은 곧바로 얼굴이 빨개졌다.거기에 화가 난 표정까지 더해져서 아주 귀엽고 웃겼다.“나도 허윤진 씨가 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올 줄은 몰랐죠.”진서준이 무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맨몸을 보이게 된 사람은 자신이고, 손해를 본 사람도 자신인데 왜 허윤진이 오히려 화를 내는 걸까?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허윤진의 앞에서
...진서준이 허윤진과 함께 쇼핑하고 있을 때 전라도의 조재찬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온종일 기다렸지만 진서준을 따라갔던 네 명의 무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조재찬은 네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당시 조재찬은 네 명이 이미 손을 써서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 곧 하루가 되는데 아직도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어르신, 이건 오늘 오전 서울시 기사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차 한 대가 폭발했대요.”조씨 일가 집사가 휴대전화를 들고 빠르게 걸어왔다.그 소식을 들은 조재찬은 마음이 가라앉았다.“언제 적 일이야?”조재찬이 곧바로 물었다.“오늘 오전 8시 넘어서 있은 일이에요. 우리 전라도 번호판인 듯했어요.”집사가 대답했다.그 말에 조재찬은 확신이 생겼다.“젠장, 왜 연락이 닿지 않나 싶었는데 다 죽은 거였어!”조재찬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때 성수민이 다가와서 어두운 표정으로 조재찬을 바라보았다.“오늘이면 끝난다면서? 그래서 결과가 뭔데? 우리 아들 다리 부러뜨린 놈은 죽었어?”조재찬이 뻘쭘한 얼굴로 말했다.“아직 살아있어.”“무능하긴. 당신이 실패할 줄 알았어. 역시 우리 큰아버지가 와야 했어.”성수민은 조재찬을 나무라며 말했다.“조씨 일가 사람들은 어쩜 그림 무능해? 청년 한 명 처리하지 못해?”집사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내 체면 좀 생각해 주면 안 돼?”집사가 떠난 뒤 조재찬은 화가 나고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체면은 당신 스스로 챙겨야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당신이 조금만 유능했어도 내가 이렇게 당신을 나무랐겠어?”성수민은 조재찬의 콧대를 가리키면서 욕했다.조재찬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무능하긴. 병원에 가서 우리 아들이나 보살펴. 복수는 내가 할 테니까.”성수민은 욕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방을 떠났다.성수민이 떠난 뒤 조재찬은 방 안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방 안에 깨뜨
탁현수도 진서준을 죽이려 한다는 말에 조재찬은 매우 기뻤다.그는 가격을 얼마나 높게 불러야 탁현수가 나서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참, 우 선생님. 진서준 그 자식 지금 서울에 없습니다.”조재찬이 한마디 했다.“그래요? 어디 갔대요?”우소영은 그 자식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모릅니다 아침에 뒤를 밟으라고 네 명의 부하를 보냈는데 발각당했습니다.”조재찬이 뻘쭘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요, 어차피 서울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 말이에요.”우소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가족과 여자 친구 모두 서울에 있으니 우소영은 그가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진서준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바로 얘기해줘요.”“그럼요!’전화를 끊은 뒤 조재찬의 입가가 슬쩍 올라가면서 음험한 미소가 걸렸다.“진서준, 네가 진 마스터면 뭐 어때? 네가 서울로 돌아오는 날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진서준은 순간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왜 그래요?”허윤진은 진서준의 안색이 좋지 않자 바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집에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네요.”진서준은 마음이 무거웠다.“집에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우리 언니 매일 퇴근하면 아주머니랑 서라 씨 보러 가잖아요. 걱정하지 말아요.”허윤진이 제안했다.“정 마음이 쓰이면 아주머니랑 서라 씨 우리 집에서 지내면 되잖아요. 우리 집에는 경호원도 있으니 말이에요.”진서준은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 말했다.“좋아요. 지금 당장 사연 씨에게 연락해서 오늘 저녁 서라와 어머니를 사연 씨네 집으로 데려가라고 해야겠어요.”진서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허사연에게 연락했다.“무슨 일이에요? 안영에 도착했어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물었다.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연락을 하지 못했다.“이미 도착했어요. 지금 윤진 씨랑 쇼핑하는 중이에요.”“다행이네요. 혹시
진서준은 다섯 명의 종사와 한 판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여자와 쇼핑하고 싶지는 않았다.“저녁 먹고 돌아가죠.”진서준은 시간을 보았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다.“좋아요.”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꼭대기 층을 가리켰다.“저기 음식점들 있는 것 같으니 올라가 보죠.”두 사람은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꼭대기 층에는 레스토랑들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그중 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아직 저녁 시간은 아니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진서준과 허윤진이 자리에 앉자 권해철에게서 연락이 왔다.“진서준 씨, 제가 친구랑 같이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진서준 씨 얘기를 듣더니 진서준 씨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네요.”권해철이 정중하게 말했다.“일단 밥부터 드세요. 저랑 윤진 씨도 레스토랑에 있어요.”진서준은 단칼에 권해철의 초대를 거절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두 분 방해하지 않을게요.”전화를 끊은 뒤 권해철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성이 서둘러 물었다.“권해철 씨, 진 마스터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지금 바쁘셔서 오늘은 오지 못한답니다. 보운산에서 내려오게 되면 그때 만나게 해드릴게요.”권해철이 평온하게 말했다.눈앞의 중년 남자는 안영의 갑부 유제민이었다.10여 년 전 유제민은 별장 아래에 돈이 모일 수 있는 풍수 진법을 만들어달라고 권해철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 진법을 만든 뒤로 유제민의 재운은 대단했다.그는 겨우 10여 년 사이 안영에서 손꼽히는 갑부가 되었다.진서준과 허윤진이 있는 성신 백화점이 바로 유제민 산하의 백화점이었다.진 마스터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유제민은 조금 아쉬웠다.유제민은 권해철을 아주 존중했다. 권해철이 진 마스터를 이토록 숭배하는 모습을 보니 그 진 마스터라는 사람은 분명 실력이 대단할 것이었다.“아쉽네요...”유제민은 기분이 가라앉았다.“괜찮습니다. 진 마스터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게 되면 자리를 한 번 마련하시죠. 제가 꼭 진 마스터님을 모셔 오겠습니다.”권해철이 덤덤히 말했다.“네, 그러면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