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진이 눈물을 흘리자 진서준은 순간 분노가 확 치솟아 올랐다.허윤진은 앞으로 그의 가족이 될 것이기에 절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 받게 놔둘 수 없었다.진서준은 곧바로 일어나서 빠르게 허윤진에게로 달려갔다.“진서준 씨!”허윤진은 진서준을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화장까지 전부 번졌다. 그녀는 괴롭힘당한 표정이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눈빛이 돌변했다. 서늘한 빛이 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무척 화가 났다.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조금 전에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갑자기 남자 여러 명이 절 둘러싸는 거예요. 심지어 절 만졌어요. 절 성추행하려고 했어요...”허윤진은 훌쩍거리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내가 그중 한 명의 뺨을 때렸더니 절 발로 차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절 계속 때리면서 남자 화장실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저 사람들이 술을 마셔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밀쳐버리고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허윤진이 정말로 그들에게 남자 화장실로 끌려갔더라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는 뻔한 일이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허윤진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의 복부 쪽에 발자국이 있었다.밀물 같은 살기가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농락하려고 했던 남자들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젠장, 우리를 때려놓고 도망을 쳐? 죽고 싶어?”“오늘 밤 네 X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우리가 널 마음에 들어 하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주제 파악을 못 하네!”허사연을 쫓던 청년 여럿이 달려왔다. 그들에게서는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어투도 아주 건방지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레스토랑 손님들이 안주에도 없는 듯했다.뒤에서 남자들 목소리가 들려오자 허윤진은 겁을 먹고 몸을 떨면서 두 손으로 진서준을 꼭 끌어안았다.“윤진 씨, 일단 돌아가서 앉아 있어요. 내가 복수해 줄게요.”진서준은 허윤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작게 말했다.“안 갈래요. 저
그러나 그들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중 남다른 차림새의 청년은 표정이 어두웠다.“내가 누군지 알고 있어?”그 청년은 신분이 남달랐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장소에서 허윤진에게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었다.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조금 전 허윤진에게 손을 댄 놈은 이리 나와!”“내가 때렸는데. 내가 찼어. 네가 뭘 어쩔 건데?”청년은 차갑게 웃었다. 아주 거만하게 말이다.다른 사람들도 입을 열었다.“이 자식, 네 품에 있는 여자 이리 내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에서 떠나지 못할 줄 알아.”“경고하는데 네가 지금 있는 이 백화점이 우리 형 집안의 백화점이야. 여기 경비원들 다 우리 형 말을 듣는다고.”그 말에 주위에 있던, 견식이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단번에 달라졌다. 그들은 의논이 분분했다.“세상에, 저 사람 유제민 아들이야.”“유제민? 우리 안영의 갑부잖아. 그 대단한 사람이 어쩌다가 저런 아들을 뒀대?”“죽고 싶어서 그래? 혹시라도 저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할 수도 있어.”진서준은 청력이 뛰어났기에 사람들의 대화에서 유승훈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안영 갑부의 아들이라서 그렇게 건방진 것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걸렸다. 진서준은 유승훈이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었다.진서준의 품에 안겨 있던 허윤진은 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윤진 씨, 여기 앉아 있어요. 내가 복수해 줄게요.”허윤진은 그제야 거대한 두려움 속에서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계속 진서준을 안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조심해요. 여긴 서울이 아니라서...”“같잖은 놈들이에요. 여기가 서울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요.”진서준은 유승훈 등 사람들을 힐끗 보더니 같잖다는 듯 말했다.허윤진은 테이블 옆에 앉았고 진서준은 곧장 유승훈에게로 다가갔다.“우리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알겠지? 지금 무릎 꿇고 사과하면 용서해
“아...”진서준의 발차기에는 힘이 가득 실렸다. 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면서 10여 미터 멀리 날아가서 레스토랑 벽에 부딪혔다.그의 뒤에 있던 동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유승훈과 함께 레스토랑에 부딪혀서 쓰러졌다. 술병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와장창 깨졌다.레스토랑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은 멍해졌다. 다들 일제히 진서준을 바라봤다.“이 자식 미쳤네. 상대방이 이 백화점 사장 아들인 걸 알면서 저렇게 사정없이 때리다니.”“저 자식 끝장이야. 저 여자도 능욕당하겠네.”“갑부 아들이 저렇게 심하게 맞았으니, 여기 사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저 자식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진서준이 끝장났고, 허윤진이 농락당할 거로 생각했다.허윤진은 정신을 차린 뒤 곧바로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 씨, 우리 빨리 도망가요.”“왜 도망가야 하죠? 저 자식들 팔을 아직 부러뜨리지 못했는데요. 윤진 씨에게 사과하지도 않았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결연한 눈빛으로 유승훈 등 사람들을 바라봤다.유승훈이 누구든 오늘 진서준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가족은 진서준의 역린이었다.“이 자식, 감히 날 때려? 죽어. 난 네 가족들 전부 죽일 거야!”유승훈은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진서준을 노려봤다.다른 동료들은 무척 분노하며 말했다.“이 자식, 감히 우리에게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레스토랑 사장이 백화점 경비원들을 불러왔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유승훈의 앞에 서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도련님.”“가서 저 자식 사지를 부러뜨려요. 여자는 가만히 놔둬요.”유승훈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켰다.진서준은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유승훈의 망나니 친구들을 바라봤다.“셋까지 셀게. 너희 스스로 부러뜨리지 않는다면 내가 부러뜨릴 줄 알아.”말하는 사이 경비원들이 진서준을 에워쌌다.경호 팀장은 진서준을 같잖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유승훈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네가 처리한다고? 네가 나한테 처리당하는 거겠지!”경호 팀장은 진서준과 더는 얘기를 나누지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처리해!”말을 마친 뒤 십여 명의 경비원들이 곤봉을 들고 진서준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거기에 맞는다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경비원들은 평소 갑질에 익숙해져 있었고, 오늘은 유승훈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힘을 굉장히 많이 썼다.진서준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들은 유성훈이 이 일을 알아서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승훈에게서 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들은 진서준의 실력을 너무 얕봤다.진서준은 그들의 사정없는 태도에 똑같이 무자비하게 굴었다. 그는 경비원의 팔을 하나 부러뜨렸다.빠각, 빠각...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젓가락이 부러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끊임없었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곧 전부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다들 오른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다들 전부 넋이 나갔고 입이 떡 벌어졌다.“세상에, 방금 뭘 한 거야?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저 경비원들 다 쓰러진 거야?”“이 자식 훈련을 받았었나 봐. 하지만 그래봤자지. 유승훈 씨가 경찰청장이라도 데려오면 저 자식 처지가 더 비참해질 거야.”진서준이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결국엔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사회에서는 인맥이, 신분이, 뒷배가 중요한 사회였다.뒷배가 없다면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말짱 도루묵이었다.유승훈은 헛숨을 들이킨 뒤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싸움 잘한다 이거지? 지금 당장 우리 집의 모든 경비원을 불러오겠어. 너 혼자서 백 명 넘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진서준은 유승훈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유승훈이 휴대전화를 꺼냈을 때 그의 앞에 섰다.“뭐 하는 거야?”유승훈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유승훈은 이미 벽 쪽에 서 있어서 뒤로 물러
유승훈은 집안의 외아들이 아니었다. 유제민에게는 유승훈 외에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다.하지만 말썽이 가장 많았던 건 역시 유승훈이었다.유승훈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쳤고 매번 일이 생기면 유제민은 유승훈 대신 해결해 줬다.유제민도 그를 많이 때렸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무리 혼내줘도 그는 고치지 않았다.잘못을 고쳤다면 그는 이번에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유제민은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안타까워했지만, 어찌 됐든 그는 자기 아들이었다.누군가가 자기 아들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소식을 듣자 유제민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거기서 기다려. 지금 바로 사람을 데리고 갈게.”유제민은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권해철을 바라보았다.“권 천사님,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제 자식이 또 사고를 쳐서 제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권해철도 방금 전화 통화 내용을 들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같이 가요. 저도 지금 별일 없으니 함께 가죠.”유제민은 이런 작은 일 때문에 권해철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함께 간다고 하니 많이 시름이 놓였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유제민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레스토랑 안.전화를 끊은 유승훈은 순식간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유제민이 오기만 하면 전서준은 더 이상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유제민은 안영의 갑부였기에 누구도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우리 아버지가 금방 오실 거야!”유승훈의 얼굴에는 방금 건방진 표정이 다시 나타났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그의 뺨을 때렸다.갑자기 또 뺨을 맞자 유승훈은 멍해졌다.“네 아버지가 널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갑부는 개뿔. 네 아버지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더라도 오늘 널 쉽게 이곳에서 데려가지 못할 거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허윤진을 때리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끌고 가서 성폭행하려 했다.진서준이 만약에 이렇게 쉽게 유승훈을 놓아준다면 그도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유제민도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기 아들을 때린 사람이 20대 초반의 청년인 것을 본 유제민은 깜짝 놀랐다.유승훈을 때린 사람이 적어도 30, 40대가 되는 중년일 줄 알았다.“넌 누구야? 감히 내 아들을 이 정도로 다치게 했다니!”유제민은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유제민의 뒤에 서 있는 권해철을 발견했다.권해철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질어질했지만 지금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권해철은 유제민의 아들이 건드린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 문제는 당신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세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유제민은 그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권 천사님, 왜 그러세요?”권해철의 창백한 얼굴을 본 유제민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권해철은 유제민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진서준 앞에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진 마스터님!”그 장면을 본 유제민은 어리둥절했다.권해철은 남주성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남주성의 고위 관계자들도 그를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했다.하지만 권해철은 지금 한 청년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인사를 했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존경이 가득했다.게다가 이 청년은 유승준을 처참하게 때린 원수이기도 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바라보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저한테 전화 해서 만나자고 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에요?”권해철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더 숙였다.“네...”“이런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고 그래요?”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진 마스터님. 유제민이라는 사람은 인품이 괜찮은 편이지만 아들 유승훈은 정말 별로예요.”권해철은 다급히 해명했다.“아들이 바르지 않으면 바로 아버지의 잘못이지요.”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감히 많은 사람 앞에서 제 여동생을 때리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하려고 했어요. 유씨 집안은 자식을 이렇게 교육하나요?”허윤진은 허사연의
유승훈은 아버지의 분노한 표정을 보고 놀라서 온몸이 떨렸다.지금은 아버지가 아들을 혼내주고 있으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 중 누구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이 불효자야, 맨날 사고만 쳐. 때려죽일 이놈아!”유제민은 말하며 옆에 있는 의자를 들어서 유승훈을 호되게 내리쳤다. 그러자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진서준은 살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제민도 옳고 그름을 가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자기 아들을 이토록 호되게 혼내는 것을 보자 그는 유제민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아버지, 잘못했어요. 그만 때리세요...”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연신 용서를 빌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자기 친아들인데 이렇게 호되게 때릴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은 이해가 안 갔지만 유제민은 이래야만 하는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오늘의 성공을 거둔 것은 권해철과 큰 관련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권해철보다 실력이 몇 배나 더 훌륭했다.오늘 만약에 진서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유씨 집안은 망할 수도 있었다.그때가 되면 유제민은 유승훈을 때려죽여도 소용없게 된다.“됐어요. 그만하세요.”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유승훈은 정말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의 말을 듣자 유제민은 그제야 멈추고 유승훈을 향해 호통쳤다.“빨리 진서준 씨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해!”그러자 유승훈은 허둥지둥 진서준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진서준 씨,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다시 없도록 할게요.”유승훈은 계속하여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빌었다. 방금 오만하던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진서준은 그가 이렇게 빨리 개과천선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진서준은 손을 내밀어 그의 하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무릎을 꿇고 있던 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며 바로 기절했다.유제민은 마음이 급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진 마스
유재민은 다급하게 말했다.그 후 유재민은 사람을 시켜 유승훈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의 불량배 친구들을 모두 두 다리를 부러뜨려 길거리에 내던졌다.한편 진서준과 허윤진은 백화점을 떠나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진서준은 혹시 부근에 먹자골목이 있는지 줄곧 차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는 3일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하지만 허윤진은 그와 달리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저녁에 밥을 먹지 않으면 한밤중에 배가 고파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아저씨, 차 세워주세요.”진서준은 길가의 포장마차를 보고 즉시 택시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아직 호텔에 도착하지 않았어요?”허윤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밖을 바라보았다.“내려서 뭐 좀 먹어요.”“배 안 고프다고요.”“제가 고파서 그래요. 함께 먹어요.”진서준은 진지하게 말했다.허윤진은 진서준이 자신을 챙겨주는 것을 알았기에 속으로 은근히 기뻤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서 포장마차가 있는 거리로 걸어 들어갔다.걸어가던 중 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았고 섹시하고 부드러운 몸매를 살며시 그에게 기댔다.진서준은 몸이 굳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윤진이 자신에게 기대도록 내버려두었다.“이런 곳은 처음 와봐요.”허윤진은 길 양쪽에 즐비한 포장마차를 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어릴 때부터 생활 형편이 좋았던 허윤진은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줄곧 특급 호텔이거나 쇼핑몰 안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만 식사했다.이런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으로 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진서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윤진 씨는 귀하게 자란 부잣집 딸이니 자연히 이런 곳에 올 일이 없겠죠.”지난번에 허사연과 서울대 부근의 포장마차에 갔을 때, 진서준은 그들 자매가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고 길목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진서준이 장난삼아 비아냥거렸는데도 허윤진은 반박하지 않았고 계속하여 물었다.“이런 음식들이 맛있어요?”“먹어보면 압니다.”진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