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서준의 발차기에는 힘이 가득 실렸다. 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면서 10여 미터 멀리 날아가서 레스토랑 벽에 부딪혔다.그의 뒤에 있던 동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유승훈과 함께 레스토랑에 부딪혀서 쓰러졌다. 술병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와장창 깨졌다.레스토랑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은 멍해졌다. 다들 일제히 진서준을 바라봤다.“이 자식 미쳤네. 상대방이 이 백화점 사장 아들인 걸 알면서 저렇게 사정없이 때리다니.”“저 자식 끝장이야. 저 여자도 능욕당하겠네.”“갑부 아들이 저렇게 심하게 맞았으니, 여기 사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저 자식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진서준이 끝장났고, 허윤진이 농락당할 거로 생각했다.허윤진은 정신을 차린 뒤 곧바로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 씨, 우리 빨리 도망가요.”“왜 도망가야 하죠? 저 자식들 팔을 아직 부러뜨리지 못했는데요. 윤진 씨에게 사과하지도 않았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결연한 눈빛으로 유승훈 등 사람들을 바라봤다.유승훈이 누구든 오늘 진서준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가족은 진서준의 역린이었다.“이 자식, 감히 날 때려? 죽어. 난 네 가족들 전부 죽일 거야!”유승훈은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진서준을 노려봤다.다른 동료들은 무척 분노하며 말했다.“이 자식, 감히 우리에게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레스토랑 사장이 백화점 경비원들을 불러왔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유승훈의 앞에 서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도련님.”“가서 저 자식 사지를 부러뜨려요. 여자는 가만히 놔둬요.”유승훈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켰다.진서준은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유승훈의 망나니 친구들을 바라봤다.“셋까지 셀게. 너희 스스로 부러뜨리지 않는다면 내가 부러뜨릴 줄 알아.”말하는 사이 경비원들이 진서준을 에워쌌다.경호 팀장은 진서준을 같잖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유승훈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네가 처리한다고? 네가 나한테 처리당하는 거겠지!”경호 팀장은 진서준과 더는 얘기를 나누지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처리해!”말을 마친 뒤 십여 명의 경비원들이 곤봉을 들고 진서준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거기에 맞는다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경비원들은 평소 갑질에 익숙해져 있었고, 오늘은 유승훈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힘을 굉장히 많이 썼다.진서준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들은 유성훈이 이 일을 알아서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승훈에게서 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들은 진서준의 실력을 너무 얕봤다.진서준은 그들의 사정없는 태도에 똑같이 무자비하게 굴었다. 그는 경비원의 팔을 하나 부러뜨렸다.빠각, 빠각...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젓가락이 부러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끊임없었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곧 전부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다들 오른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다들 전부 넋이 나갔고 입이 떡 벌어졌다.“세상에, 방금 뭘 한 거야?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저 경비원들 다 쓰러진 거야?”“이 자식 훈련을 받았었나 봐. 하지만 그래봤자지. 유승훈 씨가 경찰청장이라도 데려오면 저 자식 처지가 더 비참해질 거야.”진서준이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결국엔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사회에서는 인맥이, 신분이, 뒷배가 중요한 사회였다.뒷배가 없다면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말짱 도루묵이었다.유승훈은 헛숨을 들이킨 뒤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싸움 잘한다 이거지? 지금 당장 우리 집의 모든 경비원을 불러오겠어. 너 혼자서 백 명 넘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진서준은 유승훈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유승훈이 휴대전화를 꺼냈을 때 그의 앞에 섰다.“뭐 하는 거야?”유승훈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유승훈은 이미 벽 쪽에 서 있어서 뒤로 물러
유승훈은 집안의 외아들이 아니었다. 유제민에게는 유승훈 외에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다.하지만 말썽이 가장 많았던 건 역시 유승훈이었다.유승훈은 고등학교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쳤고 매번 일이 생기면 유제민은 유승훈 대신 해결해 줬다.유제민도 그를 많이 때렸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무리 혼내줘도 그는 고치지 않았다.잘못을 고쳤다면 그는 이번에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유제민은 그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안타까워했지만, 어찌 됐든 그는 자기 아들이었다.누군가가 자기 아들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소식을 듣자 유제민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거기서 기다려. 지금 바로 사람을 데리고 갈게.”유제민은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권해철을 바라보았다.“권 천사님,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제 자식이 또 사고를 쳐서 제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권해철도 방금 전화 통화 내용을 들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같이 가요. 저도 지금 별일 없으니 함께 가죠.”유제민은 이런 작은 일 때문에 권해철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함께 간다고 하니 많이 시름이 놓였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유제민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레스토랑 안.전화를 끊은 유승훈은 순식간에 전혀 두렵지 않았다.유제민이 오기만 하면 전서준은 더 이상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유제민은 안영의 갑부였기에 누구도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우리 아버지가 금방 오실 거야!”유승훈의 얼굴에는 방금 건방진 표정이 다시 나타났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그의 뺨을 때렸다.갑자기 또 뺨을 맞자 유승훈은 멍해졌다.“네 아버지가 널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갑부는 개뿔. 네 아버지가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더라도 오늘 널 쉽게 이곳에서 데려가지 못할 거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허윤진을 때리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끌고 가서 성폭행하려 했다.진서준이 만약에 이렇게 쉽게 유승훈을 놓아준다면 그도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유제민도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기 아들을 때린 사람이 20대 초반의 청년인 것을 본 유제민은 깜짝 놀랐다.유승훈을 때린 사람이 적어도 30, 40대가 되는 중년일 줄 알았다.“넌 누구야? 감히 내 아들을 이 정도로 다치게 했다니!”유제민은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유제민의 뒤에 서 있는 권해철을 발견했다.권해철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질어질했지만 지금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권해철은 유제민의 아들이 건드린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 문제는 당신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세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유제민은 그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권 천사님, 왜 그러세요?”권해철의 창백한 얼굴을 본 유제민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권해철은 유제민을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진서준 앞에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진 마스터님!”그 장면을 본 유제민은 어리둥절했다.권해철은 남주성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남주성의 고위 관계자들도 그를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했다.하지만 권해철은 지금 한 청년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인사를 했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존경이 가득했다.게다가 이 청년은 유승준을 처참하게 때린 원수이기도 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바라보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아까 저한테 전화 해서 만나자고 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에요?”권해철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더 숙였다.“네...”“이런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고 그래요?”진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진 마스터님. 유제민이라는 사람은 인품이 괜찮은 편이지만 아들 유승훈은 정말 별로예요.”권해철은 다급히 해명했다.“아들이 바르지 않으면 바로 아버지의 잘못이지요.”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감히 많은 사람 앞에서 제 여동생을 때리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하려고 했어요. 유씨 집안은 자식을 이렇게 교육하나요?”허윤진은 허사연의
유승훈은 아버지의 분노한 표정을 보고 놀라서 온몸이 떨렸다.지금은 아버지가 아들을 혼내주고 있으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 중 누구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이 불효자야, 맨날 사고만 쳐. 때려죽일 이놈아!”유제민은 말하며 옆에 있는 의자를 들어서 유승훈을 호되게 내리쳤다. 그러자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진서준은 살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제민도 옳고 그름을 가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자기 아들을 이토록 호되게 혼내는 것을 보자 그는 유제민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아버지, 잘못했어요. 그만 때리세요...”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연신 용서를 빌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자기 친아들인데 이렇게 호되게 때릴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은 이해가 안 갔지만 유제민은 이래야만 하는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오늘의 성공을 거둔 것은 권해철과 큰 관련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권해철보다 실력이 몇 배나 더 훌륭했다.오늘 만약에 진서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유씨 집안은 망할 수도 있었다.그때가 되면 유제민은 유승훈을 때려죽여도 소용없게 된다.“됐어요. 그만하세요.”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면 유승훈은 정말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의 말을 듣자 유제민은 그제야 멈추고 유승훈을 향해 호통쳤다.“빨리 진서준 씨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해!”그러자 유승훈은 허둥지둥 진서준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진서준 씨,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다시 없도록 할게요.”유승훈은 계속하여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빌었다. 방금 오만하던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진서준은 그가 이렇게 빨리 개과천선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진서준은 손을 내밀어 그의 하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무릎을 꿇고 있던 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며 바로 기절했다.유제민은 마음이 급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진 마스
유재민은 다급하게 말했다.그 후 유재민은 사람을 시켜 유승훈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의 불량배 친구들을 모두 두 다리를 부러뜨려 길거리에 내던졌다.한편 진서준과 허윤진은 백화점을 떠나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진서준은 혹시 부근에 먹자골목이 있는지 줄곧 차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는 3일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하지만 허윤진은 그와 달리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저녁에 밥을 먹지 않으면 한밤중에 배가 고파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아저씨, 차 세워주세요.”진서준은 길가의 포장마차를 보고 즉시 택시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아직 호텔에 도착하지 않았어요?”허윤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밖을 바라보았다.“내려서 뭐 좀 먹어요.”“배 안 고프다고요.”“제가 고파서 그래요. 함께 먹어요.”진서준은 진지하게 말했다.허윤진은 진서준이 자신을 챙겨주는 것을 알았기에 속으로 은근히 기뻤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서 포장마차가 있는 거리로 걸어 들어갔다.걸어가던 중 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았고 섹시하고 부드러운 몸매를 살며시 그에게 기댔다.진서준은 몸이 굳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윤진이 자신에게 기대도록 내버려두었다.“이런 곳은 처음 와봐요.”허윤진은 길 양쪽에 즐비한 포장마차를 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어릴 때부터 생활 형편이 좋았던 허윤진은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줄곧 특급 호텔이거나 쇼핑몰 안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만 식사했다.이런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으로 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진서준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윤진 씨는 귀하게 자란 부잣집 딸이니 자연히 이런 곳에 올 일이 없겠죠.”지난번에 허사연과 서울대 부근의 포장마차에 갔을 때, 진서준은 그들 자매가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고 길목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진서준이 장난삼아 비아냥거렸는데도 허윤진은 반박하지 않았고 계속하여 물었다.“이런 음식들이 맛있어요?”“먹어보면 압니다.”진서준
서울시 서씨 집안.서정훈은 아직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 심해윤은 남편이 홀로 병원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서정훈은 요 두 일만 계속 병원에 있었다.비록 서정훈이 서현욱을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지만 아무도 자신을 상관하는 사람이 없자 서현욱은 당연히 순순하게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저녁 7시가 조금 넘자 서현욱은 집에서 몰래 뛰쳐나왔고 그의 불량배 친구들을 연락해 클럽에 가서 놀기로 했다.새벽까지 놀고 있던 서현욱과 그의 친구들은 한 명씩 여자를 껴안고 호텔로 향했다.서현욱은 여자와 함께 샤워한 후 침대에 누웠다.하지만 여자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도 서현욱의 하체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처음에 서현욱은 자신이 단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에 하체에 반응이 없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옷에서 약을 꺼내서 두 알을 먹었다.몇 분 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서현욱은 완전히 당황했다.“어찌 된 일이지? 요 며칠 동안 줄곧 집에만 있었는데. 왜 반응이 없지?”서현욱과 함께 온 여자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재수 없어!”그 여자는 비아냥거리다가 옷을 입고 호텔을 나갔고 서현욱은 혼자 방에 남았다.지난번에 허씨 집안에서 진서준과 만났을 때 진서준은 그보고 남녀 사이의 일을 자제하라고 했다.서현욱은 자신의 능력을 아직 믿고 있었기에 친구보고 여자 두 명을 더 보내라고 했다.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아까와 같았다. 그의 하체는 여전히 시들시들 풀이 죽어있는 상태였다.“도대체 무슨 일이지?”서현욱은 통곡하며 손으로 벽을 쳤다.진정을 되찾은 그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다.“아버지!”서정훈의 병실로 오자 서현욱은 큰 소리로 말했다.서정훈의 병실에는 침대가 두 개 있었고 다른 한 침대에는 심해윤이 자고 있었다.원래 곤히 잠들고 있었던 두 사람은 서현욱의 외침에 잠이 깼다.그러자 서정훈은 기분이 언짢아져서 호통쳤다.“늦은 밤에 집에서 자지 않고 병원에는 왜 왔어?”심해윤도 화난 얼굴
“부시장님, 심 처장님, 저도 도련님께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병원의 전문가도 어리둥절했다.그도 오랫동안 병을 보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어머니, 제가 정말 환관이 되는 거 아니겠죠?”서현욱은 강렬한 공포를 느꼈다.여자와 성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건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닥쳐. 내가 부 신의님께 전화드려 도움을 청해 볼게.”심해윤은 호통을 치면서 휴대 전화를 꺼내 부영권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정훈과 심해윤은 오늘 아침 진서준이 서울을 떠난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 서현욱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영권 단 한 사람뿐이었다.부영권도 어쩔 수 없다면 진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한밤중의 전화 때문에 잠이 깬 부영권은 화가 났다.하지만 심해윤이 걸어온 전화를 보자 부영권은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고 전화를 받았다.“심 처장님, 늦은 시간에 저를 찾으니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부 신의님, 지금 빨리 병원에 오세요. 제 아들이 큰일을 당했어요.”심해윤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심해윤의 아들이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자 부영권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옷을 입었다. 기사가 차를 몰고 그를 시 병원으로 데려갔다.부영권이 도착하자 서현욱은 즉시 자신의 상황을 말해줬다.“일단 맥을 짚어 볼게요.”부영권은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에 먼저 맥을 짚기로 했다.그러자 부영권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상하게도 몸에는 이상이 없어요. 잠자리할 때 너무 긴장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아닙니다.”서현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처음에 너무 긴장한 줄 알았어요. 후에 약도 먹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서현욱은 울먹이는 소리로 물었다.“부 신의님, 혹시 불치병은 아니겠죠?”서정훈과 심해윤도 깜짝 놀랐다.부영권마저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서씨 가문은 정말 대가 끊길 것 같았다.“저도 치료할 방법이 없어요. 아니면 진 신의님을 찾아보세요.”그러자 서정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진 신의
“저년 운이 정말 좋네. 열 명이 넘는 총잡이가 덤벼도 못 죽이다니.”임동식의 눈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동식 형님, 이번에 저 여자를 못 처리했으니 다음엔 더 어려워질 겁니다...”“저 여자가 데려온 그 경호원은 보통 인물이 아니던데요. 박진강조차 그 경호원 상대가 되지 않았잖아요.”“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어. 어제 이미 동남아 킬러 업계에서 유명한 킬러인 독룡에게 연락했어. 이틀 후면 명주에 도착할 거야.”임동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독룡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변했다.“혹시 그 국제적으로 돈 많은 부자 열댓 명을 죽인 적 있는 부자 킬러 말씀입니까?”“맞아.”임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킬러를 고용하는 건 호랑이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꼴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과거 그 킬러가 단지 고용주가 심기를 건드린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기 고용주까지 죽인 적도 있다던데요?”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살인마와 협력하는 건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임동식도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큰 파도를 헤쳐야 큰 물고기를 얻는 법이야. 위험이 없다면 내가 굳이 그 킬러를 부를 이유도 없었겠지.”임동식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끌끌 찼지만 속으로는 두려움도 컸다.독룡이 폭주해 임동식까지 죽여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물론, 임동식이 죽는다면 그들에겐 대표이사 자리를 노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그러나 다들 방금 나눈 대화가 이미 황예은의 사무실에서 황예은이 전부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황예은은 회의실에 미리 설치해 둔 감시 장비 덕분에 대화를 전부 녹음하고 있었다.“젠장! 어젯밤 총잡이들이 이놈들 짓이었다니!”황현호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누님, 지금 당장 가서 이놈들 전부 죽여버릴게요.”“앉아.”황예은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만약 임동식 일당을 죽이려 했다면 굳이 황현호가 나설 필요도 없이 황예은
진서준의 말에 박진강은 자기가 죽을 것이라고 오해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날 죽이지 마. 죽이지 말라고! 우리 아버지는 박서명이란 말이야!”지금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박진강은 자기 아버지를 들먹이며 진서준을 겁주려 했다.진서준은 냉랭하게 박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널 죽인다고 했어?”“그럼 무슨 뜻이야?”박진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그야 당연히 말 그대로 네가 다시는 말을 못 하게 하겠다는 뜻이지.”말이 끝나자마자 진서준은 손가락을 뻗어 박진강의 목을 가볍게 찔렀다.그 순간, 공포스러운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박진강의 목을 꿰뚫었다.진서준의 이 손짓은 어떤 실수도 없이 정확히 박진강의 성대를 끊어버렸다.피가 상처에서 조금씩 흘러나왔고 극심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박진강의 뇌를 맹렬히 뒤흔들었다.박진강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을 크게 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으며 그 모습은 심각하게 다친 벙어리 같았다.이 광경에 임동식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들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이 남자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박서명에게 아들이 많긴 하지만 박진강은 어쨌든 그의 아들 중 하나였다.그런데 진서준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박진강의 성대를 잘라버렸다.이런 치욕을 박씨 가문이 어떻게 그냥 참아 넘기겠는가?“꺼져.”황예은이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황예은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박진강은 아픔을 참고 비틀거리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박진강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 박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연결되었지만 박진강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전화 너머에서는 박서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진강아, 이른 아침에 전화하다니, 좋은 소식이라도 전하려는 거야?”그러나 박진강은 아무리 입을 열어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박서명은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여전히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의아해했다.“진강아, 말하지 않고 뭐 해?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이 녀석. 계속 장난치면
박진강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황예은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누님, 어젯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내가 명주시 전역을 샅샅이 뒤지게 했는데도 찾을 수 없었어요.”황현호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황예은이 멍청한 남동생을 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더 부드러웠다.“어젯밤 일은 더 이상 묻지 마. 넌 먼저 내 사무실로 가서 기다려. 할 말이 있어.”“알았어요.”황현호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고 진서준 옆을 지날 때 황예은에게 물었다.“누님, 이 사람은 누구예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다른 사람들도 모두 시선을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박진강 역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청년의 정체를 탐색했다.“새로 고용한 경호원이야.”황예은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이 사람이 경호원이라고요? 농담하지 마세요.”황현호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겉모습만 봐도 이 청년은 경호원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허약한 모습이었다.“누님, 이 녀석은 나보다도 더 약한 것 같은데요? 누님이 경호원을 원한다면 내가 직접 찾아줄게요.”황현호가 급히 말했다.“내 말을 못 알아듣겠어?”황예은이 얼굴을 굳히며 화내자 황현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황급히 회의실에서 달아났다.박진강은 앞으로 다가와 황예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예은 누님이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저는 이제 돌아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박진강은 발걸음을 옮겨 회의실에서 나가려고 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황예은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뜻이죠?”박진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되물었다.“내 멍청한 남동생을 이용해 내게 독을 탄 짓, 내가 모를 줄 알았어?”그 말에 박진강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예은 누님, 무슨 말씀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박진강은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저 녀석 잡아!”황예은도 더 이상 쓸데없는 한담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사회 구성원은 많지 않았고 황씨 가문을 제외하면 총 여덟 명이었다.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이 여덟 명은 모두 노련한 여우였다.황예은이 처음 자리에 올랐을 때도 이 여우들에게 꽤나 당했었지만 나중에 배로 되갚아주었다.다들 황예은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는 섣불리 황예은과 정면으로 충돌하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황예은이 사라지고 남은 건 황경영의 어리석고 멍청한 아들 황현호뿐이었다.그러니 이 노련한 여우들은 당연히 이런 멍청이가 자기 머리 위에 올라서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황현호는 한눈에 이사들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직감했다.“동식 삼촌,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가요?”황현호는 의장석으로 걸어가 왼쪽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에게 공손하게 물었다.임동식은 황씨 그룹의 두 번째 주주이자 회사의 원로였다.“현호야, 너희 아버지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고 너희 누나도 어젯밤 큰 일을 당해 생사가 불분명하구나.”임동식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우리 그룹은 작은 회사가 아니야. 하루도 주인이 없을 수 없어.”이 말을 듣자 황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건 아무래도 처음부터 자기를 몰아붙이려는 것 같았다.사실 임동식은 황현호 같은 멍청이와 쓸데없이 말싸움하고 싶지도 않았다.긴말은 필요 없고, 어차피 말해봐야 황현호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그러니 차라리 명확하고 간결하게 하는 편이 나았다.“동식 삼촌, 제가 아직 여기 있잖아요?”황현호가 모르는 척하며 말하자 임동식은 미소를 지었다.“현호야, 네가 이렇게 어엿한 성인이 되는 걸 동식 삼촌은 다 지켜봤어. 네 사업 감각은 솔직히 평범하잖아.”“그럼 동식 삼촌의 의도는 무엇인가요?”“넌 우선 전력을 다해 너희 누나를 찾아. 회사는 일단 내가 관리하고 네 누나를 찾으면 다시 네 누나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줄게.”황현호는 어리석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었다.만약 이 자리를 지금 넘겨주기만 하면 임동식은 즉시
이제 황씨 가문엔 황현호 같은 멍청이만 남았으니 황씨 가문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였고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였다.그런데도 머리가 비어 있는 황현호는 자기가 박진강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박진강은 황현호의 곁에 앉아 위로하기 시작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너희 누나가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야.”“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도 말이야.”황현호는 초조하게 말을 이어갔다.“황씨 가문의 모든 직원이 우리 누나를 찾으러 나갔지만 밤새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황현호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는 죽었거나 누군가에게 잡혀 감금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어느 쪽이든 황현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 황씨 가문의 회사는 뱃사공이 없어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황예은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사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뻔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산에 이르면 길이 있는 법이잖아.”박진강이 또 황현호를 달랬다.그때 황현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황현호는 누나가 전화한 줄 알고 급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황현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전화 건 사람은 회사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동식 삼촌이었다.“동식 삼촌, 무슨 일이시죠?”“네 누나는 찾았어?”“아직 못 찾았습니다.”황현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일단 회사로 와.”전화 너머에서 동식 삼촌이 말했다.동식 삼촌은 황경영과 오랜 친구였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몸담아 온 원로급 인물이었다.일부 사람들은 황씨 가문에 유능한 사람이 없다면 황씨 가문의 회사는 동식 삼촌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지금 황씨 가문의 유능한 사람인 황예은이 갑자기 생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은 건 황현호라는 무능한 인물뿐이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사람들은 슬슬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누
“진서준을 경호원으로 쓰겠다고요?”서지은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이번에 진서준이 명주시에 온 건 아주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진서준이 황예은의 경호원을 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언니 곁에는 항상 죽청 어르신 두 분이 계셨잖아요. 근데 오늘 밤엔 그분들이 왜 따라오지 않았어요?”서지은이 문득 황예은 곁을 지키던 육급 정점 대종사 두 명을 떠올리며 물었다.“그 두 분은 요즘 칠급 대종사 경지에 오르려고 폐관 수련 중이야.”황예은이 답했다.신농산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청 어르신은 황예은을 찾아와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이 두 사람이 동시에 칠급 대종사로 올라선다면 황예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은 자기 실력을 몇 번이나 재고 또 재야 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이 두 사람의 폐관 시기를 노리고 황예은을 공격한 것이다.황씨 가문에는 죽청 어르신 외에도 팔급 대종사 한 마스터가 있었다.하지만 한 마스터는 황경영을 따라 해외에 나가 있어 지금 명주시에 없었다.그 외의 대종사들은 실력이 평범했고 진서준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의술까지 겸비하고 있어 설령 독에 걸린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내일 아침 일어나면 진서준한테 직접 물어봐요.”서지은은 진서준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었다.사실 서지은은 마음속으로 이 제안을 반대했다.겨우 진서준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황예은 때문에 깨져버린 것도 모자라 이젠 경호원까지 맡으라고 한다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외모와 몸매가 모두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서지은은 언젠가 진서준이 황예은의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허사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서울시에서 급히 달려올 게 뻔했다.“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세요.”서지은이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날 밤, 황예은은 아주 달콤하게 잠들었지만 그녀의 동생 황현호는 급한 마음에 미칠 뻔했다.시장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범인일 수 있었다.박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황씨 가문의 적도 수없이 많았다.“그럼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었어요?”서지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동생이랑 먹었어.”서지은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동공이 흔들리며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명문대가에서는 혈육 사이에 관계가 틀어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황씨 가문이 대한민국 최고 재벌 가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황현호가 자기 누나를 질투해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황예은은 서지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우리 동생은 권력이나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동생이 그런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황씨 가문을 이끌 기회는 없었을 거야.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동생이 멍청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 부하들이 말하길, 요즘 들어 황현호가 박서명 아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황예은과 황현호 남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황현호에게 있어서 황예은은 누나인 동시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황경영이 황현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황예은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황현호가 황예은을 해치려고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단, 황현호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현호 씨 바보 아니에요? 황씨 가문이랑 박씨 가문 사이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서지은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강남 서씨 가문 아가씨인 서지은조차도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사이의 악연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황씨 가문의 직계인 황현호는 더더욱 이를 모를 리 없었다.“지난번에 내가 현호를 신농산에서 데리고 온 후로 그 애는 무도에 심취해서 그 김평안이라는 남자를 직접 쓰러뜨리고 싶다고 했어. 그 뒤로 현호는 무도 수련에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어.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 같았지. 박서명 아들 중 한 명이 엄청난 수련법을 얻었다고 하더라고. 우리 그 멍청한 동생은 그
“황예은 씨가 몸에 흉터를 남기고 싶으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나 총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은 꽤나 눈에 띄었다.완벽주의자인 황예은에게 있어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몸에 흉터가 남는 것이었다.만약 흉터를 없애지 못한다면 황예은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어날 게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황예은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좋아요, 이번에도 진서준 씨가 마음대로 해보세요.”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볼 것도 다 봤고 만질 것도 다 만진 남자였다.이런 사소한 것에 연연해 몸에 흉터가 남는다면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황예은 씨 몸에 있는 흉터를 없애주는 게 어떻게 내가 제멋대로 하는 겁니까? 제가 뭐 황예은 씨 몸을 좀 본다고 해서 황예은 씨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진서준 씨는 본 것만이 아니라 만지기까지 했잖아요.”황예은이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그건 다 황예은 씨를 살리려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진서준은 진심으로 화나기 시작했다.“황예은 씨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하지 말 걸 그랬네요.”지금까지 진서준이 구해준 사람들은 전부 감사의 인사를 연발했는데 황예은처럼 은혜를 원망으로 갚는 사람은 처음이었다.황예은도 사실 진서준이 자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자기가 지금까지 지켜온 순결이 훼손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됐어, 서준아. 너 어젯밤 내내 고생했으니까 이제 가서 좀 쉬어.”서지은이 진서준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예은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먼저 서준을 방으로 데려다줄게요.”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은을 따라 방으로 갔다.방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이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예은 언니한테 조금만 양보해 줘. 언니는 성격이 워낙 강해서 그래.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네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서지은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