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것처럼 보였는데, 몸이 저렇게 좋을 줄이야. 군살도 전혀 없고 말이야.”허윤진은 뜨거운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작게 중얼댔다.조금 전 그저 힐끗 보았지만 진서준에게서 아주 강한 양기가 느껴졌다.“아니지, 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말 변태야! 노출증! 샤워하면서 문을 잠그지 않는다니, 나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허윤진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면서 고개를 젓더니 이를 악물면서 욕했다.그러나 허윤진이 아무리 그를 욕해도, 아무리 고개를 저어봐도, 진서준의 근육질 몸매는 계속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지금 당장 찾아가서 따져야겠어!”크게 망신당했다고 생각한 허윤진은 진서준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노기등등하게 진서준의 방을 찾아갔다.이번에 그녀는 교훈을 얻고 우선 진서준의 문을 두드렸다.“진서준 씨, 진서준 씨!”허윤진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옷을 다 입은 진서준이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방문을 열자 허윤진이 노기등등하게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일단 들어와요.”진서준이 무안하게 말했다.“비켜요!”허윤진은 그를 밀치더니 굳은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진서준은 한숨을 쉬면서 방문을 닫았다.“아까는 무슨 일로 날 찾아왔던 거예요?”진서준은 의자에 앉아서 허윤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조금 전 허윤진이 진서준을 찾은 이유는 그와 같이 밖에 나가서 쇼핑하고 싶어서였다.그러나 이제는 쇼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허윤진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이 샤워한 뒤 맨몸으로 나온 광경뿐이었다.“아까는 볼일이 있었는데 진서준 씨가...”조금 전 일을 거론하게 되자 허윤진은 곧바로 얼굴이 빨개졌다.거기에 화가 난 표정까지 더해져서 아주 귀엽고 웃겼다.“나도 허윤진 씨가 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올 줄은 몰랐죠.”진서준이 무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맨몸을 보이게 된 사람은 자신이고, 손해를 본 사람도 자신인데 왜 허윤진이 오히려 화를 내는 걸까?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허윤진의 앞에서
...진서준이 허윤진과 함께 쇼핑하고 있을 때 전라도의 조재찬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온종일 기다렸지만 진서준을 따라갔던 네 명의 무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조재찬은 네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당시 조재찬은 네 명이 이미 손을 써서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 곧 하루가 되는데 아직도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어르신, 이건 오늘 오전 서울시 기사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차 한 대가 폭발했대요.”조씨 일가 집사가 휴대전화를 들고 빠르게 걸어왔다.그 소식을 들은 조재찬은 마음이 가라앉았다.“언제 적 일이야?”조재찬이 곧바로 물었다.“오늘 오전 8시 넘어서 있은 일이에요. 우리 전라도 번호판인 듯했어요.”집사가 대답했다.그 말에 조재찬은 확신이 생겼다.“젠장, 왜 연락이 닿지 않나 싶었는데 다 죽은 거였어!”조재찬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때 성수민이 다가와서 어두운 표정으로 조재찬을 바라보았다.“오늘이면 끝난다면서? 그래서 결과가 뭔데? 우리 아들 다리 부러뜨린 놈은 죽었어?”조재찬이 뻘쭘한 얼굴로 말했다.“아직 살아있어.”“무능하긴. 당신이 실패할 줄 알았어. 역시 우리 큰아버지가 와야 했어.”성수민은 조재찬을 나무라며 말했다.“조씨 일가 사람들은 어쩜 그림 무능해? 청년 한 명 처리하지 못해?”집사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내 체면 좀 생각해 주면 안 돼?”집사가 떠난 뒤 조재찬은 화가 나고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체면은 당신 스스로 챙겨야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당신이 조금만 유능했어도 내가 이렇게 당신을 나무랐겠어?”성수민은 조재찬의 콧대를 가리키면서 욕했다.조재찬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무능하긴. 병원에 가서 우리 아들이나 보살펴. 복수는 내가 할 테니까.”성수민은 욕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방을 떠났다.성수민이 떠난 뒤 조재찬은 방 안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방 안에 깨뜨
탁현수도 진서준을 죽이려 한다는 말에 조재찬은 매우 기뻤다.그는 가격을 얼마나 높게 불러야 탁현수가 나서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참, 우 선생님. 진서준 그 자식 지금 서울에 없습니다.”조재찬이 한마디 했다.“그래요? 어디 갔대요?”우소영은 그 자식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모릅니다 아침에 뒤를 밟으라고 네 명의 부하를 보냈는데 발각당했습니다.”조재찬이 뻘쭘한 표정으로 말했다.“됐어요, 어차피 서울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 말이에요.”우소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가족과 여자 친구 모두 서울에 있으니 우소영은 그가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진서준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바로 얘기해줘요.”“그럼요!’전화를 끊은 뒤 조재찬의 입가가 슬쩍 올라가면서 음험한 미소가 걸렸다.“진서준, 네가 진 마스터면 뭐 어때? 네가 서울로 돌아오는 날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진서준은 순간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왜 그래요?”허윤진은 진서준의 안색이 좋지 않자 바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집에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네요.”진서준은 마음이 무거웠다.“집에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우리 언니 매일 퇴근하면 아주머니랑 서라 씨 보러 가잖아요. 걱정하지 말아요.”허윤진이 제안했다.“정 마음이 쓰이면 아주머니랑 서라 씨 우리 집에서 지내면 되잖아요. 우리 집에는 경호원도 있으니 말이에요.”진서준은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 말했다.“좋아요. 지금 당장 사연 씨에게 연락해서 오늘 저녁 서라와 어머니를 사연 씨네 집으로 데려가라고 해야겠어요.”진서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허사연에게 연락했다.“무슨 일이에요? 안영에 도착했어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물었다.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연락을 하지 못했다.“이미 도착했어요. 지금 윤진 씨랑 쇼핑하는 중이에요.”“다행이네요. 혹시
진서준은 다섯 명의 종사와 한 판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여자와 쇼핑하고 싶지는 않았다.“저녁 먹고 돌아가죠.”진서준은 시간을 보았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다.“좋아요.”허윤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꼭대기 층을 가리켰다.“저기 음식점들 있는 것 같으니 올라가 보죠.”두 사람은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꼭대기 층에는 레스토랑들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그중 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아직 저녁 시간은 아니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진서준과 허윤진이 자리에 앉자 권해철에게서 연락이 왔다.“진서준 씨, 제가 친구랑 같이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진서준 씨 얘기를 듣더니 진서준 씨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네요.”권해철이 정중하게 말했다.“일단 밥부터 드세요. 저랑 윤진 씨도 레스토랑에 있어요.”진서준은 단칼에 권해철의 초대를 거절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두 분 방해하지 않을게요.”전화를 끊은 뒤 권해철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성이 서둘러 물었다.“권해철 씨, 진 마스터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지금 바쁘셔서 오늘은 오지 못한답니다. 보운산에서 내려오게 되면 그때 만나게 해드릴게요.”권해철이 평온하게 말했다.눈앞의 중년 남자는 안영의 갑부 유제민이었다.10여 년 전 유제민은 별장 아래에 돈이 모일 수 있는 풍수 진법을 만들어달라고 권해철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 진법을 만든 뒤로 유제민의 재운은 대단했다.그는 겨우 10여 년 사이 안영에서 손꼽히는 갑부가 되었다.진서준과 허윤진이 있는 성신 백화점이 바로 유제민 산하의 백화점이었다.진 마스터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유제민은 조금 아쉬웠다.유제민은 권해철을 아주 존중했다. 권해철이 진 마스터를 이토록 숭배하는 모습을 보니 그 진 마스터라는 사람은 분명 실력이 대단할 것이었다.“아쉽네요...”유제민은 기분이 가라앉았다.“괜찮습니다. 진 마스터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게 되면 자리를 한 번 마련하시죠. 제가 꼭 진 마스터님을 모셔 오겠습니다.”권해철이 덤덤히 말했다.“네, 그러면 권
허윤진이 눈물을 흘리자 진서준은 순간 분노가 확 치솟아 올랐다.허윤진은 앞으로 그의 가족이 될 것이기에 절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 받게 놔둘 수 없었다.진서준은 곧바로 일어나서 빠르게 허윤진에게로 달려갔다.“진서준 씨!”허윤진은 진서준을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화장까지 전부 번졌다. 그녀는 괴롭힘당한 표정이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눈빛이 돌변했다. 서늘한 빛이 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진서준은 무척 화가 났다.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조금 전에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갑자기 남자 여러 명이 절 둘러싸는 거예요. 심지어 절 만졌어요. 절 성추행하려고 했어요...”허윤진은 훌쩍거리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내가 그중 한 명의 뺨을 때렸더니 절 발로 차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절 계속 때리면서 남자 화장실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저 사람들이 술을 마셔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밀쳐버리고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허윤진이 정말로 그들에게 남자 화장실로 끌려갔더라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는 뻔한 일이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허윤진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의 복부 쪽에 발자국이 있었다.밀물 같은 살기가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농락하려고 했던 남자들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젠장, 우리를 때려놓고 도망을 쳐? 죽고 싶어?”“오늘 밤 네 X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우리가 널 마음에 들어 하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주제 파악을 못 하네!”허사연을 쫓던 청년 여럿이 달려왔다. 그들에게서는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어투도 아주 건방지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레스토랑 손님들이 안주에도 없는 듯했다.뒤에서 남자들 목소리가 들려오자 허윤진은 겁을 먹고 몸을 떨면서 두 손으로 진서준을 꼭 끌어안았다.“윤진 씨, 일단 돌아가서 앉아 있어요. 내가 복수해 줄게요.”진서준은 허윤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작게 말했다.“안 갈래요. 저
그러나 그들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중 남다른 차림새의 청년은 표정이 어두웠다.“내가 누군지 알고 있어?”그 청년은 신분이 남달랐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장소에서 허윤진에게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었다.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조금 전 허윤진에게 손을 댄 놈은 이리 나와!”“내가 때렸는데. 내가 찼어. 네가 뭘 어쩔 건데?”청년은 차갑게 웃었다. 아주 거만하게 말이다.다른 사람들도 입을 열었다.“이 자식, 네 품에 있는 여자 이리 내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에서 떠나지 못할 줄 알아.”“경고하는데 네가 지금 있는 이 백화점이 우리 형 집안의 백화점이야. 여기 경비원들 다 우리 형 말을 듣는다고.”그 말에 주위에 있던, 견식이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단번에 달라졌다. 그들은 의논이 분분했다.“세상에, 저 사람 유제민 아들이야.”“유제민? 우리 안영의 갑부잖아. 그 대단한 사람이 어쩌다가 저런 아들을 뒀대?”“죽고 싶어서 그래? 혹시라도 저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할 수도 있어.”진서준은 청력이 뛰어났기에 사람들의 대화에서 유승훈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안영 갑부의 아들이라서 그렇게 건방진 것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걸렸다. 진서준은 유승훈이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었다.진서준의 품에 안겨 있던 허윤진은 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윤진 씨, 여기 앉아 있어요. 내가 복수해 줄게요.”허윤진은 그제야 거대한 두려움 속에서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계속 진서준을 안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조심해요. 여긴 서울이 아니라서...”“같잖은 놈들이에요. 여기가 서울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요.”진서준은 유승훈 등 사람들을 힐끗 보더니 같잖다는 듯 말했다.허윤진은 테이블 옆에 앉았고 진서준은 곧장 유승훈에게로 다가갔다.“우리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알겠지? 지금 무릎 꿇고 사과하면 용서해
“아...”진서준의 발차기에는 힘이 가득 실렸다. 유승훈은 비명을 지르면서 10여 미터 멀리 날아가서 레스토랑 벽에 부딪혔다.그의 뒤에 있던 동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유승훈과 함께 레스토랑에 부딪혀서 쓰러졌다. 술병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와장창 깨졌다.레스토랑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은 멍해졌다. 다들 일제히 진서준을 바라봤다.“이 자식 미쳤네. 상대방이 이 백화점 사장 아들인 걸 알면서 저렇게 사정없이 때리다니.”“저 자식 끝장이야. 저 여자도 능욕당하겠네.”“갑부 아들이 저렇게 심하게 맞았으니, 여기 사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저 자식 아주 비참하게 죽을 거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진서준이 끝장났고, 허윤진이 농락당할 거로 생각했다.허윤진은 정신을 차린 뒤 곧바로 진서준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 씨, 우리 빨리 도망가요.”“왜 도망가야 하죠? 저 자식들 팔을 아직 부러뜨리지 못했는데요. 윤진 씨에게 사과하지도 않았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결연한 눈빛으로 유승훈 등 사람들을 바라봤다.유승훈이 누구든 오늘 진서준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가족은 진서준의 역린이었다.“이 자식, 감히 날 때려? 죽어. 난 네 가족들 전부 죽일 거야!”유승훈은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진서준을 노려봤다.다른 동료들은 무척 분노하며 말했다.“이 자식, 감히 우리에게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레스토랑 사장이 백화점 경비원들을 불러왔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유승훈의 앞에 서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도련님.”“가서 저 자식 사지를 부러뜨려요. 여자는 가만히 놔둬요.”유승훈은 매서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켰다.진서준은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유승훈의 망나니 친구들을 바라봤다.“셋까지 셀게. 너희 스스로 부러뜨리지 않는다면 내가 부러뜨릴 줄 알아.”말하는 사이 경비원들이 진서준을 에워쌌다.경호 팀장은 진서준을 같잖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유승훈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네가 처리한다고? 네가 나한테 처리당하는 거겠지!”경호 팀장은 진서준과 더는 얘기를 나누지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처리해!”말을 마친 뒤 십여 명의 경비원들이 곤봉을 들고 진서준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거기에 맞는다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경비원들은 평소 갑질에 익숙해져 있었고, 오늘은 유승훈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힘을 굉장히 많이 썼다.진서준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들은 유성훈이 이 일을 알아서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승훈에게서 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들은 진서준의 실력을 너무 얕봤다.진서준은 그들의 사정없는 태도에 똑같이 무자비하게 굴었다. 그는 경비원의 팔을 하나 부러뜨렸다.빠각, 빠각...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젓가락이 부러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끊임없었다.십여 명의 경비원들은 곧 전부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다들 오른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다들 전부 넋이 나갔고 입이 떡 벌어졌다.“세상에, 방금 뭘 한 거야?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저 경비원들 다 쓰러진 거야?”“이 자식 훈련을 받았었나 봐. 하지만 그래봤자지. 유승훈 씨가 경찰청장이라도 데려오면 저 자식 처지가 더 비참해질 거야.”진서준이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결국엔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사회에서는 인맥이, 신분이, 뒷배가 중요한 사회였다.뒷배가 없다면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말짱 도루묵이었다.유승훈은 헛숨을 들이킨 뒤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싸움 잘한다 이거지? 지금 당장 우리 집의 모든 경비원을 불러오겠어. 너 혼자서 백 명 넘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진서준은 유승훈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유승훈이 휴대전화를 꺼냈을 때 그의 앞에 섰다.“뭐 하는 거야?”유승훈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유승훈은 이미 벽 쪽에 서 있어서 뒤로 물러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